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럴(MURAL)은 디지털 업무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회사이다. 주력 서비스는 비즈니스 미팅 및 사내 회의를 비대면 체계에서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시스템이다. 문화/협력팀장을 맡고 있는 라일라 본 알벤슬레벤(Laila von Alvensleben)은 그동안 여러 행사들을 기획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대표이사인 마리아노 수아레즈-바탄(Mariano Suarez-Battan)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지시가 내려왔다. 사내 직원 2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야유회 행사를 기획하라는 것. 그당시 알벤슬레벤 팀장은 아직 대규모 그룹의 디지털 행사를 진행해본 적이 없었으며, 주어진 시간도 단 2주뿐이었다.
2019년도에 아르헨티나에서 자유롭게 진행했던 야유회와는 달리,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이용한 활동만이 가능했다. 결국 알벤슬레벤 팀장은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창의적인 온라인 비즈니스 협업을 지원하는 디지털 도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알레슬레벤 팀장은 뮤럴(MURAL)의 자체 플랫폼을 이용하여 어떻게 야유회를 개최했을까?
온라인 행사 플랫폼 마련…자체 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 야유회 기획
‘뮤럴(MURAL)’ 이라는 명칭은 회사명이자 회사의 ‘디지털 화이트보드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하다. 명칭 구분을 위해 직원들은 화이트보드 플랫폼을 ‘뮤럴즈(Murals)’ 라고 부른다. 뮤럴의 기술은 온라인 회의실에 접속한 직원들의 실시간 협업을 지원하거나 개별로 작업한 후 저장하여 공유하는 활동을 보조한다. 회사 동료들끼리 ‘구글 독스(Google Docs)’ 서비스를 이용해 업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야유회에 참가하기 위해 줌(Zoom)에 로그인한 전 직원에게 계정별 스크린에 접속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 링크’를 제공하였으며, 해당 링크 안에 준비된 사전 활동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MURAL 자체가 온라인 행사 플랫폼이었다. 참석자들은 야유회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의 임시 메신저 앱인 ‘슬랙(Slack)’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두 개의 스크린을 이용하여 야유회 플랫폼 활동에 참여하면서 슬랙으로 동료들과 어울렸다.
목표설정…야유회를 개최한 3가지 이유
야유회의 주요 세 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직원들끼리의 친목을 도모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뮤럴(MURAL)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 세계 곳곳에 수많은 지사가 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뮤럴과 같인 온라인 비즈니스 협업 플랫폼의 수요도 증가하였다. 팬데믹 이전에는 100여 명이었던 뮤럴(MURAL)의 직원은 2021년 250명으로 증가하였다. 현재 MURAL의 직원은 전 세계에 350명이 넘는 수준이므로, 사내 야유회와 같이 직원들 서로 간의 소개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 뮤럴(MURAL)이 추진하고 있는 펀딩 프로젝트 ‘시리즈 B(Series B)’ 사업의 투자금액이 $118백만 달러(한화 약 1,330억)를 달성하여, 이를 알리고 회사 및 직원의 목표달성을 치하하며 향후 사업 확장이 가능해진 희소식을 공유하고자 마련된 온라인 행사다.
- 전 직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알벤슬레벤 팀장은 먼저 자원봉사자 12명을 모집했다. 이들을 모아 우선 진행한 일은 행사 테마에 관한 브레인스토밍이었다. 영화를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20년대를 향유했던 문화를 토대로 레트로 콘셉트를 참고한다거나, 가고싶은 여행지를 버추얼로 방문해 보기와 같은 요소를 두고 고민했다. 논의의 중지는 여행에 모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장기간 집에만 있다 보니, 직원들 모두 여행에 대한 갈증이 상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현실에서 여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가상으로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며 “‘뮤럴 월드 투어(MURAL WORLD TOUR 2020)’라는 이름의 가상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테마가 설정된 후, 그들은 온라인 여행을 구체화하기 위해 의제에 따른 과업을 나누었다. 그들은 여행 계획을 다음과 같이 구체화했다. 야유회 참가자들은 3시간 동안 온라인 상에 구현된 여행지를 즐기게 된다. 눈 덮인 하얀 산을 누비거나 따뜻한 열대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가 하면, 이번엔 우주까지 날아간다. 우주에 구현된 ‘뮤럴(MURAL) 행성’에 도착하여 회사 미래에 대한 인상적인 연설이 이어진다. 이를 끝으로 야유회는 막을 내린다.
이 같은 진행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어진 과업은 총 3가지였다.
- 야유회 가상여행을 위한 세계지도 만들기 – 줌(Zooms)에 접속한 사람들이 기획된 의도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 다양한 활동을 개발하고, 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
- 가상 여권을 만들기 –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권에 구현된 득점표를 채울 수 있으며, 서로를 더욱 잘 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기타 준비사항들
사실 사내 행사라고 할지라도 2주간의 준비기간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행사를 준비하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지만, 세부사항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행사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주요한 결정을 내린 후, 다른 직원들에게 공유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야유회 전날까지 테마와 여행 일정을 비밀리에 붙였다. 또한, 직원들에게 미리 선물들을 보내기도 했다. 비행기에서 필요한 수면안대, 우주비행사 간식 그리고 휴양지에서 사용할 선크림 등 비록 가상 여행이었지만, 야유회 테마에 연괸된 물건들을 선물로 보내 직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야유회 이후에도 사용가능한 실용적 선물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마지막으로, 리허설이 남았다. 야유회 기획팀은 행사 운영을 지원할 퍼실리테이터의 의견을 참고하여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행사 전날, 참석자들은 사내 메신저 슬랙을 통해 탑승권처럼 생긴 초대장을 받았다.
