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MICE산업은 더 이상 특정 기관의 단기적 필요를 충족하는 보조적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 행동의 변화, 기술 혁신, 기후 위기와 같은 복합적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비즈니스 이벤트는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새로운 흐름을 촉진하는 촉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컨벤션전문경영협회(PCMA)와 이벤트산업위원회(EIC)가 각각 발표한 미래 전망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업계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두 기관의 분석은 산업 동향이 사회적 메가 트렌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주며, 글로벌 MICE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전환의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본 고에서는 비즈니스 이벤트를 단순한 산업 활동이 아닌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고 가속하는 장으로 규정하고, 현재 사회 전반에서 지속되는 메가 트렌드가 MICE산업에 갖는 함의를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산업 전망 보고서 예측 방식의 전환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Haas School of Business)의 연구에 따르면, 미래 예측 전문가(forecasters)들은 자신의 예측 정확성에 대해 평균적으로 53%의 자신감을 표했으나 실제로 정확히 맞춘 비율은 23%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측 과정에서 편향이 작용하고, 타인의 의견을 따르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는 본질적으로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경제적 충격과 전쟁, 사이버 공격과 같은 돌발 변수는 언제든 예측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거대한 이상치(gigantic outlier)’는 예측 체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기존의 플레이북(Playbook)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PCMA의 연례 산업 전망 보고서는 예측에 접근하는 방식을 수정했다. 과거 보고서가 여행, 숙박, 기술, 업무 환경 등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 전반의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하여 장기적 전망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으로 전환한 것이다. PCMA는 우선 ‘연례 회의 시장 조사(Annual Meetings Market Survey)’를 통해 호황과 불황, 주요 도전 과제, 업계 분위기 등 현재 산업의 현황을 면밀히 진단했다. 이어 방대한 미래 예측 대신, 분야별 간결한 트렌드 보고서를 제시함으로써 산업 리더들이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환경에서 정밀한 장기 예측보다 현장에서 즉각 적용 가능한 지식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는 업계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PCMA, 2025 산업 전망 보고서 발표
PCMA의 ‘2025년 트렌드 보고서(Trends Report 2025)’는 올해 업계를 주도할 핵심 흐름으로 참가자를 소비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행사 예산과 자원에 대한 압박, 그리고 여행 패턴의 변화를 제시한다. 이는 업계 현황 조사를 토대로 도출된 결과로, 각 과제별 단기 트렌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트렌드 ① 가치 지향 소비자가 바꾸는 MICE 경험의 공식
소비자 행동의 변화는 이벤트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민텔(Mintel)의 2025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Global Consumer Trends)에 따르면,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소통, 인간적 연결,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그 어느 때보다 중시한다. 이러한 가치 지향적인 태도는 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참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거나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행사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참가자들은 수동적 정보 수용자가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은 경험을 요구하는 능동적 소비자로 전환되었다. 맞춤형 서비스와 인간적 교류를 제공하는 마이크로 이벤트(micro-events)가 증가하는 배경도 이와 같은 수요 때문이다. 소규모 및 지역 중심의 행사일수록 탄소 발자국을 줄이며, 참가자가 일상 속에서 보다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이 같은 소비자 지향성은 협회와 기획자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참가자의 가치관과 정렬되어야 한다. 둘째, 참가자 경험 설계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정적 연결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자료: PCMA)
트렌드 ② 인플레이션과 예산 압박 속 기획자들이 직면한 제약
보고서는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비용 압박이 이벤트 운영자에게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멕스(Amex)와 국제회의전문가협회(MPI)의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최자들은 행사 장소 변경(40%), 가상 회의 확대(40%), 세션 축소(27%), 참가자 수 감축(25%)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축소(10%)와 목적지 체험 활동 축소(9%) 같은 조치도 보고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참가자 경험의 질적 저하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획자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장소 가용성(43%), 비용(40%), 예산 삭감(36%)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공급망과 인력 부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호텔 인력 부족(28%)과 항공편 가용성(28%)도 중요한 제약 요소로 지목되었다.
예산과 리소스의 제약 속에서도 참가자들이 원하는 몰입형 경험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기획자들은 운영 방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스폰서십, 기술, 부가 프로그램 등 새로운 수익원을 탐색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으로는 재보험(17%), 군수 조선 및 잠수함(12%), 관광(12%), 공항운 영(8%) 등이 꼽혔다.
