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vents, Vol. 63, 오피니언

APEC 성공의 숨겨진 주역들…“무대를 만들고 정상을 움직이다”

본 고에서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무대 뒤에서 ‘공간’과 ‘이동’이라는 핵심 운영 축을 책임진 두 기업, ㈜시공테크 차중호 전무와 ㈜그라운드케이 장동원 대표를 직접 취재했다. 한국적 미감으로 정상회의장의 정체성을 구축한 디자인 전략부터, 대규모 국제행사의 안정적 수송을 가능하게 한 기술 기반 운영 모델까지, 현장의 성공을 만든 과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 시공테크 차중호 전무

Q1. 2025 APEC 정상회의 행사장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경주는 한국적 정체성이 가장 선명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장에서는 단순히 기능적 회의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본질을 세계 정상들이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하는 상징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 철학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입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오래되었지만, 현재에도 유효하고 미래에도 이어질 가치라는 믿음에서입니다.
이를 구현하고자 전체적인 색감에 있어서 자연 친화적이고 전통적인 색조로 품위 있는 공간을, 재료에 있어서는 지속 가능한 자연 마감재를 적용함과 동시에 패턴과 형태에 있어 경주의 고유한 문양과 한옥의 유려한 곡선을 적용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조명에서는 한국적인 미감을 더욱더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부드럽고 따뜻한 간접조명을 공간에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공간 컨셉과 세부적인 디자인 전략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단순함을 연결하여 보다 기품이 있는 미래형 정상회의장을 조성하고자 하였습니다.

▲ (왼) APEC 기념촬영장, (오) 행사장 전반에 녹여진 공간 컨셉과 디자인 전략
(자료: 시공테크)

Q2. 구역별 특징 혹은 조성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기능이나 상징적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정상 회담장 중심으로 모이는 ‘원(圓)’의 공간

정상회담장은 3층 공간의 가장 핵심적인 공간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천장 전체를 감싸는 대형 써클(Circle, 원형) 조명 구조입니다. 이 원형은 단순히 ‘기능적인 조명’이 아니라, 각국 정상들이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동등하게 모여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의 바리솔 조명부에는 경주의 수막새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넣었습니다. 전통적인 요소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한국적 상징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습니다.
기능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중앙부는 1,000 LUX 이상의 집중 조도를 유지해 촬영·회의·의전을 모두 충족시키고, 외곽은 부드러운 간접조명으로 레이어를 쌓아서 정상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정했죠.
벽면은 간접광을 이용해서 ‘중첩 산수’처럼 보이도록 연출했습니다. 신라 문화권의 자연 지형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부분인데, 공간 전체에 차분한 한국적 분위기를 형성해 줍니다.

▲ 2025 APEC 정상회의의 ‘정상회담장’ (자료: 시공테크)

정상 라운지 하나로 이어지는 ‘선(線)’의 공간

▲ 2025 APEC 정상회의의 ‘정상 라운지’ (자료: 시공테크)

정상라운지는 회담장과 연결된 공간으로, 천장을 길게 수평으로 관통하는 일자형 패브릭 중첩의 구조물이 핵심 장치입니다. 이 직선 형태는 ‘원’에서 출발한 협력이 ‘선’을 따라 흘러가며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패브릭 소재는 한지의 질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빛이 투과할 때 생기는 부드러운 그림자가 굉장히 한국적입니다. 따뜻하고 인문적인, 좀 더 인간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공간이죠.
라운지는 정상들이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잠시 쉬는 공간이기 때문에 조도도 300 LUX 이하로 낮춰 안정감을 줬습니다. 또 우드 톤의 가구와 자연 소재의 소품을 배치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공간은 제가 의도한 서사가 아주 명확합니다. “원에서 출발한 관계가, 라운지에서는 선이 되어 확장된다.” 이 흐름이 이어져야만 다음 공간의 의미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ABAC 회의장 연결을 확장시키는 ‘각(角)’의 공간

마지막으로 기업인들과의 실무적 다자 회담이 이루어지는 에이백(ABAC)1 회의장은 앞선 두 공간과 완전히 대비되는 구조를 취했습니다.여기서는 천장을 사각형 스퀘어 형태의 패브릭 조명구조물로 디자인했습니다. 사각형이 반복되는 패턴은 확장되는 네트워크, 기업과 정부 간 기능적 연결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장에서의 ‘원형 협력’이 실무 단계에서는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조(각)로 이어진다는 개념이죠. 스퀘어 구조는 ‘소통 광장’이라는 이미지와도 연결됩니다. 마치 도시의 광장처럼 열린 토론과 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가 열린 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 전시실은 단일층 전체를 리모델링 해, 정상회담장 → 정상라운지 → 에이백 회의장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공간적 서사로 재구성했습니다.기능별로 나뉜 공간임에도, 세 곳이 ‘원·선·각’이라는 기하학적 상징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며, 이 구조는 단순한 형태적 장식이 아니라 APEC의 가치인 연대-통합-소통을 공간 언어로 해석한 결과물입니다.

Q3. 경주는 APEC 개최를 통해 신라 천년의 문화와 첨단기술이 결합된 K-APEC 도시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정체성과 이미지를 행사장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경주의 특색과 한국적인 이미지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현대적 공간 구조 속에 은은하게 스며들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게, 다채롭지만 가볍지 않게,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중심이 되는 컨셉을 두고 전통 한옥의 목조양식을 모티브로 만든 정상하차지점 설계, 페브릭(한지 느낌)을 활용한 벽면디자인, 경주의 다양한 수막새 패턴 등을 활용해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였습니다. 특히 간접조명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여 빛을 이용한 한국적 미학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Q4. 행사장 조성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으며, 그 과정을 극복하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의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국제행사인 만큼 행사직전까지 각국 정상들의 참여여부 및 주요국정상회의 일정 등의 조율에 따른 시설조정 작업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특히 한-중, 한-미 정상회담장의 경우 행사 3일전에 정확한 윤곽이 나왔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설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조정하고 변경하는 작업은 당시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민·관이 상호 협력하여 며칠 밤을 지새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었을 때의 성취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Q5.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일대가 지역 국제행사와 시민 행사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재구조화됩니다. 임시시설의 지속 가능한 자산화를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이번 APEC은 경주가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보문단지 새 단장(리노베이션)과 케이티엑스(KTX) 증편,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운항 추진 등 교통 기반(인프라) 확충으로 도시 전반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포스트 APEC’ 측면에서 경주라는 지역적 특징과 접목시켜 단순히 국내가 아닌 문화, 관광,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관광산업 활성화, 다양한 국내외 행사 유치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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