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세계 박람회가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25년 개최 예정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Expo 2025 Osaka Kansai Japan, 이하 오사카 엑스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활발한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오사카 엑스포는 2025년 4월부터 10월까지 총 6개월간 ‘삶을 위한 미래 사회 설계(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 Saving Lives, Empowering Lives, Connecting Lives)’를 주제로 오사카 최서단에 위치한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다양한 혁신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현명하게 영위하는 방법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 사회에 대한 경험을 한 걸음 앞서 전달할 예정이다.
오사카 엑스포는 예상 관람객 수가 약 2,820만 명에 달하고 전 세계 150개국, 25개의 국제기관이 참가할 예정이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2조 엔(한화 약 18조 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2020년 또다시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 오사카 엑스포 또한 55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개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올림픽(Olympic), 월드컵(World Cup)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로 손꼽히는 엑스포(Expo)는 그동안 정부, 기업, 국제기구 및 시민 간의 건널목 역할을 하는 대규모 플랫폼이자, 교육 및 교류, 진보의 기폭제 역할을 도맡아 왔다. 현재 2030 부산 세계 박람회 유치에 힘쓰고 있는 국내로써는 이번 오사카 엑스포가 훌륭한 참고 대상이자 예습서로서 기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본 고에서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세기 만에 새로운 출발을 앞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준비현황과 운영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전문가 인터뷰 : 무라야마 주식회사 이주형 EU 사업부 매니징 디렉터
Q1. 무라야마 주식회사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무라야마 주식회사는 1902년 창립 이후, 약 1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인 ‘환대(오모테나시)’의 마음으로 감동적인 체험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근래 업계에서는 ‘경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 전문업체 혹은 ‘라이브 마케팅 컨트랙터(Live Marketing contractor)’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저희도 이러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습니다. 올림픽, 피파 월드컵(FIFA World Cup)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 월드 엑스포(Worl Expo) 등의 문화 이벤트, 공간에 대한 기획 및 시공 등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MICE 측면에서는 컨퍼런스와 전시 분야에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요 이력으로는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2019 럭비월드컵, 2020 도쿄올림픽 등의 국제스포츠 프로젝트가 있으며, 2005 세계 박람회(The 2005 World Exposition, Aichi, Japan, 이하 아이치 엑스포)를 통해서 다수의 국가관 시공을 진행, 이후 2010 상하이 엑스포, 2012 여수 엑스포, 2017 아스타나 엑스포, 2020 두바이 엑스포 등에서 일본의 국가관 시공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니혼TV(NIPPON TV Holding)의 완전 자회사(100% 손자회사)로서 미디어 산업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Q2. 현재 글로벌 MICE 산업은 보복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세계 박람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시는지?
팬데믹이 본격화된 시점부터 협력사들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직접 목격해왔습니다. 70여 명이 넘게 근무하던 건축회사 직원들은 모두 집에 머물러야 했으며, 대표이사 홀로 사무실에 나와 전화 응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중소장치업체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고정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본연의 업무 카테고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입찰도 마다하지 않고 참여했습니다. 알고 지내던 몇몇 엔지니어들은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등 새로운 직업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업계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인력의 부재, 에너지 가격 상승과 맞물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현재는 MICE 행사 전반에 필요한 투자 비용이 크게 상승한 상황입니다.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업계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하이브리드 및 가상 행사와 같은 방법만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비대면을 기반으로 팬데믹을 넘긴 업체들도 존재하지만, 현재 유럽의 MICE 업계에서는 이러한 형태가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의 기존 행사들도 예전처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2019년 당시의 수준과 규모로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전문인력들이 부족한 상황은 결국 비용상승의 원인이 되었으며, 행사 비용의 상승은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팬데믹 당시 하이브리드 행사를 위해 적용했던 디지털 플랫폼이 전통적인 MICE 행사의 운영방식에 더 큰 부가가치를 더해줄 수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MICE 업계의 전통적인 프로세스가 디지털 전환을 거치면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비로소 본격적인 MICE 산업의 전환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합니다.
2년 후에 있을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도 이러한 전환기를 거쳐 새로운 혁신이 두드러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팬데믹 이후의 성장세는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만, 이번 기회에 저희도 미래 MICE 산업에 대해 설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로서는 안팎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Q3. 일본에서는 2025년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관 건립 프로젝트는 주로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지?
엑스포 개최국가가 선정되면 해당 국가의 유치위원회는 조직위원회 혹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조직을 구성하게 됩니다. 구성된 조직위원회는 마스터플래닝(Masterplanning)을 통해 주제관 및 각각의 국가관과 관련한 시설의 위치를 준비합니다. 각 국가의 엑스포 담당 기관은 어느 정도 규모로 국가관을 준비할지 사전협의를 거쳐 조직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자국 국가관 위치를 받게 되면 국가별 엑스포 담당 기관은 정책과 활동계획을 포함한 내용을 기반으로 공모를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디자인&빌드(Design-Build Process) : 일반 건설업에서도 사용하는 단어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하나의 회사 혹은 팀(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합니다. 엑스포의 경우, 대부분 1) 건설회사+건축디자인회사+실내 2) 전시디자인회사+실내 3) 전시시공회사의 형태로 팀을 이루어 참가합니다. 각 회사의 업무와 책임 범위에 따라 지분이 나누어지며, 이 경우 종합건설회사가 대표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합건설회사(General Contractor)의 주도 아래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팀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므로, 모든 절차와 진행이 간소화되고 디자인팀과 시공팀 간의 효율적인 협업 및 결과물 도출이 가능합니다. 반면 건축주(해당 국가의 국가관 담당 기관)의 개입이 제한적일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독일 국가관이 이 같은 입찰절차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디자인&빌드 입찰방법으로 진행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 디자인&비드&빌드(Design-Bid-Build Process) : 이 또한 일반 건설업에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입찰방식입니다. 건축주가 건축디자인회사, 실내/전시디자인회사, 건설회사, 실내/전시시공회사가 모두 별도로 참가 혹은 디자인과 시공을 분리하여 발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건축주가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번의 입찰을 진행하면서 디자인&빌드보다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훌륭한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하는 건축가 팀과 공사 기간, 예산에 따라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는 건설회사 간 상충하는 부분이 적지 않게 나타나곤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욱 많은 예산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상위 두 가지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고, 이를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변경하여 진행하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규모가 큰 국가관의 경우, 별도의 프로젝트 전문 관리회사를 고용하여 모든 PM 업무를 대행하기도 합니다.
