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컨벤션센터의 비중이 큰 국내 시장에는 유사 규모의 운영사례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운영 전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에, 지난 54호에서 첫선을 보인 ‘해외 중소규모 전시장의 운영 현황’ 콘텐츠를 시리즈로 이어서 전 세계 여러 중소형 컨벤션센터의 운영사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소리 없이 강한 센터들을 모았다. 각기 다른 차별화 전략을 자랑하고 있는 국가별 이선 도시들의 컨벤션센터를 살펴보고 이들이 가진 운영상의 특징을 꼽아보았다. 본 호에서 주목한 4대 전시장들은 ‘인근 환경과 스토리 자원을 최대로 활용’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례 ①] “규모는 작지만 실속은 톡톡”…미국 브랜슨컨벤션센터
역동적이고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득한 도시를 표방하는 미국 미주리주 브랜드시는 지역 MICE산업을 대표하는 브랜슨컨벤션센터(Branson convention center)를 보유하고 있다. 브랜슨시는 5억2,000만 달러(한화 약 5,405억 원) 규모의 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핵심사업 중 하나로 브랜드컨벤션센터를 건립, MICE산업을 통한 지역 파급효과 창출을 도모하고자 했다. 2007년 문을 연 브랜슨컨벤션센터는 현재 20,438㎡의 전시컨벤션 전용면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전시장 면적은 4,378㎡에 그치고 있어 소규모 행사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시장 규모는 작지만 공간의 유연성을 살려 다양한 MICE 행사를 유치하고 있는 것이 브랜슨컨벤션센터의 강점이다. 센터 관계자는 “전시장과 더불어 2,000㎡ 규모의 컨벤션홀과 14개의 다목적 회의실을 연계하여 창의적 형태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소규모 회의부터 연회, 특별 이벤트, 웨딩 등 여러 행사를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브랜슨컨벤션센터는 ‘경험의 차이(Where Experience Makes a Difference)’를 선보이기 위한 여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현장 케이터링 서비스와 가구 및 비품, 장비업체와 연계한 원스톱 서비스에 행사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최자의 편의에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려한 외관 디자인도 브랜슨컨벤션센터가 자랑하는 매력요소 중 하나다. 유기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월터 무어(Walter P Moore) 설계사가 직접 센터 디자인에 참여한 것도 미국 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브랜슨 랜딩 엔터테인먼트 지구 내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여 주변 환경에 맞춰 센터의 외관에도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반영한 것이다. 로딩독을 절묘하게 숨긴 주 출입구 디자인과 센터 인근 호수의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층 설계도 브랜슨컨벤션센터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또한, 인근에 MICE 참가자들이 즐길 엔터테인먼트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도 브랜슨컨벤션센터의 브랜딩에 힘을 싣는다. 이같은 브랜딩에 힘입어 브랜슨컨벤션센터에서는 지역 마켓축제와 코미콘, 미술전 등과 같은 문화예술 부문의 행사와 스포츠 행사가 다수 개최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실천 행보로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브랜슨컨벤션센터는 센터 내 유리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캔자스의 사회적 기업 ‘리플글라스(Ripple Glass of Kansas City)’로부터 자원 절약 우수사례로 선정 받은 바 있다. 한편, 브랜슨컨벤션센터는 ASM Global의 관리 아래 운영되고 있다.
[사례 ②] “역사적 가치와 MICE를 연결한 상징적 시설”…영국 맨체스터센트럴
영국의 3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맨체스터는 지역을 대표하는 컨벤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철도, 운하 인프라가 발달하여 물류업과 공업으로 부상한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유한 맨체스터센트럴(Manchester Central)이 그것이다.
140년의 유구한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맨체스터센트럴은 영국 북서부 지역의 허브인 맨체스터역과 맞물려있다. 1880년 개장한 맨체스터의 센트럴역은 지역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었다. 1969년 이후 승용차 이용률 증가와 철도 인프라의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사람들로 북적이던 센트럴역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 자리에 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던 역사를 다시금 이어가게 된 셈이다. 1987년 맨체스터시의회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센트럴역 건물을 매입하고 그 자리에 전시장 건립을 승인했다. 외관은 옛것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 시설은 번듯한 전시장의 모습을 갖추게끔 했다. 그렇게 1986년 개관을 알린 멘체스터센트럴은 영국 북부지역의 경제적 요충지로서 걸음하게 되었다. 2007년에 이르러 시의회는 다시금 맨체스터센트럴이 소재한 지역 일대의 리브랜딩을 결정, MICE 복합지구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3,000만 파운드 투자-한화 약 491억 원)를 아끼지 않았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맨체스터센트럴은 MICE 전문시설로서의 정체성과 전문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같은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날 맨체스터센트럴은 1만㎡의 중소형 전시장을 보유하게 되었다. 2분할이 가능한 센트럴홀(전시장 기능)에서는 각종 B2B 산업박람회와 더불어 컨벤션, 연회행사, 신차쇼케이스, 엔터테인먼트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전시장과 함께 활용되는 ‘익스체인지 오디토리움(Exchange Auditorium)’은 최대 800명까지 수용가능한, 멘체스터가 자랑하는 전문 컨벤션 공간 중 하나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맨체스터센트럴은 시설을 찾은 주최자들이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십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행사의 몰입도 증대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어떻게하면 해당 시설에서 참가자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다양한 공간조성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올해 5월 맨체스터센트럴에서 참가자수 9,000명 규모의 국제회의를 열었던 ‘영국보험브로커협회(British Insurance Brokers’ Association)‘의 컨벤션 담당자 레베카 베일리(Rebekah Bailey)는 “맨체스터센트럴은 주최자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며 “해결하기 힘든 이슈일지라도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어 덕분에 혁신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맨체스터센트럴은 역사적으로 아이코닉(iconic)한 시설에 ’사람을 모으는 컨벤션‘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덧입혀 센터 자체의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사례이자, 단순 임대사업에 그치지 않고 공간 활용 전략을 제안하는 능동적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력을 확보한 우수사례로 볼 수 있다.