한 자원봉사자가 만든 유쾌한 동영상(가상행사 스폰서에게 존경을 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을 배포하였다. 참가자들은 이 동영상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여 온라인 행사에 접속할 수 있었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해당 영상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여권 작성과 짐 싸기(즉, 이전에 받은 선물들)를 안내하며, 실제 여행과 같은 현실감을 주기도 했다.
여행 일정을 비롯한 야유회의 주요 아젠다도 이 시기 비로소 공개되었다. ‘여행’이라는 테마에 맞게 플랫폼 내 모든 분위기는 비행기 사진, 승무원 복장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었다.
직원들은 구글 드라이브에서 여행과 관련된 원하는 사진을 선택하여 줌 배경으로 설정하였고, 이러한 활동은 가상 행사의 몰입감을 상승시켰다. 또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알벤슬레벤 팀장은 공항 터미널 VIP 라운지에 앉아있는 승객들 사진을 띄워놓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때 비밀리에 붙였던 여행 일정 일부를 공개하여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회사 대표가 펀딩 소식을 발표하는 동안에는 직원들은 사전에 전달받은 선물 꾸러미에 들어있던 디스코 라이트나 야광봉을 꺼내 흔들며 기쁨을 표했다. 게다가 참가자들이 휴가철에 입는 옷을 입고 가상 행사에 참여하여 여행 분위기를 한 껏 더했다. 이후 이러한 활동은 직원들의 기쁨 공유와 팀워크 형성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되었다.
온라인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대책도 충분히 마련하였다. 250명이라는 대규모 온라인 행사라는 점에서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온라인 행사였던 만큼 유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화면 상에 다음 동선을 표시하거나, 화살표로 이동을 요청하는 기능을 담았다. 이에 더해 알벤슬레벤 팀장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사내 메신저에 일명 ‘미아보호소(Lost room)’를 만들어 여행 중 길을 잃거나 도움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직원 간 소통과 협력의 시간도 주어졌다. 참석자들은 여러 사람들을 돌아가며 잠깐씩 만나는 스피드 데이팅(speed-dating) 활동을 하며 다른 팀과 어울릴 수 있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여권에 도장을 찍었다. 방 안에서 다양한 미션과 퀴즈를 해결하면 그 방에서 탈출할 수 있는 활동인 ‘방 탈출 게임’에서는 직원들이 협력하며 다음 탈출 지점으로 갈 수 있는 단서를 찾기도 했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방 탈출 게임에서 직원들끼리 서로 농담을 주고받거나 일부러 속임수를 쓰며 서로를 골탕먹이려는 장난도 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직원들 간의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쉬는 시간마저도 즐길거리가 빠지지 않았다. 직원들로 구성된 사내 밴드의 공연이 추가된 것이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사람들은 일상이 제재되는 동안 라이브 쇼를 보지 못해서인지, 사전 녹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라이브 쇼라고 느꼈다”며 당시 열광적이었던 관객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지난 행사를 돌아보며
뮤럴은 이번 온라인 야유회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사내 온라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행사의 경우 러닝타임(3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진행시간도 조정할 예정이다. 또한 주문한 선물의 배송기간을 고려하여 선물 구매시점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알벤슬로벤 팀장은 야유회 행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실수’ 에피소드도 밝혔다. 그는 “방 탈출 프로그램은 확실히 재미는 있었지만, 일부 직원들(신입사원)에게는 어려움이 많은 시간이었다고 들었다”며 “방 암호를 잘못 공지한 탓에 참가자 전원이 못 들어오는 사태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약간의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서 직원들이 우리 뮤럴 서비스 자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행사 기획팀은 전 직원들이 모두 가상 우주선에 탑승하여 대표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들으며 행사의 막을 내리는 것을 예상하였으나, 인터넷 연결의 문제로 인해 강제로 로그아웃을 당하거나, 시스템이 멈춰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연설문을 충분히 숙지할 시간이 부족하여 참가자들의 감정적 몰입을 유도해야할 시점에 횡설수설하는 작은 실수도 있었다. 결국 이를 커버하고자 급하게 밴드 공연을 연결했고, 못다한 연설은 다음 프로그램에서 이어서 진행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이런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벤슬로벤 팀장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자부했다. 그를 비롯한 행사 기획팀은 앞으로도 사내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는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행사에서 경험하는 놀라움과 즐거움, 기쁨의 감정이 주는 힘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행사의 성공 포인트는 “여러 소그룹을 나누어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꼽혔다.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모으는 프로그램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구체적인 활동 프로그램들은 소규모 인원으로 그룹을 형성하여 보다 깊이 있는 교류활동이 가능하도록 기획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알벤슬레벤 팀장은 ”온라인 행사의 가능성을 평가절하 하는 의견을 종종 듣는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그저 약간의 미래를 맛본 수준이었으나, 온라인 행사의 미래가 무궁무진하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본 행사의 구체적인 사례연구는 뮤럴(MURAL)의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