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봉 교수
앞단에서는 지역 MICE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 단위보다 더욱 정밀하고 생활 밀착적인 단위, 즉 ‘마을’ 수준에서의 MICE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타운마이스(Town MICE)’ 개념은 단순한 행사 유치와 운영을 넘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과 공동체 회복을 실현하려는 새로운 접근으로서 등장했다.
특히, 2025년 MICE산업 국회 토론회 및 정책 전달식에서「지역 재생의 타운 마이스 이니셔티브: 소멸에서 재생으로 그리고 성장으로」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이화봉 교수는 타운 MICE 개념의 최초 제안자로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정책적 실행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본 고에서는 이화봉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운MICE 개념의 탄생 배경과 핵심 철학,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Q1. 타운MICE라는 개념을 구성하게 된 계기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MICE 업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주최하여 단독으로 개최한 첫 해외 행사는 2008년 코엑스가 베트남에서 연 베트남 유통 및 프랜차이즈 박람회였습니다. 그 시점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 ‘글로벌’이라는 개념이 주로 지식과 정보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 행사를 통해 실천의 영역으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처음’이라는 건 그런 의미겠지요. 대한민국 MICE는 이전에도 쇼인쇼(Show in Show) 형태로 해외 진출을 도모했지만, 온전한 기획과 개최는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MICE 산업 해외 진출 초기 코엑스의 첫 번째 실무자였습니다.
2008년의 베트남은 경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이었고, 사회문화적으로는 매우 ‘불편’한 나라였습니다. 컨벤션센터도 없었고, MICE 플레이어의 풀도 부족했죠. 산업 전반의 지식과 정보는 불균형했고, 정리되지 않은 욕망이 가득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간 호찌민에 컨벤션센터가 생기고, 전시회와 회의가 성장하며 업계, 지역, 행정기관이 조직화 되어 가고 이해의 폭이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 있었기에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웠지만, 베트남은 그 변화가 눈에 보일 만큼 강렬했습니다. MICE를 통해 욕망이 있는 집단지성의 급속한 성장을 실제로 목격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때 MICE의 효능감을 체감했고, 이후엔 MICE를 산업이자 집단을 성장시키는 효능감 있는 플랫폼이자 도구라는 관점으로도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급속한 성장과는 달리, 지역에 대한 고민은 깊어진 시점입니다. 작은 나라임에도 불균형은 심화되었고, 이에 대응해 각자의 도메인(Domain)에서 지역의 ‘근육’을 키우려는 사람과 기관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강원도 춘천에 있는 우리 학교(한림대학교) 덕분에 지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성장을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몇 년간 궁금한 것들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자꾸 한 가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지역의 ‘근육’들이 왜 하나로 느껴지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팔근육은 팔대로, 다리근육은 다리대로, 어깨근육은 어깨대로, 심지어는 코어는 코어대로 존재하는데, 왜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 사람부터 정책, 예술부터 사업까지 왜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아닌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트렌디한 용어로 말해볼까요? ‘힙(Hip)한 것 말고 지속가능해야만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연결이 필요하지 않은가?’ 였어요.
저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MICE의 효능감을 체감했고, 그것이 지역에 적용될 때 집단의 안정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나름의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분절된 지역의 근육을 연결하는 도구로서의 MICE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그런 연결을 고민하는 분들과의 논의도 가능해졌습니다.
타운MICE는 도시 단위의 MICE 활성화 범위를 마을 단위로 좁힌 개념으로, 공공이 아닌 지역 주민과 기업 등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MICE의 효능감을 지역에 심고, 흩어진 근육들을 연결하며, 부족한 근육을 성장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MICE를 통한 공동의 목표 설정은 함께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니까요.

Q2. 타운MICE가 기존의 MICE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MICE는 집단지성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모든 발전적 만남’의 또 다른 이름이 MICE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타운MICE는 기존 MICE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속성은 거의 동일합니다.
기존의 MICE가 다양한 영역의 플레이어들이 연합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각자의 사업을 영위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다면, 타운MICE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 단위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지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MICE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집단의 ‘근육’을 키워가는 과정, 그것이 타운MICE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대도시 중심의 MICE는 플레이어 수나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갖추고 있는 반면, 타운MICE는 지역의 기획자나 운영자 같은 민간 플레이어의 수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는‘연 결’이 더욱 절실합니다.
타운MICE에서의 연결은 단순한 나열이 아닙니다. 공동의 목표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역이 생존의 단계를 넘어 성장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MICE가 Meeting, Incentive travel, Convention, Exhibition(Event)의 약자였다면, 타운MICE의 MICE는 Mutuality(지역구성원들의 신뢰와 협력, 이익공유구조), Identity(지역의 고유한 정체성), Commons(공유자산), Empowerment(지역 역량강화)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현상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 MICE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을 기반으로 공공 주도로 운영되며, 행사 유치에 따른 직·간접 효과가 중시되지만, 타운MICE는 지역 경제주체인 주민과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라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가 핵심 요소라는 점입니다.
