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8, 리서치, 전략

주최자-참가자 간 이해 불일치를 해결하는 ‘JTBD’ 방법론

성공의 척도가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MICE산업은 단순한 만남의 장을 넘어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양적 성과 창출을 위해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강조했던 기존의 방법론은 한계를 마주했다. 이제 참가자들의 다면적인 기대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질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때다.
그러나 고객조차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 요구를 발견하고 구체화하는 일은 여전히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제다. 점차 다각화되는 계층과 다양한 페르소나를 보유한 참가자들로 인해 이들의 다채로운 요구사항을 실질적 가치로 특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해결해야 하는 과업(Jobs to Be Done, 이하 JTBD)’에 집중하는 방법론이 주목받고 있다. JTBD 방법론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상품을 선택하는 본질적 이유가 곧 특정 과업의 해결을 목표하기 때문이라는 개념으로, 행사 기획자들이 참가자의 진정한 요구사항을 수행하는 행사를 구성하도록 지원하는 접근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주최자와 참가자 간의 이해 불일치를 해결하고자 참가자들의 니즈를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하며, MICE산업이 추구해야 할 고차원적 성장 전략과 접근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업’을 파악하라

▲ JTBD 방법론의 세 가지 상호작용 요소

이제 사람들은 만남 후 헤어지는 상황에서 더는 “연락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디지털 소통이 일상이 된 시 대에서 “카톡 해” 또는 “DM 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메시지 발송을 해결하는 도구로서 문자가 아닌 카톡과 인스타그램을 고용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즉, 사람들이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는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업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고객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업에 집중하는 접근법이 바로 JTBD 방법론이다.
해당 방법론은 혁신 컨설팅 기업 스트래티진(Strategyn LLC)의 창립자 안소니 울빅(+)이 고안한 개념이다. 안소니가 제시한 이론에 따르면, JTBD 방법론에서는 고객(Customer)을 ‘특정 상황에 놓여 진보를 원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또한, 과업(Job)이란 ‘고객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기능적, 사회적, 정서적 차원으로 세분될 수있다. 마지막으로 제품 및 서비스(Product/Service)는 고객이 ‘과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고객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용하여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 과업을 수행하고자 한다”는 개념이 완성된다.
JTBD 방법론의 핵심은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떠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사용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있다. 고객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특정 상황(Situation)에서 현실적 제약(Constraint)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Expected Outcome)를 이루지 못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특정한 감정(Emotion)을 느낀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고객이 직면 한 문제와 원초적 욕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충족 요구사항(Unmet Needs)을 발견함으로써 가장 본질적인 상품 구매 이유인 ‘해결해야 하는 과업’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시장 환경에서 고객조차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고 구조화하는 것은,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제안을 구성하는 데 있어 주효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객 과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충족 니즈를 발굴하는 JTBD 방법론

 참고자료  맥도날드의 밀크셰이크 마케팅 혁신

JTBD 방법론을 적용한 대표적 성공 사례는 21세기 초 혁신주도 성장 연구를 주도했던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이 진행한 ‘밀크셰이크 프로젝트’다. 2000년대 초, 맥도널드로부터 밀크셰이크 품목의 매출 증진을 의뢰받은 클레이튼 교수는 고객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신규 재료를 추가하는 등 다방면으로 제품 개선을 시도했다. 하지만 매출 상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에 다른 접근 방법을 고안해 냈다. 고객이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자, 매장에서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모든 사람을 직접 관찰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클레이튼 교수는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대다수 사람이 오전 9시 이전에 음료를 포장 주문해 바로 승용차에 탑승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 출근길을 운전하는 동안 심심하고 출출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비교적 든든하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밀크셰이크를 선택한 것이다. 도넛은 운전하면서 먹기에 불편했고, 바나나는 너무 빨리 먹어버려서 금방 허기를 느꼈으며,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는 밀크셰이크만큼 출출함을 달래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클레이튼 교수는 밀크셰이크가 수행해야 할 일을 ‘맛있어지는 것’이 아닌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든든해지는 것’으로 정의한 후, 밀크셰이크를 더욱 걸쭉한 재형으로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자료: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마이클 E. 레이너. 성장과 혁신. 교보문고. 2021.04.01., 연구원 재구성

주최자-참가자 간 이해 합치를 지원하는 JTBD 방법론

그렇다면 JTBD 방법론이 MICE산업에 적용될 경우,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이론에 따르면, 제품이나 서비스, 심지어 각종 비즈니스 이벤트가 고객에게 선택되는 맥락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양보다 이들이 제공하는 본질적 가치와 연결된 경우가 많다. 반면, 대부분의 기획자는 참가자 프로필(세분되지 않은 인구통계학적 정보)이나 행사의 외형적 특징(연사 수, 세션 콘텐츠의 다양성, 개최장소의 접근 편리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진심으로 만족할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해당 행사를 고용(선택)함으로써 참가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과업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달려있다.
일례로 대다수 기업의 마케팅팀은 매년 직원들에게 ‘최신 트렌드 파악을 위한 교육 수료’라는 KPI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팀 예산을 배정하여 직원들이 마케팅 컨퍼런스에 참석하도록 한다. 만일 행사 주최자가 이러한 기업의 해결과제를 인식한다면, 마케팅 트렌드 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마케터들에게 필요한 최신 인사이트와 교육 세션 참석 증명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목표했던 교육 수료 KPI 달성이라는 결과물을 얻고, 주최자는 매년 기업에 배정되는 직원 교육 예산을 전략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반대로 핵심 과업이 참가기업 간 네트워크 확대 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영감을 얻는 것이라면, 이는 구조화된 네트워킹 활동이나 대화형 워크숍 등 수행해야 할 과업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되어야 하겠다.
이처럼 JTBD 방법론은 단순히 더 나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과업에 맞춰 기능적 학습, 정서적 참여, 사회적 상호작용이 조화롭게 통합된 환경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원초적 요구를 파악하고 해결함으로써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참가 대상의 목표와 행동을 이해하는 기준 언어를 제공함으로써 팀원들에게 팀의 목표를 더욱 정밀하게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참고자료  마케팅 페르소나와 다중 JTBD… “아빠와 딸의 밀크셰이크는 다르다”

앞서 소개된 밀크셰이크 일화에는 또 다른 인사이트가 숨어져 있다. 바로 JTBD가 단일하게만 정의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앞선 사례에서 클레이튼 교수는 밀크셰이크의 주 고객층이 통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후 시간에는 아이를 동반한 아빠들이 자녀에게 비교적 덜 자극적인 간식을 제공하고 양육자로서의 죄의식을 덜려는 마음으로 밀크셰이크를 구매하고 있던 것이다. 이에, 맥도널드는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걸쭉한 밀크셰이크와는 정반대로, 아이들이 먹기 편리하게끔 부드럽고 묽은 밀크셰이크 제품을 제공하는 이중 전략을 도입했다. 이처럼 복수의 JTBD가 정의된 맥도날드의 사례는 고객의 페르소나와 과업에 따라 다양한 JTBD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JTBD를 충실히 해결해왔더라도 고객의 행동 양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타성에 젖지 않고 고객의 행동 변화를 주기적으로 점검함으로써, 변화하는 니즈와 상황에 맞춰 이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과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지 재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료: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마이클 E. 레이너. 성장과 혁신. 교보문고. 2021.04.01., 연구원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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