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Vol. 56, 리서치, 행사

일본 MICE산업은 지금,“지속가능성에 초집중” 

힘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르는 새로운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도시의 개발수준과 편리성만으로는 개최지 경쟁에서 우위를 거머쥐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MICE 주최자들은 이제 사회적으로 가치롭고 모두에게 이로운 행사를 원하고 있다. 덴마크를 필두로 글로벌 MICE 주요국에서 지속가능성 실천방안 마련에 혈안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권에서는 태국이 ‘아시아 최고의 지속가능한 MICE 개최지’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여주기식의 그럴싸한 이니셔티브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업계와 현장에 실천방안을 제시하면서 우수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일본 MICE산업도 지속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존의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은 자국 MICE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지원정책을 실행하고 실제 MICE 행사를 통한 레거시 관리를 시도하면서 가치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또한, 자국 MICE 업계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여 지속가능성에 관한 국내외 우수사례를 검토하고 더 나은 발전방안을 발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회의 개최건수와 세계 순위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 국제회의 개최건수를 조사하는 UIA와 ICCA의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안정적으로 성장해오던 국제회의 개최건수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2021년부터 엔데믹 시대를 준비하면서 소폭 상승하는 추이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2019년 수준만큼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국가별 순위의 변동도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UIA 조사에서 일본은 팬데믹 이후에도 상위 5위권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ICCA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8위를 기록했던 일본이 2021년 4위로 치고 올라왔다가 2022년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한, 회복세도 아시아권 MICE 개최지들이 구미주 및 유럽권에 비하여 다소 저조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정부관광청(JNTO)는 “구미주 및 유럽권 국가들 중에서 엔데믹 이후 빠른 성장세로 이미 2019년 개최건수 기록을 초과 달성한 곳도 있다”며 “포르투갈 같은 국가는 연간 100~200여 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하며 순위권 밖을 맴돌았는데, 2022년부터 400여 건의 국제회의를 대거 유치하면서 세계 순위 3위까지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부동의 1위’와 같은 타이들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과거 다소 부진했을지라도 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일본 국제회의 효과성 확대를 위한 실증사업 추진안(자료: JNTO) 


MICE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본은 ‘국제회의 개최효과 확대 실증사업(国際会議の開催効果拡大実証 募集要項)’을 추진, MICE 행사를 통한 적극적 성과창출에 나섰다. JNTO는 “국제회의도 단순 개최에 그치지 않고 개최지(도시)와 회의 관련 이해관계자 간의 제휴를 통하여 비즈니스 교류 확대 및 개최효과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며 사업 취지를 밝혔다. 해당 사업의 골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국제회의와 지역 커뮤니티, 관련 산업 간의 유기적 협업 모델 형성을 지원하여 MICE 행사의 질적 성장은 물론, 개최지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선도적 모델이 MICE 행사와 개최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연구조사하는 것까지 지원사업의 범위에 속한다. 덴마크에서 추진하고 있는 레거시 프로젝트와 일부 유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원대상은 ‘국재회의 개최 효과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보유한 회의’이며, 개최지 이외의 지역에서 위성회의를 개최할 계획이 있는 국제회의, 지역산업계와 연계한 테크니컬투어 계획을 수립한 국제회의, 개최지에서의 사전/사후 관광 프로그램 운영 계획이 있는 국제회의, 기업 관계자와 회의 참가자 간의 교류기회를 제공하는 국제회의 등이 지원대상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국제회의는 JNTO가 추진하는 ‘회의 참가자 대상 개최효과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며, 국제회의 참가자 및 기타 프로그램 참가자로부터 30% 이상의 응답 회수율을 목표로 조사 관리에 임해야 한다. 
지원금은 국제회의 참가자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경비와 국제회의 1건에 책정되는 경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참가자를 기준으로 책정할 경우 참가자 1인당 55,000엔(한화 약 50만 원) 상당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회의 건당 제공되는 지원금은 총 1,200만 엔(한화 약 1억 1,051만 원)으로 상당한 지원금이 제공되는 셈이다. 

