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ICE산업의 성장세와 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업계와 정부가 MICE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보다 전략적, 정책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 변화와 함께 국제회의, 전시회등의 MICE행사들의 목적 또한 ‘일회성 행사 개최’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마케팅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MICE산업을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관련 시설, 행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컨벤션뷰로는 이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관으로 그 역할과 책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호주 역시 컨벤션뷰로 차원에서 위와 같은 고민과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호주 내 15개 지역컨벤션뷰로의 연합단체인 호주컨벤션뷰로협회(Association of Australian Convention Bureaux Inc., AACB)는 호주의 경제 연구기관인 딜로이트액세스이코노믹스(Deloitte Access Economics)와 함께 ‘호주의 국제MICE행사 부문: 경제적·전략적 가치제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호주컨벤션뷰로협회는 이 보고서를 통해 국제 MICE행사 유치가 호주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진단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업계와 정부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들을 선별하였다.
이 보고서는 호주 MICE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서로 경쟁자 관계이기도 한 지역컨벤션뷰로가 함께 힘을 합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통의 고민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본지에서는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호주컨벤션뷰로협회가 진단한 호주 MICE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호주 MICE산업의 오늘 :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경제적 파급 효과
호주 MICE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
한국에서만큼 호주에서도 MICE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 방문객 중에서 MICE 행사 참가를 목적으로 하는 방문객의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수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MICE 업계에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는 호주 컨벤션뷰로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들은 주요 컨벤션 행사의 안전과 편의 등 서비스 지원을 위해 일하는 동시에, 각 뷰로가 맡고 있는 도시/지역/국가를 수준 높은 MICE 개최지로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호주 컨벤션뷰로가 유치한 비즈니스 이벤트 방문객은 전체 MICE행사 방문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3(회계연도)년에 호주컨벤션뷰로가 직접 유치한 국제 MICE행사가 호주 GDP에 기여한 금액은 약 2억4,1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시에 2,46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있었다.
BTB(Beyond Tourism Benefits),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
MICE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위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치들 이외에도 수치화 할 수 없는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예를 들어, 지식의 창조 및 교환, 혁신과 투자와 같은 요소들의 효과는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는 없으나 분명히 호주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딜로이트 엑세스 이코노믹스는 이처럼 수치화할 수 없는 경제적 효과를 BTB(Beyond Tourism Benefits, 수치화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수익, 이하 BTB)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그림과 같이, 호주의 MICE 방문객과 일반 방문객 지출을 비교하는 그림에서 MICE방문객의 수치 위에 ‘+BTB’라고 표기하여, MICE행사를 통해 해당 수치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호주 MICE산업의 미래 : 컨벤션뷰로, 업계, 정부가 힘을 합친 목표설정
지금 호주 MICE업계에서는 컨벤션뷰로, 업계 그리고 정부가 힘을 합쳐 여러 가지 노력과 정책이 계획되고 있다. 호주컨벤션뷰로 역시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목표에 맞추어 뷰로 활동의 전반적인 흐름과 중점활동을 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의 재계와 정치계의 리더들이 고안한 전략인 ‘투어리즘 2020(Tourism 2020)’을 들 수 있다. 호주 컨벤션뷰로는 ‘투어리즘 2020’의 내용을 참고하여, 정부와 재계가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쟁점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고안하였다.
호주 정부는 2020년까지 숙박을 하는 해외 및 국내 방문객의 지출액을 1,150억 ~ 1,400억 달러까지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꾸준히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는 핵심 시장(key markets)에서의 시장점유율을 확대시키고, 업계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호주정부와 업계는 관련 노동력을 강화하고, 숙박시설 확대, 국내/국제 항공편증편 등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투어리즘 2020’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투어리즘 2020’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개의 전략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각각의 세부 내용과 전략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아시아권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를 적극 활용한다.
