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대형 프로젝트와 개발 사업은 “얼마나 크게,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를 기준으로 평가되어 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건물과 인프라가 완공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짧은 기간 동안의 경제 효과가 주요 성과 지표였던 것이다. 그러나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환경·사회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질문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끝나고 나면, 이 지역에 무엇이 남는가?”
시빅 레거시(Civic Legacy)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개념이다. 특정 프로젝트나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지역과 사회에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유·무형의 유산에 초점을 두는 관점이다. 단기적인 붐업이나 일시적인 방문객 증가보다, 지역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삶의 질과 도시·지역의 역량을 어떻게 높이는지에 관심을 두는 접근이다.

시빅 레거시는 라틴어 civis(도시 공동체)에서 나온 civic과 legare(남기다)에서 나온 legacy가 결합된 개념으로, 한 도시나 지역사회가 특정 활동 이후에 무엇을 장기적으로 남기는지에 초점을 두는 관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 시민이나빌 리드는 단순한 친환경·저감를 넘어, 지역과 공동체를 함께 되살리는 ‘재생(regenerative) 디자인’ 개념을 제시한 선도적 실천가이자 이론가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
(USGBC)의 창립 이사이자 LEED의 공동 설계자이다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지역의 공공 인프라, 제도, 관계망, 지식·문화 자원, 환경 개선 등 지역 차원의 구조적 변화가 누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빅 레거시는 단기 성과나 숫자로 계량되는 결과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축적된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다. 이 개념이 부상하는 이유로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성장의 기준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지속가능성”으로 이동

(자료: Trajectory of Ecological Design 기반 연구원 재구성)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얼마나 많이 했는가”보다 “어떤 변화를 남겼는가”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는 ESG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강조되며, 단기 실적이 아니라 탄소중립, 공급망 인권, 지역사회 기여 등 장기 과제에 대한 대응 수준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도 예산 집행의 효과를 단기 지표가 아닌 장기적 영향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으며, 개별 사업의 경제성 뿐 아니라 지역 구조 개선, 삶의 질 향상, 환경 부담 완화와 같은 질적 변화까지 함께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더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도록 압박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빌 리드(Bill Reed)1가 제안한 생태적 디자인 궤도(Trajectory of Ecological Design)의 그래프처럼, 전통적인 ‘퇴보(Degenerating)’ 경제는 더 많은 에너지·자원을 투입해 단기 성과를 내는 구조인 반면, 재생(Regenerating) 단계로 갈수록 환경·지역·공동체를 함께 회복시키는 질적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즉, 단순히 덜 나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환경과 지역을 실제로 회복·강화시키는 단계로 나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와 지역 단위에서 ‘이미지’보다 ‘실질’이 중시되는 흐름
상징적인 랜드마크나 일시적인 붐 조성보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 로컬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 청년과 취약계층의 기회 구조 개선 등 장기적인 변화를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종 프로젝트와 정책은 “진행 과정”뿐 아니라 “종료 이후에도 지역과 사회에 무엇이 남는가”를 함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스타벅스 ICH 테마 매장과 같이, 글로벌 민간 기업이 지역 장인·문화 기관과 협력해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로컬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시도는, 도시 이미지를 위한 상징적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 축적되는 실질적 레거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시빅 레거시 관점에서 2026년 MICE 트렌드는 “행사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크게 유치했는가”가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 지역과 사회에 무엇이 남는가”를 중심 질문으로 삼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회의, 전시, 인센티브 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MICE 행사는 수일 혹은 수주 동안 도시를 스쳐 지나가지만, 시빅 레거시의 시각에서 보면 진짜 평가는 종료 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즉, MICE는 더 이상 단기적인 붐업과 방문객 증가만을 목표로 하는 산업이 아니라, 지역의 구조를 바꾸고 삶의 질과 도시·지역의 역량을 축적하는 계기로 작동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전환은 우선 성과의 기준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MICE산업은 유치 건수, 참가자 수, 생산·소득 유발 효과 등 양적 지표를 중심으로 성과를 설명해 왔다. 산업 성장 초기에는 유효한 접근이었으나, 재정 여건이 빠듯해지고 환경·사회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그 한계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시빅 레거시는 기존 지표를 부정하기보다, 그 위에 “지역 변화”라는 층위를 추가하는 관점이다. 이 행사는 왜 이 도시를 선택했는지, 어떤 지역적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는지, 종료 이후 이 도시의 제도와 인프라, 교육·연구,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남는지, 외부 참가자가 남기고 간 것이 단순한 소비 지출 뿐인지 아니면 지식·네트워크·협력 과제까지 포함하는 지와 같은 질문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얼마나 큰 행사인가”보다 “얼마나 깊이 지역과 맞물려 있는가”가 2026년 이후 MICE를 평가하는 새로운 잣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즉, 2026년 한국 MICE산업의 트렌드로 시빅 레거시를 공감하고 채택한다는 것은, 더 이상 “행사를 위해 도시를 소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와 지역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MICE”를 지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Group of Nations(2021). G7 Summit UK Global Briefing Report.
– ICCA(2025). Porto & North forever pact: Designed for global impact. ICCA Congress 2025.
– Meeting Media Group(2025). ICCA Congress in Porto sets new benchmark with record-breaking multivenue experience. Meeting Media Group.
– Reed, B. (2007). Shifting from ‘sustainability’ to regeneration.Building Research & Information,35(6), 674-680.
– Regenesis Group(2016). Regenerative development and design: A framework for evolving sustainability. John Wiley & Sons.
– – Starbucks Stories Aisa(2025). How Starbucks Intangible Cultural Heritage-Themed Stores in China Empower Communities.
- 빌 리드는 단순한 친환경·저감를 넘어, 지역과 공동체를 함께 되살리는 ‘재생(regenerative) 디자인’ 개념을 제시한 선도적 실천가이자 이론가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
(USGBC)의 창립 이사이자 LEED의 공동 설계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