일본 내 작은 도시들도 MICE산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제회의 개최가 도쿄와교토 등 동일본 주요 도시를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지방도시들이 새로운 시장질서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례분석] 일본 중소도시의 지속가능한 MICE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들

사례① 삿포로

▲ 삿포로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과 GDS 달성지수 (자료:JNTO) 


일본 북쪽에 위치한 삿포로의 경우 천혜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주요 자원으로 삼고 MICE 행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자원인만큼, 환경과 문화에 대한 철처한 관리 지침을 내놓으면서 지속가능한 MICE산업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속가능성 관련 성과로, 2020년 삿포로는 일본에서 LEED 플래티넘(Platinum) 등급을 승인받은 최초의 도시로서 영예를 거머쥔 바 있다. 또한, 기후 및 에너지 분야의 G7 컨퍼런스와 같은 굵직한 국제행사를 다수 유치하기도 했다. 삿포로는 ‘지역민과 눈, 친환경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도시’를 비전으로 삼고, 도시의 다양성과 웰니스, 스마트화에 관한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MICE 업계의 구체적 노력들을 살펴보면, 삿포로컨벤션세터는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하절기에는 야간에 컨벤션센터 창문을 모두 열어놓음으로써 낮시간의 에어컨 가동률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등 친환경 센터 운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1972년 동계올림픽 개최 시, 마련되었던 스포츠 시설과 공원들을 리뉴얼하여 유니크베뉴로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국제회의 개최를 계기로 현재 지역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함께 해결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친화적 콘텐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삿포로 MICE산업의 지속가능성 달성수준은 총 59%로, DMO 34%, MICE 서비스 공급업 48%, 지역사회 79%, 환경 82%를 기록했다.

사례② 센다이

▲ 센다이심포지엄 내 지역민을 위한 재난위험경감 교육 프로그램(자료: 센다이시청) 


센다이는 ‘나무의 도시’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지역의 80%가 녹지로 이루어진 도시다. 센다이는 녹음이라는 자연환경과 과거 지진의 아픔을 MICE 자원으로 전환하여 국제회의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센다이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의 핵심은 ‘재난위험경감 및 재난 극복의 선도사례’가 되는 것이다. 지역 내 방재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 재난 회복에 대한 이해관계자 교육과 홍보 강화로 안전사회 구축을 세부실행전략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플라스틱 재활용 및 나무심기 프로젝트와 같은 친환경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MICE산업 측면에서 보면, 센다이는 ‘재난위험경감’이라는 키워드로 탁월한 브랜딩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재난과 지진 관련 국제회의를 다수 유치함은 물론, 단순히 개최에 그치지 않고 유치한 국제회의가 센다이의 재난위험경감 프레임워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지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재난위험경감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토록 하여 사회교육적 레거시 효과도 톡톡히 창출하고 있다. 또한, 자전거와 버스, 전철, 기차 등을 MaaS로 연결하여 센다이에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 참가자를도 친환경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컨벤션센터로서 기능하는 센다이국제센터(Sendai International Center)도 자체적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수립하여 폐기물 절감, 에너지 절약, 녹지 보전, 재난위험경감, 다양성이 존중되는 디자인 등 5가지 액션플랜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 MICE산업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퍼시피코요코하마(Pacifico Yokohama)와 요코하마시가 공동주최하는 ‘제5회 요코하마 글로벌 MICE 포럼’이 지난달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의 아젠다는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Sustainable Future of Business Events)’였다. 관내 MICE 업계는 물론, 일본컨벤션운영협회(Japan Convention Management Association, 이하 JCMA), 일본콩그레스&컨벤션뷰로(Japan Congress & Convention Bureau, JCCB), 요코하마컨벤션뷰로(Yokohama Convention & Visitors Bureau, YCVB) 등이 참여하여 앞으로 일본 MICE산업이 지향해야 하는 비전과 목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교류되었다.
한편, 한국에서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이화봉 교수와 고양컨벤션뷰로 이상열 단장이 참여하여 글로벌 MICE 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대응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참고자료] 요코하마 글로벌 MICE 포럼의 이모저모

① 로컬 식재료로 만든 친환경 도시락

포럼을 주최한 퍼시피코 요코하마는 ‘로컬 식재료로 만든 친환경 도시락’을 선보이며 지속가능성을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② 콤팩트한 도시 인프라를 활용한 포스트투어

