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2, 리서치, 커버스토리

두 개의 시선: 컨벤션센터를 둘러싼 상반된 논리

세계적으로 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과 확장은 도시 발전 전략에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많은 도시들은 전시컨벤션센터를 통해 MICE산업을 육성하고 외부 방문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런 대형 시설 투자가 과연 약속된 경제적 편익을 가져오는지, 또는 공공 재원의 낭비로 끝나지는 않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미국은 1927년 시카고의 맥코믹 플레이스(McCormick Place)를 시작으로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이나 도심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컨벤션센터가 조성되었다. 이후 1980~90년대에는 뉴욕·시카고·애틀랜타와 경쟁하려는 다른 도시들이 늘면서 신·증축 컨벤션센터에 대한 공공투자 붐이 일었다. 이 흐름은 이어져, 2002~2011년에만 주·지방정부가 130억 달러 이상(약 18조 700억원)을 센터 건립에 지출했다. 이로 인하여 치열한 공방전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대립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전시컨벤션센터를 둘러싼 상반된 논리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Positive 대규모 경제 유발

▲ 세계 전시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자료: UFI, 2025)

전시컨벤션센터의 신축 및 확장은 일자리 창출과 관광 수입 증대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대형 프로젝트 공사는 건설업 등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영국 런던의 엑셀(ExCel) 센터는 2025년 25,000㎡를 확장하여 이미 2026년 10개의 국제회의를 이미 유치하였으며, 이를 통해 8만 명의 참석자를 유치하고 2억 5천만 파운드(약 4,46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였다(Exhibit City, 2025).
이와 같이 컨벤션센터의 신축과 확장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효과 외에도 완공 후, 센터에 유치할 수 있는 MICE 행사 규모 또한 상승하여 보다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를 유치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방문하는 참가자들의 소비로 인해 지역의 호텔과 식당, 소매업의 매출이 증가한다.
Oxford Economics & UFI(2025)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적으로 전시산업이 기여하는 총 GDP는 2,330억 달러 (약 324조 6,389억원)에 달하며, 이 부문은 헝가리, 카타르, 나이지리아, 에콰도르와 같은 국가의 경제 규모보다 큰 세계 57위의 경제 규모 수준인 것으로 분석하였다.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470만개의 전시기업이 3억 1,800명의 방문객을 유발하였으며, 주최 도시에 3,980억 달러(약 554조 7,722억원)의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4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분석하였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행사 중단과 대량 실직을 근거로, 전시·컨벤션산업의 이러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과장이 아니며, MICE산업이 도시의 핵심 경제 인프라임을 강조하고 있다(Pr evue, 2025).

Negative 수요제약 시장의 확장 경쟁

▲ 워싱턴 DC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따른 인구통계학적 변화 (자료: NCRC)

로빈 헌든(Robin Hunden, CEO of development consulting firm Hunden Partners)이 뉴욕타임즈에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175개 전시컨벤션센터 대부분이 손실 운영 중1이라고 하였다. 미국 최대의 무역전시회인 CES 조차도 코로나 이전 2018년 18만 2천 명 수준으로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25년 14만 1천명).
도시들의 컨벤션센터 건설 열풍을 분석하고 비판한 헤이우드 T. 샌더스(Heywood T. Sanders)는 저서 『Convention Center Follies』를 통해 컨벤션센터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전시컨벤션시장이 수요제약적이기 때문에 다수 도시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신규 수요 창출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전시컨벤션센터의 추가적인 공급은 주요 행사의 타도시 이전으로 이어져, 예측치보다 실제 성과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센터 매니저와 관광 당국은 인센티브 패키지·임대료 인하·무료 혜택, 더 많은 전시공간과 호텔 객실을 경쟁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무료에 가까운 임대를 해야 하는 센터, 주로 지역 관람객에 의존하는 트레이드쇼로 이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한 더 큰 전시장을 추가 공급하는 계획이 수립되고 확장하는 논리가 되풀이되어왔다는 것이다(Sanders, 2014).
이처럼 많은 도시들이 시설을 확충하면 그에 따른 유치가 수월해질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헤이우드 T. 샌더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카고·애틀랜타·라스베이거스·올랜도와 같은 미국 주요 컨벤션 도시들은 지난 20여 년간 컨벤션센터 총 면적을 평균 61%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참가자 수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에 따라 막대한 예산 투입의 정당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즉, 컨벤션센터 규모 확대가 곧 국제행사 유치 증가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 오스틴 호텔숙박세 사용처 (오스틴 컨벤션 센터)

[참고자료] MPI 아카데미, 이벤트 전문가를 위한 신규 AI 과정 출시

오스틴 컨벤션센터의 재개발과 운영에 30년간 56억 달러(약 7조 8,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호텔숙박세(HOT)의 약 80%를 사업비로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 논란이다.
시에서는 도시 규모에 비해 컨벤션센터가 작아 수요의 절반을 놓친다고 확장을 옹호하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주변 도시에서도 컨벤션센터를 확장 중이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호텔숙박세는 공원 조성이나 문화예술 정체성 홍보 등에 더 넓게 쓰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있어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자료: Austin Free Press(2025). Some observers urge Austin not tot ie up billions of hotel-tax dollars in convention center

