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8, 리서치, 전략

행사 디자인이 참가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서비스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채널이자, 소비자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코카콜라의 로고와 유리병은 브랜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대표적 사례다. 매력적 디자인은 소비자로 하여금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준다. 역으로,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과거의 경험을 디자인을 매개로 환기해내기도 한다. 흔히 ‘디자인’하면 로고와 대표 이미지 같은 시각적 소스를 먼저 떠올리기 쉬우나, 사실 디자인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체계적으로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시각화하며 실행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즉, 시각적 디자인은 이 과정을 수행하는 방식 중 일부에 그친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본질적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결 과정’을 디자인의 정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디자인을 바라보면, 행사 디자인은 무엇보다도 정교하고 세밀한 터치가 가능한 영역이 될 수 있다. 고객 경험이 곧 서비스 자체가 되기 때문에 사실 MICE 행사는 디자인적 기획과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고에서는 행사 디자인이 MICE 참가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학술적으로 탐색해보았다.

마케팅 측면에서 본 디자인과 소비자 경험

디자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디자인의 목적인 고객 경험이라는 개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브랜드디자인학연구 학술지에 게재된 ‘브랜드 경험(BX)에 대한 개념적 고찰1’은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경험을 구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경험’의 개념을 원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의 경험 철학을 들었다.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결과로서 경험에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 내포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존 듀이의 관점을 통해 총 3가지 기준으로 경험을 분류, 경험의 채널과 단계를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최초에는 감각기관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가 주는 자극물을 인지하고, 이를 정서적 사고(feel) 또는 상징적 매개 경험을 처리하는 과정(think), 일련의 작은 과정들이 모여 하나의 상호작용(relation)으로 창출되는 결과까지가 모두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 존 듀이의 관점을 바탕으로 구분한 경험의 개념

자료: 김찬숙(2014)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미국의 경험 디자이너 그레이 홀랜드(Gray Holland)의 ‘경험 사이클(Experience cycle)’에 적용, 소비자의 경험을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으로 구분했다. 제품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에 의거하는 고객 경험은 경험의 매개가 직접적인 반면, 브랜드 경험은 소비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파생되는 과정과 결과로, 총체적 소비 경험으로 설명된다. 소비자가 겪는 세 가지 경험은 과정과 결과를 반복하며 큰 흐름을 이루게 되며, 이러한 경험의 흐름이 반복되면서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디자인은 이러한 경험의 흐름을 맥락적으로 엮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맞춰 설계하는 전략과 수단으로 설명될 수 있다.

▲ 홀랜드의 경험 사이클 (자료: Holland, 2013)

행사 디자인에 대한 고찰…“행사 디자인의 과거와 오늘”

▲ 행사 디자인의 발전 단계 (자료: Orefice, 2018)

상기에서 살펴본 경험과 디자인에 대한 개념은 이벤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험의 집합체가 곧 서비스가 되는 이벤트 산업에서 디자인은 기획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요성이 큰 항목인 만큼 행사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시대에 따라 변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기에는 심미적 영역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행사의 테마를 설정하고나 행사장 내 장식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 감각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경험을 참가자들에게 주고자 했다. 단순히 예쁘고 멋진 행사에 더 많은 참가자가 모일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 디자인이 궁극적 문제해결 활동을 촉진하며 특정 목표를 관리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관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행사 테마와 장식과 같은 부가적 요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리(management)’로 이동한 것이다. 이전 학자(Brown & James, 2004)들이 제시한 행사의 규모와 형태, 초점, 타이밍, 구성 등의 디자인 원칙을 토대로 캐나다의 관광·이벤트 분야 학자 도널드 게츠 (Donald Getz) 박사는 행사 디자인의 세 가지 기초로 ‘설정 (Setting)’과 ‘사람(People)’, ‘관리(Management)’를 제시했다. 즉, 각 요소들을 행사 개최 목표와 부합하게끔 구조적으로 설계 하고 참가자와 행사 간의 경험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다양한 수준에서 목표와 행사가 통합되게 끔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디자인의 범위와 고려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 행사와 참가자 개인 간의 상호작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면, 이제는 행사와 참가자, 행사를 통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까지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특히, 기획자가 일방향으로 행사 디자인을 총괄해왔다면, 오늘날 행사 디자인은 참가자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창조적(co-created) 경험을 설계하는 것까지 행사 디자인의 범위로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 살펴보는 행사 디자인과 참가자 경험의 역학관계

