Special Report, Vol. 61, 리서치

경계가 사라진다…‘기업 출장’과 ‘인센티브 투어’의 전략적 융합

비즈니스 여행산업에 새로운 융합이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출장(Corporate Travel)’과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ravel)’은 기획 목적과 구조가 달라 별개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전자는 업무 수행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자 지출이었다면, 후자는 성과 보상과 사기 진작을 위한 투자로 간주하여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양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중이다. 기업 출장은 점점 더 여가와 보상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인센티브 여행 또한 비공식적 협업이나 전략 공유 등 업무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같은 구조적 변화의 핵심 배경에는 근무 환경의 유연화와 신세대 근로자의 가치관 전환, 그리고 기술 발전에 기반한 기업 전략의 재편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대면 교류의 가치를 재확인한 기업들은 더욱 목적 지향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MICE산업 전반에도 다층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 고에서는 주요 동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조망하고, 전략적 융합을 이끄는 배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원화에서 융합으로, 블레저를 넘어선 비즈니스 여행의 진화

오늘날 비즈니스 여행은 이분법적 구조로 환원될 수 없으며, 여행 주체의 목적과 행동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유동적이다. 특히 2025년에 접어들면서, 업무와 여가의 조합을 의미하는 ‘블레저(Bleisure)’라는 용어만으로는 비즈니스 여행산업이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고객의 행태와 수익 창출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개인, 업무와 여가 등 서로 다른 목적과 동기가 맥락에 따라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블렌디드 트래블(Blended Travel)’이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블레저라는 개념이 업무와 여가라는 두 축으로만 이원화된 개념이라면, 블렌디드 트래블은 참가 주체의 목적과 동기, 역할 등이 모두 유동적으로 혼합된 개념으로, 최근 급부상 중인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나 유목형 임원(Executive Nomad)과 같은 새로운 여행자 유형도 모두 포괄할 수 있다. 특히 업무가 중심이고 여가는 부수적이라는 기존의 위계를 벗어나, 목적의 우선순위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 출장과 인센티브 여행 등의 운영 전반에 세부 트렌드로서 나타나고 있으며, 오늘날 기업과 개인이 비즈니스 여행을 활용하는 방식의 복합성과 유연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기업 출장 ‘팀·대면’ 중심의 ‘집합 수요’ 부활

▲ 2024~2025년 기업이 출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상위 3가지 목적
(자료: Skift)

최근 기업들은 분기별 전략 회의와 킥오프 미팅, 부서별 리트릿(retreat) 등 더욱 목적 지향적인 여행(purposeful travel)을 기획해, 분산된 인력을 한데 모으고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스키프트(Skift)와 나반(Navan)이 공동 발간한 ‘2025 기업 출장 및 비용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Corporate Travel and Expense 2025)’1에 따르면, 출장자와 관리자 집단의 72%가 “2025년에는 2024년보다 더 많은 출장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며, 80%는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있어 출장의 중요성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고 응답했다.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가 조직 문화의 기본 형태로 정착하면서, 팀 단위의 물리적 상호작용이 업무 효율성 강화와 소속감 회복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아울러, 2025년 기업 출장의 주된 목적 역시 지난 2019년 당시 1순위로 꼽혔던 ‘딜 클로징(Deal Closing)’이 아닌 ‘고객과의 관계 구축’, ‘동료와의 협업’, ‘신규 파트너십 탐색’ 등으로 변화하였음이 조망되었다. 이에, 리모트(Remote) 팀을 둔 일부 기업들은 연간 1~2회가량 모든 구성원을 오프라인 이벤트 현장으로 모으는 ‘오프사이트(Off-site)’를 추진함으로써 직원 보상과 핵심 전략 브리핑, 소속감 제고의 목적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인센티브 여행 ‘보상 범위’의 확장과 ‘계층별 프로그램’ 구성

