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Vol. 63, 리서치

임대 공간에서 도시의 앵커로…MICE 베뉴의 포지셔닝 전략

정보의 홍수 속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과 한정된 가치가 주목받으며, 다시금 공간이 목적지가 되었다. 억눌렸던 소비 심리와 수년간의 디지털 포화로 외부로의 활동 욕구가 폭발하면서, 경험 마케팅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는 중이다.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소비자들이 진정성 있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갈망함에 따라, 장소 고유의 콘셉트를 빌려 경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운영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MICE산업의 공간 운영 전략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온다. 선도적인 MICE 베뉴는 물리적인 임대 공간의 역할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산업 간 교류를 촉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유통사의 팝업스토어 운영 전략 진화에서 착안하여, 선진 MICE 시장의 베뉴 포지셔닝 원리와 사례별 유형을 분석하였다. 이를 토대로 지역 활성화 추진체로서 베뉴의 전략적 역할을 살펴보고, 국내 MICE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팝업스토어, ‘임시 매장’에서 ‘경험 플랫폼’으로

지난 1월 딜로이트(Deloitte)가 발간한 ‘2025년 미국 소매 산업 전망(2025 US Retail Industry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소매업계 경영진의 80%가 “소비자는 상품(Goods)보다 경험(Experiences)에 지출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현황도 유사하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팝업은 2021년 개점 당시 약 100여 건에서 2024년 480여 건으로 약 380% 늘었다. 이제는 팝업스토어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이처럼 단기간, 특정 장소에서만 진행되는 이벤트는 독점성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인간적 유대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팝업스토어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는 중이다.
초기의 팝업스토어는 상업 시설 내 고정되어 입점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기존 동선과 인프라를 활용한 매출 확보가 핵심 목적이었고, 내부 공간 역시 구매유도에 초점을 두어, 진열대나 재고 공간이 매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이 시기의 팝업은 임시 매장에 가까웠다. 한정 기간 운영된다는 점만 다를 뿐, 운영 방식은 상시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고객 경험 역시 ‘잠깐 들러서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곳’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 팝업스토어 시장은 입점 형태와 공간 구성 모두에서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다. 임시 구조물과 이동 부스 등 유동형 팝업 비중이 확대되는 동시에, 상품 진열을 최소화하고 인터렉티브 전시, 설치작품, 미디어 아트 등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하는 구성에 더욱 초점을 둔다. 아울러, 한 단계 더 진화한 교류 유도형에서는 일일 클래스, 워크숍,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 고객 간 소통과 팬덤,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형성을 운영의 핵심 목표로 둔다.

자료: 피데스개발1 공식 홈페이지, 연구원 재구성

한정 업종에서 특화 제품군까지… 확대되는 오프라인 경험 수요

팝업스토어 토털 솔루션 기업 스위트스팟의 ‘2025년 상반기 팝업스토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팝업 운영 건수는 총 1488개로 전년(680개)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팝업 생태계의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비전통 업종의 참여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전 산업군이 팝업 포맷을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실험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스위트스팟은 보고서에서 “과거 한정된 업종에서만 주로 활용되던 팝업스토어가 이제는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특화 제품군에서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업종을 불문하고 대
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소규모 팝업, 협업 기반의 공동 브랜딩까지 다양한 형태와 스케일로 변주되고 있다.
미국의 AI 기반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에서 개최한 성수동 팝업은 이 같은 외연 확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0월, 팔란티어는 전 세계 최초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성수동에서 열었고, 이틀간 운영된 현장에서는 회사 로고가 새겨진 굿즈 판매와 함께 팔란티어 브랜드를 소개하는 영상이 상연되었다. 팔란티어 전략 파트너십 총괄 엘리아노 A. 유네스(Eliano A. Younes)는 “여러 후보지를 검토했지만, 성수는 힙(Hip)하면서도 산업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제조업 기반 고객이 많은 기업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느린 입장으로 체류 시간을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입장 대기 줄 자체가 테크 팬덤 기반의 커뮤니티 모임과 네트워킹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효과를 누렸다.

복합소비 시대, ‘앵커 테넌트’로서의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한 이유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란 본래 상업시설에서 고객을 붙잡고 상권의 중심을 형성하는 핵심 임차인을 의미한다. 오늘날 팝업스토어는 고정 매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객력과 콘텐츠 파워를 기반으로 상권의 중심성을 높이고, 공간 전체의 이미지를 재정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결과,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구조 아래 팝업스토어가 점점 더 넓은 면적과 다양한 연출을 허용하는 콘텐츠형 공간이자, 앵커 테넌트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해당 원리는 MICE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글로벌 MICE 참가집단의 목적이 ‘비즈니스’에서 ‘체류·소비·경험’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베뉴는 단순한 임대 공간을 넘어 행사 정체성을 실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확장을 요구받고 있다. 즉, 단순히 베뉴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베뉴와 이벤트가 서로의 브랜딩을 강화하는 관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B2C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팝업 공간과 B2B 참관객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MICE 베뉴는 분명 기능과 목적이 다르다.
단, 두 분야 모두 우연히 들르는 공간에서 벗어나 방문자 스스로가 선택하는 ‘목적지형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핵심은 동일하게 통용된다. 따라서 MICE 베뉴의 포지셔닝 전략은 ‘어떤 행사가 베뉴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가’와 더불어, ‘베뉴의 차별화된 맥락을 행사 경험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팝업스토어가 유통사의 앵커 테넌트가 되었듯, MICE 베뉴도 물리적 장소로서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수용하는 앵커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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