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관광·MICE산업은 희망을 엿본 한 해를 보냈다. 완화된 방역수칙 아래 국내 이동이 비교적 용이해진데다가 상반기 주요국의 국경재개를 시작으로 비즈니스 목적의 국외 이동도 일부 가능하게 되었다, 대면 활동의 심리적 부담도 지 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면서 MICE 행사를 찾는 기업과 참관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도 2019년 수준으로 얼추 회복된 듯하다. 회의부문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 컨벤션은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지만, 중소형 국제회의 또는 국내 학회, 기업회의 부문은 하이브리드 행사라는 ‘뉴노멀’을 받아들이며 활기를 더해가는 추세다. 물론,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 등은 또 다른 회복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업계의 긴장이 늦춰질 새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트렌드도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이 소비자의 행동과 의사결정 방식을 대거 바꾸어놓은 만큼, 관광·MICE산업에 대한 고객(참가자 또는 관광객)의 수요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즉,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과 역량이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글로벌 관광·MICE 전문 매체 스키프트(SKIFT)와 전 세계 산업 현황과 전망에 관한 지표를 다루는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Economist Intelligence, 이하 EIU)의 2022년 관광·MICE산업 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그간의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보고자 한다.
미국 교통보안청, “2022년 여행객 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95% 회복”
일찌감치 이동 제한을 풀었던 미국은 2019년 수준으로 여행객 수를 회복했다. 스키프트가 공개한 ‘2022년 관광산업동향 보고서(State of Travel 2022)’에 따르면, 200만 명 중반대에 이르던 2019년 여행객 수가 팬데믹 이후 급감한 후 지난해 3월(백신 접종 시작)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까지 팬데믹 이전수준까지 여행객 수가 치솟다가 이후 올해 초 글로벌 국경재개가 맞물리면서 지난 9월부터는 완전한 회복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관광산업 동향지표도 비슷한 실적을 보였다. 스키프트가 2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관광동향지표(Travel Health Index)’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졌던 업황이 올해 초 59%를 시작으로 지난 5월부터 80%대 회복률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가정집과 같은 안락함을 앞세우고 있는 공유숙박(Vacation rental) 부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벌써 팬데믹 이전수준을 웃돌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호텔의 수요 회복은 다소 더딘 실정이다. 아울러, 항공 부문도 아직 국외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 스키프트 연구진은 “항공부문은 저조한 수요 회복과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물류 수요의 불확실성, 인력난 등으로 인해 4대 관광부문 중 가장 회복이 더딘 분야”라면서도 “올해 국경재개를 기점으로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수요 회복도 발생하고 있어 내년도 실적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관광은 언제쯤 회복될까?…“2025년 회복 예상, 관건은 중국시장”
실질적 국가 간 이동의 회복은 앞으로 3년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스키프트는 미국의 국내외 여행객 지출비 현황에 비추어, “국내 관광은 내년도부터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국외 관광의 지출비는 2025년에 이르러야 2019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스키프트는 국제관광의 실질적 회복은 중국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들의 조사에 의하면 2019년도 글로벌 아웃바운드 관광 수요를 압도적인 수준으로 창출했던 국가가 바로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아웃바운드 관광 수요는 여전히 2020년 팬데믹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바운드 관광객은 사실상 2020년 하반기부터 전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한 양상을 보였으나, 국외로 이동하는 관광객의 수는 3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그래프에 큰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에서 수행한 중국인 관광객 관련 수요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도 중국권에 인접한 국가들의 완전한 회복은 2025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중국과 인접 국가인 홍콩과 마카오는 이동에 관한 부담이 적어 벌써 2019년 대비 70%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그 외 국가(캄보디아, 일본, 우리나라 등)들은 아직 회복률이 50%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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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프트는 “국외로 향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시장에 나오게 되면 또 다른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의 관광 행태와 소비 패턴은 결코 코로나19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므로 지속적인 관찰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관광 수용 준비도, “아시아 27개 국가 중 18위에 그쳐”
전 세계가 서서히 외래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글로벌 관광 준비도가 4.55점으로 아시아 27개 국가 중 18위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는 ‘2022년 관광 준비도 지표(Travel-ready index)’를 공개하며 아시아권 국가들의 관광 수용 현황과 실태를 분석했다. 관광 준비도 지표는 백신 접종(Vaccination) 현황과 여행의 용의성(Ease of travel)1), 귀국절차의 편리성(Convenience of returning home)2) 등 3가지 속성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관광 준비도 지표는 점수가 낮을수록 관광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고 해석되는데, 한국은 10점 만점에 4.55점을 기록했다. 국민 대부분이 백신을 의무적으로 접종받았기에 백신접종지표는 1.68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여행의 용이성은 3.75점을 기록하며 아직 외래객 입국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만한 요인이 많다는 것을 시사했다.