결국 행사 디자인은 경험 경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참가자들이 추후에 행사를 대하는 태도와 참가의향에 긍정적 영향을 남기는 것이다. 이로써 재방문율을 높이고 충성고객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행사 디자인은 참가자들의 내면 속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소화되고 있는 것일까?
미국 네바다라스베이거스대학교의 케이틀린 넬슨(Kathleen Nelson) 교수가 내놓은 행사 경험의 속성과 상호작용에 관한 논문과 영국 카디프대학교(Cardiff University)의 엘리자베스 얼바인(Elizabeth Irvine) 교수가 제시한 감각적 기억과 풍부한 경험에 관한 논문을 종합해보면 행사 디자인-참가자 경험 간의 처리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얼바인 교수가 제시한 감각적 기억과 경험은 주로 신체적 감각과 심미적 디자인 매체를 매개로 발생된다. 행사에 관한 로고와 색감, 행사장의 향기, 음악과 소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현상과 환경, 시간의 개념으로 행사를 바라본 넬슨 교수는 참가자 간, 또는 행사와 참가자 간의 교류와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프로세스 전체를 행사 디자인의 영역으로 보았다. 이를 존 듀이 박사의 경험이론에 비추어 1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감각-얼바인 교수)과 2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맥락과 관계-넬슨 교수)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얼바인 교수에 따르면, 1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이 참가자 태도와 인지에 영향을 미치려면 디자인에 대한 의미부여 과정을 거치게 된다. 행사를 통해 접한 소리와 색상, 모양 등이 참가자 인지과정 속에서 행사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처리 과정은 참가자 개인이 그간 쌓아왔던 경험과, 1차 행사 디자인 속성에 내포된 사회적 의미 등을 기반으로 처리된 다. 즉, 붉은색 행사 로고를 보고 행사의 분위기를 열정적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인지과정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1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은 행사에 대한 정보를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기억을 처리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추후 행사를 회상할 때 기억 촉매 신호가 될 수 있다.
이후 행사 방문을 위해 참가자가 실질적으로 행동(action)을 취하는 시점부터 넬슨 교수가 강조한 2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이 작용한다. 참가비 결제와 행사 현장에서의 사건과 순간, 사후서비스 등 각종 상호작용을 토대로 한 순간들이 참가자 경험이 된다. 보다 고차원적 디자인 전략이 필요한 과제로, 참가자 간의 네트워킹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을 묶거나 뜻하지 않은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하는 등 행동학적 이해를 토대로 한 기획이 이루어 진다. 게다가 1차적 디자인 속성은 2차적 디자인 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촉매제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록색으로 동그라미 표기를 한 공간과 붉은색으로 가위표기를 해둔 공간을 마련하여 참가자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도 1차적 속성을 활용한 2차적 속성의 설계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1차, 2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들은 곧 행사에 대한 참가자의 감정과 판단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험의 반복은 행사에 대한 참가자의 태도가 된다. 좋은 감정과 경험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추후 재방문을 결정하는 단계 에서 1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은 2차적 행사 디자인 속성(경험)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판단을 떠올리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 케이틀린 넬슨 교수의 행사 디자인 속성과 엘리자베스 얼바인 교수의 참가자 경험 및 태도 간의 역학관계

행사 디자인과 참가자 경험,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행사 디자인과 참가자 간의 역학관계를 알았으니, 어떻게 적용하여 기획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차례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Westminster)에서 행사 관리와 문화개발, 소비자 경험 등을 연구하고 있는 그레이엄 베리지(Graham Berridge) 교수는 아래와 같은 도표를 통해 행사 기획자들이 행사 디자인에 있어서 어떤 지점을 고민·검토해야 하는지를 단계 별로 설명했다.
우선 행사 속성별로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의 세그먼트와 의미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행사의 면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험에 대한 의미부여가 완료됐다면 보편적 경험과 특징적 경험을 나누어 참가자 행동에 목적성을 부과한다. 이후에는 행사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각 그룹별 특징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경험을 계획하고, 행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모든 참가자들이 동참할 수 있는 경험을 기획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행사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려면 행사 개최의 목적과 그에 부 합하는 경험에 대한 세부적 이해가 수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행사 디자인으로 가는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 (design awareness)이 스며들어야 한다.
그는 “특정 경험을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지 않았다면 결국 행사 경험은 사실상 우연과 운에 맡겨지는 것과 같다”며 “우연을 줄 일수록 경험의 결과는 더 예측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 베리지 교수의 행사 디자인 프레임워크

 [참고자료] 행사 디자인을 둘러싼 다양한 배경이론

  • 체계적 경험 모델 (Holistic Experience Model): 참가자들이 감각적 즐거움(시각적 디자인), 정서적 연결(행사 테마), 인지적 참여(강연 내용), 행동적 참여(체험 활동), 그리고 관계적 연결(네트워킹)을 경험하도록 설계하는 전략
  • 심리적 계약 이론 (Psychological Contract Theory): 참가자들은 행사에서 특정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거나 초과할 때 긍정적인 경험이 강화됨환경심리학 이론 (Environmental Psychology Theory): 물리적 환경이 개인의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함-조명, 색상, 소음, 온도와 같은 물리적 요소는 참가자의 정서적 반응과 몰입도에 영향을 미침
  • 서비스 청사진 이론 (Service Blueprint Theory): 참가자가 경험하게 될 모든 단계(입장, 등록, 네트워킹, 세션 참여 등)에 대한 청사진을 작성하는 전략으로, 참가자들에게 서비스가 끊임없이 제공되어야 함을 강조함
  • 경험 경제 이론 (Experience Economy Theory): 소비자들이 기억에 남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현상을 설명한 이론으로, 행사 디자인은 참가자에게 단순한 정보 전달 이상의 몰입형 경험을 제공함을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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