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이 MICE에 주는 세 가지 의미

1. ESG의 중심에 있는 COP과 UNFCCC

▲ 박미정 경희대학교 연구교수


우리 산업의 지속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서 현재 우리 사회에 공유되고 있는 개념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ESG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과 무엇보다 어떤 방향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호성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국제사회에서 말하는 ESG 의미와 역할과 우리 사회에서 이해하는 ESG의 중요성과 방향성이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대한 궁극적 의문, 특히, 환경적 개선측면에서 지구적 기후변화와 기후행동의 중심에 있는 ‘UNFCCC가 말하는 실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우리에게 보다 명확한 목적과 실천방안에 대한 해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된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해 UN차원에서 전세계 국가간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협약을 맺은지 이미 30년이 지나고 있다. 1992년 리우협약, 1994년 도쿄의정서, 2015년 파리협약을 맺음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는 현 시점에도 지구는 여전히 뜨거워지고 있고, 종의 다양성은 무너지고 있으며, 사람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기후는 변화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기초로 산업화 이전으로 돌리는 노력은 말할 것도 없이 섭씨 1.5도 이하로 유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으로 섭씨 1.4도가 올랐다. 이제 0.1도 남아있는 상황이며, 지구는 이미 기후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이상기후로 인해 지역별 과일재배종이 변화되고 바다 생물의 주서식지의 재배치가 일어나고 있다.

오랜시간동안 기후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 인류가 공통의 문제를 막아내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쉽게 단정하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바로 지금 우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연례총회이자 다자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COP을 매년 개최하며,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첫째, 협약의 기본내용 및 수행을 위한 협상플랫폼 : 주요 초점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 영향 적응, 재정 및 기술지원 제공, 국제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프로토콜, 협정 및 프레임워크를 협상하고 채택
둘째, 진행상황 검토 : 국가들은 파리협정 명시된 배출 감축 목표과 자발적 감축목표량, 이전 COP 회의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공동의 진전상황을 검토하고 평가
셋째, 인식 제고 : COP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세계적 인식을 높이고, 과학적 연구결과를 공유하며, 집단행동의 긴급성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 수행
넷째, 협업 촉진 : 국가, 도시, 비정부기구(NGO) 및 기타 이해관계자가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대한 협력, 지식 공유 및 혁신을 선보일 수 있는 협력 플랫폼 역할 수행
다섯째, 과제 해결 : COP은 또한 기후 재정, 기술 이전, 역량 강화 및 국가 간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진행

COP에서는 나아가 기후변화 및 환경과 관련된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한다. 온실가스 배출 완화, 기후변화 대응전략, 기후변화와 환경을 고려한 개발, 개발도상국의 기후행동 지원하는 재정 메커니즘, 나은 환경 보전을 위한 기술 이전, 생물다양성 보존 및 생태계 보존,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효율성 촉진 등이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COP 회의의 목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야심차고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국가 간의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의 보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지금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동력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UNFCCC는 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NGO 등을 포함하여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고 협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특히, 도시의 참여 및 시민과의 행동을 중요시 여기며, 2020년 UN Global Innovation Hub를 발족하고 도시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이행점검 방식의 표준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고 그 적용사례를 연차별로 만들어가고 있다. 3차년도를 맞아 방법론 적용에 대하여 도시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적 도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탄소배출량 계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의 기본 개념은 “소비중심/니즈 기반(Consumption/need based)”이다. 지금까지는 산업 위주의 ‘생산중심(Production based)’의 개념이었던 것에서의 전환이 된 것이다. 또한, 모든 생산되고 사용되는 물건의 생산과정부터 소비, 폐기까지의 전과정에 걸친(LCA, Life Cycle Accessment) 에너지 소비량/탄소발생량을 모두 고려하는 개념이다. 소비자(End-user)의 소비행태도 탄소발생 저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포함하고 행동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방법론으로서 탄소제로에 적합한 개념이며, 단계별로 차분히 확대되고 있다.

