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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관광, 올해 안에 재개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날린 지난 1년 간 크루즈 분야는 감염병 확산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원인은 방역에 대한 미흡했던 초기 대응 방식과 갑작스러운 운항경로 차단에 있었다. 지난해 3월 미국 질병관리방역본부(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는 코로나19 감염병이 손 쓸 새 없이 퍼지자 미국 영해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이동 금지령을 내렸고, 국제크루즈산업협회도 자진하여 운항 연기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조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여정을 마치고 귀항하던 크루즈 선박들이 항구가 폐쇄되자 오갈 데 없이 그대로 바다에 갇히게 된 것이다. 결국 승객과 선원들도 크루즈 안에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시각, 문제의 호흡기 감염병은 서서히 선박을 잠식해갔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어렵사리 승객들이 육지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지만 이미 많은 인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였다. 심지어 승객들보다 더 오래 크루즈선에 머물러야 했던 선원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 크루즈를 둘러싼 악몽 같은 사건들은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크루즈 산업을 전면 동결시켰다. 올해 들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일부 국가의 경우 확진자 수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까닭에 글로벌 관광 산업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주요 크루즈 운항사들은 올해 여름(북반구 여름 기준, 7~8월)까지 모든 운항 스케줄을 취소한 상태다. 하반기에는 과연 크루즈 관광이 재개될 수 있을지, 가능하다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요 대형 기업 인센티브 투어는 크루즈 관광의 형태로 입국하기 때문에, 시장 재개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물론 정확히 언제, 어떻게 관광 산업이 재개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준비되고 있는 정상화 대책과 업계의 행보 등을 토대로 미래 회복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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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관광, 업계와 국가별 현황은?

유럽의 경우 일부 운항사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조심스럽게 운항을 재개한 바 있다. MSC크루즈, 코스타크루즈(Costa Cruise)는 철저한 방역 지침 아래 이탈리아에서 하계 관광 프로그램 운항을 재개하였으나, 겨울철 유럽을 강타한 2차 확산으로 인해 모든 운항 계획을 다시 취소하였다. 이후 MSC는 지난 1월말 그란디오사(Grandiosa) 선박의 상반기 운항 계획(2021년 5월, 유럽 내 항로만 운항)을 다시 꺼내들었다. 코스타크루즈도 3월말부터 이탈리아 운항 코스를 재개할 방침이며, 두 운항사 모두 국제 관광객은 탑승 조건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카니발사(Carnival Corporation)가 운영하는 아이다크루즈(AIDA Cruises)도 이달부터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배편을 다시 가동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CDC가 선박 운항 금지령을 해제한 이후, 이에 대한 세부적인 방역 지침과 안전하게 자국 해역에 귀항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수립하였다. 특히 이번 방침은 실제 선박 운항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설계되어 방역에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크루즈 운항에 관한 CDC의 방침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 수립되었기 때문에,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 및 사전 방역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철저한 방역 지침에도 불구하고 감염병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었다. 캐리비안 해역을 항해하던 112인승 크루즈선 시드림(SeaDream)에서 탑승 전에 승객 모두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항해 도중 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CDC는 2021년 11월 1일까지 모든 관광객들의 크루즈선 탑승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식 방역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켜버렸다. 육지에서 벗어나게 되면 승객들이 선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모여있어야 하므로 완벽한 거리두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CDC측은 “크루즈 관광의 정상화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현재는 모든 승무원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역체계에 따른 모의 항해를 시범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은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밖에 다른 국가에서도 국내선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올 하반기에 있을 시장 정상화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 정부는 글로벌 관광 재개를 위한 TF를 구축하고 시장 재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시장 재개 로드맵에 의하면 5월 이전까지는 업계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른 나라들의 방침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국제선 보다는 국내선 위주로 크루즈 관광을 재개할 방침이다. 영국 소재 크루즈 운항사 프린세스크루즈(Princess Cruises)는 올해 10월부터는 조금씩 운항 일정을 계획할 예정이며, 영국의 사우스햄튼(Southamton) 항구에서 출발하는 단거리 쿠르즈 체험 프로그램을 위주로 내놓을 계획이다. 호주도 6월 중순부터는 크루즈 운항 금지령을 완화할 예정이며, 싱가포르의 로열캐리비안(Royal Caribbean)호는 지난해 12월 진행했던 ‘정박형 크루즈 체험’ 프로그램을 3월부터 다시 내놓기로 했다. 아울러, 로얄캐리비안은 올해 5월부터 일부 국제선 운항도 시도해볼 방침이다. 이스라엘에서 출항하여 그리스, 사이프러스를 운항하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모든 승객과 선원들은 16세 이상의 백신 접종자로만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로열캐리비안의 국제선 운항이 시작될 즈음이면 이스라엘에서는 자국민 50% 이상의 백신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시장 재개를 앞당길까?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탑승 조건으로 내세운 첫 크루즈 운항사는 영국의 사가크루즈(Saga Cruises)다. 2021년 1월 사가크루즈사가 백신에 관한 입장을 내놓자 유관 업계에서는 실효성을 두고 의구심을 품었으나, 이후에는 다른 운항사들도 사가크루즈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탈 크루즈도 선박에 오르는 모든 선원 및 승객들은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크루즈 탑승객에게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계획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2차 접종까지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선의 조기 운항을 계획하고 있는 로열캐리비안도 “백신 접종이야말로 크루즈 업계를 회복의 길로 이끄는 열쇠”로 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백신이 크루즈 시장의 정상화에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자에게 대면 활동의 제약을 완화해주는 ‘그린 패스 시스템(Green pass system)’ 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크루즈협회(CILA)는 “아직은 백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세계크루즈협회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비롯하여 각종 코로나19 검사 및 방역 프로토콜을 병행하며 승객과 선원의 안전을 위해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개된 크루즈 관광, 어떤 모습일까?

