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으로 복귀하는 MICE 행사가 나날이 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접종이 MICE산업 조기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 올해는 리오프닝 분위기와 완화된 방역 지침이 대면 행사 개최 건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시대, 4차 산업혁명 등 휘몰아치는 기술·소비시장의 변화도 정보공유 및 네트워킹 수요를 높여 대면 행사 개최를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물론, 현장을 찾는 행사 참가자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올해 6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도 행사를 찾은 관람객으로 모처럼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는 그간 전문가들이 강조해온 ‘숨겨진 수요의 팽창’을 시사한다.
행사를 둘러싼 수요와 공급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품목(테마)들이 있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콘텐츠, 가상현실 기술(메타버스, NFT) 등이다. 기술·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 인류 역사상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이들 주제에 관한 논의와 관심이 뜨겁다. 덕분에 서로 모여 의논하고 교류하는 기회에 관한 니즈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일부 품목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확산 이전보다 참가기업 및 참관객수가 더 증가한 사례도 관측되었다. 이렇듯 MICE산업은 경제·산업 트렌드와 발전사에 발맞추어 성장해왔다. 새로운 기술, 소비자 수요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진화하고 변모하는 MICE 행사를 기대해본다.
1. 글로벌 이벤트 산업 현황 및 소비자 트렌드 변화
점진적으로 회복해가는 MICE산업…“참가수요 늘고 개최건수도 증가”
팬데믹 잔존 영향에도 불구하고 대면 행사에 대한 높은 수요가 포착되고 있다. 효과적 마케팅 채널이자 혁신을 도모하는 게임체인저라는 측면에서 행사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 소프트웨어 플랫폼 비자보(Bizzabo)에 의하면 업계 리더의 60%가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마케팅 채널’로 대면 행사를 꼽았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도 20%나 증가한 수치다.
대면 행사에 대한 수요를 방증하듯 리오프닝에 들어간 주요국을 선두로 전시산업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세계전시산업협회(UFI)의 글로벌 전시산업 현황분석(Global Exhibition Barometer)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전시회 관련 행사 운영 현황에서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 응답한 기업이 2021년과 비교하여 절반(34%→16%) 가까이 줄며 행사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암시했다. 행사 정상개최 건수도 작년 대비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 응답자 중 18%만이 정상적으로 행사를 운영해왔다고 답했으나 올해 6월에 정상개최를 계획한 비율이 62%로 크게 뛰었다. 이같은 점진적 회복세 가운데, 어떠한 행사 품목이 대면 행사 시장에 발빠르게 나오고 있는지 메가 트렌드를 통해 살펴보겠다.
메가 트렌드① |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려동물 산업…“펫코노미 시대”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해보면 반려동물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장배경에는 MZ세대의 부상과 더불어 수의학의 발전 및 사육환경의 개선으로 인한 펫 평균 수명 증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가구 및 결혼·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 재택근무 확산 그리고 펫테크의 발전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세계산업리포트에 의하면, 글로벌 펫시장 규모는 2020년 2,300억 달러(약 298조 원)에서 연평균 6.1%씩 성장해 2027년에는 3,500억 달러(약 454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실질 GDP가 큰 폭으로 감속하였음에도 올해 펫산업은 전년 수준을 초과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많은 펫 비즈니스 기업이 진출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1인 가구의 증가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인 고독경제가 급부상하며 펫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기업 아이아이미디어(iiMedia)에 따르면, 2020년 중국 펫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0% 성장한 2,953억 위안(약 52조 원)에 달했으며, 이는 2015년의 978억 위안(약 17조 원) 대비 3배 증가한 수치이다. 2019년 중국의 반려견·반려묘 양육 인구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3,669만 명과 2,451만 명에 달했다. 반려동물 양육비 지출품목 중 수술과 펫푸드가 28%, 21%로 가장 높았으며, 정기점진(16%), 위탁(15%), 간식(6%), 비타민(5%),
장난감(3%) 등이 뒤를 이었다.
