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디자인에서 행동 디자인으로: 최고의 설계 전략, ‘이벤트 심리학’

▲ 마티 이벤트(Matey Events) CFO 빅토리아 마티(Victoria Matey)


이벤트 기획자들의 역할은 시간이 지나며 무수한 변화를 거쳐왔다. 한때는 그저 ‘예약 담당자’ 정도로 여겨졌던 이벤트 기획자들이 이제는 기획 및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이벤트 경험 디자이너’로 거듭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벤트 기획자들이 ‘행동 디자이너’라고 새롭게 불리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또 다른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명칭의 변경만이 아닌, 이벤트 기획에 대한 접근 방식이 총체적으로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셈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이벤트 분야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이다.
물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이벤트 기획자의 역할이 진화하는 이유와 그 의미가 무엇인지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벤트 기획자의 역할 변천사와 그 변화가 함축하고 있는 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에, 본 고에서는 GMI 웨비나 시리즈의 마지막 기고인 경험 디자인에서 행동 디자인으로: 최고의 설계 전략, ‘이벤트 심리학’을 통해 비즈니스 이벤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행동 심리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왜 그리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이벤트 기획자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총망라해 보았다.

최근 미국에서는 행동 과학 기반 컨설팅 기업 크레이머(Cramer)에서 발표한 ‘경험 디자이너가 새로운 이벤트 기획자로 떠오르는 이유(Why Experience Designers are the New Event Planners)’라는 제목의 기사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주된 골자는 “사회 전반에서 소비자 중심의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 이하 XD)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벤트 기획자들 또한 경험 디자이너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셉 파인(Joseph Pine)과 제임스 길모어(James H. Gilmore)가 1998년 제시한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 개념에서부터 기인하고 있다. 여기서 ‘경험 경제’란 경제적 가치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제공을 넘어, 고객에게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경제 체계를 말한다. 즉, 기존에는 UI/UX 등 웹상의 사용자 경험에만 국한되어 사용되었던 경험 디자인의 정의가 오늘날 기존의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 및 옴니채널 환경을 모두 포함하며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생일 문화의 변천사만 보더라도 이러한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먹으며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곤 했다. 산업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은 필요한 재료를 미리 혼합해 편의성을 개선한 케익 믹스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갈수록 바빠지는 사람들을 위해 완성된 케이크를 판매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더 이상 케이크로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 그 대신 생일 파티를 열고 해당 경험의 대가로 이벤트 비용을 지불하곤 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소비재 산업에만 국한된 경험이 아니며, 현대사회에서 경험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많은 예시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요컨대, 우리는 ‘경험’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경험 경제가 더욱 확고히 자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에 따라 이벤트 기획자들도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만, 여전히 흔하게 나타나는 오류 중 하나는 종종 상품 또는 서비스가 경험과 동일시된다는 것이다.
경험 경제의 혁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란 ‘개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고유한 과정’이며, 비정형적 구성체가 아닌 제품 및 서비스와 같은 실제적 가치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는 각각 유·무형적인 특성을 보이는 반면, 경험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는 경제적 제공물로서 구매자 외부에 상주하는 반면, 경험은 구매자 내부에 남는다. 경험은 상품이나 서비스처럼 단순히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건(event) 속에서 개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이벤트 경험 디자인은 모든 디자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소통(meaningful engagement)과 정서적 개입(emotional involvement) 그리고 전략에 기반한 접근 방식(strategy-based approach)을 특징으로 한다. 행동 디자인 시대에 들어선 현재,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이해한다면 참가자 행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이벤트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혁신할 수 있겠다.

