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와 전시는 단순한 비즈니스 이벤트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전략적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회의산업의 이 같은 위상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정책적·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4월 열리는 국제 회의산업의 날(Global Meetings Industry Day, 이하 GMID)과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되는 전시·컨퍼런스 산업협의체(Exhibitions & Conferences Alliance, 이하 ECA)의 ‘입법 행동의 날 (Legislative Action Day, 이하 LAD)’이다. 이 두 행사는 각각 시민사회와 정책결정자를 대상으로 회의산업의 다차원적 가치와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업계 내부의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캠페인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GMID는 매년 4월 첫째 주 목요일, 전 세계 미팅 산업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회의·컨벤션·전시 산업의 가치를 알리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이 행사는 1990년대 중반 캐나다 에드먼턴 지역의 미팅 전문가들이 모여 ‘미팅 플래너의 날(Meeting Planners Day)’을 제정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되어 ‘전국 미팅 산업의 날(National Meetings Industry Day)’이 되었고, 2015년에는 북미 전역으로 확대된 데 이어, 2016년부터는 전 세계적인 행사로 발전했다. 현재는 미국여행협회(U.S. Travel Association) 가 주관하며 컨벤션전문경영인협회(Professional Convention Management Association, 이하 PCMA), 국제회의전문가(Meeting Professionals International, 이하 MPI), 국제전시협회 (Union des Foires Internationales, 이하 UFI) 등 70여 개의 글로벌 산업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와 전 세계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팅과 이벤트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면 회의의 가치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MeetingMatter, 1.6조 달러 규모의 산업 가치 조명
2025년 4월 3일, 전 세계 미팅 산업 전문가들이 올해로 9번째를 맞는 GMID를 기념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MeetingsMatter’라는 주제로 열린 GMID 2025는 회의산업은 그 자체로 거대한 경제 생태계인 동시에 국가와 도시의 성장 동력임을 강조하고, 회의산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역설했다.
미팅과 이벤트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임을 넘어 경제 성장과 혁신의 필수 동력이다. 컨퍼런스, 무역 박람회, 컨벤션 등의 개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방문객들이 호텔에 머물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상점에서 쇼핑하면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 이벤트산업협의회(Events Industry Council)1에 따르면, 글로벌 미팅 산업은 연간 1.6조 달러 규모로, 2,6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미팅 및 이벤트 관련 지출은 1,26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62만 개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 교통, 관광 등 연관 산업에 연쇄적인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
MICE산업의 파급효과는 단지 경제적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경제 활성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도심 재생 등 다양한 도시정책과 맞닿아 있으며, 관광·항공·숙박·서비스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GMID는 이러한 다차원적 역할을 강조하며, 정책결정자들에게 보다 전략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특히 GMID를 기념한 도시 중 하나인 덴버(Denver)는, 2024년에만 회의산업을 통해 지역 경제에 8억 4,500만 달러 규모의 영향을 미쳤다는 통계를 공개하며, 이벤트 유치와 도시 경쟁력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MICE산업은 단순한 서비스업을 넘어 지식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료 학회에서는 최신 치료법이 공유되고, 기술 컨퍼런스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며, 무역 전시회에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된다. 행사 유치로 인한 관광·서비스 분야의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회의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촉진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GMID의 다양한 프로그램
GMID 2025는 ‘연결’과 ‘혁신’을 키워드로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글로벌 캠페인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팬데믹 이후 변화된 미팅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행사의 중심축은 MPI가 주관한 8시간 글로벌 방송이었다. 중부표준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로 진행된 이 방송은 AI, 지속가능성, 계약, RFP, 회복력, 문화적 역량 등 미팅 산업이 직면한 핵심 과제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업계 최고 리더들이 매시간 실시간으로 산업 현황을 업데이트했다는 것이다. 앙코르(Encore)의 브랜드 및 커뮤니티 참여 담당 수석부사장 아만다 암스트롱(Amanda Armstrong), 미국여행협회 회장 겸 CEO 제프 프리만(Geoff Freeman) 등 유수의 인사들이 참여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미팅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동시에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오프라인 행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워싱턴 D.C.에서는 PCMA가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정책 입안자들과의 대화를 주선했고, 필라델피아에서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이벤트의 미래 탐색하기’라는 주제로 미래 전략을 논의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Charlotte)에서는 씨벤트(Cvent)가 주최한 대규모 네트워킹 이벤트가, 덴버에서는 덴버 메트로폴리탄 주립대학교(Metropolitan State University of Denver)와 협력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등 각 도시마다 미팅 산업의 가치를 알리는 독창적인 프로그램들이 펼쳐졌다.
또한 공급업체 엑스포와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통해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이벤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되었다.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GMID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미팅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실질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GMID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25년 5월 29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LAD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ECA가 주최하는 연례 캠페인으로, 업계 대표자들이 직접 연방의회 의원들과 만나 회의·전시 산업의 당면 과제를 공유하고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는 자리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올해 LAD에는 미국 30개 주에서 총 170명의 업계 리더와 종사자들이 참여했으며, 하루 동안 120건 이상의 의회 미팅이 진행되었다. 특히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하였으며, 다양한 산업 배경을 지닌 새로운 참여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2025년 LAD에서 업계 대표들은 미국 의회에 세 가지 핵심 정책 의제를 제시했다. ‘3T’로 불리는 이 의제들은 세금(Taxes), 인재(Talent), 관세(Tariffs)를 의미한다. 각 의제는 단순히 개별 현안을 넘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의 해결 없이는 미국 회의·전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LAD 2025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정책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특히 올해 LAD는 산업의 미래 세대와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ECA는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Business)과 협력하여, ‘이벤트 산업에서의 정책 옹호 활동’을 주제로 한 강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대학원생들을 현장에 초청했다. 이들은 실제 의회 미팅과 로비 현장을 경험하며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업계 선배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ECA의 부사장 토미 굿윈(Tommy Goodwin)은 “전시·회의 산업이 하나의 목소리로 정책 입안자들과 소통할 때, 그 힘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며 “이번 입법 행동의 날은 단순한 로비 활동이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고 밝혔다.
ECA는 앞으로도 업계의 주요 정책 의제를 명확히 정리하고, 관련 단체와 연계한 공동 대응을 통해 미국 전시·회의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며, 다음 LAD는 2026년 5월 28일 워싱턴 D.C.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