또한, 타운MICE는 일반 관광객보다 3배 이상 지출하는 MICE참가자를 지역에 유치함으로써 평일의 빈 수요를 대체하고, 예측가능한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MICE행사 유치로 지역에 유무형의 레가시(Legacy)를 남기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마침 현재 MICE 업계는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서도 친밀감 있고 집중도 높은 ‘마이크로 이벤트’의 성장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 하이브리드, 메타버스 등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확산된 기술 환경의 반작용이자, 경험과 체험 중심의 사회문화적 흐름과 맞닿아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타운MICE는 지역의 근육과 코어를 부드럽게 연결해 움직이게 만드는 섬세한 방법이며, 시대적 요구와도 잘 어울리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Q3. 지역을 위한 ‘이상적인 타운MICE 생태계’란 어떤 모습인가요?
‘생태계’가 이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다양성과 협력을 통한 공존, 그리고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복원력(Resilience)이 필수적입니다. 타운MICE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프레임 안에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하며 협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생태계의 기본 조건입니다.
현재 지역에는 불균형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시도의 중심에 외부전문가를 투입해서 지역을 교육해 성장시킨다거나, 지역 주민들에게 투자나 교육을 해서 변화의 주체로 만들고자 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시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약간의 문제들이 있었죠. 외부의 전문가들을 투입할 경우, 공적자금이 유효한 순간까지 외부전문가들의 노력도 유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다시 말해보면, 당사자성이 부재한 경우, 지속가능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지역주민들에게 투자와 교육을 병행해서 당사자성을 확보하여 추진력까지확보하는 방식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본인들의 의지가 투철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최상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자생적으로 또는 이미 투입된 자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플레이어들에 더해 더 다양한 주체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기존의 지원 기반 구조를 자생 기반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MICE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수행하는 주체 외에도 다양한 주변 산업을 함께 견인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생 구조가 자리 잡으면, 플레이어의 다양성과 협력 기반이 자연스럽게 확대되어 재생을 넘어 성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이 구조가 단단해지고 공동의 목적을 위한 협력 체계가 형성되면,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복원력 있는 생태계가 가능합니다.

또한, 이 모든 구조의 중심에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를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당사자의 범위를 유연하게 설정할 필요는 있지만, 공동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핵심입니다.
이상적인 타운MICE 생태계에서는 지역에서 당사자성을 확보한 동시에 자생적 성장의지가 있는 상권플레이어들이 중심이 된 민간 기업 형태의 컨벤션뷰로(Convention & Visitors Bureau, 이하 CVB)가 필요합니다. 행사·단체를 유치하는 뷰로 기능과 함께 방문객과 지역 관광·여행 서비스를 연결하는 목적지 관리회사(Destination Marketing Company, DMC) 기능을 만들어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해요. 이에 중앙 및 지역의 기관은 행정적 지원 및 융자/출자 등을 통해 성장의 씨드(Seed)를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죠.
이는 타운MICE형 민관협력의 모델이자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채로 시작하는 선순환 구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민간 의지가 있는 지역은 지역의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지역 주민들의 공동의 목표가 될 뿐 아니라 지역의 사회문화적 성장도 가져오는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전문 MICE 교육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을 확보하는 힘을 갖게 되고, 단계별 행정·재정 지원은 공적 자금의 낭비를 줄이고 민관협력을 체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Q4. 타운MICE가 단기적 이벤트를 넘어,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실 방법은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관광은 물론, MICE라는 특별한 도구를 통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돈 버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자원 나열식 프로모션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자원 체계 정립, 서비스 통합을 통한 운영 안정화, 다양한 가격 체계 도입을 통한 고객층 확대가 필요합니다. 즉, MICE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을 통해 마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원 간 충돌이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른 제도적 보완과 법령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MICE 사업에서도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이 필요한 것처럼, 타운MICE 역시 그 과정을 겪으며 지역 커뮤니티의 재생과 자생 구조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관광은 지역 자원을 단순히 판매하는 1차원적인 채널이라면, MICE는 그 자원을 연결하고 업그레이드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Market)입니다. 더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야만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커뮤니티를 ‘재생’이 아닌 ‘성장’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힘이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익숙한 MICE가 지역 혹은 마을로 유입될 때, 그것은 성장의 씨드 투자와 같습니다. 지역은 그 씨드를 자신들의 자원과 플레이어들의 근육으로 키워, 결국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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