메가 트렌드② | ‘나’를 지키기 위한 소비…‘셀프케어’가 뜬다
전 세계를 휩쓴 역병의 시대에 건강과 면역은 모두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얼리케어 신드롬의 현상으로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젊은 세대가 건강관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웰니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웰니스 산업은 피트니스, 영양, 수면, 외모 등 웰빙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하며, 어떤 식으로든 몸과 마음을 향상시킨다면 웰니스로 정의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올해 6개국 7,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79%가 웰니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42%는 소비에 있어 웰니스가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모두 지난 2~3년의 팬데믹 동안 건강이 우선순위가 되었다고 전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 GWI)는 현재 웰니스 시장의 총 가치를 약 4조 4천억 달러(5,665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GWI가 코로나19 이전에 발표한 8,282억 달러(약 1,075조 원)에서 5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팬데믹 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레 자가 건강관리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자연식·유기농 식품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미용 제품, 영양제 등 건강 관련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 트렌드③ | ‘하이브리드 라이프’를 선보일 메타버스 기술
최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분야에 관한 관심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혼합 현실이라는 매력적인 환경이 주는 흡인력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비대면 생활은 가상의 세상, 즉 메타버스의 강력한 성장 동인이 되었다. 게다가, 온라인 콘텐츠의 주 이용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 데스크탑, VR/AR 등을 활용한 가상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이 더 주목받고 있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메타버스 관련 소셜버즈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메타버스 관련 언급량은 약 2만4,000건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초기의 언급량(218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관심은 현재까지 이어져 최근 1년간 전년 대비 10배 이상의 버즈량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는 세계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2019년 464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에서 2030년 1조 5429억 달러(약 185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현실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형스크린, VR/AR 헤드셋과 햅틱 장치 및 센서를 비롯한 고급 하드웨어 부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VR/AR 헤드셋 매출은 2017년 대비 56% 늘었으며, 총 시장 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메가 트렌드④ | 희소성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NFT
가상화폐 시장에서 NFT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인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는 구글검색 트렌드 분석 결과 ‘NFT’에 대한 글로벌 검색량이 사상 처음으로 ‘암호화폐’와 ‘비트코인’의 검색량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수집품이 주류 의식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노동을 통한 자본 확보가 어려운 젊은 세대가 새로운 투자처로 디지털 자산에 집중하며 NFT에 대한 투자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전에는 투자와 소비의 영역과 거리가 멀었던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 파일이 NFT를 통해 고가에 거래되면서 거대한 열풍이 일어난 것이다. 블록체인·NFT 시장조사업체 댑레이더(Dapp Radar)에 의하면 2020년 9,490만 달러(약 1,134억 원)에 불과했던 NFT 판매액이 2021년 약 262배 증가한 249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4분기에만 총 119억 달러(14조 1669억 원)가 거래되며 분기 거래량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22년 시장도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가 트렌드⑤ | 콘텐츠 시장 지각변동 일으킨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누구나 창작물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가 왔다. 팬데믹 영향으로 언택트 현상이 장기화되며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새로운 시장이 창조된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 산업에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존 대형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개별 크리에이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MZ세대·알파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이 파편화되고 있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단이 사라지고 개개인이 해시태그를 통해 같은 취향의 사람을 찾아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나노사회가 형성되면서 이러한 취향에 맞는 창작물을 나노 단위로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다. 콘텐츠는 기존의 문화, 예술에서 게임·융복합,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든 창조 활동을 포함해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튜브와 틱톡을 대표 플랫폼으로 하는 1인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주목해볼 만하다. 두 플랫폼은 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인 플랫폼으로 등극했다.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Influencer Marketing Hub)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치 등 여러 개의 플랫폼에서 5천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 크리에이터 경제의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438억 달러(약 186조 원)로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2. 주요 아이템이 견인한 대면 행사 사례
반려동물 전시회, 코로나19 상황중에도 폭발적 성장세 기록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반려동물 산업 전시회인 상하이 펫페어(Pet Fair Asia)는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이 이끈 성공적인 대면 행사 사례 중 하나이다. 펫페어는 팬데믹이 만연하던 2020년 8월에 개최되었음에도 전시 규모와 참관객 참석률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0년 상하이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개최된 펫페어의 전시면적은 총 220,000m²로 17개의 홀을 사용했으며, 이는 2019년의 185,000m² 대비 22%(3개의 홀) 증가한 규모이다. 참가업체 수는 1,683개로 2019년 대비 약 100개 늘었으며, 바이어 또한 6% 증가한 70,849명이 참가했다. 여행 제한으로 인해 해외 방문객이 크게 줄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결과이다. 펫페어의 부대행사인 국제펫산업회담(International Pet Industry Summit)은 1,200명의 참가자가 참여하며 기존 회담의 모든 기록을 경신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올해 3월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된 일본 최대 규모의 반려동물 전시회인 인터펫 전시회(Interpets Asia Pacific)가 있다. 지난 2019년 481개의 업체와 44,114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던 인터펫은 2022년 465개의 업체와 44,074명의 참가자를 유치해냈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규모로 돌아온 것이다. 코로나19, 도쿄올림픽 등으로 인해 2년간 행사를 치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가기업과 참가자들이 전시회를 잊지 않고 찾아준 것은 반려동물 시장에 관한 메가 트렌드도 한몫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18,513마리 동물이 주인과 함께 각종 푸드 및 용품, 보험과 서비스, 펫프렌들리 차량 등 펫에 관한 모든 분야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행사가 지속해서 연기 및 취소되었음에도 인터펫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관심과 수요를 반영했다.
