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지속적인 약진으로 하루가 한 달처럼 빠르게 흐르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인공지능(AI) 시대 빅테크가 주도하는 거대한 비즈니스 지형 변화에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AI는 빅테크 기업만의 영역이라고 인지했던 과거와 달리, 범용성을 가진 대중화된 기술들이 속속히 공개되면서 기존의 수많은 제약도 풀렸다. 이에,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에서는 “2025년 이후 AI 산업 시장 규모가 2,000조 원에 이르고 이로 인해 7,000조 원에 이르는 파급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앞으로는 AI 기술과 활용 능력이 기업과 개인,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패권전쟁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의 부상이 전 세계 혁신의 초석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민감한 MICE산업에서도 생존을 위한 협력과 공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GMI 52호에서는 챗GPT 활용방안과 AI 기술적용의 시사점에 대해 들여다봤다. 본 고는 그 후속편으로서 올해 범국가적 화두에 오른 글로벌 메가트렌드 ‘AI’ 기술 성장이 촉발할 MICE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예상되는 흐름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챗GPT가 쏘아올린 공…‘파괴적 AI 혁신 본격화’
최근 몇 년간 혁신기술이 핵심 이슈로서 떠오른 이유는 분야를 막론하고 디지털 기술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등 다양한 혁신기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2045년에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도달한 ‘초지능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대다수 전문가와 미래학자가 가까운 미래에 기술적 특이점이 올 것으로 예상하는 AI 기술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예상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과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중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에 가장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챗GPT의 경우, 그 성장 속도가 가히 폭발적이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유니언뱅크스위스(Union Bank Switzerland, 이하 UBS)는 보고서를 통해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챗GPT가 단 두 달 만에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했음을 보고했다. UBS 애널리스트 로이드 웜슬리(Lloyd Walmsley)는 “챗GPT의 MAU는 2022년 12월 5,700만 명에서 1월에 두 배로 급증했다”며 “틱톡(TikTok)의 MAU가 1억 명에 도달하는데 9개월,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년 6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속도”라고 평가했다. 즉,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속도이자, AI 서비스 분야에서도 전례가 없는 기록1)이다. 이는 챗GPT가 웹 브라우저(1994) 구글의 검색 엔진(1998) 애플의 아이폰(2007)을 잇는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등극했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인터넷 시대가 열릴 때와 같은 파괴적 혁신이 다시금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거대언어모델 … ‘검색’ 다음 혁신은 ‘액션’
실제로 IT업계에서는 혁신을 선점하기 위한 격렬한 비즈니스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챗GPT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구글(Google), 두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도입한 새로운 검색 서비스 ‘빙(Bing)’을 선보이며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를 보이자, 구글에서는 곧바로 자체 인공지능을 탑재한 검색 서비스 ‘바드(Bard)’ 개발로 응수했다.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에서 연달아 굵직한 발표를 시작하자, 검색엔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들로부터 촉발된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스타트업의 출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 최초 생성AI 컨퍼런스 ‘재스퍼(Jasper)’에서 AI 스타트업 코히어(Cohere)의 CEO 에이단 고메즈(Aidan Gomez)는 “앞으로의 AI는 알아서 도구를 찾아 활용할 것”이라며 새로운 진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는 현재 챗GPT가 제공하는 단순한 대화형 검색엔진을 넘어서는 영역이다. 사용자가 일일이 제시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필요한 도구를 찾고, 이를 활용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화형 서비스에서 검색엔진의 발전, 더 나아가 자율적인 도구 활용까지 AI 생산성의 또 다른 혁신이 예견된 순간이다.
이제 더욱 많은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며, 각 사업자는 더 체계적이고 뛰어난 기능의 서비스들을 속속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초거대 AI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발 빠른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주권’ 토론회에서 SKT 정책협력 담당 성석함 부사장은 “AI 국가경쟁력은 AI 모델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AI 활용·응용 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챗GPT가 촉발한 확산 움직임에 대응해 AI가 각 산업 전반에 자리 잡도록 민관 산학의 협력을 집중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챗GPT의 주된 성공 요인을 정리한다면 1) 누구나 사용하기 쉽고, 2) 사람이 답하는 것처럼 거부감이 없으며, 3) 맥락인지(context-aware)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상 서비스와 활용 분야를 막론하고 바라본다면, AI 성공의 본질은 명확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야 했고, 파악한 정보를 각자의 용도에 맞게 취합해 분석하는 능력이 곧 정보화 시대 지식인의 역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AI에게 검색과 해석 과정을 위탁하고, 빅데이터의 권위를 빌려 결정을 대리한다. 사용자가 어떻게 질의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구체성을 조절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창의적 작업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다수 이용자는 인공지능이라는 제2의 두뇌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대리 소비를 통해 효율성을 자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챗GPT가 구현한 패러다임 혁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MICE 업계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이에, 본 고에서는 AI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술 및 시장의 발전이 업계에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다각도에서 재조명하고자 한다.
포인트➀ | ‘AI 의인화’… 세분된 고객 경험 디자인이 필요하다
챗GPT는 마치 사람과 같은 매끄러운 대화 과정과 우수한 답변 성능을 인정받으며, 생성 AI 시장의 시작을 알린 계기로써 인식되고 있다. 물론, 챗GPT 이전에도 AI 의인화(Anthropomorphism) 시도는 빈번히 관찰되어왔다. 약 10년 넘게 대화형 AI 시장을 주도했던 애플 시리(Siri)와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 아마존 알렉사(Alexa)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사전에 지정된 단편적인 답변은 가능했으나, 여러 차례 대화를 이어가더라도 명령받은 것 그 이상의 복잡한 업무 수행은 불가능했다. 반면, 챗GPT의 서비스는 사람의 대화와 더욱 닮았다.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이하 NLP)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함에 따라 명령을 이해하고 의도에 맞는 결과를 제공하며, 사용자의 이전 질문을 기억하고 연관성을 고려해 유연한 답변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성능 발전에는 사용자 피드백을 활용한 강화학습이 주효했다. AI에게 인간의 피드백을 통해 반복적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이하 RLHF)’2)을 시킬 경우 인간적 말투나 문화적 요소 등을 반영할 수 있는데, 챗GPT는 이를 적용함으로써 인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문장 구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챗GPT는 대화형 인공지능의 의인화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감정적 소구점을 자극하고 인간과 인공지능 간 상호작용 확대에 기여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기업으로서는 의인화 기능을 통해 기존 온라인 마케팅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던 감정적 요소를 활용 및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고, 아울러 이를 통한 고객 인게이지먼트(Customer Engagement)의 향상과 강화된 온라인 마케팅 효과가 대두되고 있다. 다만, AI 활용 분야가 늘어나고 관련 상품 또는 서비스가 증가할수록 고객의 요구도 더욱 다양하게 분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고객 경험의 다양한 층위를 살펴보고, 각 세그먼트별 전략 수립을 통해 더욱 개인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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