적용 포인트 #1 MICE의 환경행사 운영 기준

탄소중립의 실천, 기후행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본질에 집중하고 기준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다. 기준이 왜 중요한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편의대로 수준에 맞춰 입시 전형을 변형할 수 없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의도에 따라 정답을 맞추도록 당연히 노력을 하는 것이다. 학습방법과 전략은 다를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제시된 틀 안에서 기준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기준 안에서 더 나은 달성률을 보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환경운영기준도 마찬가지다. 나름의 기준으로 소신껏 실천하는 것이 때로는 부족하거나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교란을 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재활용 실천 초기의 경우, 환경부와 지자체에서는 실제로 재활용 가능한 재활용품 분리를 위해 [오해하기 쉬운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품목] 리플릿을 제작배포, [분리배출 활용 영상] 제작 송출 등 애를 썼다. 가이드에 맞게 분리배출을 해야만 목적에 맞게 재활용을 할 수 있고, 결국 시민들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위한 노력이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기후행동과 친환경 행사 운영에 있어서도 국제적 기준이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컨벤션 또는 그린 컨벤션 운영 가이드가 2008년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국제기준 및 해외 도시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친환경 컨벤션전시 가이드, 전시컨벤션센터 가이드 등 후속연구가 이어졌다. 2022년에는 문화관광체육부와 관광공사를 중심으로 ESG실천가이드를 통해 환경행사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한 바 있다. 진행된 연구와 가이드에서 발견되는 한계는 행사장 내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 참가자의 이동 및 숙소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2022년 개발된 ESG 실천가이드가 오히려 과거 연구보다 항목의 축소, 구체성 부족 등으로 사실상 실천적 요소가 상실된 자료로 보여진다.
최근 UN산하 전문기구 UNEP(UN 환경계획)과 UNFCCC는 생애주기분석(Life Cycle Accessment)를 적용하여 행사의 전과정을 포함하는 이론을 적용하여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으며, 또한 세부항목에 있어서도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요소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간단히 예시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글로벌 이벤트의 생애주기분석(LCA)을 통해 전단계에 해당하는 기준 마련 및 탄소저감 계측항목(단순 예시)

–  기획단계 :  PCO 사무실의 근무환경 (컴퓨터, 에어컨, 냉장고 등 전자기기사용량/에너지효율 기준, 집기, 식사음식, 간식, 직원 출퇴근교통수단, 출장차량 차종 및 에너지원, 건물의 에너지 종류, 단열, 물사용, 쓰레기처리, 가구 및 종이/사무용품 등 소모품 등)
– 조달 및 준비 : 모든 사용 물품의 생산/가공 및 조달과정에서의 에너지사용량, 수송차량 종류, 수송거리 등
– 운영 :  베뉴 에너지 효율, 참가자 이용차량, 만찬/리셉션 음식물 조달 및 처리, 조명/방송장비/카메라/서버 등의 에너지 효율, 참가자 커피브레이크 (물, 컵), 포장재 (음식물, 간식, 기념품 등), 인쇄물, 문서 (종이, 프린터 전력), 실내조명 조도/종류, 폐기물 (고형, 음식물, 생활쓰레기 등)처리, 수송차량, 투어프로그램 (투어장소에서의 소모품, 차량, 음식 등)
– 마무리 : 철거장비, 수송차량, 폐기물처리(기부, 재활용, 재사용 등), 백서 및 기록물 인쇄 등

덴마크, 브뤼셀, 벤쿠버, 멜버른, 켈거리, 플로리다 등을 포함한 해외 도시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제기구의 기준을 준용하여 실천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제공함으로, 사용자는 항목을 따라 적용하면 탄소저감을 실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준비되어있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탄소발생 요인이 명확히 드러나 있으므로, 배출계수만 전체 내용에 적용한다면, 가이드를 따랐을 때의 탄소배출량 측정이 용이하고, 사용자가 탄소저감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즉각적 평가가 가능하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배출량 계산식까지 체크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꼼꼼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최근 트랜드에 비추어보면, 우리나라의 기준은 매우 단순화되어있고, 실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용자, 즉 MICE기획사들은 나름의 재연구 또는 별도 컨설팅을 통해서 친환경 행사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이다. 친환경 행사 운영에 대한 촉구가 오히려 업계의 불편함을 초래하고, 일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까지도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친절한 체크리스트와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COP28을 통해 국제적 합의 여부와 별개로 이제는 반드시 실천할 때라는 것을 인지하였다. 우리 MICE 산업에 적용해보자면, 친환경 행사 운영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 반발을 우려하여 우리만의 개념으로 축소하거나 편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단순화한다면, 우리의 노력이 국제적 이행 노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친절한 체크리스트의 마련과 함께 실천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며, 현장의 실천력이 성과와 기여도를 높여줄 것이고, 결국, 한국 MICE 산업의 두드러진 노력이 글로벌 잣대에서도 우수한 사례로서 인정될 수있음을 인식해야 하겠다.