인센티브 여행의 위상 변화도 함께 관측되고 있다. 과거 인센티브 여행은 주로 최고 실적을 낸 직원들을 위한 사치스러운 보상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제는 다양한 목표 달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직원들을 모두 포괄하며 성과자의 정의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월 발간된 인센티브연구재단(Incentive Research Foundation, 이하 IRF)의 ‘2025년 IRF 동향 보고서(IRF 2025 Trends Report)’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인센티브 여행을 실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수 직원 유지(81%)’였고, 그다음이 ‘신세대 인력 유치 및 유지(70%)’로 나타났다. 또한, ‘여행 자체가 가치 있는 보상’이라는 응답도 68%에 달해,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 여행의 보상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더 이상 인센티브 여행이 부수적인 복지 중 하나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인재의 몰입과 충성도를 높이는 도구이자, 주된 인사전략 일부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업 출장의 인센티브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이제 기업들은 출장을 통한 조직 문화 강화, 직원 몰입도 제고, 혁신 촉진과 같은 부가가치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과에 대한 시상 목적이 아니더라도, 업무상 필요한 출장을 보상 기회로 연계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일례로 우수 직원에게 평소 가보고 싶어 하던 해외 지사 방문 또는 국제 컨퍼런스 참가를 출장 형태의 포상으로 제공하거나, 출장지에서 업무 일정에 관광을 추가로 허용하는 식이다. 과거에는 금지되던 출장 전후 개인 휴가 사용이나 동반자 여행도 이제는 일정 조건하에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추세다. 싱가포르 전시컨벤션뷰로(SECB) 미주 지역 수석 부사장인 아일린 리(Eileen Lee)는 “최근 가족 단위의 인센티브 여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대별 관심사나 인구 통계학적 특성에 따라 맞춤화된 ‘다층적 경험(layered experience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 ① 독점성의 재정의…‘무엇을 누리느냐’보다 ‘어떻게 경험하느냐’

▲ 랜드오레이크스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드론쇼
(자료: Land O’Lakes)

그간의 인센티브 여행은 대체로 개인으로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고급스럽고 희소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웬만한 장소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가치였으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희소성’의 개념과 ‘고급화’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 의도된 기획을 통한 몰입감, 정서적 연결을 중심으로 참가자 경험을 설계할 경우, 무분별한 예산 투입보다 더 깊은 인상과 지속 가능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자들은 “인센티브 여행의 미래는 ‘사치(splendor)’가 아닌 ‘의도(intentionality)’에 의해 정의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인센티브 여행 여정 전체를 통해 축적되는 다층적 경험의 밀도와 감정의 층위를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고급화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미국의 농업협동조합 랜드오레이크스(Land O’Lakes)는 고객과 내부 직원을 위해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선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참가자들은 기항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일정을 누렸으며, 마지막 날에는 최종적으로 선택된 바르셀로나 항에 정박한 채로 스페인 전통 요리와 공연 체험을 통해 문화적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폐막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에, 비즈니스 이벤트 에이전시 엘레보크(Elevoque)의 설립자 미셀 올렌도(Michelle Orlando)는 “호화로운 여행지나 화려한 5성급 저녁 식사보다 장소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는 정서적 명료함, 그리고 지속적인 의미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트렌드 ② 가까울수록 강해지는 연결, 지역화된 출장과 긴밀해지는 네트워크

하이브리드 근무의 확산과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의 강화로 인해 국내 및 지역 중심의 단거리 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가까울수록 강해지는 연결을 뜻하는 ‘근접성의 힘(Proximity Power)’이 부상 중이다. “정말 필요할 때 제대로 모이자”는 기조 아래, 불필요한 장거리 출장은 최소화하고, 중요한 대면 모임은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자주 진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 글로벌 얼라이언스 ‘스카이팀’과 이탈리아 최대 철도 운영사
‘트레니탈리아’의 MOU (자료: skyteam)

