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61, 리서치, 전략

DMO의 역할과 지역 브랜딩의 미래

한국의 MICE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국제회의복합지구 제도 확대 추진계획에 따라 기존 7개 국제회의복합지구 외에 중소도시를 위한 ‘예비 국제회의지구’가 신설되고, 지구 간 ‘광역권 협력’ 지원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에, 2025년 4월에는 군산, 여수, 울산, 원주가 첫 예비국제회의지구로 선정되면서 지역 MICE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는 각 지역의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관광추진조직(Destination Marketing & Management Organization, 이하 DMO)’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국제회의복합지구 확대에 따른 DMO의 역할을 조명하고, 국내외 DMO 기반 지역 브랜딩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형 DMO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DMO의 개념과 한국형 지역관광추진조직의 진화

목적지는 단순한 방문 대상이 아니라 체험과 네트워크,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총괄하는 DMO의 역할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케팅 중심의 조직으로 인식되던 DMO는 이제 관광 자원과 산업 인프라,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며, 목적지의 전략 수립과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 Tourism)는 DMO를 ‘목적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고, 전략적 비전을 수립하며, 통합적 마케팅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정의하며, 이는 단순한 국제회의 유치나 관광 홍보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 파트너로서 DMO의 위상을 강조한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2020년부터 한국형 DMO인 ‘지역관광추진조직’ 육성 사업을 시작했다. 2025년 현재는 총 45개의 DMO가 활동 중이며, 이들은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지역 관광의 조력자이자, 매니저, 페이스 메이커로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브랜딩 전문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공, 민간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관광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지역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여, 지역관광의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지역관광 리더를 발굴·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의 역할 (자료: 한국관광공사)

특히 『2025 권역형 지역관광추진조직 시범사업』에 따르면 ‘권역형 DMO’라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며 지역 간 연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권역형 DMO란 개별 행정구역을 넘어 관광객의 이동 경로와 콘텐츠 중심으로 설계된 새로운 목적지 운영 방식이다. 2~3개 이상의 기초지자체가 협력하여 하나의 관광권역을 구성하고, 공동 마케팅과 콘텐츠 개발, 인프라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일본의 지역연계 DMO 등록제도와 영국의 ‘지역 방문객 경제 파트너십(Local Visitor Economy Partnership, 이하 LVEP)’ 모델을 벤치마킹한 해당 정책은 단일 기초 단위 지자체만으로는 관광자원 및 MICE 인프라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중소도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권역형 모델 도입과 함께, 2025년 DMO 정책은 사업 추진 방식에도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지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며, 획일적 필수 사업 대신 각 지역의 현실과 과제를 반영한 맞춤형 기획이 가능해졌다. 특히, 사업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졸업 DMO 등록제’를 도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정 기간 지원을 마친 DMO는 이후 정부 협력사업 우선권, 국제 네트워크 연계 기회 등 후속 지원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게 되며, 권역 내에서는 신규 DMO의 멘토로서 역량을 전수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처럼 정책은 단순한 재정지원에 그치지 않고, DMO가 지역의 핵심 추진조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역할의 진화, 운영의 자율화, 성장의 지속성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는 한국형 DMO가 단기적인 프로젝트 수행 조직을 넘어, 지역 관광과 MICE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장기 전략 파트너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국제회의복합지구의 변화와 DMO의 전략적 역할

DMO 정책의 변화는 국제회의복합지구 제도와도 맞물려 있다. 2025년부터 예비 국제회의지구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며, 기존의 대도시 중심 MICE 생태계를 보다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예비 국제회의지구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의시설, 외국인 참가 실적, 문화 및 관광 집적시설 등의 요건을 갖춘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되며, 최대 3년간 국비 지원을 통해 지역 맞춤형 MICE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지구 면적 기준을 400만㎡ 이내로 설정함으로써, 중소도시에서도 사업 모델을 수립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렸다.
2025년부터는 국제회의복합지구 간의 ‘광역 협력 유치’도 지원된다. 복수의 국제회의복합지구가 손을 잡고 대규모 국제회의를 공동 유치하거나, 각 지역의 강점을 살린 주제별 세션을 분산 개최할 수 있도록 1억 2천만원이 지원된다. 이에 따라 개별 도시는 물론, 인접 권역 간 전략적 협업을 통한 국제회의 분산 유치 및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을 넘어, MICE 참가자들에게 보다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경제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관광정책과의 연계 속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2025년 4월부터 시행되는 소규모 관광단지 지정 제도는 관광단지 면적 기준을 기존 50만㎡에서 5만~30만㎡로 대폭 완화하고, 지정 권한을 기초지자체장에게 이양함으로써 보다 기민한 지역 대응을 가능케 한다. 이는 MICE 중심 인프라가 관광자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복합지구형 목적지’를 설계하는 데 있어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제도 변화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실행 주체인 DMO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의 출발점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은 지역의 고유 자산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이를 관광·회의·산업 자원으로 엮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 내 회의시설, 관광자원, 숙박·교통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민간 사업자와의 협력, 고유 자원의 브랜딩, 수요 맞춤형 프로그램 기획을 아우르는 통합적 전략이 요구되며, DMO는 이를 주도하는 지역 MICE 생태계의 설계자이자 실행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례 ① 스웨덴 예테보리: 공공성과 전문성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MICE 생태계

▲ 스웨덴 예테보리 (자료: 예테보리앤코 공식 홈페이지)

