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오피니언, 트렌드

생체인식 기술 활용과 제도적 과제

박지민교수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미국법학과 교수,
뉴욕주 변호사

<키워드>
#안면인식 #안면인식기술 #생체인식기술 #바이오정보 #개인정보보호 #개인정보보호법

한 남성이 쇼핑몰을 지나가는데 전광판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필요할 만한 자동차, 술, 여행 상품을 권한다. 2054년이 배경인 2002년 개봉작,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장면이다. 이 영화는 자율주행 자동 차, 증강현실, 홍채인식 등 현재 실현되고 있는 각종 미래 기술들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인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이 쇼핑몰을 걸어갈 때, 컴퓨터가 주인공의 홍채를 인식하고 개 인에게 맞춤화된 제품 광고를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홍채인식을 통한 신원 확인을 피하기 위해 앤더튼은 안구 이식까지 하고 도망을 다녀야 했다.

영화에서 선보인 홍채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은 최근 급속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간한 ‘2020년 주목할 5가지 기술 트렌드(5 Technology Trends to Watch 2020)’ 보고서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5개 기술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생체인식 기술 중 하나로 카메라, 사진, 동영상 등으로 얼굴의 특징적인 모습을 인식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이를 비교해 신원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안 면인식 기술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어도 대량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널리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기존 산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신상품 개발을 아래표와 같이 추진하고 있다.

|생체인식기술적용사례|


<참고> 미리보는 CES : 2020년 주목할 5가지 기술 트렌드

CTA는 내년 1월로 다가온 CES 행사에서 다루게 될 ‘2020년을 대표할 5가지 기술 트렌드’로

(1)디지털 치료법, (2)차세대 교통수단, (3)식품의 미래, (4)안면인식 기술, (5)로봇의 발전을 꼽음.

 |트렌드4| 세계를 탈바꿈할 안면인식 기술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될 안면인식 기술, 관건은 정확성 향상과 편견·사생활 침해 문제 극복

• 안면인식 기술은 생체인식 기술(Biometric Technology) 분야 내에서 가장 인기 있고 참신한 기술 중 하나로, 카메라로 사용자의 얼굴을 포착한 뒤 마치 지문(Fingerprint)과 같은 개개인의 고유한 얼굴 형상과 특징인 ‘페이스프린트(Faceprint)’를 측정해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와 비교·대조 후 사용 목적에 따른 결과를 내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음.

• Markets and 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안면인식 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3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5년간 연평균 16.6% 성장해 2024년에는 약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됨. 또한, 얼리 어답터가 다수 존재하는 북미지역은 특히 가장 큰 안면인식 시장을 형성할 것 으로 전망됨.

• 안면인식 기술은 출입 통제 및 범죄자 탐색 등의 보안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SNS 서비스 등의 상업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타인 인식 지원, 미세한 진단 등의 의학 분야에서의 활용 또한 전망이 밝음.

• 한편, 현재로선 아직 100% 정확한 안면인식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기에 안면인식 기술은 ‘정확성’ 측면에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며, 종종 발견되는 유색인종 및 여성의 얼굴에 대한 안면인식 알고리즘의 편견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전망임.

 CES 2020에서 다뤄질 안면인식 기술

• 이번 CES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 특성을 분석하고 매장 내 멤버십 프로그램의 손쉬운 운영에 도움을 주는 리테일 분 야 안면인식 기술에서부터, 가정이나 기업에서 철저한 보안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안면인식 플랫폼까지 다방면의 안면인식 기술 활용사례를 선보일 예정임.


최근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전시회가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인공지능 및 증강현실 전문 벤처기업인 알체라 (Alchera)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안면인식 정보 활용에 동의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안면인식 티켓팅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를 두고 안면인식 기술이 빠르고 편리한 전시회 입장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시업계의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의 유용성은 매우 분명해 보이지만, 모든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본 기술의 개발 및 사용에 있어서 오남용, 사생활 침해, 해킹 등 보안 관련 이슈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 히, 안면인식 기술은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의 침해의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과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하여,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제15조 4항 2호에서는 바이오정보에 대한 보안을 엄격하게 지 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바이오정보란 지문, 홍채, 음성, 필적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또는 행동적 특 징에 관한 정보를 말한다. 개인정보보호 관리업무 담당자인 공무원 A씨에 따르면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개 인정보의 확보와 활용에 있어서 관람객의 사전동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며, 동의하지 않는 관람객의 생 체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정된 공간에서만 활용하는 등 제한적 활용만 가능하다”고 한다. 안면인식 데이터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중요하게 보호하여야 할 정보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4장 개인정보의 보호

 제15조(개인정보의 보호조치) 1 법 제28조제1항제1호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개인정보의 안전한 처리 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하는 내부관리계획을 수립ᆞ시행하여야 한다. <개정 2016. 9. 22.>

(4) 법 제28조제1항제4호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저장ᆞ전송될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보안조치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14. 11. 28., 2017. 3. 22.>

1. 비밀번호의 일방향 암호화 저장

2. 주민등록번호, 계좌정보 및 바이오정보 등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정보의 암호화 저장

3.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 및 인증정보를 송ᆞ수신하는 경우 보안서버 구축 등의 조치

4. 그 밖에 암호화 기술을 이용한 보안조치


개인정보보호에 민감하지 않은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정부 주도하에 많은 분야에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에 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미연방 상원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의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는 법안 (Commercial Facial Recognition Privacy Act of 2019)을 제출했고, 오레곤주와 뉴햄프셔주는 경찰이 바디 카메라를 이용한 안면인식을 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및 매사추세츠주의 일부 도시들은 시 공무원들이 법 집행 등을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리노이주의 바이오 인식 개인정보보호법(Biometric Information Privacy Act, BIPA)에서는 정보 주체의 서면 동의 없이 바이오 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유럽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제안 마 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안면인식 데이터가 언제 사용될 수 있는지 를 알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테러나 범죄 예방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매우 국한된 장소에 한해 이 기술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EU에서는 일반정보보호법(GDPR)에 따라 개인 식별에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데이터의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어 운영되고 있고, 최근 그 규제가 너무 엄격하고 산업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개정하려는 노력 중에 있다. 그러나 개정된 법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이의 실행을 위한 시행령 및 기타 규칙 등도 미정인 상태이다.

전시컨벤션 분야에서의 안면인식 기술은 자동 티켓팅, 자동 입장, 개인 맞춤 안내 전시 서비스, 개인 맞춤 전시 기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어 관람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본 기술은 보안성 및 오남용, 사생활 침해, 부정확한 정보에 따른 위험성 등의 문제도 있다. 따라서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제정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동향은 물론 해외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며, 법적 요건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점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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