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벤션 시장에서 도시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행사의 규모와 참가자의 경험 수준이 높아질수록, 개최지에 요구되는 인프라와 마케팅 투자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MICE산업에서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호텔세 인상이라는 세제 정책을 통해 마케팅과 입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카고, 컨벤션 시설과 도심을 연결한 통합적 도시개발 프로젝트로 중서부 MICE 허브를 꿈꾸는 신시내티, 그리고 초대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로 서부 최대 컨벤션 도시의 입지를 굳히려는 애너하임 사례를 통해 도시들이 어떻게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중서부의 대표적인 컨벤션 도시 시카고가 MICE 경쟁력 회복을 위해 호텔세 인상이라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했다. 주최자나 참가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 결정은, 역설적으로 목적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고 국제 입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카고의 DMO, 추즈 시카고(Choose Chicago)는 최근 10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도심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객실 요금에 1.5%의 추가 호텔 숙박세를 부과하는 시카고 관광개선지구 (Chicago Tourism Improvement District, 이하 CTID)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시카고 관광개선지구란 특정 지역 내 호텔 숙박료에 소액의 부담금을 부과하여 조성한 재원을 지역 관광 및 컨벤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과 홍보, 시설 개선 등에 재투자하는 모델이다. 이는 지역 관광산업 발전과 호텔 투숙률 증가를 위한 자발적인 민관 협력 형태의 전략으로, 미국 내 많은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시카고의 호텔 숙박세는 17.4%로 이미 미국 내 최상위 수준이지만, 이번 추가 세금 부과가 현실화되면 총 18.9%로 올라서며 미국 주요 컨벤션 도시 중 가장 높은 세율을 기록하게 된다. 추즈시카고는 이번 호텔세 인상으로 연간 5,000만 달러(약 697억 2,000만원) 이상의 추가 재원을 확보해 글로벌 마케팅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국제 행사 입찰 비용을 충당하는 한편, 팬데믹 이후 축소됐던 해외 홍보 사무소 재개설 등의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물론 세율 인상이 행사 주최자 및 참가자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도시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카고는 강화된 재정을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목적지 마케팅과 행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가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풍부한 재원을 갖춘 DMO는 국제회의 유치전에서 더욱 과감하고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행사 주최자에게 성공적인 개최를 보장하는 신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중견 도시 신시내티가 총 8억 달러(약 1조 1,155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컨벤션 디스트릭트 재구성 프로젝트를 통해 중서부 MICE 시장의 주요 거점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시카고가 소프트웨어 강화에 집중했다면, 신시내티는 핵심 하드웨어의 전면적인 혁신을 통해 경쟁의 판도를 바꾸려는 정공법을 택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1960년대에 지어진 55년 된 듀크 에너지 컨벤션센터(Duke Energy Convention Center)의 2억 4천만 달러(약 3,356억원) 규모 전면 리노베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700개 객실 규모의 메리어트 본사 호텔(Marriott Headquarters Hotel) 신축이다. 듀크 에너지 컨벤션센터는 2026년 1월 재개장을 목표로 전시공간 확장, 스카이라인 전망의 루프탑 테라스, 4,000㎡ 규모의 신규 볼룸, 그리고 360kW급 태양광 설비 설치 등 전방위적인 리뉴얼이 진행 중이다. 향후 ASM Global이 운영을 맡을 이 시설은 그동안 수용이 어려웠던 대형 회의 및 박람회 유치 역량을 갖추게 된다.
2028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5억 3천 6백만 달러(약 7,473억원) 규모의 메리어트 본사 호텔은 총 62,000sq.ft(약 5,760㎡) 규모의 회의 공간과 1,600㎡ 규모의 이벤트 테라스를 포함하며, 컨벤션센터와는 스카이브리지로 직접 연결된다. 이 스카이브 리지는 참가자 동선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두 공간을 하나의 유기체로 묶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컨벤션센터 바로 옆에는 2025년 10월 완공 예정인 엘름 스트리트 플라자(Elm Steret Plaza)가 조성된다. 2에이커 규모의 이 복합문화광장은 콘서트 파빌리온, 야외 바, 조경 공간은 물론 반려동물 공원과 인터랙티브 분수, 공공 예술 설치물 등을 포함하며, 시민과 방문객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야외 행사 공간이 단순한 ‘편의시설(amenity)’이 아닌 ‘필수시설(necessity)’로 여겨지는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신시내티는 이처럼 컨벤션센터, 호텔, 야외 공간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그동안 인디애나폴리스, 내슈빌, 콜럼버스 등으로 분산되었던 대형 트레이드쇼와 컨벤션을 다시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개발청의 리디아 미할릭(Lydia Mihalik)은 “최첨단 시설은 도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정적 요소”라며, 이번 프로젝트가 신시내티를 새로운 MICE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8억 달러(약 1조 1,155억원) 규모의 이 재개발은 중견 도시가 ‘상위 티어’ MICE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대표 사례로, 야외 공간활용, 지속가능성,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포함한 미래지향적 MICE 트렌드에 대한 종합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참고자료]
– Andrea Doyle(2025). Chicago Bets on Hotel Tax to Stay Competitive, Skift Meetings.
– Andrea Doyle(2025). Cincinnati Invests $800 Million to Overhaul Convention District and Attract Larger Events, Skift Meetings.
– Andrea Doyle(2025). From VidCon to the Olympics: Anaheim’s Bold Vision for the Future of Events, Skift Meeting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