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호소하는 글로벌 MICE산업…“타개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리오프닝을 목전에 두고 관광·MICE 업계는 때아닌 인력난에 봉착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면행사 재개의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하자, 얼어붙었던 고용시장도 조금씩 누그러드는가 싶었으나 정작 인력이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업계에서 대규모 인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직하는 ‘퇴사바람’까지 불면서, 고용주들은 이다음에는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추측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국내외 인적자원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위드코로나를 넘어 엔데믹으로 넘어온 지금 시점에서는 달라진 일의 개념과 방식, 고용 형태, 라이프스타일 등을 토대로 새로운 고용 환경을 분석하여 신규인력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은 언제나 수요와 공급의 원활한 연결을 필요로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례 없는 고용시장의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는 오늘날, 신흥 고용 트렌드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1. 글로벌 고용시장 현황 분석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이 온다… 달라지는 역학관계
전 세계가 구인난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짓눌렸던 경제와 고용시장이 회복하면서 일자리는 증가세를 보이나 정작 일할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일례로 2021년 11월에는 미국에서 450만 명의 직장인들이 ‘대(大) 퇴사(Great Resignation)’ 행렬을 이루는 등 노동 공급망 측면에서 엄청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퇴사(quit)가 전염(contagion)처럼 번져나가고 있다는 뜻에서 ‘퀴테이젼(quit+contag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5개국(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영국, 미국) 5천 명 이상의 응답자 중 약 40%가 향후 3~6개월을 기준으로 자발적 퇴사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글로벌 회계·경영 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PwC)의 최고경영자(CEO) 밥 모리츠(Bob Moritz)는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적합한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며 “팬데믹이 마무리되어 가면서 앞으로 12~18개월 이내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인난 심화되는 MICE산업 현장, 발빠르게 대책 세워야
국내 노동시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7년(2013-2019)간 관광종사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국제회의업은 팬데믹 이전에도 동일한 지속적인 종사자 수 감소세를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간 신규인력 채용 및 퇴직 현황 조사’에 따르면, 신규 입사자 수가 3천 명대에서 1천 명대로 줄어드는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18년도에는 연간 신규 채용자 수가 1,260명, 이직자 수가 1,314명으로 처음으로 퇴사자 수가 입사자 수를 뛰어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한 ‘관광산업 고용 안전망 실태분석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는 비단 팬데믹으로 인한 업계 불황이 독단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듯하다. 업계의 지속적인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코로나19 영향이 배가되면서 관광·MICE산업 종사자의 휴직, 퇴사 및 실업이 증가함에 따라 현재의 파괴적인 고용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고용유지는 인적서비스를 바탕으로 하는 MICE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며, 양질의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충족되어야만 하는 과제이다. HR서비스산업협회 남창우 사무총장은 “그동안 관광 및 호텔, MICE 업계가 위축되면서 관련 전문인력도 많이 줄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인력공급이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인력난에 직면하지 않도록 원활하게 인력을 공급할 방안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 노동환경의 변화와 고용시장 이슈
모두가 퇴사하는 시대, “그들은 왜 사표를 냈나”
이처럼 대규모 퇴직의 시대는 어느 날 불쑥 출현한 현상이 아니다. GMI 47호에서도 다루었듯이 코로나 MZ세대에서 시작된 자발적 이직의 증가가 다양한 요소와 결합하여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또한, 이 물결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얼어붙은 고용시장의 흐름 속에서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이유를 살펴보고 적합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근로자들이 ‘기업을 떠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맥킨지의 ‘대규모 퇴직 혹은 엄청난 매력? 선택은 당신의 것(Great Attrition or Great Attraction? The choice is yours)’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주과 근로자, 각 주체가 생각하는 퇴사의 원인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먼저, 기업은 임금·보상 관련 불만족또는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과 관련한 문제가 퇴사의 원인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조직이나 관리자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소속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전했다. 즉, 직원은 관계적 요인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높았지만, 기업 측에서는 주로 거래적 요인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곧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 직원들의 정서적인 측면까지 확장되었음을 뜻한다.
