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
최근 글로벌 MICE 업계에서는 ‘경험’에 대한 고민으로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경험의 가치가 증가하면서 개최지와 MICE 행사의 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개최지의 편리한 방문 경험과 잊지 못할 행사 경험이 더해져야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저 저렴함을 앞세운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MICE산업을 조망하는 글로벌 매체 스키프트(SKIFT)는 ‘데스티네이션익스피어리언스서밋(Destination Experience Summit)’을 개최하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참가자 경험에 대한 유익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번 행사는 온라인 행사로 진행되었으며 개최지 마케팅 관련 단체 데스테네이션인터내셔널(Destination International)과 뉴올리언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라스베이거스, 뉴질랜드 등 주요 MICE 국가와 도시에서 참여하였으며,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TED와 CES의 주최기관이 참여하여 개최지 경험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였다.
[민간 부문] “경험 증대를 위한 신흥 MICE 개최지 발굴이 필요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신흥 개최지 발굴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특히 인센티브 투어 분야에서는 새로운 개최지 발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치브인센티브스(Achieve Incentives)의 공동대표 에슐리 로슨(Ashely Lawson)은 “인센티브 투어가 기업 조직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는 만큼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더욱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하여 기존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관광지를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인바운드 인센티브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트래블인디아(Creative Travel India)의 라힙 코리(Rajeev Kohli) 매니저도 “기존의 관광 주요국으로 꼽히던 나라와 도시들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지만, 새로운 관광지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말하는 신흥 개최지가 주는 신선한 임팩트는 경험 증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동안 MICE 시장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지역인만큼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도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애로사항 극복 방안에 대하여 로슨 대표는 “신흥 개최지에서 시장을 개척하려면 로컬 업계와의 파트너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프로그램이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획자 입장에서는 더 다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진행이 어려웠던 프로그램을 신흥 개최지에 역으로 제안하면서 원활한 인센티브 투어 운영의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도 추진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리 매니저도 이에 공감하며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인센티브 투어의 지속가능한 가치 탐색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업계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부문] 캐나다가 TED와의 파트너십에서 얻은 교훈
최근 캐나다컨벤션뷰로는 TED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TED가 캐나다에 둥지를 틀면서 행사를 찾는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한 차례 컨퍼런스를 진행한 후 캐나다와 TED의 관계자들이 스키프트의 포럼에 참여하여 소회와 교훈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TED의 차별점은 철저한 고객여정분석을 통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여러 채널을 통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TED 컨퍼런스의 모니크 러프벨(Monique Ruff-Bell) 이벤트 본부장은 “참가자들에게 행사는 투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TED는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는 투자의 가치는 무엇일지 고민해보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의 경험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TED 컨퍼런스 개최는 베뉴와 지역 소재 MICE 업계의 경험에도 남다른 교훈을 남겼다. MICE 기획사 더이벤트스트래지스트(The Event Strategist)의 니콜라 캐스너(Nicola Kastner)는 “지금까지 수많은 행사를 지원해왔지만, TED 같이 참가자 경험 설계가 탄탄한 행사를 처음 봤다”며 “참가자를 대하는 TED의 철학과 기획력을 학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벤쿠버컨벤션센터의 클레어 스미스(Claire Smith) 부사장도 “창의적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베뉴가 함께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TED의 실험적이고 독특한 행사장 구성 전략은 컨벤션센터로 하여금 새로운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고 말했다.
[정책 부문] 관광 제한 지침이 관광·MICE산업에 미치는 영향
관광 제한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둘러싼 관광·MICE 업계의 의견도 제기되었다. 최근 사회, 경제 및 정치적 사유를 근거로 일부 국가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 제한 정책’을 주제 아래 모인 데스티네이션인터내셔널의 의장과 LGBT 미팅산업협회의 협회장, 테네오호스피탈리티그룹(Teneo Hosptality Group)의 부사장은 “관광 제한 또는 특정 국가에 대한 보이콧 선언은 관광
MICE산업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데스티네이션인터내셔널의 잭 존슨(Jack Johnson) 의장은 “유관분야 종사자의 시선을 배제하고 보면 국가의 관광 제한령에 붙는 사유는 대체로 납득 가능한 것들”이라면서도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 갈증에 관광·MICE산업이 볼모가 되는 셈”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해당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관광 제한 지침에 대한 결정을 둘러싼 득과 실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네오 호스피탈리티그룹의 개리 무라카미(Gary Murakami) 부사장은 “관광·MICE산업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이해를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우리 산업이 창출하는 사회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저평가되고 있어 관광 제한 지침이 정치적 교섭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관광 제한 지침에 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경험 관리에 미치는 악영향에 있다. 이번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관광 제한 지침은 유관분야의 시장침체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참가자 경험 강화가 강조되는 과도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악수가 될 수 있다”며 “정책 의사결정권자들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 MICE 경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당면과제
참가자들을 위한 잊지 못할 경험에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최지 경험의 안전성에 관한 주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뉴욕컨벤션뷰로와 샌프란시스코관광협회, 워릭컨벤션뷰로가 세션에 참여하였다. 워릭컨벤션뷰로의 크리스튼 아다모(Kristen Adamo) 대표는 최근 워릭에서 선보이고 있는 ‘MICE 참가자들을 위한 안전 관리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MICE 행사 안전관리의 중추는 컨벤션센터”라며 “개최지와 컨벤션센터 간의 유기적 협업과 안전에 대한 깨어있는 인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관광협회의 니콜 로저스 부회장은 “관광객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경험을 지원하기 위하여 우리 지역에서는 시민들로 구성된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지역의 앰배서더 프로그램은 참가자 경험 지원과 MICE산업 활성화로 나뉘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업계를 벗어났던 인력들이 다시 우리 산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장려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에서는 ‘안전 관광을 위한 리더스 그룹(Leaders Group of Tourism Safety)’ 프로그램 운영이 한창이다. 뉴욕컨벤션뷰로의 켈리 커틴(Kelly Curtine) 부사장은 “관광·MICE 전문가로 구성된 리더 그룹을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안전 경험 설계에 필요한 지원사항과 아이디어를 발빠르게 수집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례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