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팬데믹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거리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도로에는 차가 늘었고,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행사들도 회복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일상의 재개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공간도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공간이 과거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집이란 쉼이 있는 곳, 사무실이란 일을 하는 곳인 것처럼 각자의 소임을 수행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작된 공간의 제한과 이동의 제약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일도 하고 쉼도 즐기면서 여가생활까지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시컨벤션센터의 변화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례로 하이브리드 행사 개최 증가로 인해 미팅테크놀로지가 다양한 목적과 기능으로 도입되면서, 전시컨벤션센터의 기능과 센터 내 공간 조성 트렌드가 확연하게 달라지기도 헀다. 대면 공간을 둘러싼 각자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가운데, 변화 자체는 모두가 동의하고 예견했던 바다. 마침내 다가온 변화의 물결 앞에서, 오감을 자극하고 경험과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형 컨벤션센터의 조성을 위해 모두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궁금증에 조력하고자 본 고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면 행사를 준비하는 컨벤션센터의 공간 활용 전략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1. 삶의 변화가 반영된 공간 트렌드
2022년 이후 공간변화 이끌 7대 트렌드 전망
코로나19를 마주한 순간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환경은 180도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비대면 일상이 생활화되면서 전통적 경계가 사라지고, 공간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니즈가 확대된 것이다. 당연하게만 여기던 대면 방식의 생활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동시에 물리적 공간의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일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많은 공간이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채롭게 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가치는 유지한 채 변화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공간의 변화를 이끌 7가지 트렌드를 발표했다. ‘7대 공간 트렌드’는 피데스개발이 더리서치그룹과 공동으로 진행한 소비자 인식 조사와 전문가 및 빅데이터 분석 등을 종합해 선정한 결과다. 먼저 이전까지는 공간을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또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유행했다면, 앞으로는 저밀도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공간 수요가 증가하면서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벌크업(Bulk-up)’ 현상이다. 창고형 카페처럼 바닥면적뿐만 아니라 개방감이 높은 공간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다른 트렌드인 ‘현가실상(現假實想)’은 현실에 기반해 가상세계가 열리고, 가상세계가 현실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AI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에 맞춰 갈 곳을 추천하고 내가 한 경험이 데이터로 분석되어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것이다. 다양한 가상현실 기법이 적용되고, 가상공간을 현실공간으로 구현하면서 공간 개발 및 건축 발전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간 내부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용도가 더 특화되고 분화될 전망이다. 룸앤룸 룸인룸(Room & Room, Room in Room)시대가 열리며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 알파룸, 멀티룸, 그리고 재난이나 외부침입에 대비한 세이프룸에 이어 AI, VR, AR, 웨어러블 장비를 갖추고 게임, 홈트, 홈짐을 할 수 있는 오메가룸(나만의 플렉스를 즐기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룸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도 인기를 끈다.
이처럼 공간 자체는 총체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소유나 즐거움을 좇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데스개발 R&D센터 김희정 상무는 “그동안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특정 공간의 목적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공간의 의미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다양한 니즈가 한 자리에 모이는 통합적 관점의 ‘공간 트렌드’로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 전시컨벤션센터가 뉴노멀에 맞춰 진화하는 방법
O4O시대, 전시컨벤션 시설의 공간관리 미래전략
엔데믹 이후 컨벤션센터의 새로운 공간 전략으로는 무엇이 적합할까?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공간 경험의 ‘확장’과 ‘융합’일 것이다. 하이브리드 행사 수요 증가에 따라 전시컨벤션센터가 가상과 현실의 공간이 연결되는 융합형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이제는 현장에서도 다양한 카메라 앵글, VR 콘텐츠의 제공, 아바타 활용 등을 통해 온라인 행사에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독일컨벤션뷰로의 연구에서는 미래 전시컨벤션 시설은 일종의 공유 오피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포맷의 디자인을 통해 개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규모 하이브리드 형태의 행사 개최가 늘어나면서, 상호 소통으로 지식을 교류하는 커뮤니티 발전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다목적 시설로 변화할 것임을 예측한 것이다. 이처럼 행사의 성공을 가르는 주요 요소가 뒤바뀌면서 베뉴(Venue) 선택의 기준도 변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컨벤션센터의 공간 조성 사례를 살펴본 결과, 다음의 트렌드에 기반하여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트렌드① | 로봇 통한 위생 및 안전 관리 자동화 시스템 완비