트렌드 ③ 글로벌 여행 비용 상승 전망, 목적지에 적용되는 ‘듀프 소비’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및 이벤트 시장은 2025년에 전반적인 비용 상승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칼슨 와곤릿 트래블(CWT)와 글로벌비즈니스여행협회(GBTA)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료, 숙박비, 회의·이벤트 비용, 교통비 등 주요 지출 항목이 모두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체 여행지(Destination Dupes)’를 찾는 새로운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인기 도시 대신 비슷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대체 목적지를 선택하는 트렌드로, 비용 절감과 과잉관광 문제 해결의 효과가 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파리 같은 도시에서는 관광객 과잉 문제로 새로운 세금과 규제가 도입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목적지 다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2025년 회의·이벤트 주요 목적지로는 북미(뉴욕, 시카고, 달라스), 유럽(런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시아(싱가포르, 도쿄, 방콕) 등이 꼽혔다.


미래 준비 역량을 위한 MICE산업의 시나리오 전략
즉각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지만, 그렇다고 장기적 전망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EIC가 발표한 ‘2025년 미래 전망보고서(Futures Landscape Report 2025)’에 따르면, 미래에 대응 역량은 더 이상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상호 연결성이 강화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기업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준비 태세를 갖춰야만 한다는 것이다. EIC 조사 결과, 미래 준비에 성공한 기업은 평균 대비 33% 더 높은 수익성을 보였으며, 성장률 또한 200%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조직이 단순히 현재의 성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의 산업구조 예측은 단일한 미래가 아닌 여러 가지 잠재적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서는 인센티브여행관리자협회(SITE), 컨설팅 기업 게이닝엣지(GainingEdge),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입소스(Ipsos)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단순한 전망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문가들이 현재·미래 이슈를 명확히 이해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적응 및 혁신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점이 특징이다.

EIC, 미래 전망을 위한 12대 핵심 주제와 메가포스 제시
현재 MICE는 사회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무대이자, 새로운 질서를 실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EIC의 2025 미래 전망 보고서에서는 MICE산업의 미래를 규정짓는 12개의 핵심 주제를 도출하고, 그 배경에 작동하는 거시적 힘, 메가포스(Megaforce)를 제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참가자 행동이 소비자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운영 모델 전반을 압박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메가 트렌드가 이벤트의 정체성과 역할 자체를 바꾸는 중이다. 이에, 보고서는 “이벤트는 사회가 직면한 불확실성과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동시에, 해결을 모색하는 촉매”라고 규정하며, 업계가 이중적 역할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가포스 ① 사회·문화적 힘: 권력 관계의 변화와 인재 부족
문화적 규범 변화와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업계 전반에서는 보다 균형 잡힌 권력 관계와 노동 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업계 차원의 활발한 옹호 활동을 촉발하며, 공정한 근로 환경과 지속 가능한 인재육성 전략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세대별 가치관 차이는 인재 확보의 새로운 난제로 작용한다. 정신 건강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그리고 커리어 설계에 있어 유연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흐름은 기존의 인재 관리 방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는 심각한 인재 부족을 겪고 있으며, 대면 이벤트의 가치 방정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메가포스 ② 기술적 힘: 생산성 향상과 인간적 한계의 충돌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생산성 향상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약속하며, 단기적으로는 참가자 맞춤형 서비스와 운영 간소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기술의 확산은 동시에 인간적 한계를 시험하는 요인으로도 작동한다.
그 결과 많은 이벤트 전문가들이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번아웃에 시달리며, 여전히 낮은 보상과 대표성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DEI와 접근성 문제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업계가 사회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전제 조건으로 부상했다. 이런 현실은 기존 이벤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기술 활용과 인간적 가치를 동시에 존중하는 새로운 운영 원리가 요구되고 있다.
메가포스 ③ 환경·지정학적 힘: 기후 위기와 운영 환경의 재편
기후 위기로 인한 탄소 감축 압력과 국제적 ESG 규제 강화는 행사 개최 방식 전반을 바꾸고 있으며, 단순한 친환경적 실천을 넘어 운영 모델에 구조적으로 내재화되고 있다. 동시에 지정학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은 특정 지역의 행사 개최를 제약하고, 공급망 혼란을 가속화한다.
이에 따라 보안·위험관리(Risk & Security)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보험 제도, 리스크 매뉴얼, 참가자 안전 관리 체계 등이 강화되고 있다. 나아가 노후화된 행사장의 증가와 일부 지역에서의 개최 제한은 인프라 재투자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을 통한 참가자 이동성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 PCMA, 연구원 재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