선정된 회사는 디자인 수정 및 마무리 과정을 거쳐 기본 디자인 설계를 마치고, 가치분석/가치공학(Value Analysis/Value Engineering) 등의 원가절감, 품질 향상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디자인 설계를 진행합니다. 준비된 설계는 해당 지역 관청에서규정한 건축법에 따라 사전 허가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시공 허가 승인 후, 국가관을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 통상적으로 1년 반에서 2년간의 시공을 포함한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달 혹은 두 달 전부터는 국가관 시운전 및 행사 등에 대한 리허설을 진행합니다. 또한, 엑스포 기간에는 네셔널데이(National Day) 등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Q4. 한국관의 과거 변천사를 고려했을 때, 최근의 한국관은 참가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와 향후 어떤 부분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일반 방문객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만, 방문객 중 한 명으로서 한국관을 체험할 때 다른 방문객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관람을 즐기고 있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빌리온
(Pavilion) 디자인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는 다수의 수상 경력이 이야기해주듯이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이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로부터 한국의 정서에서 ‘정(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지금도 정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고유한 문화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감정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이를 ‘사물이나 대상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한 칼럼에서는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 쌓은 감정적 공유의식으로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고 아껴주고,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오랜만에 보면 반가운 것”이라고 풀어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저는 기획자로서이러한 마음을 엑스포라는 작은 사회에 적용하여 바라보고 싶습니다.
한국관은 긴 대기 줄을 가지는 국가관 중 하나입니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앱을 활용한 프리쇼 또는 영상 등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기술적인 접근과 대응방식은 이미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길게는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관람객들을 둔 주최자로서는 어쩌면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대기시간이 곧 작은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관을 통해 마주한 세계인 그리고 해당 지역인들과 함께 어우러진 ‘우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체험적 요소를 시작으로 한국관의 이야기를 펼쳐나가 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여기서 구성된 ‘우리’는 미래의 엑스포 때마다 더 커져 나가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한국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주변 다른 국가와도 공유하여, 그들의 공동체와 병합된 ‘우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이웃한 국가관의 루프탑(Rooftop) 정원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관람객 동선을 만들고 편의를 도모할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국가관의 경우, 정말 많은 양의 교육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준비합니다. 그 많은 정보를 혼자서 경험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파빌리온의 큐레이터들은 관람객들을 오랜 시간 혼자 두지 않습니다. 단순히 동선 안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이처럼 한국관에 머무는 동안 관람객들의 감정적 동선까지도 고려가 가능해진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그들을 ‘우리’ 안에 담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관 관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밖에서 소통할 수 있고 정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나간다면, ‘우리’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공동체는 더욱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5. 최근 국내에서는 ‘2030 세계 박람회’와 ‘2036 올림픽’이라는 두 건의 메가 이벤트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활동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활성화 방안 또는 지향점 등 자유로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지면을 통해서 많은 말씀을 들으셨겠지만,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활동이 매우 적극적입니다. 비단 2030 엑스포뿐만 아니라 이미 2029년도 동계아시안게임의 유치도 시작한 상태입니다. 동계아시안게임의 유치는 곧 동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네옴시티(NEOM City)를 중심으로 수많은 국제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유럽의 여러 국가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36년 올림픽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간접적으로 개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의 베를린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공동 개최를 계획하고 있으며, 중동의 몇몇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원함에 따라 올림픽을 계기로 수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합니다. 즉, 그들은 전 세계를 그들의 선거구로 지정하고 단순히 유치 신청, 자금력을 통해 추진하는 활동들 외에도 그들만의 ‘우리’를 구성하는 작업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행해왔습니다. 막강한 자원을 내세워 그들의 ‘우리’ 안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대신 그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국으로 가져오고자 하는 활동을 해 온 것입니다.
국내로써도 차근차근 한국만의 ‘우리’를 구성하는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급할 때 웃돈을 주고 생선을 사 오지 않으려면, 생선가게 사장님한테 평소에 잘 녹지 않는 얼음이나 생선 맛을 훌륭하게 만들어주는 소금 등을 제공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과 결을 같이 합니다. 물론 유치를 신청한 국가 중앙정부의 의지와 예산, 국제적 기업들의 참여가 기본적인 평가 요소가 되겠습니다만,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각국과의 ‘우리’를 형성하는 작업이 조금 더 일찍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국제스포츠 행사가 언젠가부터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2)로 취급받기 시작했습니다. 메가 이벤트 개최를 위해서 필요한 시설에 대한 투자가 반대로 위기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2024년도에 개최될 파리하계올림픽 사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연맹 측에서 원하는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올림픽 주요 스폰서들과 미디어를 만족시킴으로써 새로운 전환기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