단순히 이벤트를 계획하는 것을 넘어, 참가자들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이들의 행동을 고려한 이벤트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모든 이벤트는 참가자들에게 서로를 연결시키고 활력을 불어넣으며, 교육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창출하는 힘을 지니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이벤트 참가자들의 모든 여정에서는 다양한 경험이 발생하며, 이러한 경험이 변혁적일수록 참가자들의 인식과 행동은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이것이 바로 이벤트 기획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동 디자인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참가자가 이벤트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행사 참여 후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과정까지 그 모든 행동들을 도식화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가 이벤트를 인지하고 참가 등록을 위해 개인 정보를 입력하는 순간부터, 행사장에서 휴식하는 순간이나 이벤트가 종료된 이후 네트워킹하는 순간까지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서 해당 시점에 어떤 행동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위 자료는 기존의 이벤트 계획, 경험 디자인, 행동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이벤트 디자인의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것이다. 기존의 이벤트 기획 방식과 달리, 경험 디자이너의 경우 참가자 여정 지도를 매핑(Mapping)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의 경험을 구성하는 중요한 접점들을 식별하고, 이러한 접점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 과학을 디자인의 핵심 기반으로 두고 이벤트를 계획할 경우, 단순히 하나의 이벤트 순간을 기획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경험 디자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행동 및 심리에 대한 여정을 고려하고, 참가자들에게서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이들의 내면 깊숙이 지속적인 인상을 남겨 결국에는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촉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참가자 심리를 깊이 이해하고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만한 경험을 디자인하고자 노력한다면, 단순한 이벤트 기획을 넘어서 차별화된 경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여타 산업에서는 소비자 경험 디자인을 위해 운영 여정 지도(Operational Journey Map, 이하 OJM)가 통상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OJM은 주로 소비자의 제품 구매 경험을 크게 ‘구매 전(Pre-Purchase)’, ‘구매 중(Purchase)’, ‘구매 후(Post-Purchase)’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는 행동 디자인을 고려한 소비자 여정 지도와는 분명한 차이점을 가진다. 고객들의 심리와 관계된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행동과는 다른, 여러 가지 차이점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를 합리적인 개인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치 판단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못할뿐더러, 쉬운 선택을 위해 정신적 지름길(mental shortcuts)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OJM은 단일한 채널 경로를 가정하는 경우가 많으나, 현대사회의 소비자들은 다중채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소비자 행동 파악을 위한 주요 데이터를 놓치기도 한다.
이에, 행동 디자인의 접목이 필요한 것이다. 구매 전 단계에서는 정보의 파도에 휩쓸린 소비자들이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하며, 구매 단계에서는 제시된 정보와 고려중인 대안의 수 또는 유형이 고객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품 구매 후에는 소비자들이 구매 전 단계에서 세웠던 목표를 고수하는 데 어떤 동기적·인지적 요인이 활용되었는지, 또는 어떤 심리적 장벽이 구매를 거부하게 만들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비즈니스 이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행동 디자인을 향한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이 이벤트에 참여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며 주안점을 발견해야 한다. 글로벌 이벤트 기획사 엔코어(Encore)가 공개한 ‘참가자 여정 매핑 보고서(Mapping the Attendee Journey)’에 따르면, 참가자 여정을 매핑하기 위해서는 총 5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① 핵심 고객의 세그먼트(customer)를 정의하고, ② 각 고객 세그먼트에 대한 이벤트 목표를 파악하여 ➂ 입장 행동(entrance behavior)과 ➃ 퇴장 행동(exit behavior)에 대해 기술함으로써 ⑤ 참가자의 목표와 행동에 대한 경험 여정 계획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벤트 기획에 앞서 행동 디자인에 기반한 참가자 경험 여정 지도를 매핑한다면,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이벤트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각 고객 그룹별로 필요한 요소와 기술, 투자를 위한 우선 사항 등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자료  COM-B 모델과 행동 변화 휠(The Behavior Change Wheel)

▲ COM-B 모델


COM-B 모델은 ‘역량(Capability)’, ‘동기(Motivation)’, ‘기회(Opportunity)’라는 세 가지 요인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역량’은 지식 혹은 기술 등의 심리적·신체적 기능을 뜻하며, ‘기회’는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동기’는 습관적인 행위와 계획,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사 결정 등을 포함한다. 

한편, 행동 변화 휠은 위의 COM-B 모델을 기반으로 한층 더 발전시킨 모델이다. COM-B 모델의 구성 요인을 중심으로 그 다음 단계인 간섭(Intervention) 계층과 간섭을 해결할 정책(Policy)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영국의 농부들은 이륜차 이용 시 헬멧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헬멧을 무시하는 경향(행동 요인중 ‘기회’)이 있으며 규제(간섭 계층 중 ‘규제’)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정책 계층 중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 행동변화 휠

앞선 내용을 통해, 행동 심리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는 막막할 수 있다. 길라잡이가 되어줄 아래 세 가지 전략을 토대로, 큰 방향성을 잡은 뒤 개별 상황에 적합한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첫째,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라. 행동 심리학에 대한 기본 개념 또는 이론에 대해 다루는 서적이나 팟캐스트, 온라인 강좌 등에는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완료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관련한 웹 세미나 또는 컨퍼런스에 참여하거나, 행동 심리학적 접근 방식을 모색하는 전문가 커뮤니티에 가입해 볼 수도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런 활동들은 사람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지, 설명하는 행동 과학의 원칙을 터득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자주 실천하라. 이벤트 기획 초반 단계부터 행동 심리학을 적용하고 작은 행동의 순간들을 찾아내어 적용하기 시작하라. 앞서 배운 다양한 행동 심리학 법칙 또는 전략들을 실무에 적용해 본다면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주요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데 있어 강력한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셋째, 자문을 얻거나 행동 심리 전문가를 고용하라. 행동 심리학에 초점을 맞춘 이벤트 디자인은 매우 복잡하나, 전문가들의 통찰력과 이들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은 분명한 가치가 있다. 전문 지식의 도움을 받아 이벤트 심리학을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업계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만남의 장을 계획하던 단계에서, 하나의 몰입형 경험을 큐레이션하는 단계로 발전함에 따라, 이제 MICE산업은 한층 더 진화한 ‘행동 디자인’ 이벤트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간에 사라지는 트렌드가 아닌, 인간의 행동 심리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는 점진적인 도약과도 같다. 
이에, 현재 글로벌 MICE산업의 주요 기업들은 행동 심리학자 또는 전문 컨설턴트 등을 고용함으로써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우수사례로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IMEX 또는 C2 Montreal의 경우, 이러한 동향을 인지하고 행사 전반에 행동 디자인을 적용하고자 매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구글(Google)에서는 Neu 프로젝트(Neu Project)를 통해 신경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하는 접근법을 탐구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 심리에 대한 분석과 신경 과학 모델을 적용하여 이벤트 성과를 더욱 높이고자 하는 행동 디자인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이벤트 기획자에서 행동 디자이너로의 전환은 곧 이벤트라는 하나의 순간을 기획하는 것에서 계획된 특정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앞으로 MICE 전문가에게 이벤트 행동 심리학은 가장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학문으로 자리할 것임이 기대된다.

[참고자료] 

Author: Victoria Matey, Event Psychology Advisor, Matey Events 
Event Psychology resources: eventpsychology.gumroad.com
Contact details: @MateyEv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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