반면, 아시아권 관광 준비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피지(1.95점)는 여행의 용이성 측면에서 0.83점을 기록하며 관광 수용 태세를 잘 갖추고 있음을 드러냈고, 이어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몰디브, 싱가포르 등도 자국민의 관광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귀국절차의 편리성’을 제외하면 외국인 관광객 맞이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트렌드➀ “원격근무자를 잡아라”…워케이션과 디지털 노마드가 뜬다
미국 구글에서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검색량이 2020년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경영 부문에서도 최근 ‘워케이션(Work-vacation의 합성어)’이라는 개념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종사자의 안전과 업무 효율성을 도모하면서 삶의 질적 만족도를 고취하여 조직에 대한 충성도까지 높일 수 있는 참신한 경영·관리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업무형태는 관광·MICE 분야에 신규 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관광’이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한순간 늘어난 인원수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개인보다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지출 규모가 더 크며 체류기간도 3~6일에 이른다. 새로운 수요군을 붙잡고자 관광·MICE산업도 올해 발 빠르게 뛰었다. 특히 호텔들은 사무실을 벗어나 여행을 즐기며 동시에 업무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새로운 고객층이 등장하자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과 새로운 체인 브랜드(내 집 같은 편안함을 표방하는 공유숙박형 호텔)3)을 내놓고 있다. 또한, 글로벌 컨벤션센터와 컨벤션뷰로들도 행사 참가자 중 디지털 노마드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여 행사 내 업무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트렌드➁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국제관광이 해결해야 할 크나큰 숙제”
글로벌 관광산업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은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중요도’에 관한 국가별 인식 수준을 조사한 스키프트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학적 이슈”라면서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 급진적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산업 부문은 이러한 트렌드가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지만 기업을 향한 탄소 저감 압박이 강해지면서 항공편을 수반하는 비즈니스 관광은 좀처럼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키프트는 “미국 항공시장의 대부분을 연구·컨설팅 기업과 기술 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사이에서 ESG 실천에 관한 이슈가 강화되면서 항공편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항공편 이용 회피 현상은 2050년 전 세계 탄소 제로 비전에 맞춰 앞으로 20년 넘게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➂ 보복성 수요로 급증한 럭셔리 관광 트렌드…인플레이션으로 주춤
올해 소비시장은 럭셔리 상품과 서비스로 뜨거웠다. 골프, 호캉스, 테니스에 수요가 집중되었고, 명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오픈런(Open-run)을 불사했다. 이러한 소비트렌드는 관광산업에도 반영되었다. 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여행 상품 구매 의향 조사에 따르면, 실제 여행 계획이 있는 응답자들 대부분이 높은 서비스 수준이 보장되는 럭셔리 여행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럭셔리 상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동일한 상품에 관한 해외여행 계획자들의 응답은 42% 수준이었다. 반면,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없는 응답자일수록 여행 상품의 등급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실질적 수요가 럭셔리 여행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1) 입국 전 요구되는 격리지침, 비자 겅책, 여행 규정 등으로 인한 통제 여부를 평가함.
2) 자국민이 해당 국가로 귀국할 때 요구되는 격리지침의 강도 및 강제성을 기준으로 평가함.
3) 에어비앤비를 겨냥한 새로운 스케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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