조직 성과 높이려면 변화를 견인할 “동인” 찾아라
조직 구성원이 인식하는 목적의식 부문에서도 선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설문 조사에서 직원의 약 70%는 개인의 목적의식이 주로 업무에 의해 정의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작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목적의식대로 살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는 고위간부급의 경우, 85%가 직장에서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일반 관리자와 직원들은 15%만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의식은 개인의 성취감 있는 삶과 성공적인 조직의 근본적인 구성요소다. 따라서 직장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산적일 수밖에 없으며, 조직의 비전과 자신의 목적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면 참여도와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인적자원은 시장의 혁신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존재들이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에 우선하여 속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인 콘페리(Korn Ferry)의 수석 파트너 캘빈 캐시먼(Calvin kaesimon)은 “조직의 목적의식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리더의 임무”라며 “개인, 팀, 조직의 목적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사적 차원의 공동체 의식이나 목적을 공유하고, 이를 굳건하게 실현하는 조직들은 벤치마킹의 대상이자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조직에서는 거대한 열망과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을 뜻하는 “거시적 개혁목적(Massive Transformation Purpose, MTP)”과 같이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에 대한 일체감을 경험하도록 추구해 나가고 있다. 실례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세상(Belong Anywhere)’이라는 MTP를 가지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나 살아보는 경험, 그리고 어떤 사회든지 즉시 속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TED는 ‘전파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 구글은 ‘세상의 정보를 조직화한다(Organizing all of the world’s information)’는 고유의 MTP를 정립했다.
3. 국제 좌담회: MICE 고용시장의 전망과 과제
오늘날,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은 인재를 유지하는 방법에 다시금 집중하고 있다. 인재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포스트팬데믹 시대에서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리더는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MICE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전문성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타 산업군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관리가 매우 중요할 터, MICE 업계에서는 과연 달라진 고용시장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자, 국내외 MICE산업 분야별 키플레이어들에게 그들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 묻는 지상 좌담회를 마련해 보았다. 인터뷰는 2022년 6월 중에 진행되었다.
Q1. 2022년 대면 행사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진오(이오컨벡스): PCO 업계가 위기상황임에도 현장에서 느끼기에 고용이 줄어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오히려 미팅테크놀로지(Meeting Technology)의 발달로 그에 맞는 인력 수급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신규 채용의 경우 수급이 매우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고 채용되더라도 1~2년 안에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데, 이는 고용 형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기 퇴사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PM급 인력(3~5년차) 층도 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들의 업무량도 증대하기 마련이다. 이는 곧 다시 신입 직원들의 업무 과중으로 돌아오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업계 작금의 고용상황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이한 관광산업(MICE)의 불투명한 전망을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관광업계로의 취업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커졌고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전국의 관광(MICE)과 학생들 가운데는 자연스럽게 공기업, 공무원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났다. 다음으로는 취업 당사자들의 노동 가치에 대한 판단기준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업(業)에 대한 가치관 변화는 업계에 많은 이슈를 던지고 있다. 현업에서 느끼는 현실은 다른 점이 많지만, 아직도 업무에 비해 적은 임금, 기대에 비례하지 않는 복지, 잦은 주말 근무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강하고 이는 곧 취업 기피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효정(서울관광재단): 코로나19 이후 MICE 업계는 신규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MICE 수요가 회복되며 동시에 폭발적인 인력 수요가 발생했던 반면, 팬데믹 여파로 인한 휴·폐업 등 MICE 및 관광업계의 존폐위기를 지켜본 취업준비생들은 다른 분야로 희망 진로를 변경한 경우가 많다. 또한, 침체기 동안 기존 전문인력 및 경력자들의 많은 이탈로, 경력직 채용이 어려워지며 ‘인력 수급 부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MICE 분야의 신규 및 경력 인력공급이 기업들의 인력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술기반 일자리의 증가’가 기반하고 있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이 증가하였고, 이에 기존 MICE 업계와는 관련이 없던 것처럼 여겨지던 미팅테크놀로지 영역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인재 수요 분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훌리아나 로페스(헤로리카 SAS 그룹): 팬데믹 이후,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는 각 역할에 대해 확립된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미팅 및 이벤트 산업의 직원들은 팬데믹의 영향을 덜 받는 다른 부문으로 이동했으며, 그중 많은 이들은 더 이상 우리 산업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편, 다른 분야의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완화와 더불어 활성화되었고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업계 이직율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MICE 부문의 기업들이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직원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 큰 어려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Q2. 