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네트워킹의 시대, 소비자 행동의 이해로부터 해답을 찾다

비대면 네트워킹의 시대, 소비자 행동의 이해로부터 해답을 찾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소통의 방식이 아닌, 온라인 환경에서 비대면으로 대화하고, 나아가 비대면으로 네트워킹까지도 해야하는 불가피한 현실에 직면했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공이 가장 큰 요인이기는 했다. 바이러스가 아니었어도 비대면 소통과 네트워킹은 서서히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을 테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소통 시대가 더 급진적으로 도래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소비자를 둘러싼 외부환경 변화와 함께, 디지털로 대변되는 MZ세대의 소비자 행동이 주목받고 있는 요즈음, 바이러스의 공격이 아니었어도 디지털 기술에 능수 능란하고, 비대면 소통을 싫어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선호할 수도 있는 세대에게 어쩌면 비대 면 소통과 네트워킹은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일 수도.
소비 환경과 소비 주체가 변하고 있는 시대에 비대면 소통과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다수의 학술대회 및 전시, 박람회 등이 비대면으로 기획되고 그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행사가 개최되었다.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에서 모이고 소통하고 네트워킹하는 것과는 분명 환경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과연 비대면으로 소통과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면 소통과는 차별적인 행동을 보이는가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는 부족하다. 이에 필자는 소비자 행동 및 심리 측면에서의 비대면 소통의 특징을 짚어 보고 이를 통해, 온라인 비대면 행사(전시, 학술대회, 박람회 등)의 기획, 및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무적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온라인상에서 개최되는 행사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힘들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행사를 통한 네트워킹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잠재적 참가자들의 행사 참가에 대한 진입 장벽이 오프라인 행사에 비해 낮다. 게다가 오프라인에서처럼 직접 대면하며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직접 소통의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화면 너머의 상대방과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이는 물론 매우 낙관적인 예측이다.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온라인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그리 쉽고 낙관적인 결과만을 기대해서는 안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직접적인 대면 소통과 네트워킹이 어려운 온라인의 특성상 행사의 소비 주체인 잠재적 참가자들이 비싼 등록비 또는 참가비를 기꺼이 지불할 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있는가? 온라인이 시간/공간적인 측면에서 오프라인보다 행사 참여와 관련한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심비(또는 가성비)를 생각할 때, 잠재적 참가자들이 오히려 온라인 행사 참가를 주저하거나 꺼리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행사 참가에 있어 편의성과 접근성은 높지만 직접 경험과 대면 네트워킹이 불가능한 온라인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비용/편익 관점에서 과연 합리적인 의사결정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온라인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낙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 행사/이벤트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소비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참가할 수 있게 유인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비대면 네트워킹을 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행사에 대해 잠재적 참가자들이 가심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아마도 오프라인 대면 네트워킹에서의 직접 경험이 주는 경험의 의미 또는 가치의 부재일 것이다. 대면으로 직접 참여해서 오감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것과 비대면으로 참여하는 것은 경험치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 서 이러한 경험치의 차이를 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그 차이를 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면 대 비대면 소통 상황에서의 경험치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지각(perception)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각이란 인간이 오감을 통해 외부환경 자극을 인출(retrieve), 선택(select), 해석(interpret)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감각기관을 통한 감각 노출(sensory exposure)과 주의(attention), 이해(comprehension)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 간 시간적 차이는 매우 짧아서 이 모든 과정들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각의 각 과정에서 대면과 비대면 경험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다르겠지만 특히 감각 노출과 주의 단계에서의 차이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자극을 인출하는 단계에서 비대면과 대면의 차이는 무엇보다, 자극을 얼마나 생생하게(vivid) 느끼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대면 소통은 비대면 소통에 비해 구체적이기 때문에 머리속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비대면 행사에서도 콘텐츠 자극이 구체적으로 시연되어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든다면 비대면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진 않을까?
콘텐츠 자극을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네트워킹해야 하는 상대방과의 근접성(proximity)도 한몫한다. 오프라인의 경우 이러한 근접성의 차이가 실제 공간적 거리의 차이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의 경우, 참가자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참석하는 것이므로 네트워킹을 하는 상대방들을 아주 멀리 있다고 느끼거나, 화면 너머의 차원이 다른 세상 으로 간주해 버릴 수도 있다. 화면 속에서 등장하고, 바로 눈앞에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상대방 참가자들과의 공간적 거리감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간적 통일감을 주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지만, 모든 온라인 행사 참석자들이 동일한 배경화면을 그들의 온라인 환경에 적용한다면 마치 같은 공간 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사소해 보이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자극이나 환경을 약간만 바꾸어 주어도 네트워크상의 공간적인 거리감이 줄어들 수 있다. 인간의 지각은 이렇듯 다분히 주관적이고 외부환경에 의해 영향을 쉽게 받는다.
