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3, 리서치, 전략

공급자 관점을 탈피한 소비자 중심 여정, 참가자 중심 설계

원활한 현장 운영은 성공적인 행사의 기본 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참가자에게 행사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인사이트 확보, 즐거운 경험 등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운영 편의를 중심으로 축적된 업계 관행을 유지하는 한, 참가자는 계속해서 피로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행사의 본질적인 가치 역시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이제 ‘참가자의, 참가자에 의한, 참가자를 위한 행사’를 기준으로 운영 및 설계 전략을 재정렬할 필요가 있다.
User-Centric Design(참가자 중심 설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는 모든 기획과 운영의 중심을 참가자의 만족을 위한 성공적인 경험에 두고, 정보 탐색부터 현장 체험, 사후 네트워킹까지의 모든 터치 포인트를 아우르는 일관된 UX 여정을 설계하려는 전략이자, 참가자 만족도와 행사 성과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진보된 접근 방식이다.

소비자 주도적 상호작용이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접근이 ‘원활한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사용자 중심 접근은 ‘참가자가 원하는 변화를 실제로 경험하게 만드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바로 참가자 중심 설계다. 국제표준 ISO 9241-210은 시스템과 서비스 설계에서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의 원칙을 제시하며, 이를 “디자인 결정이 사용자의 필요와 기대를 충족하도록 지속적으로 조정되는 반복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사용자의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기획의 출발점이자 효율의 원칙이 되는 기준으로 두는 것이다. 이처럼 참가자 중심 설계가 중요해진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배경 ① 경험 경제의 확산과 함께 재평가받는 브랜드

수년간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경험’은 가장 강력한 경쟁 요소로 부상했다. 이에,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전반적인 경험이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무인 매장 모델로 주목받았던 아마존고(Amazon Go)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고는 한때 리테일의 미래로 불리며 계산대 없는 쇼핑이라는 혁신적인 방식을 제시했으나, 2023년 이후에는 상당수 매장이 문을 닫으며 그 한계를 드러냈다. 운영 효율에 집중한 나머지, 불투명성 계산 과정으로 인한 낮은 신뢰, 다양하지 않은 상품 등 고객이 요구하는 총체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일 터치 포인트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객 여정 전반의 일관된 UX를 간과했다. 이는 소비자 여정을 자동화한 혁신도 고객이 만족하는 경험과 목표 달성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외면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다. 화려한 기술적 혁신도 실제 고객의 기대와 필요에 답하지 못한다면 결국 일회성 기억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 (왼) 편의성을 강조하는 아마존고의 광고 문구 (오) 아마존고 매장 내부 (자료: Amazon Go)

배경 ② 옴니채널 환경 속 단절되는 소비자의 경험 여정

오늘날 고객들은 소비에 있어 하나의 통로만 이용하지 않는다. 웹사이트, 앱, SNS, 이메일, 챗봇, 콜센터,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접점을 오가며 경험을 쌓는다. 이에, 온·오프라인을 통합 관리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이 기본이 되었고, 고객 경험 측면에서 엔드투엔드(End-to-End) 여정 지도를 그려가며 경험의 전 과정을 디자인하는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각 접점이 제각각의 논리로 운영될 경우, 고객은 끊임없이 같은 정보를 반복 입력하거나, 채널마다 상이한 메시지를 접하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참가자 중심 설계는 이러한 분절을 해소하기 위해,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그려보는 일에서 출발한다. 어느 시점에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무엇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이해해야, 진정한 의미의 UX 통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배경 ③ 포용적 디자인과 접근성에 대한 요구 증가

또 다른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포용성(Inclusivity)과 접근성(Accessibility)에 대한 요구다. 다양한 연령, 문화, 언어, 장애 유형, 디지털 리터러시, 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서비스와 공간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자 규범이 되었다.
참가자 중심 설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수의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닌, ‘다양한 사용자의 실제 맥락’을 전제로 한 설계를 지향한다. MICE 현장은 다양한 국가·문화·세대가 한꺼번에 모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포용적인 만족도 설계 원칙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정보 구조, 물리적·디지털 환경을 설계하고, 데이터와 피드백을 통해 취약한 지점을 지속해서 보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가독성 높은 안내 동선, 다국어 지원, 휠체어 접근성과 휴식 공간, 디지털 사용이 어려운 참가자를 위한 대체 채널 등은 모두 참가자 중심 설계의 범주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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