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이 밝았다. 『국제회의육성에관한법률』이 제정되고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셈이다. 이제 우리 산업도 성년의 나이에 들어갈 정도로 성숙해졌고, 새로운 변화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우리도 빠르게 변화해야하는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지금까지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동력을 이제 한번 쯤 교체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양적인 성장을 위주로 국제회의, 전시, 축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개최건수 증가를 목표로 제도, 지원, 사업목표가 맞춰져 있었다면, 성숙기에 들어선 타이밍에는 질적 성장과 리딩(leading)할 수 있는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가 MICE 산업을 지원하는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MICE는 원래 해당 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하고, MICE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지식서비스 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얘기한다. 정부, 지자체, 각종 기관이 MICE를 지원하는 이유는 해당 산업의 플랫폼 역할, 지식 서비스 분야의 플랫폼 역할을 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역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창출되기를 희망하며 MICE 산업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어 왔다.
MICE 개최 효과는 경제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 제고, 인지도 향상, 인프라 개선 등의 효과도 있다. 즉 MICE 개최가 지속되면서 지역에 다양한 시설(교통, 숙박, 위락시설 등)이 건설되고, 지역에 대한 인지도가 글로벌화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지역을 찾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인프라가 향상되면 지역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MICE 산업은 단순히 해당 행사 주제 연관 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도시의 경제가 살아나고, 도시가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카톨릭대학교 김기찬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며 경영학의 재구매의도와 마찬가지로 관광, MICE 분야에서도 재방문의도를 중요하게 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하는 MICE 행사를 통해 신규 고객 유치뿐만 아니라 그들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사실 해외 행사를 참가해 봐도 ‘아, 다음에 다시 가족들이랑 방문하고 싶다’하는 도시는 많지 않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 라스베가스를 위시한 미국의 여러 도시들, 일본, 중국 도시들 대개 나쁘지는 않았지만 굳이 돈과 시간을 내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는 다섯 손가락도 채우지 못한다. 다섯 손가락에 드는 도시들의 공통 특성은 다양한 볼거리, 좋은 먹거리, 편리한 교통, 적당한 가격이 갖춰져 있는 듯하다.
MICE의 새로운 역할은 참가자의 재방문의도를 높이기 위한 도시 재활성화일 수 있다. 우리가 개최하는 MICE 행사가 단순히 한번 개최되는 행사가 아니라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주지하고, 좋은 행사를 유치, 개발할 뿐만 아니라 행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여야 하고, 해외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기간 동안 다시 와보고 싶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겠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도시마케팅은 CVB만의 임무가 아니라 MICE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도시 인지도, 이미지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행사유치율이 오를 것이고, 참가자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방문하면 수익이 오르면서 도시 홍보 및 인프라 개선에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 진다. 해외 투자기관들도 국내 도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MICE에 대해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MICE 개최 효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항상 앵무새처럼 떠들던 이야기이지만,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봤다.
2018년에 대한민국 MICE 산업과 종사자들이 모두 한단계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