[사례 ③] “작은 규모로 B2B 전시회 다수 유치”… 스위스 메쎄루체른
스위스 루체른은 스위스에서 7번째로 큰 도시다. 12세기 이후 생고타르 고개의 무역로 개척을 계기로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자국 내 관광‧휴양도시이자 화학‧약품‧전자기기 관련 산업의 요충지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배경을 바탕으로, 루체른 필라투스 산기슭에는 중부 스위스를 대표하는 무역 전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총 4개의 전시장(15,000㎡)과 3개의 회의실을 갖춘 메쎼 루체른(Messe Luzern)은 스위스 중부에서 가장 큰 MICE 시설로 꼽힌다. 무역 전시장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전시장 규모가 2만㎡를 넘지 않는 중소형 시설이기에 3,000㎡의 야외공간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회의시설은 약 900㎡ 규모로 마련되어 있는데, 스위스 중부로 모이는 각종 국제회의를 이 곳에서 소화하고 있다.
회계연도 2022/2023년 기준, 메쎄 루체른은 총 129건의 행사를 유치했으며, 95건의 포럼과 18건의 기업행사, 16건의 무역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무역박람회를 통해 메쎄 루체른에 방문한 참가기업은 총 2.100개사였으며, 방문객은 총 258,000명에 달했다. 메쎄 루체른은 건축 부문의 무역전시회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매년 ’빌딩 MAG’, ‘빌딩+리빙 루체른’과 같은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또한, 스위스플라스틱엑스포도 메쎄 루체른을 대표하는 전시회 중 하나다. 지식교류를 촉진하는 MICE 행사도 다수 개최되고 있는데, ‘이노베이션 데이즈’와 ‘오픈 BIM포럼’ 등도 루체른을 찾고 있다. B2B MICE 행사의 회복세 덕분에 메쎄 루체른의 운영실적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중소형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메쎄 루체른 운영사업부의 임직원 수는 총 40여 명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무역박람회팀은 총 7건의 자체 B2B MICE 행사를 직접 주최하고 있다. 메쎄 루체른의 운영사 대표를 맡고 있는 마커스 라우버(Markus Lauber) GL이벤트 회장은 “메쎄 루체른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는 스위스 중부의 요충지”라며 “혁신자원이 우리 지역에 지속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비즈니스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례 ④] “자연과 어우러지는 수려한 외관”…호주 캐언즈컨벤션센터
인근 해안 및 해양림과 어우러지는 수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케언즈컨벤션센터(Cairns Convention Centre)는 MICE 전용 시설은 물론 스포츠 경기장, 아레나 시설까지 보유하며 다목적 이벤트 콤플렉스를 표방하고 있다.
사실상 케언즈컨벤션센터는 전시회보다는 컨벤션과 이벤트에 특화된 시설이다. 전시장을 마련했을 법한 직사각형의 부지에 대규모 오디토리움과 아레나를 선택했다. 컨벤션센터라하면 흔히 전시장과 컨벤션 시설을 겸하고 있는 형태가 보편적인데 케언즈컨벤션센터는 지극히 이벤트 중심의 전문시설로 운영되는 것을 택한 것이다. 공간의 기능을 특정했기에 활용의 유연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 대신 아레나와 오디토리움을 필요로 하는 행사와 주최자들에게는 편리성을 최대치로 올려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케언즈컨벤션센터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퀸즐랜드 주정부의 끊임없는 관심이 양분이 되었다. 1996년 6월 첫 개장 이래 3년 만에 5,300석 규모의 다목적 홀을 추가로 건립했다. 또한, 2020년에는 1억 7,600만 달러(한화 약 2,272억 원) 상당의 대규모 증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MICE산업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3년간의 사업기간 끝에 지난 9월 다시금 개장한 케언즈컨벤션센터는 총 1만㎡ 규모의 MICE 전용면적을 새롭게 갖추게 되었다. 작게나마 전시할 공간이 필요했던 기업행사와 학회행사의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였다. 증축을 통해 새로이 마련된 메자닌전시장(Mezzanine Exhibition, 1,100㎡)과 플래너리(Plenary, 450㎡)홀이 마련된 덕분에 개별 MICE 공간의 연결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증축을 계기로 올해 9월 이후 케언즈컨벤션센터는 총 60건의 MICE 행사를 유치할 수 있었으며, 총 35,000명의 참가자를 지역으로 불러들였다. 올해 케언즈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행사는 호주부식방지협회의 컨퍼런스와 QCHSC 2024, 호주뇌성마비학회 학술대회, 호주청각학회학술대회, 퀸즈랜드관광주간 행사 등이 개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