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MICE산업의 주최영역 중 가장 규모가 큰 협회는 최근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행사 운영 비용은 상승했으나 협회 이윤은 줄어들고 있으며, 협찬사 유치와 참가자 확보도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혁신 전략의 필요성과 실행력 간의 괴리, 재정 압박과 회원 가치 제공 사이의 균형 유지 등 부상하는 현안은 생존을 위한 변화의 압박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수익성 악화와 참가자 기대치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협회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제 협회 회의의 성공 여부는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제한된 자원으로 의미 있는 경험 가치를 설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전략적 통찰에 달려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글로벌 협회 연구 이니셔티브(Global Association Research Initiative, 이하 GARI)’ 프로젝트를 통해 발간된 2025년 글로벌 협회 동향 보고서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근 글로벌 협회가 마주한 현안과 필수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협회 동향으로 톺아보는 불확실성 시대의 필수 과제

지난 5월, 베스트시티 글로벌 얼라이언스(BestCities Global Alliance)1와 스트래티직 멤버십 솔루션(Strategic Membership Solutions)은 GARI 프로젝트 협력을 통해 ‘압박받는 목적: 2025년 글로벌 협회 동향(The Purpose Under Pressure: Global Association Trends in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전 세계 30개국 600여 명의 협회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하였으며, 글로벌 협회의 최신 고려사항을 집중 조명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이후 글로벌 협회에 요구되는 5가지 필수 전략 과제로는 ① 불확실한 환경 탐색, ② 전략적 인프라 구축, ③ 재무적 지속가능성 강화, ④ 의미 있는 가치 전달,
⑤ 목적 중심의 리더십이 대두되었다. 이에, 베스트시티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상무이사 로렌 크리스티(Loren Christie)는“글로벌 회의산업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목적 지향
적 파트너십은 필수이며, 협회의 가치와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목적지는 더욱 돋보일 것”임을 강조했다.

현안 ① 신세대 출장자의 부상…‘Z세대’가 촉발하는 기업 문화의 변화
현재 협회의 변동성을 촉발하는 요인에는 지정학적 불안정과 경제 변동성, 인력 및 기술 변화, 기후로 인한 공급망 혼란 등이 포함되고 있다. 지속적인 복합 위기 속에서, 변동성은 일시적인 충격이 아닌 운영 환경 그 자체로 자리한 셈이다.
이와 동시에, 협회의 수익 구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많은 협회가 치솟는 비용과 예산 압박으로 고심하면서 수익 창출은 늘었지만 정작 마진은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응답자의 84%는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 또는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수익 측면에서 핵심 수입원2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조직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31%는 “많은 협회 예산의 초석이 되는 스폰서십(Sponsorship) 수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비용 측면도 마찬가지다. 응답자의 66%는 ‘비용 통제’와 ‘예산 관리’가 어렵거나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으며, 60%는 ‘예산 감소’ 와 ‘재정적 제약’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보고 있다. 협회로서는 등록비 인상이나 비용 절감 모두 한계에 직면해 있는 반면, 회원과 참가자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아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현안 ② 협회 주최자 vs 공급업체: ‘전략’과 ‘실행’의 시각차
협회의 전략 실행에도 뚜렷한 한계와 구조적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협회 리더의 83%는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을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의 조직이 “심각한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소규모 협회들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루려는 생존 모드로 운영 중이며, 대규모 협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직 안정성은 높으나 비용 상승과 노후화된 비즈니스 모델, 팀 구성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마진이 감소하고 혁신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도 현실과 기대 사이의 괴리가 크다. 전체 중 91%의 응답자는 “인공지능(AI)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운영 전반에 AI를 완전히 도입한 조직은 고작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2%의 응답자는 “신기술의 채택과 통합 자체가 여전히 운영상의 주요한 걸림돌이 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협회 주최자와 공급업체 사이의 시각차도 두드러진다. 협회로서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회원 가치와 행사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반면, 공급업체들은 인건비 상승과 수요 증가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고 수익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많은 협회가 높아진 비용에 대응해 장소 제공업체와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고 행사 규모를 조정하는 등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협회는 비싼 일류 개최지 대신 호텔료와 서비스 요금이 저렴한 중소도시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이제 협회로서는 공급업체에 지식 교류, 브랜드 향상 등 행사의 장기적 가치를 어필하고, 단기 수익뿐 아니라 이러한 장기 파트너십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 ③ 한정된 자원과 넘쳐나는 선택지 속 주목받는 ‘목적 중심 리더십’
자원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선택지는 점점 더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기존 회원의 충성도는 더 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으며, 87%는 ‘회원 참여 및 유지’가 당면 과제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6%는 “젊은 회원들을 유치하고 참여시키는 것이 특히 어렵다”고 전했다. 많은 주최자가 회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직면 중인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회원들의 기대와 실제 경험 간 간극이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공적인 조직들은 이러한 흐름을 일찍이 인지하고, 협회 회의를 단순한 정보 전달의 장이 아닌 사람과 사람, 조직과 신념이 연결되는 관계 구축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명확한 목적의식과 이를 실현하려는 리더십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회원 참여를 이끌고 지속 가능한 조직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협회 목적이 잘 전달된 조직일수록 외부의 혼란을 더 잘 극복하고,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높은 회원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자원봉사자(volunteers)3) 의 71%는 자신의 직업, 커뮤니티 또는 대의에 기여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동기를 부여받고 있으며, 공급업체와 협력업체는 가치와 사명이 일치하는 협회와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경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젊은 회원들 역시 단순한 서비스 이상을 요구하며, 목적이 있는 조직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전략 ① 목적 기반 운영: 조직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정립하라
앞서 언급된 복합 위기 환경 속에서 조직이 지속해서 신뢰를 얻고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목적이 모든 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회원들은 수동적인 혜택이나 일반적인 소식지 전달보다는 참가자로서 첫 상호작용에서부터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가치의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회원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세분화(Smart Segmentation)에 투자하고, 의사소통과 제공되는 혜택을 개인화하며, 신규 회원의 경우 첫 30일 이내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조직의 목적은 단지 사명 선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 전반에서 일관되게 실현되어야 하며, 구성원과 외부 이해관계자 모두가 그 목적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회원의 니즈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사명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모든 접점에서 이를 명확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협회를 이끄는 리더십에도 반영되어야 하며, 공감 능력과 전략적 호기심, 미래지향적 사고를 갖춘 리더들이 중심이 되어야 조직 전체가 목적이라는 공통된 정체성과 방향성 중심으로 단단하게 움직일 수 있다.

