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돌이켜보면 관광산업은 다시 찾아온 관광객의 발길로 분주한 한 해를 보낸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지면서 하늘길은 비행기로 가득 찼다. 숙박시설도 손님 맞이로 호황기를 누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5월 이후 일본행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때를 돌아보면 관광수요의 회복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수는 이미 코로나 이전 대비 약 100만 명 이상 더 많이 방문한 상황이었다. 활기를 되찾은 관광산업, 2024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대형 호텔 그룹 아코르(Accor), 힐튼 호텔&리조트(Hilton Hotel&Resort), 메리어트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은 2024년 그룹여행과 호텔산업 트렌드 예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본 고는 3종의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2024년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트렌드① 식을 줄 모르는 웰빙과 워라밸의 인기
2024년에도 ‘웰빙’은 관광을 이끄는 주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객들이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휴양지에 앉아 여유로움을 즐기던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웰니스를 추구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을 시사한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65%는 주짓수나 킥복싱과 같은 활동적이고 격렬한 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58%는 요가와 명상과 같은 마음챙김(Mindfullness) 활동에 관심을 표했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웰빙이 단순히 휴식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피트니스 클래스, 건강관리 세미나, 골고루 영양을 갖춘 식사 등 감각적인 경험을 호텔 차원에서 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코르의 보고서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라는 말이 유행한 것처럼, 워라밸을 위해 웰빙, 유연한 스케쥴, 영양 식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MICE산업에서도 참가자들의 건강과 웰빙을 중심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충분히 취할 수 있게끔 시간 배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웰빙과 워라밸은 ‘블레저(Bleisure)여행’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힐튼호텔그룹이 세대별 호텔방문 행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출장 계획을 가지고 있는 MZ세대 중 3분의 1 이상이 출장 기간을 연장하여 업무시간 전후에 여행 시간을 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비즈니스 여행객의 24%는 내년도 출장에 친구나 가족을 데려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힐튼의 CEO인 크리스토퍼 J. 나세타(Christopher J. Nassetta)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관광객들은 여행 트렌드에 빠른 변화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유를 찾는 웰빙을 즐기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업무상 출장과 여행 간의 경계를 허물어 자신들의 워라밸을 유지하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방식도 관광산업이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② 더 강해지는 로컬 수요
힐튼호텔그룹은 “소비자들이 경험 구매를 중요시함에 따라 여행지역에서의 식사, 문화, 소통은 여행 결정 단계에서 강력한 소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202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식도락 여행객들이 메인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점이 힐튼호텔의 시각이다. 소비자들은 또 그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관광지에서 배우는 시간을 갖고, 역으로 다시 자신의 문화를 다시금 돌이켜보는 순간을 즐기면서, 타인의 연결성이 직간접적으로 두드러지게 되는 여행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워크샵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이벤트 참가자들이 지역의 고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점점 더 기대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응답자의 26%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앞으로 여행객들은 지역주민의 삶을 더욱 밀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authentic)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미지의 여행지를 탐색하고자 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0%는 ‘지역 음료를 탐험하고 지역의 식문화에 완전히 몰입하기’를 원하며, 57%는 ‘여행 중에 지역 요리와 식사 특산품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원활한 언어적 소통을 위해 58%가 지역 언어를 배우는 데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트렌드③ 연이어 강조되는 지속가능성 트렌드
2024년에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힐튼호텔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중 74%가 탄소 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친환경적인 여행지를 방문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최근 관광객들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복구 중인 지역사회에 지원하는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높은 탄소배출양을 배출하는 여행을 줄이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여행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옵션을 선택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코르는 MICE산업에서도 유사한 트렌드를 목격했다며 “탄소 배출과 폐기물 감소에 중점을 둔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회의 및 이벤트의 필수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회의 및 이벤트를 개최할 때 자사의 탄소 감소 규칙에 따라 재사용 용기나 식물성 폐기물, 온도 관리까지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렌드④ 융통성 있는 서비스와 옵션을 제공하라
아코르는 “내년도에는 MICE산업의 구조와 서비스가 대대적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은 “MICE산업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참가자에게 독창적인 생각과 다양한 사고방식을 북돋워 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차원적 접근에 그친다면 앞으로 매우 힘겨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일침했다.
그 가운데, 서비스의 융통성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수정된 계획을 빠르게 적용해줄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개최지 또는 행사장 선정에 중요한 평가지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 것이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밝힌 ‘2024년 장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조사’에서 응답자 중 49%는 ‘조건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정도’에 47%, ‘질문 및 요청에 대한 빠른 응답’에는 46%의 긍정응답이 모였다. 또한, 응답자의 34%만이 ‘호텔/목적지 선택이 이전 경험을 참고한다’고 답함에 따라, 이제는 과거의 서비스 경험보다는 당장의 실현가능성과 빠른 피드백 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트렌드⑤ AI로 더 편리해지는 관광‧MICE산업
호텔업계도 인공지능 기술이 관광‧MICE산업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관광 업계는 참가자 및 관광객 경험 증진을 목표로 기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급격한 성장으로 빠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MICE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참석할 수 있는 날짜를 분석하거나, 주제에 맞는 최고의 연사들을 찾아내어 가장 최적의 시기를 찾아내는 것도 인공지능을 접목한다면 너무나 손쉬워진다. 개별 참가자의 니즈에 맞춰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는 것도 이제 먼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힐튼호텔그룹은 “고객의 80%가 여행 여정 전반의 온라인 예약 가능 여부는 매우 중요한 선택속성으로 꼽고 있다”며 “여행객들은 자신의 필요에 맞게 개인화된 일관적이고 원활한 경험을 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AI 기술이 직관적이고 유용하다고 여기는 동시에, 호텔에서만 찾을 수 있는 휴먼터치도 가치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