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2, 리서치, 전략

‘신뢰’를 ‘자산’으로…MICE가 보여주는 오프라인의 가치

2025년 현재,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과잉 연결’과 ‘과잉 정보’라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로 확장된 네트워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즉각적인 연결성과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피로와 불신을 호소한다. 무한히 재생성되는 온라인 콘텐츠, 불확실성이 높은 국제 정세,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압력 등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필요성을 재차 환기시키고 있다.
MICE산업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 상호작용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신뢰 자본(Trust Capital)’이 오프라인 공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럽(Gallup)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처음으로 ‘언론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38%)이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34%)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언론과 소셜 네트워크, 신기술에 대한 공중의 신뢰도가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신뢰할까? 신뢰의 공백이 촉발한 오프라인 경험의 부상은 업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MICE산업의 전략적 가치로 확장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대면 행사의 신뢰도가 브랜드 신뢰와 고객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디지털 피로 시대, ‘제3의 공간’이 부상하는 이유

▲ ‘시카고 스크림 클럽’의 정기 활동 현장
(자료: Scream Club 공식 인스타그램)

미국 MZ세대를 중심으로 ‘제3의 공간(Third Place)’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집(1st Place)과 직장(2nd Place)의 제약에서 벗어나 “사회적 교류와 소속감을 채워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이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태어난 Z세대는 SNS와 알고리즘 기반 관계에서 피로와 불신을 경험하고, 관계의 지속성을 위해 온라인보다 직접적인 만남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Z세대를 중심으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어울리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의 복원이 요청됨에 따라, 학교 동아리방, 커뮤니티 기반 카페, 공원, 도서관, 공유오피스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국내의 ‘옾만추(오프라인 만남 추구)’ 트렌드와도 맞물려,자기계발 중심의 모임을 넘어 네트워킹과 교류를 중시하는 관계 지향적 오프라인 모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호수를 향해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시카고 스크림 클럽(Scream Club™)’이나, 이른 아침 커피와 함께 파티를 즐기는 ‘모닝 레이브(Morning Rave)’와 같이 건강한 생활방식이나 취미를 공유하며 대면 교류를 추구하는 모임이 인기를 얻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현상은 MICE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대면 행사가 열리는 공간은 기존의 지식 교류 기능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제3의 공간’으로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의 공간’이 가진 8가지 특성과 MICE의 플랫폼적 진화

미국의 도시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의 저서 ‘위대한 좋은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 따르면, 제3의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공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인 상호작용, 즉 사회적 관계(social interaction)로 인해 형성되는 공간이다. 그는 제3의 공간이 가진 여덟 가지 특성을 정리하며, 이러한 속성이 개인의 삶과 지역 공동체를 풍요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미디어로 기능하는 커뮤니티 공간, 다른 분야와 교류하는 비즈카페,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 오피스, 소규모 이벤트 등은 모두 올든버그가 말한 현대판 제3의 장소다. 이에, MICE산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대면 행사장을 제3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식 세션보다 행사장 복도, 커피 브레이크, 즉흥적 대화에서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네트워킹 라운지, 커뮤니티 부스, 즉석 만남을 위한 교류 이벤트 공간을 동선 설계에 포함시키고, 공식 프로그램 전후나 중간 시간대에 비공식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온라인에서는 구축하기 어려운 신뢰와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신뢰의 공백이 촉발한 ‘오프라인 경험’의 부상

전 세계적으로 기업 평판의 신뢰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발표된 프리먼의 신뢰 보고서(2025 Freeman Trust Report)1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무려 71%의 브랜드가 기업 브랜드 평판 하락을 경험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최저 수준이다. 반면, 대면 행사에 대한 평가는 갤럽의 조사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현장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93%가 브랜드 신뢰, 92%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규 고객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시대적 아이러니가 오히려 MICE의 재도약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동한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MICE 업계는 회복을 넘어선 확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글로벌 전시·이벤트 주최사 인포마(Informa)는 핵심 성장 동력인 대면 행사의 확장세를 기반으로 2025년 상반기에만 27억 2천만 달러(한화 약 3조 7,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1% 성장했음을 밝혔다. 상반기 20억 6천만 달러(한화 약 2조 8,700억 원)를 창출해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함에 따라, 인포마는 전체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을 기존 5%에서 6%로, 대면행사 부문 성장률 전망은 8%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Mark Cuban)은 “사람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신뢰하지 않게 될수록,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은 결국 오프라인 경험이 될 것”이라며 대면 행사의 확장을 예견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왜 MICE가 선택지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원격 커뮤니케이션과 AI 기반 콘텐츠 시대 대면 접촉은 디지털 노이즈를 뚫고 진정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 대면은 디지털 소통이 채워주지 못하는 ‘마지막 신뢰의 채널’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MICE의 전략적 가치가 신뢰도 구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은 주요 개최지의 전략과 캠페인에서도 드러난다. 대면 행사의 부흥 속에서 국가와 도시들이 단순한 인프라 경쟁에서 벗어나 ‘신뢰 가능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 MICE산업의 경쟁력은 신뢰 기반의 장기적 파트너십과 브랜드 충성도,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관계로 이어진다.

