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어요(ㅠ.ㅠ)”
최근 MICE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리다. 행사는 늘어가는데 이를 소화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인 공고를 수차례 올려보아도 시원치가 않다. 어렵사리 채용한 신규 인력도 오래지 않아 퇴사 의향을 밝히고는 한다. 경력을 보유한 기존 인력들마저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듯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개인에게 할당되는 업무량이 증가하여 기존 인력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니 업계 회복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노를 잡을 사람이 없다. 당장은 급류에라도 휩쓸려 움직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동력과 방향을 모두 잃는 때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조성되고 있다.
변혁의 중심에 선 지금, 여느 때보다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필요한 때다. 그 힘은 인력에서 나온다. 실질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오늘날 인력난을 두고 전문가들은 “임금상승과 처우개선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새로운 고용문화 적용과 조직적 관리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고용 시스템 전반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미봉책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 설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외 MICE 업계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자 일자리로서의 MICE산업을 다각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글로벌 고용시장의 변화를 조명하고, MICE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 균형 잃은 고용시장
고용시장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듯하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미국 노동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경제성장률의 호조세가 강화되면서 고용시장에 일자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급격한 수요 상승으로 인한 초과수요상황이 벌어졌고 고용난과 인건비 상승 등의 이슈로 산업계는 다시금 위기에 봉착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부터는 핵심 연령층(25~5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80%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여성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2022년 12월 56.8% → 2023년 3월 57.3%)하면서 노동 수급의 격차가 완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 부족 경험으로 인한 기업의 고용유지 현상과 투자 둔화 등이 장기화되면서 고용유인이 감소하여 다시 실업률 상승으로 연결되는 역설적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2020년부터 대폭 깨져버린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2021년부터 가파른 상승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해외노동자 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노동 수급 불균형의 원인을 찾아서…“정밀진단이 필요한 시점”
오늘날 노동시장의 현상은 거시경제적 관점으로만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체질과 시스템 변화를 겪고 있는 노동시장의 세부사항은 숫자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하 IMF)은 ‘코로나19가 야기한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Has COVID-19 Induced Labor Market Mismatch? )’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 산업 분야가 경험하고 있는 인력 수급 불균형의 원인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고령층과 여성 인력의 시장 이탈, 구직자와 구인자의 눈높이 차이다. 팬데믹 때문에 외부활동이 어려웠던 고령층과 가정을 돌보느라 직장에 나갈 수 없었던 여성 인력들이 최근 다시 고용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이들의 빈자리는 일부 채워지고 있는 듯하지만, 구직자와 고용자 간의 미스매치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IMF는 “구직자들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근무환경을 원하고 있는 반면, 기업의 수용력이 변화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여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견조한 취업률과 심각한 미스매치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 노동시장 동향 및 일자리 미스매치(2023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지표는 2021년부터 회복되는 양상으로 전환됐었다가 2022년 3분기부터 취업자 증가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2022년 2분기 16만 2,000명 → 2022년 3분기 6만 3,000명). 고용률 증가폭도 3.0p%에서 1.9p%까지 감소했다.
이처럼 양적 고용지표의 하락과 함께 임금, 종사상의 지위(상용직 및 임시직) 등 질적 고용지표에서도 미스매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고용정보원의 희망직업취업 현황 조사결과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직업적 분류가 세밀해질수록 희망직업 미취업자의 비율이 월등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경제위기로 인해 취업시장이 위촉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게 되자 구직자들이 자신의 교육 및 기술수준에 맞는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희망하지 않은 일자리에 임시로 취업하거나 구직활동을 단념해버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임시로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전공 및 기술 불일치 근로자의 직무만족도 하락과 근로 의욕 저하로 인해 직장이동 성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