스웨덴 예테보리(Gothenburg)의 DMO ‘예테보리앤코(Göteborg&Co)’는 지속 가능한 도시 브랜딩의 선도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이 조직은 시 정부와 민간 부문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독특한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단순히 관광과 MICE를 담당하는 것을 넘어 무역, 투자 유치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도시의 경제 발전을 총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예테보리 DMO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목표가 아닌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시켰다는 점이다. 예테보리는 2024년까지 글로벌 관광지 지속 가능성 협의체(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Movement)가 선정하는 GDS-Index(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Index)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속 가능한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국제회의 유치와 운영 과정에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평가 기준으로 적용했다. ‘그린 미팅
(Green Meeting)’ 프로그램을 통해 회의 개최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역 식자재 사용 의무화, 대중교통 무료 이용권 제공,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은 이미 표준화된 운영 방침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예테보리 DMO가 구축한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 협력 모델1이다. 대학, 산업계, 공공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모델은 단순한 네트워킹을 넘어 실질적인 콘텐츠 개발로 이어진다. 찰머스 공과대학과 예테보리 대학의 교수진이 DMO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최신 연구 동향을 MICE 콘텐츠로 전환하고, 볼보와 에릭슨 같은 지역 기반 글로벌 기업들은 산업 관련 국제회의를 예테보리로 유치하는 앰배서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협력은 예테보리를 단순한 회의 개최지가 아닌 지식과 혁신의 허브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예테보리는 지속가능성, 모빌리티, 생명과학 분야의 국제회의를 전략적으로 유치하여 북유럽 MICE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 팜스프링스컨벤션센터 (자료: 팜스프링스 광역관광청)

사례 ② 미국 팜스프링스: 도시재생과 브랜딩이 결합된 중소도시 MICE 혁신 사례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DMO인 ‘팜스프링스 광역 관광청(Visit Greater Palm Springs)’은 인구 5만 명의 작은 사막 도시가 어떻게 세계적인 MICE 목적지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다.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휴양지로 유명했던 이 도시는 2000년대 들어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DMO의 전략적 개입으로 현재는 연간 1,400만 명이 방문하고, 300개 이상의 MICE 행사가 개최되는 활기찬 도시로 재탄생했다.
팜스프링스 DMO의 CEO 스콧 화이트(Scott White)는 주변 대도시인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샌디에이고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대신, 친밀한 규모의 럭셔리 경험으로 포지셔닝했다. DMO는 도시의 약점처럼 보이는 요소들을 강점으로 전환시키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하여 작은 도시 규모는 ‘친밀한 네트워킹’, 사막 기후는 ‘365일 야외 행사 가능’으로 포지셔닝하고, 낡은 건축물들은 ‘미드센추리 모던의 성지’로 재브랜딩했다. 또한 DMO는 회의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규모 컨벤션센터의 익명성에 지친 참가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500명 이하 규모의 부티크 컨퍼런스와 이그제큐티브 미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회의와 리더십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팜스프링스 DMO가 고안한 ‘컨벤션센터 지구(Convention Center District)’ 개념은 단순한 시설 확장을 넘어선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DMO는 시 정부, 지역 기업, 주민들과 2년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컨벤션센터를 독립된 섬이 아닌 도시의 심장부로 탈바꿈시켰다. 15,000제곱피트의 전시 공간을 추가하여 총 121,000제곱피트로 확장하면서, 동시에 보행자 전용 거리, 야외 광장,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하였다.
또한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라는 자연적 특성을 MICE 인프라에 적극 반영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막 식물을 활용한 조경, 야외 미팅 공간, 선셋 리셉션 장소 등은 팜스프링스만의 고유한 자산이 되었고, 정장 대신 리조트 웨어, 회의실 대신 풀사이드 카바나, 만찬 대신 푸드트럭 파티와 같은 비즈니스 미팅의 새로운 형식은 창의성과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및 크리에이티브 산업 분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독특한 회의 문화를 ‘데저트 시크(Desert Chic)’라는 브랜드로 개발한 DMO는 테크 기업과 디자인 관련 회의를 전략적으로 유치하며 성공적인 브랜딩을 실현하고 있다.

▲ 경주국제회의복합지구 (자료: 2025 APEC 경주 공식 블로그)

사례 ③ 경주국제회의복합지구: DMO가 설계한 문화 정체성 중심 목적지 모델

경주화백컨벤션뷰로가 주도하는 경주국제회의복합지구(GGCL)는 DMO의 진화된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025년 국제회의복합지구 활성화 지원사업에서 전국 7개 지자체 중 최대 규모인 8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경주는 천년 고도의 역사적 정체성을 현대적 MICE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지역 정체성 큐레이터로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단순히 ‘신라의 고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대신,신라 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했다. 그 결과 경주만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 디자인이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본상을 수상했고, 신라복을 재해석한 전용 근무복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는 DMO 주도적으로 지역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전문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국제적 수준의 콘텐츠로 개발한 성과다.
동시에 통합적 목적지 관리자로서 역할도 두드러진다. 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만㎡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의 참가자의 동선을 분석하여 비즈니스 세션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MICE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호텔, 레스토랑, 관광시설과 연계한 ‘경주 MICE 얼라이언스 (Gyeonju MICE Aliance)’를 운영하며, 참가자의 원활한 이동과 체류, 문화 체험을 일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 과정에서 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DMO는 정부, 경상북도, 경주시와 긴밀히 협력하여 유치 제안서를 작성했고, 경주의 안전성, 접근성, 문화적 매력을 체계적으로 어필했다. 또한, 지역 기업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이끌어내 ‘원 팀(One Team) 경주’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경주화백컨벤션뷰로의 성공은 DMO가 단순한 실행 조직이 아닌 지역 MICE산업의 전략적 설계자임을 증명한다. 지역의 DNA를 발굴하고, 이를 국제회의라는 플랫폼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경주화백컨벤션뷰로의 사례는 한국형 DMO의 미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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