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광민 연구위원

Q1. 오늘날 국제회의산업의 현황을 진단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해서 국제회의 관련 전체적 수요가 약 65~70%가량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이후 점진적 회복 단계를 밟고 있으나, 대규모 국제회의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거리두기 완화로 참가자 300명 이하인 중소규모 회의들은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실질적 수요 회복은 더딘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 전환도 시작되었다. 비대면, 방역의 압력으로 인하여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MICE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궁극적 변화보다는 MICE 행사의 개최방식 변화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위기와 혁신이라는 복합적 압력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국내 회의와 필수적 출장(또는 회의 참석)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래객의 증가세는 우리나라 MICE 시장의 회복을 견인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동향을 바탕으로 완전한 회복이 2024년1)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와 장거리 이동에 관한 참가자의 불안 심리, 미래의 불확실성 등 이 회복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실질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Q2. 현재 국제회의산업 분야는 구조적으로 경제적 이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산업에 관한 인식개선 및 비전 설정부터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MICE 시장의 근본적 시장 확장 방안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산업의 구조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우리나라 MICE산업의 경우, 정부 행사나 기업행사를 주최자가 위탁해주고 이를 대행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도 사실상 현상 유지는 가능한 규모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비즈니스 영위가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찾는다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정된 수요에 업계의 생계가 걸려있는 구조를 고수해서는 계속해서 외부의 영향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수요가 급감하게 되자, 이를 계기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MICE 기업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자체적인 MICE 행사를 개발한다거나 MICE 이외의 산업 분야에 진출하거나, 스마트 관광 사업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영역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도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플레이어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행사를 업그레이드하는 R&D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추후에는 창업과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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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엔데믹 시대를 맞이한 지금,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에 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의 시장 확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MICE 분야에 창업과 벤처(Venture)가 부재하다는 점을 역으로 짚어보면 방향성이 나온다. 지금까지 MICE산업은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연결되는 보조적인 위탁수행업자의 측면으로만 다루어져 왔다. 이러한 접근법적인 한계로 인하여 지역 산업들과의 연계, 인력 고급화, 자체 역량 및 기술 강화 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러한 구조를 타개하려면 플레이어가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PCO가 코로나19이전 총 1,000여 개 정도 된다고 하면 필드에서 실제로 국제회의 개최를 주사업 분야로 활동하는 업체는 약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정적 플레이어로 산업적 파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즉, 타 분야에서 MICE산업에 투자한다거나 MICE산업에서 타 분야를 투자하는 등 산업적 규모 확장과 이를 통한 플레이어 확대가 수반되어야 한다. MICE산업 자체적 역량 강화 및 콘텐츠 다각화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전문회의시설에서 개최되는 행사의 비중이 전체 개최 건수 대비 53%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치가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요인이 크게 작용한 탓도 있겠으나, 다양한 시설 또는 다양한 지역에서의 MICE 행사 유치·개최에 관한 관심이 줄어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완전한 회복에 대비하여 MICE 공급에 관한 관심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MICE산업의 수요와 공급 체계를 재점검하기 위한 시도들은 지금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상 정의 등이 일부 변경되었으면 조만간 이와 연계해서 국제회의 유형과 기준이 달라질 예정이다. 행사의 규모, 범위 등의 조건을 완화하여 시장 수요를 다각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 요건도 완화될 예정이므로 이후에는 지역과 공간 측면에서도 단계적 육성 전략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Q4. MICE산업의 지속가능한 수요 발굴 측면에서 여러 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실질적 성과까지 이어지려면 현행 지원체계의 어떠한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앞서 소개된 시도들과 같이 정부 차원에서도 ‘MICE의 새로운 수요 발굴’을 목표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시장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지원 방식을 보면, 국제회의 유치·개최를 위한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지역의 주력 산업과 연계한 지역특화 또는 국가 대표 컨벤션 행사 개발 지원금을 지원하는 형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방식의 실효성은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국가단위의 특화산업 또는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하여 신규로 기획하거나 기존의 국제회의를 국제규모 회의로의 확장 기반을 제공하는데 의의를 두는 K-Convention 지원 사업의 경우 기획되어 만들어진 행사보다는 기존의 대행 행사에 소액 단위로 지원하고 있다.
행사의 규모를 확장하는 일, 특히나 대표성을 지니는 대규모 행사로서의 성장은 여러 측면에서의 전폭적 지원과 관심이 요구된다. 따라서 다수 행사에 소액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역량 있는 소수의 행사나 주최자와 기획업이 신규로 기획한 회의를 대상으로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 측면의 대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시산업 부문의 지원체계와 같이 행사의 상장 단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고, 추후에 대형화 또는 글로벌화를 달성한 행사의 경우 지원을 종료하는 인증과 일몰제를 병행하는 체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Q5. 효과적 지원정책 수립과 효율적 운영·관리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현재 국제회의산업 분야에 가장 필요한 개선점은?
우리나라 MICE산업의 지원체계를 보면 코어(Core)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부재하다. 물론, 전국 단위, 지역 단위로 관광공사나 컨벤션뷰로가 있고 지역별 업계를 하나로 모으는 MICE 관련 협의체(예: MICE 얼라이언스 등)도 있지만, MICE산업 육성을 위한 협의체로서의 기능까지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MICE 진흥원’이라는 별도의 전담조직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더 파워 오브 이벤츠’ 협의체와 같이, 우리나라도 MICE 산업 내에서도 산재되어 있는 각 분과를 하나로 모아 산업의 저변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MICE 진흥원 구축을 계기로 ‘비즈니스 이벤트’라는 개념 아래 국제회의 부문과 전시 부문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고, 통합된 산업을 전방위로 컨트롤 하는 기구가 장기적으로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유관기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국제회의의 단순 개최가 아닌 MICE산업 육성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체계를 효율적,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1) UNWTO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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