오클라호마시티 컨벤션센터(Oklahoma City Convention Center, 이하 OKCCC)는 최근 살균 로봇 ‘라이트스트라이크(Light Strike Germ-Zapping Robot)’를 실전 배치했다. 소독 전문업체 제넥스(Xenex)가 생산한 라이크스트라이크 살균 로봇은 태양광보다 2500배 이상 강력한 자외선(UV)을 방출하여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 세포벽을 파괴할 수 있다. 이는 시설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베뉴보호(Venue Shield) 프로그램의 일부로,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 전시실, 연회장, 사전 행사 공간, 테라스, 회의실 등을 소독 및 탈취한다. 살균 로봇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의료시설에서 자주 사용되어 왔지만 방역 효과가 알려지면서 사무실, 공항, 학교, 호텔을 비롯해 컨벤션센터까지 기타 오염 및 질병 전파가 우려되는 장소에 확대 배치되고 있다. 또한, OKCCC는 공기정화 솔루션인 GPS(Global Plasma Solutions) 장비를 통해 양극 침 이온화 기술(NPBI)을 적용하여 실내 공기를 주기적으로 정화하는 등 다방면에서 안전프로토콜을 준수하며 행사장 위생 및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트렌드② | 참가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구축
워싱턴 주립 컨벤션센터(Washington State Convention Center)는 2023년 확장 오픈을 준비하며, 컨벤션센터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협업을 위한 유연한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워싱턴 주립 컨벤션센터의 주요 건축적 특징 중 하나는 힐 클라임(Hill Climb)이라고 불리는 센터 메인홀에 위치한 계단이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건물의 모든 공간에서 접근하여 6층 최고층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계단 위쪽에서는 미국 워싱턴주의 북서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 퓨젯 사운드(Puget Sound)만을 관측할 수 있다. 이처럼 힐 클라임은 단순히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방문자들에게 더욱 새롭고 유연한 만남의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비짓시애틀(Visit Seattle)의 최고 영업책임자 캘리 샐링(Kelly Saling)은 “무엇보다 강조할 점은 사람 간의 실질적인 연결을 제공함으로써 센터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렌드③ | 하이브리드 경험 최적화를 위한 라이브 스튜디오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 위치한 몬테레이 컨벤션센터는 작년 여름, 몬트리올에 기반을 둔 이머시브 디자인 스튜디오(Immersive Design Studio)와의 거래를 통해 e스포츠, 게임 애플리케이션, 이벤트용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랩어라운드 360도 비디오 월이 있는 500㎡의 몰입형 스튜디오를 중앙 볼룸에 설치하였다. 각각 1,100개의 타일이 있는 두 개의 화면은 2,200명의 원격 참가자 동시 송출이 가능하고, 해당 기술의 활용을 통해 하이브리드 수행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Caesars Entertainment)의 영업 담당 수석 부사장인 리사 메시나(Lisa Messina)는 “하이브리드 이벤트 또는 대면 이벤트의 디지털 확장이 보편화됨에 따라 이벤트 장소에서 대역폭 증가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보다 원격 청중의 규모가 4~5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가상 확장이 고품질 생산 자원이 될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 투자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대역폭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렌드④ | 지역사회 결속을 지원하는 소통과 포용의 공간
캔자스주 오버랜드 파크 컨벤션센터(Overland Park Convention Center)는 비영리 단체인 컬처시티(Kulture City)와 제휴하여 컨벤션센터 내에서 개최되는 모든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감각적으로 통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21년 8월에는 컨벤션센터로서는 최초로 ‘감각포괄인증(Sensory Inclusive™ Certification)’을 받았으며, 자폐증, 불안, 치매, 그리고 PTSD를 앓는 고객을 위해 컬쳐 시티가 승인한 감각실을 운영하고 있다. 감각실은 건물 내부의 한적한 위치에서 감각 과부하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고요함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더불어 소음 제거용 헤드폰과 피젯토이, 구두 큐카드 등이 완비된 ‘감각 가방(Sensory Bag)’을 제공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하기 전, 방문객들은 컨벤션센터에서 사용가능한 무료 컬처랜드 앱을 다운받아 센터 내에서 사용 가능한 감각 기능과 접근 위치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3. 결국은 ‘경험’… 방문객 희로애락에서 답을 찾다
전시컨벤션센터의 워너비 공간 트렌드… ‘어메니티 스페이스’가 뜬다
오늘날 대부분의 행사장은 주최사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컨벤션센터에서 참가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공간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공간 활용의 다각화를 통해 과거의 경직된 교류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참가자 만족도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트렌드로서 떠오른 것이 바로 어메니티 공간이다.