지각의 과정(perceptual process)과 관련하여 참가자들의 주의(attention) 집중의 정도가 대면과 비대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날 수 있다. 주의는 여러 환경 자극 중에서 한두 개 자극에 집중하게 되면서 나머지 자극들은 처리가 되지 않고 무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의 집중을 하는 정도는 개인의 각성 상태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즉, 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사람이 적당히(moderate) 각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주의 집중을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각성되어 있지 않은 나른한 상태거나 또는 과한 각성 상태, 즉, 긴장 상태에서는 자극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각성 상태가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외부의 환경적 요인 중에서 개인의 주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은 오프라인 환경보다는 주의가 더 쉽게 분산될 수 있는 온라인 행사에 더 치명적일 것이다. 오프라인의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경우, 물리적인 제한 또는 제약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주의가 분산되는 상황이 환경적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개개인의 사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참석하게 되는 이벤트에는 공간 자체가 주는 제약이 없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외부의 다른 자극에도 쉽게 주의가 분산되어 행사에 집중하지 못할 소지가 많다. 이는 참가자들의 행사 참석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행사 참석자들의 주의 분산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온라인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콘텐츠의 내용과 구성, 진행방식을 현저하고(salient)하고 생생한(vivid)하게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 행사 기획자 및 마케팅 담당자들은 중요 콘텐츠와 관련된 자극물을 현저하고 생생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사람들이 계속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고전적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방법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동기는 인간을 행동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인간의 행동에는 그 행동을 실행하게 한 동기가 작용한다. 예컨대 온라인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얼마만큼 충분한가에 따라 실제로 참석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될 것이다. 사람들은 일단 동기가 부여되면 본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목표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 목표 충족과 관련된 대상에 대해서는 가치를 높이 부여(valuation effect)하고 그 외 대상들에 대해서는 가치 절하(devaluation effect) 한다. 예를 들어 극도의 갈증의 상태에서는 바닷가 해변 가까이 위치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아무리 비싸게 팔고 있더라도, 바람직한 상태, 즉 갈증이 해소된 상태로 가기 위해 사람들은 그 음료수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한다. 이때 목표달성과 관련된 대상인 음료수는 가치 절상이 되고, 그 음료수를 획득하기 위해 비싸게라도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목표달성과 관련 없는 대상인 돈이 가치 절하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온라인 행사에 적용해 본다면, 온라인 행사가 일단 잠재적 참석자들의 동기를 부여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온라인 참석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가치를 높게 책정하면서, 앞서 언급했던 온라인 행사에 대한 낮은 가심비 (또는 가성비) 인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행사 기획자는 잠재적인 참가자들이 온라인 행사를 통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확히 짚어내고, 그 목표달성이 곧 온라인 행사의 적극적인 참여임을 일깨워 주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행사를 공지하는 문구부터 참석자들의 목표달성 의지를 자극할 수 있는 용어와 개념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인간의 동기와 목표달성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온라인 행사 및 네트워킹에 주는 시사점을 찾기 위해 몇몇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경우, 목표에 가까워졌을 때, 그 목표달성과 관련하여 훨씬 더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Locke & Latham, 1984). 쥐들은 음식에 가까워질수록 빨리 달렸고(Hull, 1934), 인간은(무료로 제공되는) 상품권을 획득하고 싶거나,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피니쉬 라인이 있을 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훨씬 더 노력의 양과 속도를 증가시켰다(Cheema & Bagchi, 2011; Kivetz, Urminsky, & Zheng, 2006).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Columbia University)의 커피숍에서 진행된 현장 실험(Kivetz, Urminsky, & Zheng, 2006)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커피숍의 로열티 프로그램인 스탬프 카드를 나눠 주고 10번 커피를 구매해서 10개의 스탬프를 획득하면 무료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때 한 조건에서는 커피 카드의 12개의 칸 중 2개 칸에 스탬프를 미리 찍어서 제공했고, 나머지 조건에서는 아무것도 찍혀 있지 않은 10개의 칸이 그려진 카드를 제공했다. 이 두 조건에서 피험자들이 10개의 스탬프를 먼저 획득한 조건은 12개 중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혀 있었던 카드를 받았던 조건이었다. 이는 목표달성(10번의 구매) 과정에 있어 부여된 진행성과(endowed progress)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두 조건 모두 피험자가 무료 커피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10번의 구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조건의 차이는 부여된 진행성과의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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