2. COP24부터 COP28까지

2018년 COP24부터 올해 COP28까지 연속해서 COP을 참가할 수 있었다. UNFCCC와의 파트너로서 협력적 관계를 기반으로 협력사업을 일으키고 추진해오고 있으며, 기후행동과 탄소저감을 위한 도시행동 이니셔티브활동을 하고 있다.

▲ COP28 현장, 집필자 촬영


지난 5년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COP 플랫폼을 활용하여 도출한 결과들이 언제나 흡족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회의적이기도 하다. 지구 위기에 대한 긴급한 응급처리방안에 관한 논의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과 경제적 효과, 또는 정치적 신념을 기반으로 합치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매년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현실적인 동의와 합치에 있어서는 하나가 될 수 없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 중단에 대한 부분과 선진국의 책임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성숙한 세계시민의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파리협약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온도 대비 섭씨 1.5도 이상 상승을 저지해야하는 상황에서, 기준이 명확치는 않지만,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동안 지구 평균 기온 초과가 최소 1년동안 1.5도 이상으로 상승할 확률이 66%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구적 위기상황을 지구적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접근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과학자들의 분석과 예측을 정치적 생각과 이익의 눈으로 바라보고 토론을 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속도가 느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시간이 더 긴급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2023년 11월 30일부터 2023년 12월 12일까지 열린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의 행사장 곳곳에 드리워진 배너에 적힌 문구는 지금 우리가 환경을 대할 때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를 소구하고 있다.

ACTION BUILDS TRUST | ACTION CREATES BELIEF | ACTION INSPIRES HOPE

지구의 상승온도를 1.5도 이하로 낮추기 위한 노력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기점으로 전세계 국가의 자발적기여 결정(NDC)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 지구의 상승온도가 1.5도가 넘어가면 어떻게 환경이 변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예측이 있다. 지구의 2/3가 물에 잠기고, 이미 인간이 살 수 없는 높은 온도와 변화무쌍한 기후, 등이 가까이에 닥쳐올 미래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파리기후변화 이후 5년마다 이행점검을 하게 되어있는 상황에서 올해가 첫 이행점검(Stocktaking)을 수행한 바 NDC 이행도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목표량의 30% 정도로 머물러있다는 보고이다.
이런 이유에서 2023년 COP28의 주요한 화두는 화석연료의 퇴출이었다. 1.5도씨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라면 당장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지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부문이 에너지이고, 그 에너지 중에 화석연료를 통한 배출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또한, COP은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모든 시민과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소년 세대가 더욱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다.
COP는 인류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지구적 협력에 대한 필요를 강조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선진국을 중심으로 Global South까지도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좋은 솔루션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흐름을 바꾸고자 더욱 노력하는 것이 젊은이들과 시민단체이다. 긍정적 측면이 있다. 기후변화대응은 더 이상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 또는 정책결정을 하는 이들에게만 속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시민 누구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함으로서 보다 빠른 움직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며, 스스로 또는 내가 속한 산업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적용 포인트 #2 글로벌 현장기획 : 2023 COP28 현장리포트

2023년 COP28에는 전세계 198개국으로부터 약 10만명의 세계시민이 참여하였다. 공식등록자만 9만 7천여명, 온라인 참가자가 3천여명이었고, 정부관계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로비스트, 금융인, 언론인, 과학자 및 기술전문가, 활동가, NGO 등 다양한그룹에서 참가하였다. 행사장은 역시 다양한 공식 회의가 열리는 블루존(B1-B8)과 기관 및 기업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뤄지는 그린존으로 구분되어 운영이 되었고, 그린존은 에너지 전환 허브, 기후금융허브, 지식허브, 기술혁신 허브, 청년허브, 임팩트 허브, 그린교육 허브 등 주요 의제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중에도 가장 문전성시를 이뤘던 곳이 에너지 전환 허브였다. 에너지의 획기적인 전환이 가장 화두인 COP28의 현황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COP28의 두바이 개최는 2020 두바이 엑스포 전시장의 레거시(legacy)를 활용하여 운영하는 사례로 많이 주목을 받았다. 과연 그럴만 했다. 넓은 행사장은 영국 글래스고의 센터 확장 사례나 이집트 샴엘세이크의 가건물 행사장과는 사뭇 다른 넓고 쾌적하며, 행사장 전체를 누비고 다니자면 잠시 쉬었다 움직이는 것은 필수였다. 추가적 설치물이 당연히 필요했으나 기본적인 인프라 기초 구조물, 그늘, 알 와슬 플라자, 식당, 파빌리온, 장내 수송 전기차 등- 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지속적 운영의 연계성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레거시의 활용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2020 두바이 엑스포의 고동치는 심장 알 와슬 플라자가…