‘어메니티(amenity)’란 ‘쾌적한’, ‘기쁜’, ‘즐거움’ 등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를 장소에 적용한 ‘어메니티 스페이스(amenity space)’는 오늘날 근무자들의 스트레스를 환기하고 발상의 전환을 제공하는 ‘제3의 공간’이자 휴식과 공유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업무환경 속 휴게공간과 달리 육체적, 심리적 힐링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쾌적한 실내환경 확보와 삶의 질 향상,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건축적 방안으로 어메니티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제3의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공간 내부에서 머무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인간적인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머리보다 가슴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나아가 대면 상태의 비정형화된 소통이 더해질 때, 구성원들과 더 큰 교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컨벤션센터에서 어메니티 공간에 대한 고려는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영하고자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컨벤션센터는 비즈니스의 산물인 정보와 지식만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캐주얼한 잡담으로부터의 자극과 아이디어, 뜻밖의 발견 모두를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이자 대면 공간에서만 얻어갈 수 있는 고유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며, 현장에서만 지원할 수 있는 독창적 경험을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4. 전문가 인터뷰 :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이충헌 실장
공간그룹(Space Group)은 1960년 설립 이후, 도시환경 구축과 문화발전을 위해, 1000여 점이 넘는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그 창의력과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서울, 뉴델리, 알제, 우간다, 트리폴리 등 전 세계 30여 개의 도시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건축사무소이며, 최근에는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의 건립 공사 설계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이충헌 실장은 최근까지도 세계 최대의 혁신 허브 중 하나인 인도 하이데라바드 “T-Hub 2.0”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혁신적인 공간 연구에 힘쓰고 있다. 트렌드 최전선에 있는 공간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 컨벤션센터의 방향성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 가늠해봤다.
Q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간’에 나타난 트렌드가 있다면?
오늘날 인류가 누리고 있는 삶의 조건을 논할 때,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건축물 타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트렌드는 자연 환기에 관한 관심이다. 사람들이 더욱 쾌적하고, 위생적이고, 안전한 경험을 찾기 시작하면서 외기의 직·간접적 유연한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공간의 구축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기존과 유사한 형태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주었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주거 및 노동 분야에서 나타났다. 최근 슬랙(Slack)의 컨소시엄인 퓨처 포럼 펄스(Future Forum Pulse)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의 지식근로자 1만 7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3명 중 2명(68%)이 재택과 출근이 혼합된 근무형태를 선호하며, 소수의 인원만이 100%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답변하였다. 전 직원 사무실 출근 체제로 다시금 전환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사무실의 장점을 살리고 재택근무 단점을 보완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오피스를 안착시켜 근무형태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듯, 기존과 차별화된 생활 방식의 변화는 주거 유닛은 물론, 공용 공간 및 어메니티 공간의 디자인에 확실한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즈니스와 휴식, 교류 공간이 집약된 컨벤션센터도 기능적 확장 측면에서 공간에 어떤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Q2. 최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비즈니스 공간에 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어메니티 스페이스”에 관한 개념과 운영 효과에 관한 의견이 있다면?
