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3, 오피니언, 트렌드

이벤트 마케팅 이면의 심리학

비즈니스 이벤트의 관점에서 ‘관계’란 얼마나 자주 만나는가와 같은 ‘빈도’보다도 얼마나 깊이 소통하는가를 다루는 ‘밀도’가 더 중요하고 볼 수 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동안 각자의 정서와 생각을 공유하면서 함께 어떤 ‘경험’을 창조하는지가 곧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경험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다면적으로 검토해야 하나, 참가자 대부분은 행사 참가의 주목적이 단순 학습과 네트워킹이라는 표면적인 응답만을 내놓곤 한다.
그러나 비대면 시대는 역설적으로 대면 가치의 본질을 되묻고 있다. ‘관계자 간 네트워킹 기회’, ‘새로운 지식 습득’ 등의 대외적인 목표를 넘어, ‘동료와의 친밀한 대화’, ‘부대 프로그램을 통한 비일상적인 장소의 경험’ 등과 같은 실제 동기를 발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버드(Harvard) 경영대학의 석좌교수인 제럴드 잘트만(Gerald Zaltman)은 “소비자 욕구는 단지 5%만 가시적으로 표현되고 나머지 95%는 무의식의 형태로 내재화되어있다”고 역설한다. 소비자 무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수준 높은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셈이다. 강력한 행사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현재, 독점적인 경험을 창출하는 행사로 브랜딩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잠재적 참가자들의 실제 수요를 타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총체적인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비약을 이루며 발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본성(Human Nature)을 이루는 심리적 특성, 감정, 행동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행사 전중후 솔루션을 통해 개선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라 평가받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GMI 웨비나 기고 시리즈의 두 번째 주제인 ‘이벤트 마케팅 이면의 심리학’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현안… ‘대면행사 복귀’와 ‘네트워킹’ 중요성 집중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식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종료했다. 3년 4개월 동안 유지되어 온 비대면 세상이 드디어 공식 해제된 것이다. 이에, 노스스타미팅그룹(Northstar Meetings Group)은 MICE 업계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국제회의산업 현황조사(Meetings Industry Pulse Survey)를 통해 ‘올해 조직 또는 고객사가 받아들이는 대면 행사의 가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여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해 조사하였다. 해당 질문에 대해 ‘이전보다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음’이라고 응답한 이는 총 138명(31.8%)이었으며, ‘이전보다 조금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이라고 응답한 이는 154명(35.5%)으로 나타났다. 약 67%에 달하는 응답자 대다수가 대면 행사의 중요성 증대를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슈별 중요도를 살펴본 결과, 올해는 세계 경제 위기 및 공급망 재편 등의 거시적 원인에 기반한 ‘비용 절감’이 근소한 차이로 1위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꾸준히 강조되고 있는 ‘경험 가치의 증진(Return on Time/Experience)’이 차지했으며, 3위인 ‘투자 대비 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까지 4점대를 기록, 그 이후로는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지속가능성, 코로나19 방역, 사회적 책임경영(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순의 결과가 나타났다.
대두된 현안을 요약해본다면, 결과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행사 브랜드 가치 강화’와 ‘투자 대비 성과 창출’이라고 볼 수 있겠다. 숫자로 증명된 대면 수요의 복귀에도 참가율과 수익률에 대한 부담이 지속해서 증가한다는 사실은 결국 강력한 경험 가치를 보유한 행사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방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고양된 경험으로 행사 브랜드를 구축하고, 핵심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겠다.

동기의 심리학적 기원을 파악하다
논리 위에 심리가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처럼,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은 그만큼 쉽지 않기에 다양한 관점에서의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 인지심리학이 급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케팅과 뇌신경과학의 결합은 1970년대부터 시도되었으나, 비즈니스 이벤트 분야에서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접근방식만으로는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웠다면, 소비자의 결정과 선택, 그 이면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창출해 낼 수도 있겠다.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정의하는 ‘브랜딩’이란 기업이 소비자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통해 전달하려는 일관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이다. 마케팅을 통해 동일한 메시지를 계속 접할수록 수신자의 뇌에서는 브랜드와 특정 메시지를 동일시하는 연상이 일어나고, 나아가 뇌 의미망의 기본 구조가 바뀌게 된다. 즉, 참가자의 행동 메커니즘을 파악한다면 스스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진짜 이유와 목적을 발견함으로써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안 해결의 선결과제로서 심리학 기반 접근법이 대두되는 이유다. 이에, 기고자 빅토리아는 소비자들의 주관적 인식 사이 공백을 경험 디자인 전략으로 넛지(Nudge)할 수 있으며, 또 그에 따라 실제 소비자들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총 네 가지 전략을 통해, 심리학 기반 이벤트 마케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무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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