품목 다각화로 대면 행사 정상화 노리는 글로벌 웰니스 전시회
유럽 식품소재박람회(Food Ingredients)는 유럽의 대표 식품소재 전시회로 유럽 최대의 F&B 시장인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이번 2022년 박람회는 건강식품박람회(Health Ingredients)와 동시 개최되며 전시규모가 30% 이상 확장되었다. 2019년 박람회가 열렸던 파리 노드 빌펜트(Paris Nord Villepinte) 전시장이 아닌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Paris Expo Porte De Versailles) 전시장에서 새롭게 개막한 박람회는 135개국의 1,300개 참가업체와 22,000명의 참관객이 방문했다. 이는 2019년에 유치했던 1,700개 업체와 24,415명의 참관객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나 유럽 전역 및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 식품업계 바이어와 참가자의 80%가 재방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이번 행사는 기존의 일반소재부터 식물 기반, 유제품, 영양제, 단백질, 설탕 대체재와 같은 기능성소재까지 전시품목을 확대해 다양한 범주의 제품들을 선보였다.
건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은 독일 쾰른국제식품박람회(ANUGA) 사례에서도 확인되었다. ANUGA는 세계의 식품·음료를 소개하는 전시회로 쾰른메쎄 전시장에서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파리식품박람회(Sial Paris), 동경국제식품박람회(Foodex Japan)와 함께 세계 3대 식품박람회로 알려져 있다. 올해 4월에 개최된 ANUGA는 4,600여개의 참가업체가 140,000m²의 전시면적을 사용하며 코로나19 이전 대비 절반 가까이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었지만, 변화하는 웰니스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클린라벨, 프리프롬, 건강·기능식품, 대체육, 유기농, 할랄푸드 제품 등 미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식음료 부문을 소개하고 심사하는 특별 무대를 새롭게 만들어 세계 각국의 참가업체와 참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두 박람회 모두 해외 참가자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여행 제한으로 해외 참가자가 크게 준 점이 행사 규모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해석된다. 단, 개최규모를 축소한 대신,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전시품목을 선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타버스 프로그램 새로이 도입하자 연관키워드 검색량 급상승
전 세계 모바일통신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2019년의 참석자수인 109,000명에는 못 미치지만 작년보다 3배 증가한 6만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이러한 성공배경에는 메타버스가 있었다. 이번 MWC는 메타버스 주제를 처음으로 적극 소개하며 큰 이슈로 떠올랐다. 수많은 기업이 참여해 모바일·통신기기를 넘어 메타버스 플랫폼 및 XR기기까지 다양한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였으며 참가자들은 가상공간 창작체험, 게임 및 음악회 등 메타버스에 관한 모든 분야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MWC에서 소개된 여러 첨단기술 연관검색어는 장기간 상위권에 머물 정도로 참가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만 개최되다가 3년만에 대면으로 돌아온 미국 최대 영화, 음악, 인터랙티브 페스티벌인 SXSW의 주요 화두 또한 메타버스였다. 1987년 음악 축제로 시작한 SXSW는 올해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물론 메타버스, AR·VR,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관계자들을 함께 모았다. 메타버스 분야 최고 전문가 60명 이상이 발표자로 섭외되었으며, 패널로 참여한 업계 관계자도 40여 명에 달했다. 세션에 많은 청중이 몰리며 대기자들이 아예 입장조차 못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유명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SXSW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음반(Dollyverse)과 한정판 NFT를 발표했다.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팬이 오스틴 현장에 모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메타버스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력을 제공하는 유일무이한 기술·문화 융합 콘퍼런스로서 참가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이외에도, 올해 다양한 세계적인 메타버스 컨퍼런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중에서 세계 정보기술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개최하는 행사를 조명해 보자면, 산타클라라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는 AWE USA(Augmented World Expo USA), 오스틴컨벤션센터에서의 컨센서스(Consensus by Coindesk), 그리고 산호세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메타버스글로벌콩그레스(Metaverse Global Congress)가 있다.