오프라인 사무실에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구글(Google), 메타(Meta), 아마존(Amazon)도 환경변화에 적극적이다. 지난 5년간 구글은 오프라인 인프라 정비를 위해 미국 27개 주에 총 370억 달러(약 45조 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개방형 업무공간, 일명 실리콘밸리 스타일 오피스가 대세였으며, 현재는 ‘어메니티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그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어메니티 스페이스는 무엇보다도 “가변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시설이다. 효율을 중요시하는 업무공간과의 물리적·시각적 분리를 통해 향후 다양한 시설들이 자유롭게 업데이트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한 건축 예시로는 최근 준공된 경기도 광교 신청사를 언급할 수 있겠다. 이번 설계에서는 공간 수요의 다각화를 위해 스마트워크센터 등 기존청사에서는 도입되지 않았던 많은 대민기능을 저층부에 도입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곳곳에 야외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업무타워는 소통과 협업,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스마트 오피스로 설정하고 심리적 만족도 증진을 통한 비즈니스 몰입감 상승을 유도하였다. 또한, 회의실, 탕비실, 휴게실, 폰부스, 문서고, OA(사무자동화) 등 업무지원 기능을 하는 공간이 층별 특성, 사용자 동선과 편의성, 공간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동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Q3. 최근 어메니티 스페이스를 전략적으로 도입한 건축 사례가 있는지?
코카펫 복합개발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인도 측에 제안한 대규모 업무 복합시설이며, 우리나라의 하남시 인구 전체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해당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한 부분이 바로 어메니티 공간이었다. 업무지원에 필요한 F&B 시설 이외에도 의료시설, 그리고 종교시설 도입에 관한 토론도 활발하게 논의하였으며, 위치 상 접근이 편리한 지상층과 업무시설의 중간층에 적극적인 어메니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스카이 브릿지를 계획함으로써 이동이 가장 활발한 점심시간에 사람들의 분산을 유도하여 실내 혼잡을 방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디지털네트워크 시대에는 국제전시장이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나 획득을 뛰어넘어 만남이나 체험, 교류를 위한 공간이 절실한 시기인 만큼, 입체적인 오픈 스페이스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 새로운 전시장 건축 유형으로서 인지되고 기억되길 바란다.
Q4. 엔데믹 이후 미래 컨벤션센터들이 고려해야 할 지향점은?
기존의 공간은 공급자가 그 쓰임의 목적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공간의 목적을 만들어나가는 추세다. 이에 대한 예시인 IFC몰은 29~55층 규모의 3개 사무용 빌딩과 38층짜리 호텔인 콘래드 서울을 포함한 ‘IFC 서울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 영업면적이 3만 9천420㎡에 달한다. 2017년, IFC몰은 전체 100개 입점 브랜드 중 39개의 신규 브랜드로 MD 계획을 대폭 조정한 경험이 있다. 또한, 몰링족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주변 지역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고 입점 브랜드와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전략을 통해 2달 만에 전년 동기대비 254%의 매출이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는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 어메니티를 경험하는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물건을 진열하고 소비하는 방식보다 소비 자체의 경험이 더욱 중요시되고, 그 경험을 다양한 디지털 흔적을 남김으로써 소비 패턴이 지속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는 소비자들과 이러한 환경을 제공하는 주체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의 요구조건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통해 확신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컨벤션센터에서도 다음의 선순환 구조 구축으로 방문객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적합한 설계를 통해 대면 공간으로 유입하는 전략을 고심해보아야 할 듯하다.
시사점 | 컨벤션센터의 진화… “공간은 변해도 본질은 남는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사회 전반의 파급력은 전방위적이었다.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았고, 첫 만남이 화상 미팅에서 진행되더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시도의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 간 소통과 연결의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듯하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과 기능 역시 재정립되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 저서 ‘리테일 4.0’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소속감과 생활방식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로서 공간을 찾는다. 공간은 경험하는 장소가 되었으며 단순히 ‘가야 하는 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인식이 전환된다”고 이야기했다.
관건은 현재의 혼란과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느냐이다. 언제든 온라인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특정한 물리적 공간에 모인다는 것은 그 공간이 주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공간지원이나 집적된 비즈니스 오피스 기능을 넘어 비슷한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도록 하고, 서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단순한 행사 시설을 넘어 다양한 경험이 이루어지는 체험형 소통 공간으로서 설계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경험’이란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도 있게 구성할 수 있는 요소다. 방문객 경험 이해와 고객 여정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컨벤션센터의 건축 및 설계 과정에서부터 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