▲ 마리나베이 샌즈 확장 조감도 (자료: Safdie Architects)

Positive 국제적 위상과 경쟁력 강화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대형 컨벤션센터 신축이나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국제적 위상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시가 컨벤션 인프라 투자를 계속 추진했는데, 이는 향후 더 대형 국제 행사들을 유치하여 도시의 경제 및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는 시도이며,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흔히 “도시의 글로벌 프로필 강화”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며, 국제회의와 박람회를 통한 관광 활성화, 도시 브랜딩 제고, 그리고 국제 경쟁력 확보가 핵심 논거로 제시된다.
싱가포르는 2010년 개장한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로 아시아 관광 허브로 도약했으며, 2025년 7월 16일에 착공한 80억 달러(약 11조 1,544억원) 규모의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15,000석 규모의 공연장과 1만8천㎡의 전시컨벤션 공간을 추가함으로써 최첨단 관광·마이스(MICE)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투자는 국제적 가시성을 높여주어, 해당 도시를 글로벌 무대에서 두드러지게 만들고 도시 이미지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두바이의 경우 2021~22년에 열린 엑스포 2020을 통해 6개월 간 2,410만 명의 방문을 이끌어냈고 광범위한 미디어 홍보를 얻어냈는데, 이 행사가 UAE의 소프트 파워 순위를 2023년에 5계단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나아가 엑스포 개최는 두바이가 2024년 글로벌 도시 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5위로 상승하는 데 기여했으며, 엑스포로 인해 두바이 도시 브랜드 가치가 약 66억 달러(약 9조 2,023억원)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대형 컨벤션·박람회 인프라가 도시의 국제적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단기간에 높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Brand Finance, 2024).

▲ 두바이 엑스포를 통한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 (자료: Brand Finance)

컨벤션센터 확장은 또한 글로벌 이벤트 유치와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 강력한 명분을 갖는다. 넓어진 전시장과 개선된 부대시설은 더 많은 국제회의, 박람회, 콘서트 및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게 하여 관광객 유치를 촉진한다. 예컨대 두바이는 엑스포 2020을 계기로 남긴 최신 인프라를 엑스포 시티 두바이(Expo City Dubai)로 개편하여 스마트시티이자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부지에 최첨단 전시 시설과 교통망을 갖춤으로써 향후 대규모 행사 유치와 투자 유입을 지속 노리고 있다. 이처럼 컨벤션 인프라 투자는 장기적 도시 정체성 형성에도 기여한다. 세계 박람회의 주제를 도시 미래 비전과 연결시켜 브랜딩에 활용한 두바이의 사례처럼, 대형 컨벤션센터는 도시의 핵심 정체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덴버의 경우 컨벤션센터 외벽에 설치된 거대한 파란 곰 조형물이 도시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도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일조한 바 있다. 이렇듯 최신 컨벤션 시설과 독특한 건축물,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국제 행사들은 도시를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며, 관광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함과 동시에 도시민들에게도 자긍심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Negative 차별화의 한계 존재

한편, 컨벤션센터 확장이 비용 대비 충분한 브랜딩 효과를 거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컨벤션센터는 대체로 대형 전시장과 회의실을 갖춘 표준화된 시설로, 도시마다 규모나 디자인의 차이는 있어도 기능과 용도는 유사하다. 많은 도시들은 최신식 컨벤션센터로의 리노베이션을 ‘세계적 수준’으로 홍보하며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고 하나, 다른 도시들 역시 동일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어 상징의 중복성이 발생한다. 그 결과 “우리도 남들만큼은 된다”는 평준화된 메시지만 강화되고, 시설 자체만으로는 해당 도시의 고유한 매력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토퍼 호손(Christopher Hawthorne)은 LA 컨벤션센터 개축안을 혁신적이라기보다 진부하고 판에 박힌 접근으로 평가하였다(Los Angeles Times, 2015). 전형적 컨벤션센터 건축은 주변 맥락과 단절되기 쉽고, 내부 프로그램 또한 어디서나 반복되는 전시·회의 중심으로 수렴한다. 따라서 첨단 시설을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타 도시와의 브랜드 차별화가 어렵고, 오히려 도시들이 일제히 시설을 과시하는 사이 상징성은 약화된다. 과거에는 대형 컨벤션시설이 일부 도시의 현대성 상징이었을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웬만한 대도시에 하나쯤 존재하는 일상적 기반시설로 인식되어 독자적 브랜드 요소가 되기 어렵다.
물론 국제회의·박람회 유치를 통해 관광객과 비즈니스 방문을 촉진하는 효과는 존재한다. 그러나 장기적 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는 천편일률적 시설 경쟁을 넘어, 도시 고유의 자산·콘텐츠·경험을 발굴·결합하고 이를 일관되게 브랜딩하는 전략이 필수이다. 다시 말해, 컨벤션센터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며, 차별화는 시설의 크기가 아니라 도시만의 이야기와 가치 제안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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