위 트렌드에 관하여 조직은 어떠한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박래춘(수원컨벤션센터): 취준생들 사이에 ‘중고신입’이라는 단어가 핫하다고 들었다. 이는 MICE 업계에서도 유행하는 단어지만, 서로의 인력을 빼가고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 한다. 각자의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고 해당 조직에 걸맞은 경영방침이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고용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비전의 제시와 직원 동기부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과감한 성과보수 제도와 포용적 복지체계의 구축, 특히 계약직이 많은 업계 특성상 차별적 대우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요소다. 더불어 업무 체계도 종이 없는 스마트시대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과거 조직체계인 팀별 직급별 조직 구성은 프로젝트 성격을 고려하여 애자일(Agile) 조직으로 전환하는 등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와 미팅테크놀로지 앞에서 직급이나 연령, 성별이 의미가 있을까? 무엇보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로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업에 대한 공동 참여 및 성과의 공유 등 조직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이 서로 조화되어야만 조직의 성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진오(이오컨벡스):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산업 전반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인식을 업계 차원에서 불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한 조직으로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컨벤션을 주로 ‘노동집약적 지식산업’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에는 PCO가 매우 높은 업무 지식수준이 필요함과 동시에 물리적인 시간과 집중적으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업의 특성이 담겨있다. 하지만 ‘근무방식’의 변화를 통해서 ‘근무시간’을 조절하고 지속적인 ‘직무교육’을 통해 근로자의 성취감과 숙련도를 높인다면 고용에 관한 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근무환경 변화는 비단 고용 문제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과 매출을 높이는 데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쉽게 말해 근무시간은 “줄이고”, 교육은 “늘리고” 근무형태는 “다양하게” 하는 것이다.
위효정(서울관광재단): MICE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고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환경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MICE 글로벌 전문가 대상 행사 개최 시 진로에 관한 자유 질문을 받으면, “정말 야근이 많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그만큼 여전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MICE 업계는 근무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있다. 실제로 인재뱅크 대상 채용 연계가 시작된 이후, 일부 기업으로부터 채용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도 취업 의사를 거절하는 인재가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두드러지면서 기업이 실제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동시에, 조직 외부의 사회적 의식의 변화 그리고 정책적인 노력도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훌리아나 로페스 베르무데즈(헤로리카 SAS 그룹): 몇 년 전만 해도 근로자들은 직업의 안정성과 기업에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원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근로자 대부분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으며 이는 직장 생활의 균형, 원격 근무, 새로운 직장 내 경험, 그리고 빠른 이직 등의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도입한 직원들을 조정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프로젝트의 운영이 필수적이다. 또한, 앞으로는 고객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팀의 기술 강화를 출발점으로 삼아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MICE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제 조직은 정부와 함께 현재보다 적은 절차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민첩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Q3. 달라진 고용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업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한진오(이오컨벡스): 이오컨벡스에서는 메타버스 공간(게더타운)에 가상 오피스를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지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는데, 특히 매주 금요일은 ‘DW Day(Distance Working Day)’로 지정해서 개인 태블릿을 활용해 회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일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자체개발한 업무 지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기별, 분야별로 해야 할 업무를 자동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는 특히 업무에 서투른 신입사원들의 업무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또한, 근무형태의 다변화를 바탕으로 주중 하루 7시간 근무(09:30~17:30)와 금요일 오전 근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며 주당 52시간 근무에 대한 파격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은 교육의 날로 정해서 프라이샵(Frishop) 교육을 실시하는데, 주로 진행되는 행사 프리뷰 및 리뷰, 협력사 소통, 최신 트렌드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신입 직원들이 업무에 좀 더 빠르고 깊숙하게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자사의 대응전략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며, 다양한 업무수행 방식으로 본인이 스스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지속적인 관리와 실질적인 고용 환경의 특성에 잘 맞도록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훌리아나 로페스(헤로리카 SAS 그룹): 성공을 달성하기 위한 또 다른 핵심 요소는 구성원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조직은 단순히 보상, 급여 및 근무 조건의 향상을 넘어서 새로운 세대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가치 제안을 구축하고 조직문화의 개발 및 유지를 위한 계획을 실행해야 하며, 우수성에 대한 초점을 그들의 개인적 및 직업적 투영에 맞추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팀워크 증진, 서로 다른 세대와의 교류,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의 사용 등을 중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팀과 그들을 위한 발전을 창출하는 것이다. CCI는 물론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에서 운영하는 다른 컨벤션센터들도 우리 팀을 위해 더욱 유연한 일정과 혜택, 개발 기회, 결과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 기술 업데이트 및 개인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계획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가치 제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4. 