전략 ② 유연하고 회복력 있는 실행 체계: 변화에 강한 조직은 구조가 다르다
불확실성의 시대, 협회는 사람과 기술, 재정 및 거버넌스를 아우르는 전략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실행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지속 가능한 조직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회복력을 갖춘 구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 계획(Scenario Planning)과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직된 거버넌스나 인력 모델에서 벗어나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연간 계획 중심의 전략 수립이 아닌 실시간 피드백과 조정이 가능한 전략 실행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 측면에서는 AI 실험 수준을 넘어 윤리적 기준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내재화를 추진해야 하며, 기술 플랫폼 도입과 함께 인재 육성, 번아웃(burnout) 방지 등의 인력 중심의 투자가 병행되어야 진정한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략 ③ 회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 가치 기반 혁신이 수익을 만든다
빠듯한 예산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많은 협회는 수익 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높은 활동이 항상 높은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반대로 참여율이 높은 활동이 반드시 재정적 성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출발점은 새로운 수익원의 발굴이 아닌, 기존 핵심 수익 기반을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이 실제로 가치를 느끼는 경험을 중심에 두고, 이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구조적 혁신은 회원 중심의 경험 설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회원 가입부터 재참여에 이르는 전 여정에서 ‘중요한 순간(Moments that Matter)’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분류를 넘어 행동 패턴, 경력 단계, 생활방식 등을 반영한 정교한 세분화를 통해 진정성 있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핵심은 ‘관련성’, ‘상호작용’, ‘공동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과 실시간 대응력을 갖춘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혼란스러운 환경 변화 속에서도 회원에게 안정감과 실질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는 핵심 수익원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림과 동시에, 체계적인 기준과 위험 관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실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업 역량 강화, 내부 실행력 확보, 구성원 간 전략 정렬이 병행되어야 비로소 실현 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겠다.
전략 ④ 변화하는 협회의 이벤트 전략: 회의를 넘어 레거시 플랫폼으로
행사는 여전히 많은 협회의 ‘핵심 수입원(63%)’이며, ‘회원 참여의 주요 동인(78%)’이다. 불확실성과 한계를 인식한 다수의 협회는 전통적인 ‘연 1회 대형 컨퍼런스’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연중 다중 행사 개최’라는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회의를 양적으로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질적으로 재구조화하여 한정된 자원 내에서도 회원들이 체감하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으며, 다음 네 가지 구조적 변화를 포함한다.
첫째, 단일 이벤트 중심에서 벗어나 연중 반복되는 러닝 스프린트, 온라인 실습, 지역 단위 네트워킹 등으로 이벤트의 순환성과 지속성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대규모 행사보다는 소규모, 타깃형 프로그램에 집중하여 비용 효율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셋째, 콘텐츠 전달 중심에서 벗어나 연결, 공동 창작, 상호작용을 우선시하는 기획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사전 계획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실시간 피드백과 민첩한 조정을 반영한 기획 및 운영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의 목적이 설계를 이끈다(Purpose Drives Design)’는 원칙이다. 회원이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이며, 그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의 없이 행사는 그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명확한 목적에 기반한 이벤트 설계야말로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벤트를 단순한 실행의 장에서 나아가, 지속적 영향력을 남기는 ‘레거시(Legacy)’ 창출의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가 “이벤트를 통해 장기적인 임팩트(Impact)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특히 21세에서 30세 사이의 전문가 집단에서는 무려 75%가 이를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세대 간 인식 변화이자, 회의의 본질이 ‘행사 당일’이 아닌 ‘그 이후의 영향력과 확산’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다. 지식 공유, 정책 연계, 커뮤니티 확장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영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