사례 ① 두바이의 도시 브랜드 ‘평판 1위’, 신뢰도로 갈리는 MICE의 성패

브랜드 평가 전문기관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24 글로벌 시티 인덱스 조사(Global Cities Index 2024)에서 두바이가 세계 100대 도시 중 ‘평판’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종합 5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는 20개국에서 1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도시 인지도 기반 친숙도(Familiarity), 평판(Reputation), 고려도(Consideration)를 포함한 45개 속성을 평가했다. 이에, 브랜드파이낸스 CEO 데이비드 헤이그(David Haigh)는 “두바이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한 것은 평판 1위 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UAE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관광·비즈니스 생태계 강화 노력이 반영된 결과”임을 강조했다.
지난 3월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Dubai World Trade Centre)와 인포마 그룹(Informa Group)이 설립한 세계 최초의 글로벌 MICE 합작법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양측은 전시 및 컨퍼런스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중동·아프리카·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과 파트너에게 안정성과 확신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단순한 자본 결합을 넘어, 글로벌 고객과 파트너에게 안정성과 확신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이야말로 글로벌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에서 두바이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바이는 2025년 상반기에만 988만 명의 해외 방문객을 맞이하며 전년 대비 6% 증가한 성과를 입증했다. 동시에 두바이 컨벤션뷰로(Dubai Business Events)는 Sibos 2029, ISUOG 2026 등 굵직한 국제회의 개최권을 따내며 총 249건의 국제 행사 유치에 성공, 전년 대비 29% 증가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처럼 도시 브랜드가 신뢰를 기반으로 재편될 때, 참가자는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고, 투자자는 안심하고 자본을 투입할 수 있다.

▲ 2024 글로벌 시티 인덱스 조사 선정 상위 10개국 (자료: Brand Finance)

사례 ② C2 몬트리올, ROI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성과로 바꾸다

비즈니스 이벤트 몬트리올(Business events Montréal)은 매년 이벤트 기획자를 초청해 도시의 매력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FAM(Familiarization) 투어를 운영한다. 올해 여름 프로그램은 시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답사 차원을 넘어 경험 설계와 지역사회 연결을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비하인드 투어가 있으며, 투어 참가자들은 일반 관람객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하며 몰입형 교류를 경험했다. 또한 원주민 예술가 데보라 랫(Deborah Ratt)이 진행한 구슬 공예 워크숍은 문화 교류와 지역사회 후원을 동시에 실현했다. 레스토랑 카무이(Kamúy)에서 열린 카리브 요리 만찬이나 베이글 제작 클래스 역시 참가자들에게 다문화성과 공동체 가치를 음식이라는 매개로 체감하게 했다.

▲ 2025 여름 팸투어 현장 (자료: Skift Meetings)

이러한 경험은 도시의 환대 방침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몬트리올은 다언어·다문화 도시로, 방문객 누구에게나 소속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표용적인 환영의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또한, 안전성, 지속가능성, 녹지 접근성 등 도시 인프라 역시 국제 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신뢰 자본을 강화했다. 2022년 홀리두(Holidu) 조사에서는 여성 1인 여행객에게 가장 안전하고 최적의 여행지로, 2025년 버크셔 해서웨이 트래블 프로텍션(Berkshire Hathaway Travel Protection)의 조사에서는 북미 지역에서 여행자에게 가장 안전한 도시(Safest Cities in the World for Travelers)로 선정됐다. 즉,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참가자에게 현지의 삶을 경험하게 하고, 그 경험을 신뢰와 관계적 자본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과 충성도를 창출하는 전략적 기반이 된다.
같은 도시에서 개최되는 C2 몬트리올(C2 Montréal)은 이러한 도시 자원을 전략적으로 엮어낸 대표적 모델이다. CEO 애닉 보리외(Anick Beaulieu)는 “비즈니스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며, “스폰서십의 단순 노출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프로그램에 녹여내는 방식이 더 큰 효과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수개월간 이어지는 비즈니스 협업과 혁신 아이디어가 바로 그 증거다. 현재 C2는 로고 노출이나 즉각적 판매 촉진보다 브랜드 경험과 사후 성과를 추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수익, 참가자 수, 세션 참여도뿐 아니라, 행사 6개월 후의 비즈니스 거래 성사 여부까지 추적해R OI를 입증한다.

자료: Doyle, A. (2025,7.5). Human connection will save your even t(not more content). Skift Meetings, 연구원 재구성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