포스트 코로나 시대, MICE산업의 고용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박래춘(수원컨벤션센터): 최근 들어 PCO, PEO, 컨벤션센터의 직원들이 CJ E&M, 하이브(HYBE), 카카오(Kakao), 닷밀(dotmill), 앤피(NP) 등 엔터테인먼트, 게임사, 영화사, 문화콘텐츠 업계로 이직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반면 테크(Tech) 인력이 MICE 업계로 이직하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는 곧 마이스산업이 주변 기술, 게임, 연예 기획, 공연, 문화 등의 산업과 융합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는 ‘마이스(MICE)’라는 단어가 이미 파괴되고 있다. 직업적 관점에서 MICE는 더욱 독자적인 전문성을 유지하고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일의 개념이 단순한 직장에서 업의 전문성으로 변하는 추세로 보아 관련 정부 기관, 업계, 학계에서는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기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진오(이오컨벡스): MICE 기업이 원하는 새로운 인재상은 계속 변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전통적인 컨벤션기획사로서의 자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급속히 발전하는 미팅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확산은 이를 다룰 줄 아는 인재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도 화상회의플랫폼, 스트리밍, 메타버스 등 새로 등장한 기술에 대한 수용력은 비교적 젊은 MZ세대 직원들이 훨씬 큰 게 사실이다. 더불어 최근 거의 모든 컨벤션이 방송화되어가기 때문에 영상 제작 및 활용에 대한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고 그에 맞는 인력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컨벤션업계의 고용은 기존의 관광학과 졸업생은 물론이고 4차산업 기술 분야의 인재들이 더 많은 관심과 도전 분야로 주목될 것이다.
위효정(서울관광재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 MICE산업의 고용시장은 크게 두 가지의 변화가 두드러질 것이다. 첫째, 인재상의 변화이다. 기존 MICE 업계에서 중시된 기획력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기획에서 요구되는 능력의 폭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미팅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업계에서 MICE 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대한 니즈는 더욱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조직구성의 변화이다. 고용시장의 ‘애자일리티(Agility)’ 흐름에 맞추어, 미팅테크놀로지 관련 세부 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조직 내에 새롭게 편입될 것이다. 이는 기존 조직의 업무분장에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업무 진행 방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고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Q5. MICE산업 고용시장 개선에 필요한 지원정책 및 해결방안에 관한 의견이 있다면?
박래춘(수원컨벤션센터): 정부에서는 인력의 전문성과 고도화의 관점에서 표준화된 임금 체계도를 업계와 공동으로 연구하고 공공 발주 행사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한국관광공사 등의 공공 섹터에서는 체계적인 국내외 교육 연수프로그램을 발굴하여 고도화된 마이스 직업 생태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센터, PCO, PEO 등 업계의 경영층도 회사의 수익성 관점을 넘어선 인력에의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계에서도 10여 년 전의 커리큘럼이 혁신되지 않는다면 미래 인재의 마이스 선호도는 떨어질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MICE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업계와 연계한 실용학문으로서 공부하고 싶은 학문 생태계이자 융합형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교육 생태계로의 혁신을 건의하는 바다.
한진오(이오컨벡스): 한 가지로만 대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나, 그중에서도 MICE 업계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을 최우선으로 본다. 얼마 전 실시한 컨벤션 관련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업계의 임금 및 처우 문제, 근무환경을 단점으로 꼽았다. 실제 현업에서 느끼는 체감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그런 기업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PCO들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활을 다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었고 끊임없이 근무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절대 쉬지 않는 혁신적인 집단이다. 또한, 어느 산업보다도 우리 업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지원과 더불어 인식개선에 앞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이 아닌 “한 번쯤 해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고용 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위효정(서울관광재단): 지난 5월 18일~19일 양일간 진행된 ‘SMA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SMA 회원사 간담회)’에서는 MICE 인재 채용의 어려움에 따른 채용 연계 지원 요청이 많았다. 이를 즉각 반영하여, 서울관광재단 MICE뷰로팀에서는 MICE 글로벌 전문가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되는 멘토링콘서트과 함께 취업 피칭데이를 신규 기획하였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조직 정보에 대한 피칭을 진행하고, 구직자들과 현장에서 1:1 상담 및 면접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취업준비생들의 MICE 업계에 대한 애정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적극적인 채용 연계 기회를 부여하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MICE 협회와의 업무 협의를 통해 MICE 글로벌 전문가를 단독 대상으로 한 미팅테크놀로지 교육 과정을 7월 19일부터 총 8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둘째로, 이러한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행사 기획 및 운영 실무능력을 기를 수 있는 서울개최 MICE 행사 운영요원 활동은 상시 진행 중이다.