인포메이션 허브를 크게 둘로 나누어 정보문의, 안내 등과 L&F와 기념품 제공을 분리하여 운영하였고, Visitors Center를 곳곳에 총 7개 운영하여 수시로 참가자들의 니즈를 해결하였다. 미디어센터를 단독 가건물로 운영하였고, 푸드코트를 행사장 곳곳에 배치함으로 많은 인원이 짧은 시간 음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커피숍도 여러 점포가 입점되어있고, 카르푸도 배치가 되어 스낵을 즐길 수 있었다. 구급차와 긴급동원차량을 행사장 곳곳에 비치하여 언제든 동원될 준비가 되어있었고, 겨울이지만 한낮 온도 30도가 넘는 사막기후에 비교적 쾌적하게 그늘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가장 관건은 QUEUE였다. 아침에 사람이 많을 때는 굽이굽이 줄을 세워 대기시간은 늘리되 혼잡을 줄이는 선택을 하고, 오후에 입장을 하면 바로 행사장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준다. 동원된 스탭도 이 원칙에 따라 아주 정확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첫날 패스를 받는 날은 두시간 10분의 줄을 섰는데, 탈진하지 말라고 중간에 물을 준다. 한구간을 지나니 빈 물병을 수거한다.

전체 행사장 구성은 단순하고 깔끔했다. 요란한 데코레이션은 없었고, 파빌리온의 사인물, 행사장 안내 기둥이 가장 주된 설치물이었다. 다만 곳곳에 걸려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행사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의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참가자들의 편리성만을 고려한 현장조성을 넘어 참가자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려한 부분이며, 이런 노력들이 참가자의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회의의 궁극적 목적과 내용을 간파하고 맥락을 반영한 기획이 개최 효과를 배가시키는 탁월한 글로벌 기획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3. 국제비딩에서의 파워게임

국제사회에서 국제행사 유치를 두고 대부분의 경우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많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입증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유치 이후에 벌어지는 활동, 방향 등에 대한 주도권, 또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나 국가의 이름을 준용한 프로토콜-도쿄의정서, 파리 기후협약, 리우협약, 서울선언문 등-이 체결되기도 하여, 역사에 남는 일이 생기도 한다. 금번 두바이의 COP28은 기후변화 협약 이래 최초로 화석연료에 대한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는 의미로서 앞으로 계속 회자될 것이다.
이처럼 국제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선사하는 기회로서, 유치에 굉장히 열띤 국가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엑스포 유치, COP 유치,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제적 메가이벤트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고 성과없이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보다 효율적인 비딩을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이해가 요구된다. 국제관계 뿐 아니라 정치적 균형, 국가 및 지역간 관계를 알아야 한다. 현재 분야별 집중하고 있는 이슈에 대한 배경, 이해관계자 그룹, 국제적 시각으로의 해석, 공동의 필요 및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며, 나아가 흐름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국제 비딩 추진시,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대한 단순한 강조만으로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 상호 관계안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승화시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하고, 미래비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함으로 소위 컨텐츠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제비딩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해당 분야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그들의 리그 안에 들어가 직접 소통하며 접점을 도출함으로서 많은 지지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규모가 큰 정부행사일수록 컨텐츠에 대한 집중도가 옅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 단위로 올라갈수록 이해관계자들이 훨씬 많고, 각 국가의 이익이나 정치적 관계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어 전략을 짜내지만 오히려 전력의 약화를 불러오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COP28에서 중동국가 및 산유국 연대는 석유를 통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보편적 가치의 공유 차원에서 이미 K 타이틀이 붙어있는 컨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POP, 드라마, 영화, 뷰티, 패션 등에서 많은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다. 호감도와 인기를 얻었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삼아 딛고 일어서서 K 과학기술, 기후실천, 거버넌스, 투명성, 에너지 등으로 확대하여 문화를 넘어 정책의 선두에 서는 방향으로의 더욱 힘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주목을 받는 일, 인정을 받는 일, 지지를 받는 일 등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주목을 받는 일은 이슈화에 성공하는 단계이고, 인정을 받는 일은 성과를 내는 단계이고, 지지를 받는 일은 그 목적과 의의를 공유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단계별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 단계를 거쳐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핵심적 주제에 대한 행동과 성과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각기 그룹을 지어 활동하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국제적 합의를 위해서는 유사그룹 간의 공통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고, 문화적/사회적 공통분모를 가진 그룹의 연대는 굉장히 효과적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강력한 협력적 연대 그룹이 적은 편이다. 동북아시아 국가 간 견제가 그 이유일 수 있고, 수혜국과 공여국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자리하고 있는 굉장히 독특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언어적 독창성이나 독보적인 한국적 문화는 매력포인트로 다가가고 있으나 많은 이들의 삶에서 공유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징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여 같은 이해, 같은 의견, 같은 목적, 같은 열정으로 다가가 공통의 이슈에 대해서는 다르지 않음을 보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으로 함께 노력하며 경주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적용 포인트 #3 COP28와 COP33, 그리고 COP38 : 우리나라의 COP유치 15년 노력과 COP38을 위한 발걸음