정상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방식에 관한 사항도 좌시할 수 없다. 지난해 일찌감치 운항을 재개했던 MSC크루즈의 그란디오사호는 코로나19 검사, 선박 내 사회적 거리두기, 손소독 및 열체크 등을 수반하였다. 또한, 승객 수도 크게 제한하였다. 거리두기를 위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운항 중에는 선박 내 활동들이 철저하게 관리되었으며, 어떠한 규칙 위반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아울러, 승객과 선원 모두 탑승 전 항원 검사(1차 검사)와 분자 검사(2차 검사)를 받아야 했다. 객실을 비롯한 선박 내 모든 시설은 전문의료시설에서 사용하는 소독제와 UV-C 조명기기로 소독되었다.

현재 CDC도 크루즈 관광 시, 마스크 및 손세정제 사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본 탑승 수칙에 포함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에는 승객과 선원의 코로나19 검사를 두 차례(승선 및 하선 시)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게다가 크루즈 운항사는 공식 운항 전에 모의 운항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완료한 후에는 CDC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모의 운항 보고서를 접수받은 CDC는 해당 운항사의 방역 지침과 안전 요건을 판단하여 조건부 운항 허가를 승인한다. 항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 요소를 최대한으로 제거한 뒤에야 비로소 운항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크루즈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안전 관리절차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일부 남아 운항 안전 및 탑승 관련 프로토콜의 전면적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루즈 관광, 결국은 백신으로 해결되나

사실 크루즈 업계가 감염병의 온상이라는 오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 비교적 밀집도까지 높은 탓에 1명이라도 감염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노로바이러스가 주요한 사례였다. 이러한 사례가 각종 매체를 타고 공론화 되기 시작하면, 크루즈 관광에 대한 신뢰지수가 삽시간에 하락하게 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크루즈 탑승객 집단감염 사례의 미숙한 대응 조치(선박 정박 및 하선 금지령 등)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크루즈 관광에 대한 글로벌 관광객들의 두려움이 커진 상태다. 미국 벤터빌트 대학교에서 전염병을 연구하고 있는 윌리엄 샤프너(William Schaffner) 박사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르게 되는 크루즈 관광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전형적인 집합 활동”이라며 “백신이 이 같은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백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가 지속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프너 박사도 “단계적 방역 절차가 필요하다”는 세계크루즈협회 관계자와 의견을 함께하는 셈이다. 그는 “단계별 안전층을 구성해야 한다”며 “방역 절차와 과정을 보다 세밀하고 촘촘하게 구성하여 안전에 누수가 없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프너 박사는 또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승객과 선원의 승선을 허락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백신은 단계별 안전 단계 중에서 가장 견고한 층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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