호주에서 개최되는 국제적인 MICE행사에 참가하는 해외참가자의 30%는 아시아에서 온 참가자인데, 2010년에서 2020년까지 예상되는 업계 성장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권 해외 방문객에서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 중 42%가 중국인 해외 방문객일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소비자들의 소비욕구 증가, 급증하는 중산층의 성장세(특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다. 호주는 아시아에 근접해 있는 서구선진 국가이자 영어권 국가이며 매력적인 장소이다. 호주 업계와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아시아권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유통을 강화하며, 제대로 기획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적합한 상품과 관련 정책 체계를 개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2. 경쟁력 있는 디지털 역량을 확보한다.
호주를 마케팅하거나 상품을 유통함에 있어 강력한 디지털 역량을 갖추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현재 호주인구의 80%가 온라인을 사용하고 있고, 202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66%가 온라인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걸맞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마케팅과 업무역량을 개발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호주 관광 사업자 중 3분의 1만이 온라인 예약 및 지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직 호주 관광업계가 국내/외 고객 모두를 감당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호주 정부는 더 많은 관광 사업자들이 온라인에서의 사업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업계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3. 투자 관련 규제를 개혁한다.
MICE행사 참가자/참관객의 26%는 최소 1명 이상의 가족을 동반하고, 46%는 MICE 본 행사뿐만 아니라, 해당 행사의 전/후에 기획된 관광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결국, MICE행사 참가자/참관객의 지출을 당사자 1명이 해당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출한 직접 비용(항공료, 참가비 등)으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잠재력에 비해 호주의 관광업에 대한 투자는 다소 뒤떨어져 있다. 2000년~2001년부터 2009년~2010년까지 관광업에 대한 투자는 호주 경제 내 다른 산업에 대한 투자 대비 불과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호주컨벤션뷰로협회는 이와 같이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가 다른 산업에 비해 부진한 이유로 관광업 투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하여 업계와 함께 관광업 투자에 대한 장벽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무분별한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시설이나 행사에 대한 기반 부족으로 인해 MICE행사 주최 및 참가를 위해 호주를 찾는 이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손실이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개혁하고 적정 수준의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업계는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상품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4. 운송 관련 기반을 확대한다.
호주로 유입되는 MICE행사 해외 참가자들의 국적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고, 그 숫자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항공, 선박 등 운송 관련 기반을 확대하고 해당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어리즘 2020’에서는 항공사와의 업무 협력을 통해 기존 항공노선에 대한 증편, 신규 노선 신설 등의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호주로 해외 참가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또 다른 경로인 선박에 대한 양적, 질적 확충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5.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숙련된 관광업 종사자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
호주 관광업계는 36,000개의 일자리 부족에 직면하고 있으며, 호주 국내 평균보다 구인 수요가 4배 이상 높다. 이는 호주에 방문하고자 하는 해외 방문객들의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호주 관광업계는 2015년까지 26,000명의 숙련된 인력을 포함한 56,000명의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호주 정부는 이러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와 함께 업계 종사자에 대한 신규채용과 이탈방지, 유동적 활용, 교육 및 훈련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숙련된 관광업 종사자의 공급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6. MICE업계의 생산성과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호주의 MICE산업은 다른 호주 내 경제 분야에 비해, 그리고 다른 경쟁 국가의 MICE산업과 비교했을 때도 생산성이 낮은 편이다. 이는 호주 관광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호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업계와 함께 생산성, 창의성, 그리고 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호주 MICE산업의 생산성이 타 산업에 비해 다소 뒤쳐져 있다고 할지라도, 컨벤션뷰로의 여러 가지 노력들 덕분에 발생하는 방문객 지출이 실질적으로 호주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MICE시설, 전문가, 매력적인 관광 자산 등의 국제 MICE행사를 개최하기에 좋은 기반을 갖고 있다. 그러나 MICE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중동 지역 국가들이 정부차원의 MICE산업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여러 형태의 정부보조금을 MICE행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제 MICE 시장에서 호주가 취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호주는 이러한 MICE 시장환경에서 국제적인 행사 개최지로서의 호주의 위상을 강화·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업계와 정부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호주가 국제회의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것은 정부와 업계의 이러한 전략적인 노력과 협업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