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참석인원과 저명한 연사, 고급 칵테일이 포함된 네트워킹 파티는 분명 행사의 외형적 성공을 가늠하는 요소다. 그러나 근래의 비즈니스 이벤트는 명확한 투자 대비 성과(ROI)를 제공하는 B2B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이벤트 전문 기업 프리먼(Freeman)이 최근 발표한 2025 상업 트렌드 보고서(Unpacking XLNC: The Future of Commerce for Trade Shows and Conference)에 따르면, 현재 참가자들이 행사에서 얻고자 하는 최고의 가치는 ‘상거래(Commerce)’임이 밝혀졌다. 직접적인 제품 평가와 구매 결정이 행사에 참석하는 주된 이유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으로 중요시됐던 경험이나 학습, 네트워킹 등의 요소를 모두 제쳤다는 뜻이다.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행사는 그저 단순한 친교나 볼거리 제공에 머무르는 비싼 파티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론이다.
상거래는 더 이상 전시회만의 기능이 아니라, 모든 이벤트의 본질적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 본 고에서는 프리먼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2025년 MICE산업에 나타나고 있는 중추적인 산업 환경 변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행사 설계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벤트가 비즈니스를 이끈다”… 현장에 부는 ‘커머스’ 혁명의 바람

프리먼의 XLNC 프레임워크는 2022년 도입된 참가자 가치 분석 모델로, 참가자들이 이벤트에서 기대하는 주요 목적을 eXperience(경험), Learning(학습), Networking(네트워킹), Commerce(상거래)의 네가지 요소로 구조화했다. 그동안 MICE 업계에서는 즐거운 경험과 새로운 지식의 공유, 인맥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행사 성공의 척도로 여겨졌으나, 이번 트렌드 보고서는 이러한 통념에 대한 변화의 조짐을 알리고 있다. 조사 결과, 현장에서 직접 제품이나 솔루션을 발견하고 구매를 결정짓는 상업적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
이다. 이제는 방문자 수 및 참여도 외에도, 소셜 미디어 참여도(공유, 언급, 사용자 생성 콘텐츠), 리드 생성 또는 제품 및 서비스 판매, 브랜드 인지도 등이 새로운 성과 지표로 떠오르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비즈니스 이벤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프리먼의 CEO 자넷 델(Janet Dell)은 “대면 행사 참가 경험은 판매 퍼널(sales funnel)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구매 결정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현장”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제품을 직접 시험해 보고, 전문가와 대화하며 즉석에서 적합성을 평가하는 경험은 신뢰를 빠르게 구축하고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렌드 ① ‘NowGen’ 세대의 등장과 새로운 기대치의 부상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나우 제너레이션(Now Generation, 이하 NowGen)’이 자리하고 있다. 프리먼의 보고서에서 정의된 NowGen은 대략 22~44세 연령대의 현직 전문 인력들로 구성되며,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진정성 있는 연결을 추구하는 세대로 정의된다.
온라인에서 선택의 폭이 무한대로 확대된 환경 속 성장한 이들은 비즈니스 이벤트 참여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선택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다시 말해, 뻔한 홍보성 이벤트나 피상
적인 즐길 거리로는 이들의 발길을 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NowGen 세대는 시간을 매우 귀하게 여기므로, 본인에게 실질적 가치가 돌아올 행사에만 참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향후 행사 참석 횟수를 줄이되,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행사만 선택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이벤트는 단순히 ‘가보면 좋을 것 같은 곳’이 아니라 ‘가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대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줄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트렌드 ② 대면 행사의 역할 강화, ‘제품 발견’과 ‘구매 결정’
디지털 마케팅이 범람하는 시대, 역설적으로 대면 행사가 제품 발견의 최전선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의 74%가 새로운 제품이나 솔루션을 발견하는 최상의 장소로 ‘대면 행사’를 꼽았다. 과반수 이상(52%)의참 가자는 ‘신제품 또는 신기술 발견’을 자신의 커리어 향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58%는 이를 행사 참석 시 달성하고 싶은 상업적 목표 1위로 지목했다. 이는 결국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면 행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현장에서의 대면 접촉이 단순한 리드 발굴 단계를 넘어, 실제 구매 결정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참가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기보다, 새로운 제품과 솔루션을 탐색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 더 큰 목적을 둔다. 이러한 탐색 중심의 목적성은 단순한 브랜드 인지나 네트워킹보다 직접적인 정보 획득과 비교 평가에 집중하는 최근 참가자들의 행동 특성과 맞닿아 있다. “대면 현장에서 비로소 비즈니스가 완성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처럼 MICE는 온라인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신뢰 기반의 상호작용 채널로서 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기업들 또한 행사를 전략적인 마케팅 채널이자 영업 기회의 장으로 인식
하고, 신제품 공개나 중요한 발표를 대면 이벤트에서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주최자로서는 참가자가 새로운 정보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우연에 맡기지 않고, 행사 구조 전반에 이를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탐색과 발견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프로그램 구성과 현장 동선 설계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고 저절로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주목은 분산되고 참가자의 충성도는 쉽사리 얻어지지 않는 시대, 행사의 ROI는 그 어느 때보다 면밀히 평가되고 있다. 프리먼의 보고서에 따르면, NowGen 세대는 신기술과 솔루션을 직접 확인하고 비교 및 평가하는 경험을 중시하며, 이는 곧 행사 전반의 상거래 기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
오늘날 대면 행사는 참가자의 의사결정과 기업의 상업적 성과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적 접점으로 기능한다. 중요한 것은 행사 자체가 ‘비즈니스를 위한 만남’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모든 프로그램과 요소를 실질적인 연결과 대화, 거래 성과로 이어지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결국, 비즈니스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행사는 파티와 다를 바 없으며, 이제 업계는 이 분기점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다. 이에, 다음은 보고서가 제시하는 ‘상거래 중심 가치 실현’을 위한 주요 실행 전략을 분석해보았다.