퍼시피코 요코하마 인근에는 도보거리에 다양한 관광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 점을 노린 퍼시피코 요코하마는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유니크베뉴인 마린타워로의 이동을 도보로 안내하며 가는 길 곳곳에서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③ 일본풍 재즈 문화로 보여준 요코하마의 브랜딩

일본에서 최초로 서양 문물을 수용한 지역인 요코하마의 역사를 토대로 도시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제시했다. 일본 전통악기와 피아노로 연주하는 일본풍 재즈는 모든 참가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 해외 연사로 참여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이화봉 교수 

해외 연사로서 포럼에 참여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이화봉 교수는 “과연 현재의 MICE산업이 젊은 인력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화봉 교수는 1998년 독립예술축제 기획자로부터 시작되었던 개인의 경력 사항을 소개하며 MICE산업에 몸담고 있는 인력으로서 느꼈던 현장의 경험을 나누었다. 축제와 학업, 외국인 노동자로서 MICE 서비스업에서 근무했던 경험, 전시회 불모지에서 해외 전시회를 개발해야 했던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례를 전하며 MICE산업에서도 직업 및 진로의 다양성이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MICE산업에 격변의 시기가 찾아왔던 때를 회상한 이 교수는 “오프라인 MICE 행사가 대거 취소되고 있는 순간에도 자구책을 찾아야 했다”며 “그때 참가자들이 함께 MICE 행사를 개발하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도 추진해보고, MICE 행사에서 파생되는 정보와 콘텐츠를 모아 또 다른 형태의 콘텐츠(비디오 클립 등)로 재생산하여 지식콘텐츠 플랫폼에 판매, 전에 없던 수익창구를 개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옛 관행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수익 다각화를 도모한 사례에 청중들의 관심이 몰렸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성이 보전되려면 좋은 인력이 유입되어야 하는 것처럼 MICE산업도 좋은 인력들을 모으려면 결국 MICE산업의 체질 자체가 개선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트렌드를 발빠르게 수용하면서 MICE산업이 잠재인력들에게 ‘꼭 일하고 싶은’ 직업군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속가능한 MICE 개최지로 손꼽히는 태국과 고양시가 직접 요코하마를 찾아,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TCEB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파트 삿쿰(Pat Satkum) 부서장은 “최근 태국은 MICE산업의 기업가정신 함양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들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의와 구체적 범위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세부 실천과제를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삿쿰 부서장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에서 인식될 수 있는 공통의 정의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많은 분야와 나라들이 지속가능성을 외치고는 있지만 사실상 그 정의마저 아직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삿쿰 부서장의 설명에 따르면, TCEB은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인증 사업을 추진하며 MICE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심어주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MICE 아카데미, 트레이드 에듀케이션을 실시, 기존의 Y세대와 예비 종사자(학생 등)를 대상으로 업무 관련 역량강화 교육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MICE 개최 전략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역량강화 교육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더함으로써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MICE 스탠다드(인증사업), 태국의 지속가능한 MICE산업 육성 정책 등도 추진하면서 더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삿쿰 부서장은 전했다. 삿쿰 부서장은 “무엇보다도 지원기관인 우리 TCEB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지속가능성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음식 남기지 않기, 많이 걷기 등 일상 속 작은 노력이 향후 큰 변화를 만든다”고 조언했다.
고양컨벤션뷰로 이상열 단장은 “지속가능성은 짧은 시간내에 달성할 수 없는, 긴 여정의 프로젝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세대를 거쳐 이어져야 하는 과제인 만큼 리더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주도하는 책임이 MICE 업계 전반과 지방정부, 학계, 및 지역사회 모두에게 있다며 “CVB는 이들 간의 소통을 지원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과 소통을 강조한 이상열 단장은 ‘소셜 라이선싱(Social Licensing)’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그가 말하는 소셜 라이선싱은 지역민과 정부 사이에서 체결되는 일종의 계약으로, 관광MICE산업의 성장 방향과 범위 등을 상호 논의 하에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상열 단장은 “코펜하겐은 MICE산업의 소셜 라이선싱을 선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이라며 “지속가능성도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 실천방안,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와 데이터 관리 방안 등을 요구한다”며 “앞으로도 우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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