호텔허브(HotelHub)의 데이터에 따르면, 북미의 경우 2024년 1분기 비즈니스 숙박의 81%가 국내 여행이었으며, 아시아(46%)와 유럽(30%)에서도 국내 여행의 성장세가 목격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거리 축소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성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전략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기업들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기후 위기,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가능한 한 국내 또는 인접 국가 공급업체와의 거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와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의 활용도가 증가하며, 단거리 중심 비즈니스 여행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 정부는 환경 규제 차원에서 일부 단거리 항공편을 금지하고 기차 이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영국 기업들의 43%는 ‘철도 우선 출장 정책(rail-first policy)’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여행 IT솔루션 기업 아마데우스(Amadeus)는 트레인라인(Trainline)과 제휴해 사내 출장 플랫폼 사이트릭(Cytric) 내 철도 콘텐츠를 확장했고, 스카이팀
(SkyTeam)과 유로스타(Eurostar)는 2025년부터 항공-철도가 연계된 단일 예약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제 기업으로서는 늘어나는 대면 모임에 대한 예산 확보와 효과 측정에 더욱 신경 쓰게 될 것이며, MICE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고객 유치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Globetrender & Amadeus Cytric(2025.03). Business Travel Trends 2025, 연구원 재구성

트렌드 ③ 신세대 출장자의 부상…‘Z세대’가 촉발하는 기업 문화의 변화

2025년 말까지 OECD 국가 노동인구의 약 2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Z세대는 비즈니스 여행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며 업계 전반의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는 오프라인에서 형성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하는 팀 빌딩과 사내 합숙 프로그램 등의 각종 모임(Meet up)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유연한 일과 삶의 경계를 중시하는 이들은 출장을 단순히 업무상의 의무로 여기기보다 자기 계발과 커리어 성장을 위한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며, 자연스럽게 블레저(Bleisure)를 실천하는 경향을 보인다. 힐튼(Hilton)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Z세대 투숙객의 3분의 1 이상이 “업무 일정 전후로 여가를 즐기기 위해 출장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27%는 “향후 12개월 안에 출장에 친구나 가족을 동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치관 변화는 기업의 출장 정책과 인센티브 운영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은 유연한 출장 정책, 맞춤화된 경험 중심의 인센티브 여행, ESG 친화적 프로그램 등 Z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유인책을 통해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보안 솔루션 기업 벌카다(Verkada)는 직원들이 선호하는 출장지에 자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지원자의 절반 이상이 Z세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젊은 직원들은 출장지를 선택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출장 자체를 일종의 보상적 자산으로 전략화하고 있다. 이러한 Z세대의 활약은 MICE산업에 더 개인화되고 의미 지향적인 서비스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비즈니스 여행은 기존 업무 효율성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자기표현과 공동체 경험을 중시하는 다층적 목적으로 진화할 것으로보인다.

트렌드 ④ 개인화와 효율성의 접점에서 재편되는 비즈니스 여행산업

출장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업은 업무와 개인 일정의 구분, 지출 항목의 명확화, 정산 효율성 확보 등 복잡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T&E(Travel & Expense)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기업뿐 아니라 MICE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텔은 비즈니스와 레저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회의 시설과 리조트형 편의 서비스를 결합하고, 항공사는 스톱오버(stopover) 옵션이나 일정 변경이 유연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여행사와 OTA 플랫폼은 출장자 전용 레저 패키지나 동반인 할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공급자로서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경험 여정 전체를 고려한 상품 설계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기술 측면의 변화도 주목된다. 항공 업계는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주도하는 이니셔티브로, 항공 여행 상품의 유통 방식을 현대화해 더 많은 상품과 다층적 콘텐츠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데이터 표준이다. 기존 언번들링(unbundling) 중심의 요소별 판매에서 벗어나, 맞춤형 번들(Bespoke Bundles)을 통해 기업 정책과 출장자의 선호를 동시에 반영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품 구조 변화와 기술 혁신은, 기업들이 출장 관리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키프트(Skift)와 나반(Navan)의 보고서에 따르면 출장 관리자 77%가 올인원 여행·경비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작년보다 11%p 증가한 수치다. 현재 나반(Navan)은 항공사 NDC와 연계해 할인 요금과 AI 기반 자동 정산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여행 예약 시스템, 법인카드, 경비 정산 프로세스를 통합한 솔루션을 도입해 예약 준수율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화된 서비스와 통합 플랫폼이 결합되면서, MICE산업의 운영 효율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은 출장 정책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직원 개개인의 선호를 반영한 출장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공급자는 고객사 맞춤형 상품 구성을 통해 장기적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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