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커뮤니티는 역설적으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독서 커뮤니티 ‘트레바리’, 소셜 살롱 모임 ‘문토’, 아웃도어 커뮤니티 ‘프립’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있으며, 트레바리의 경우 2019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약 50억 원의 투자를 받음으로써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자, 기업에서도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매스 미디어 기반 표적 광고에 의지해왔던 기존의 비즈니스 문법이 흔들리면서, 더욱 세분된 시장 분석과 경험가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고객과 더욱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 고심하는 중이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한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는 중이다. 이 거스르기 어려운 변화의 흐름에 ‘커뮤니티’가 핵심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커뮤니티 활용전략은 더욱 고도화되어가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커뮤니티가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기업들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살펴보았다. 또한, 현재 트렌드로서 대두되고 있는 커뮤니티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기업들이 커뮤니티의 가치를 조명하는 이유에 대해 다각도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커머스의 위기를 극복하는 ‘경험 경제’로의 전환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1) 는 시장의 변화를 1.0부터 5.0까지의 단계로 구분하여 정의해온 바 있다. 우리는 품질만 우수하면 제품이 팔리던 마켓 1.0을 지나, 이윽고 차별화된 가치 제시가 생존의 핵심이 된 마켓 3.0 시대에 도달하였다. 이는 기업과 고객 그리고 제품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전통적인 시장의 발전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마켓 4.0)이 시작되었다. 이제 시장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Z세대와 알파 세대를 중심으로 한 마켓 5.0 시대에 도달하였으며, 현대 사회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고 개별 요구사항에 맞춤화해주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발표한 ‘스테이트 오브 커넥티드 커스터머(State of Connected Customer)’ 보고서에 따르면, 약 88%의 소비자가 “기업이 제공하는 고객경험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만큼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대비 약 8%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세일즈포스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채널이 활성화돼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펜데믹 이후의 고객은 이미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해졌으며,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시장의 요구는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라 예견하는 중이다. 이는 곧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집중해야 함을 뜻한다. 저성장 시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구매하고, 사용하고, 추천하느냐’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소비자’가 아닌 ‘고객의 경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미래가 되다
커뮤니티 트렌드와 함께,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핵심사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결국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의 창조와 유지(The Purpose of Business is to Create and Keep a Customer)”다. 이는 곧 생존적 관점에서 ‘기업들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구축하고, 또 어떻게 전달해야 하느냐’는 본질에 관한 담론으로 이어진다.
관건은 ‘고객 경험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경험이란 고객과 브랜드가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다. 이 기회를 통해 고객이 성공적으로 브랜드와의 관계에 안착한다면, 해당 고객은 앞으로도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구매를 이어갈 뿐만 아니라 충성도 있는 팬으로 전환될 수 있다.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이제, 커뮤니티 전략을 토대로 핵심 고객들과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유지하는 기업만이 시장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Q1. 플라잉웨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소속 없이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근무하는 ‘프리워커(Free worker)’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일의 규모에 맞춰 여러 구성원을 하나의 팀으로 재구성해 협업하는 ‘커뮤니티 워커(Community worker)’로 근무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2019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플라잉웨일(Flying Whale)’입니다.
현재 플라잉웨일은 컨설팅, 코칭, 티칭, 모더레이팅, 퍼실리테이팅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일의 테마는 주로 커뮤니티와 퍼스널 브랜딩, 루틴 리추얼 프로그램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결국 모두 연결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성장과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2. 과거와 현재, 달라진 커뮤니티의 의미와 이로 인해 발생한 변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커뮤니티는 우리에게 있어 언제나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커뮤니티의 가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고객 커뮤니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지대하게 증가했다는 점인데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의 취향과 관심사가 무한한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확장되면서, 기존의 대응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변화가 너무나도 빨라지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다변화되는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준비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시장에 업데이트(update)와 업그레이드(upgrade)2)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과거 대비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는 뜻인데요. 기술의 발달로 대다수의 산업군에서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하드웨어와 같은 단순한 아웃풋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대신 기업에서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며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휴대폰이 있습니다. 휴대폰 제조사들은 새로운 기능을 그다음 제품에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지원하면서 고객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고객들이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들이 제시하는 피드백들을 잘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만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고객들은 기업이 구축한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피드백이 기업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드는 사례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장인 커뮤니티에 더욱 주목하게 된 것이죠.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더는 일방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현대 사회 소비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더욱 풍부한 브랜드 경험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으로서는 양질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렴함으로써 고객의 니즈를 더욱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Q3. 기업 관점에서 고객 커뮤니티가 주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은 과정은?
고객 커뮤니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크게 아래의 세 가지 측면에 따라 발전해 왔습니다. 먼저 ① 만남의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과거의 커뮤니티는 주로 1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등 특정한 기간을 두고 대면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제약 없는 만남이 빈번해지자, 커뮤니티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나이나 성별, 지역 등 변치 않는 동질성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하던 방식이 소용없게 된 것인데요.
이에 따라, ②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시점과 방향성이 변화했습니다. 변치 않는 공통된 과거를 기반으로 형성된 생존형 커뮤니티가 득세하던 시절을 벗어나,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커뮤니티’라고 하면 동문회, 산악회, 종친회 등이 떠오르던 예전과 달리, 최근의 커뮤니티는 북클럽, 스터티 모임, 취향 기반의 살롱 문화 등 보다 개인화된 만
남으로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예시입니다.
자연스럽게 ③ 커뮤니티 내 위계질서도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40~50대 기득권층이 주를 이뤄 집단의 권력을 지키려는 방편으로 탑다운(Top-down) 형태의 수직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20~30대들이 바텀업(Bottom-up) 형태의 수평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리더가 존재하던 과거와 달리, 커뮤니티 멤버인 개인의 힘이 더욱 커진 것입니다. 역동적인 주체로 재탄생한 커뮤니티 멤버들은 모두 민주적이고 수평적으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구성원이자 리더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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