전략 ① 직접 체험(Hands-on)이 주는 경험의 힘, “만져봐야 믿는다”
프리먼의 2025 보고서는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하는 기회(Hands-on)’가 행사 성패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참가자의 96%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면 구매를 설득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답했고, 95%는 “자사에 맞는지 판단하기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행사에서 직접 체험 경험을 전혀 하지 못한 참가자 중 42%는 해당 브랜드보다 다른 업체를 우선시하게 됐다는 통계는 시사적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참가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는 경험이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는 핵심 요인임을 시사한다.
이제 첨단 기술 제품 전시회부터 제약·의료 컨퍼런스, 심지어 서비스 산업의 포럼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종에서 hands-on 요소를 접목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IT 박람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기기를 작동시켜 보거나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는 데모 부스를 늘리고, 식음료 관련 박람회에서는 시식·시연 공간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러한 상호작용형 경험 디자인은 참가자의 몰입도를 높일 뿐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함으로써 구매 결정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보고서는 hands-on 경험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 요구로 부상했다고 강조하며, 행사 주최 측에 가능한 한 많은 오감 체험 기회를 설계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행사만이 참가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궁극적으로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략 ② 주최자 vs 전시자 간 ‘인식 격차’를 해소하라
MICE를 상업적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전시자(Exhibitor)와 주최자(Organizer)의 ‘인식 격차(Perception Gap)’를 좁히는 것이다. 설문에 따르면, 전시자들은 이벤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예: 유력 고객과의 만남, 브랜드 인지도 제고, 양질의 리드 확보)와 실제 주최 측이 제공하는 지원 간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전시자의 95%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로 ‘고객·바이어와의 만남 및 교류’를 꼽았지만, 정작 해당 행사에서 그 목표 달성에 만족한 전시자는 70%에 그쳤다는 식이다. 반면 주최사 측이 공들이는 일부 요소들은 전시자들에겐 우선순위가 낮은 경우도있 었다.
이 차이를 메우는 것이 곧 행사 가치 제고의 열쇠다. 보고서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최자는 행사 제공 요소를 전시자의 기대치에 맞게 조율해야 하며, 특히 고부가가치 네트워킹과 브랜드 노출 강화, 양질의 리드 창출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궁극적으로 전시자가 원하는 바와 주최자가 제공하는 바가 일치될 때, 참가자-전시자-주최자 모두에게 성공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행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예산이 긴축되고 참가 팀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이러한 협력적 관점은 더욱 절실하다. 만약 하나의 행사가 전시자들에게 기대만큼의 비즈니스 성과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다음번에는 그 행사 참여를 재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결국 행사에 대한 투자 감소와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주최자는 전시자와 긴밀히 소통하여 그들이 행사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프로그램 구성이나 부대 서비스, 참가자 매칭 등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전시자 역시 주최자에게 자신들의 목표와 니즈를 명확히 전달하고, 협력적인 자세로 행사 기획에 참여함으로써 상호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행사를 하나의 공동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전시자-주최자가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 비로소 앞서 언급한 상거래 중심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행사를 실현할 수 있다.
전략 ③ 상업적 성과 극대화,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라
주의는 쉽게 산만해지고 충성도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오늘날, 참가자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행사에 참석하는 명분을 까다롭게 평가한다. 단순한 볼거리나 기념품 획득 그 이상으로, 개인적인 업무 목표에 부합하는 가치를 얻기 원하는 것이다. 이제 참가자들은 이미 아는 내용을 확인하기보다 모르는 무엇을 얻고자 행사에 방문한다. 또한, 20~40대 참가자들은 새롭고 관련성 높은 경험을 기대하며, 이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전통적 인지도보다 현재 자기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경험을 주는가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흐름은 행사 기획에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사전 계획을 지원하는 도구의 제공이 필요하다. NowGen 세대는 시간 효율에 민감하므로, 행사 전에 어떤 업체와 제품이 나오는지 미리 파악하고 동선을 계획할 수 있기를 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현장 도착 전 어떤 부스를 방문할지 미리 경로를 짤 수 있는 지도나 출품 제품·서비스 목록별 미리보기 자료, 사전 미팅 예약 도구 등의 제공을 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NowGen 참가자들은 행사장에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최대한 많은 유의미한 만남과 발견을 하길 원하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지도, 앱, 온라인 카탈로그 등으로 참가자들이 도착 전부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전 계획이 잘 갖춰지면, 현장에서의 경험도 더 의도적이고 가치 있게 변모하며, 이는 참가자와 전시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둘째, 전문성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성공적인 행사의 조건으로 풍부하고 지적인 대화를 들며, 피상적 네트워킹이 아닌 실질적인 토론과 구체적인 정보 교환이 혁신과 성과를 낳는다고 강조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의 84%가 ‘전문성과 지식을 갖춘 직원과의 대화’를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에 따라 기업은 부스 운영 시 단순한 마케팅 요원을 배치하기보다, 제품과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를 보유한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주최자 역시 행사 전후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문 콘텐츠의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NowGen 세대는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모호한 메시지보다, ‘어떤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어떤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인지’를 명확히 인식할 때 행사 참여에 대한 동기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