NFT+미술의 경제적 가치를 선보인 글로벌 행사들
코로나19로 주춤하던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마이애미 아트 바젤(Art Basel Miami Beach)은 2021년 60,000여 명의 참관객과 함께 더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트(Art)와 크립토(Crypto)의 만남으로 아트 바젤은 이슈의 중심에 섰다. 넓은 의미의 디지털 아트부터 NFT 작품까지 대거 소개되었으며, 크립토 및 NFT와 관련된 다양한 콘퍼런스가 이번 마이애미 아트 위크(Miami Art Week) 기간 동안 함께 진행되었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FTX 아레나에서 열린 ‘NFT 바젤 심포지엄(NFT BZL)’이었다. 주요 NFT 마켓플레이스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의 공동창업자와 NFT 전문미디어 NFT나우(nft now)의 CEO 등 업계 선구자들을 초청해 종일 진행된 토론회는 4천석 이상의 표가 매진되며 사람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세계 최대 콘텐츠 전시컨벤션…크리에이터 시장을 주목하다
미국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크리에이터 축제인 비드콘(VidCon)이 3년 만에 재개최되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19년 대비 2만 명이 감소한 총 5만여 명의 참관객이 방문했다. 하지만, 전세계의 온라인 비디오 기업, 관련 마케터, 유명 유튜버와 틱토커 그리고 그들의 수많은 10대 팬들이 참석해 이전과 다름없는 열기를 띄었다. 눈에 띄었던 점은 지난 10년 동안 비드콘의 메인 스폰서였던 유튜브를 제치고, 틱톡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한 틱톡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떠오르는 1인 크리에이터 트렌드에 맞춰 비드콘은 이들을 위해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장의 방향을 제시하고, 콘텐츠 제작기술 및 플랫폼을 선보였으며, 커뮤니티 구축과 재정관리에 대한 다양한 교육세션을 제공했다. 올해의 패널토론과 프로그램은 틱톡 관련 콘텐츠 비중이 압도했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참여도 적지 않았다. 약 1억 43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톱 틱톡커 찰리 디아멜리오(Charli d’amelio)와 9,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의 토론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청중이 현장에 가득 모이며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3. 종합 시사점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파악해 새로운 행사 아이템 발굴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소비시장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팬데믹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체계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MICE산업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에 발맞추어 새로운 행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개발된 행사들이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신규 품목 발굴에 지속적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겠다. 모두가 리오프닝만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던 시점에도 과감한 변화에 도전했던 행사들은 조금씩 보상을 맛보기 시작했다. 다가올 미래에 리오프닝의 수혜를 만끽하려면 무조건적인 인내보다는 도전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MICE 행사도 ‘크로스테크’로 발전해야 한다
최근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해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과 기술의 발전은 기존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 이종산업의 융합과 연결을 가속화했다. 매회 행사 규모와 주제를 확장해온 SXSW는 음악 및 영화 산업에 기술 분야를 접목하여 세계적인 기술, 문화, 미디어 융합 축제로 성장했으며, 다양한 콘텐츠와 IT가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성공적인 행사가 되었다. 그 외에도, 현재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디지털 자산과 전통적인 예술 산업이 결합하여 NFT아트라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었다. 국내에서도 산업간 융합과 기술의 복합으로 많은 업계가 발전 중에 있으며 이들의 다양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통합한 전시회부터 학술 세미나와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의 융합은 기존 산업의 전통적인 방식을 뒤바꿔놓겠지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해 본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요 고객에 대한 고찰 필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분석 시, 향후 먹거리 시장에 대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특성까지 도출하여 잠재고객을 파악해야 한다. 각각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자가 바로 해당 산업 아이템의 주요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반려동물과 헬스케어, 메타버스, NFT 그리고 콘텐츠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행사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M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을 타깃으로 행사를 구성한다면 보다 높은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고령화에 진입한 시니어 세대가 반려동물 시장의 주요 고객층이 될 수 있으며, 디지털 경험과 학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5060 세대를 위한 고유의 메타버스 또는 NFT 시장이 열리는 것도 현실 가능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트렌드의 변화 속도는 날이 갈 수록 빨라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 속 어떤 소비집단이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고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노력은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출발선에 선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