우리나라는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 참석하면서 당시 대통령의 COP18 유치 선언을 시작으로 COP 유치노력을 15년간 기울이고 있다. COP18, COP28 유치 시도를 거쳐 COP33 유치를 목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COP28현장에서 일부 기회를 활용하여 유치 지지를 호소하기도 하였으나, 인도의 모디 총리가 직접 발언 자리에 나와 인도 유치를 선언하였고, 의결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를 국제사회에서는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COP38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고, 지자체가 정부보다 앞서 국제사회에서 유치를 호소하는 일은 국제프로토콜에 맞지 않는다. 우선 정부와의 협의가 먼저이고, 정부회의의 유치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행사 유치 과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을 것 같다. Don’t bit around bush.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떤 타겟을 겨냥하고 화살을 쏜 것인가.
최근 COP28 유치를 목표로 많은 지자체들이 단 하나의 챔피언을 향해 경주했던 경험이 있다. 각 도시의 유치 명분을 내새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명분들은 누구를 위한 명분이었는지 생각해보면, 많은 부분에서 국내적 사고를 했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지역균형발전, 천혜의 환경자원보유도시, 오랫동안 기울인 유치노력의 결실 필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미있는 유치라는 것 등을 주로 강조하였다. 국내 설득용인지 국제사회에서의 동의를 구하는 용도인지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구체적인 구분이 없이 우리의 시각에 따라 명분을 찾다보면, 국제사회에 소구되지 못하는 사례가 되는 것이다. 그의 좋은 사례가 ‘Busan is Ready’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국제사회를 설득할 때는 그들의 생각의 흐름을 가장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그들의 필요를 함께 채우는 노력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하던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어필한다던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어필을 한다던가, 그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다던가, 그들의 인식을 개선하여 방향을 돌릴 만한 힘을 사용하는 등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차별화된 컨텐츠를 마련하여 제공하는 것 등이 가장 중요한 국제적 설득요령이 된다. 무엇보다 지구적 기후변화 리더십을 보이기 위한 노력이 실천되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메가이벤트 유치에 대한 소망을 품고 있다. 이미 COP33에 대한 유치는 인도에 기울어있어 COP38로 눈을 돌려보아야 한다면, 이제는 우리의 시각과 국제사회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마인드를 국제사회의 결에 맞도록 맞추는 노력을 충분히 하기를 바란다.

박미정 교수 소개

박미정 연구교수는 경희대에서 컨벤션전시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PCO에서 기획을 배우고, 서울컨벤션뷰로를 거쳐 서울시와 고양시의 국제협력전문위원으로 국제기구 유치, 협력사업 발굴 및 실행, 국제기구 법정회의 유치/개최를 전담하며 공무원생활을 지냈고, World Bank에서 아프리카 개발프로젝트를 담당했다. 현재는 UNFCCC UGIH City initiative의 General Manager로 활동중이며, 경희대학교 연구교수로 근무중이다. MICE업계에서 유일하게 민간/정부/국제기구/학계 모든 분야에서의 근무경험을 가지고 기획과 교육,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기획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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