안젤린 탕(싱가포르 관광청): STB는 현재 전미노동조합총회(NTUC), 고용 및 고용 가능성 연구소(e2i), 노동력 싱가포르(WSG), 기술미래 싱가포르(SSG)와 협력하여 관광커리어허브(Tourism Careers Hub, 이하 TCH)를 설립함으로써 관광산업의 인력 및 교육 수요를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관광 인력풀을 유지하고, 국제 관광의 회복에 따른 관광 분야 내에서의 재채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관광 발전에 관한 최신 정보를 계속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호텔협회(SHA)와 협력하여 호텔 고용가능성 향상 프로그램(Hotel Employability Enhancement Program, 이하 HEEP)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자들을 관광산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관광 사업자들이 고용을 시작하는 초기 징후를 목격함과 동시에 지역 구직자들과 관광 사업자들을 연결하는 취업 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관광 분야를 진로 경로로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관광업체들이 제공하는 무수한 진로 기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관광산업 실무자들의 ‘커리어 토크(Career talks)’를 기획할 예정이다. STB는 인력 및 교육지원 외에도 디지털 이니셔티브 Tcube의 운영 등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혁신을 장려하여 관광 기업을 성장시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장기적인 업게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4. 종합 시사점
현재 MICE산업은 코로나19의 충격과 더불어 메가트렌드 변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전환과 고용 환경의 다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의 경우 외부 충격에 대해서 채용 조정을 통해 우선 대응하는 경향을 띠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여파로 인력 수급 부조화와 신규 채용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실정이다. 급변하는 노동환경 속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고용시장은 사회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일하고 공정하게 보상받는 사회를 구성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업계의 성장잠재력이 악화될 수 있음 인지하고 우려하고 있다.
시사점① | 동기 3.0 시대, 조직원을 움직이는 목적의식의 힘
반복되는 고용시장의 불균형 측면에서 기업의 규모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조직의 형태와 규모에 상관없이 인재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검증된 직원이 승진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직할 가능성을 방지하려면 조직은 단계별 기대치를 설정해두어야 한다. 미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경로가 있어야 사람들의 목표의식과 잠재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장을 돕고 일의 의미를 향상시키며 내부 발전의 기회를 지속해서 제공하는 회사들이 더더욱 눈에 띄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또한,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에는 모두가 함께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공동체 의식은 한 집단이 ‘조직’임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미국의 경영사상가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과거 저서 ‘드라이브(Drive)’에서 “동기(motivation) 1.0의 시대에서 경제적 보상을 바탕으로 한 동기 2.0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일이 주는 즐거움 자체에서 사람들의 동기를 유발해야 하는 동기 3.0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기도 했다. 과업의 중요성이 개인의 성장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느낄 때, 비로소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사점② | 근무여건, 처우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질적 인식 개선 필요
MICE산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이슈로는 관광산업 활성화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에만 집중되어 왔다. 실질적으로 종사자들의 근로환경과 조건에 관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노동시장의 주역인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워라밸’, ‘시간 주권’이 중시되면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신규 MICE 인력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임금 보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과감한 성과보수 제도, 포용적 복지체계, 차별적 대우 척결을 통해 직원 복지 개선과 경영방침 수립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업계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근로자 건강권, 업종과 직무 특성, 근로시간 운영의 자율성 등을 고려한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근무방식 변화, 근무시간 조절, 근무형태를 다양화하는 한편,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함으로써 MICE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고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 환경의 효율화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시사점③ | 인식 전환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역할
산업화시대에는 ‘일’ 중심의 가치관이, 2000년대 주5일제 시행 이후에는 ‘여가’와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로 전환되었다. 팬데믹 이후, 인류는 삶의 목적이 ‘여가 그 자체’가 되며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반영한 정책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노동 규범과 관행으로는 기존 MICE 기업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인력 전문성과 표준화된 임금 체계도를 보장함으로써 업계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의견을 지배적으로 내세웠다. 또한, 취업준비생들의 MICE 업계에 대한 애정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적극적인 채용 연계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노동시장 제도·관행·의식을 혁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와도 같음을 명시해야한다”고 밝히며 다양한 정책 과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