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는 활용 방식과 주체에 따라 행사를 구성하는 ‘재료’가 될 수도, 완결된 경험을 제공하는 ‘요리’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MICE를 고유한 경험과 스토리를 설계하는 콘텐츠로 인식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MICE산업의 변화와 도약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자, ‘융복합 MICE’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핵심적인 관점이다.
MICE를 독창적인 경험으로 완성하기 위한 콘텐츠화 전략은, 단순히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구성원과 산업을 결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창출하는 창의적 접근을 요구한다. 이러한 융복합 모델은 MICE산업을 기존의 전통적인 이벤트 플랫폼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 사슬을 만들어내는 콘텐츠 산업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
본 고는 현재 글로벌 MICE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근원을 탐색하고, MICE를 융복합 콘텐츠로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방안에 집중한다. 더불어, 3C 전략(협력, 융합, 경쟁력 강화)을 중심으로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화 사례를 분석하며, 콘텐츠가 MICE 산업의 성장을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MICE산업의 새로운 도전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가치 사슬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조명해 볼 예정이다.

차세대 이벤트 참가자(NGEG)에 주목하라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는 MICE를 소비하는 참가자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MICE 소비집단에 혁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여겨지던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를 비롯해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Z세대까지, 새로운 소비 자 집단으로 부상한 ‘차세대 이벤트 참가자(다음 Generation Event Goer, 이하 NGEG)’들이 기존 세대와는 달라진 가치관과 소비 패턴으로 업계의 트렌드 생성과 확산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이벤트 에이전시 프리맨(Freeman)의 전략부문장 켄 홀싱어(Ken Holsinger)는 지난 9월 개최된 스키프트 미팅 포럼에서 “인구 통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홀싱어1에 따르면, 미국의 Z세대는 이미 전체 노동 인구2에서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으며, 노동 인구의 평균 연령은 불과 18개월 만에 51세에서 42세로 크게 낮아졌다. 기존에는 이러한 세대교체에 약 5년에서 10년가량 소요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변화의 속도는 가히 압도적이다. 이러한 세대 변화는 MICE 참가자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SM 글로벌(ASM Global)의 설문조사3에 따르면, 회의·컨벤션·컨퍼런스 참가자 중 42%가 40세 미만이었으며, 18%는 25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때 미래(next) 세대로 불리던 MZ세대가 이제 현(Now) 세대로 자리 잡아 참가자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글로벌 MICE산업은 복잡하고 다 변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분되는 시장과 확장되는 타겟
세대 이동은 비단 참가자 구성뿐 아니라 시장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새로워진 소비자들의 행동과 기대치가 트렌드, 노동력, 소비 패턴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글로벌 비즈니스 트래블(American Express GBT)의 제14회 연례 글로벌 미팅 및 이벤트 예측(14th annual Global Meetings and Events Forecast)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늘어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현장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답했다. 기획자들은 정서적 참여와 개인화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변화한 참가자 통계를 이해하고 고품질 콘텐츠에 투자하며, 독특한 경험 제공이 가능한 장소를 발견하는 것 모두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해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세대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집단의 경계는 흐려지고 반대로 개인의 취향은 더욱 또렷해지는 옴니보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기존 소비 패턴의 전형성이 무너지면서 같은 연령대나 성별이더라도 개인마다 소비 성향이 매우 다양해져 전통적인 기준만으로는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 워졌다는 뜻이다.
업계로서는 시장이 더욱 세분화됨에 따라 특정 분야의 이벤트가 기존처럼 한정된 대상의 소비로 국한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참가자들을 충성 고객으로서 영입하기 위해서는 진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정교한 타겟팅과 경험 가치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
[참고자료] 트렌드 코리아 ‘2025 소비 키워드’ 핵심 요약
• 옴니보어(Omnivore) – 모든 경계를 허무는 잡식성 소비가 뜬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진 사회 현상을 뜻한다. 본래 옴니보어는 ‘잡식성’이라는 의미이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소비의 경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나이, 성별, 소득과 상관없이 다양한 취향을 탐구하며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는 마케팅 타깃을 생각할 때 단순히 인구통계학적으로 나누는 고정관념 대신, ‘상상과 관찰’이 더욱 중요해졌다.
• 물성매력 (Physicality Appeal) – 사람들은 보고 만지기를 원한다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실질적으로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물성에 매력을 느낀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느껴지는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 캐릭터, 굿즈 등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도 연결지어 볼 수 있다.
• 공진화 전략 (Co-evolution Strategy) – 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는 상생의 진화 전략
서로 다른 산업과 기업들이 협력하며 함께 발전하는 시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하고, 애플은 오픈AI와 손을 잡는 것처럼, 적과 나를 구분하지 않는 상생의 진화 전략. 경쟁보다는 상생을 통한 공동 성장을 도모하는 공진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자료: 김난도 외 9명(2024).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래의창, 연구원 재구성
콘텐츠로서 ‘융복합 MICE’의 가치란?
인구학적 구획 짓기가 무의미해짐에 따라, 기존의 참가자들을 원점에서부터 검토하여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MICE 성공의 핵심은 참가자의 니즈와 가치관을 반영한 차별화된 경험 제공에 달려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융복합 MICE는 각기 다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플랫폼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개별 참가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핵심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경험을 확산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가 주도하는 경험 중심 경제와 콘텐츠 초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모든 경계를 아우르는 융복합 MICE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글로벌 MICE산업은 단순히 정보와 네트워킹을 제공하던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참가자와의 상호작용을 설계하고,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서사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MICE가 복합 플랫폼 콘텐츠로 진화하며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할 것으로 사료된다. 융합과 확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야 할 시점이다.

MICE+ 시사점 고급 교양에서 문화적 놀이터까지… ‘전시’가 진화하는 이유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전시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시는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전공자나 예술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즐기는 고급 교양을 쌓는 곳으로 여겨져 왔으나, 2010년대부터 기획전시와 문화 공간의 확대로 인해 다루는 주제가 폭넓게 확장되었다. 특히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성장은 대중문화 전시를 활성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브랜드들은 팝업 스토어(Pop-up Store)를 통해 홍보 및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이제, 단 일주일간 진행되는 작은 이벤트도 전시라고 불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늘날 전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콘텐츠 기반의 경험 제공에 초점을 맞추며, 취향과 자본이 결합된 문화적 소비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시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경험 제공 중심으로 변화했듯이, MICE산업도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특히 콘텐츠와 MICE산업의 융복합 모델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이바지함으로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NEWNEEK(2024.11.15). 전시의 진화: ‘피크닉’과 ‘그라운드시소’가 핫플이 되기까지. 참조, 연구원 재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