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MICE산업은 주로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국내 주요 도시들이 글로벌 MICE 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핵심 거점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과거 MICE 행사는 베뉴와 호텔과 같은 집적시설의 위치와 규모가 가장 중요했다면, 이제는 단순히 시설의 규모를 넘어, 사람들이 회의와 컨벤션을 개최하고 싶은 곳을 결정하는 데 있어 행사장 외부와 주변 환경의 질이 더 중요해졌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대도지 집중형 전략의 한계와 함께, 이선도시와 삼선도시가 새로운 MICE 개최 도시로 부상하는 현상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 MICE 행사의 비용 상승과 경제적 부담

MICE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행사 개최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는 것은 바로 ‘비용’이다. 2024년 하반기, 글로벌 DMC 파트너스(GDP)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MICE 행사 주최자들이 물가 상승에 따라 예산을 증액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식음료(F&B), 시청각(A/V)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인해 예산 불균형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인센티브 여행 부문에서 관계자들은 단기적, 장기적으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비용 상승은 앞으로도 기획자들이 계속 직면해야 하는 과제다.
더욱이 대도시의 MICE 행사 비용 상승은 단순한 물가 인상 문제를 넘어, MICE 행사 주최자에게 투자 대비 효용성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예산 제약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는 대도시에서의 행사 개최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비용 효율성이 높은 대안적 개최지를 모색하게 만든다(Hotel Business Review, 2024).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MICE산업의 탈(脫)대도시화를 촉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이다.
획일화된 경험과 서비스로 인한 차별화의 한계
MICE 참가자들의 요구가 ‘기능적 만족’에서 ‘총체적 경험 만족’으로 변화하면서, MICE 참가자들은 비즈니스 목적 외에 웰니스, 지역 문화 체험, 지속가능성 실천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Mitt, 2024). 그러나 대도시는 인프라와 경험 측면에서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으며, 표준화된 인프라와 서비스로 인한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이는 더 이상 경쟁 우위가 아닌 한계점이 되어 오히려 소도시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부각시키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소도시가 만드는 유연한 MICE 모델
소도시의 가격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하다는 것을 넘어 동일예산으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소니트롤(Sonitrol)의 전무이사 겸 회의 기획자인 메리 헤일리(Mary Haley)는 이선도시(Tier 2 city)에서 MICE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일선도시(Tier 1 city)에서 기본적인 음식만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고급음식을 제공할 수 있어 매우 합리적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Corporate&Incentive Travel Magazine, 2024). 이처럼 이선 및 삼선도시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호텔과 지역 사업주 간의 협력 기회를 제공하여 예산이 부족한 기업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MICEatlk, 2025).
또한, 대도시의 주요 컨벤션시설은 이미 높은 수요로 인해 예약이 어렵거나, 유연한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MICE 주최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규모의 행사를 개최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행사의 기획 및 운영에 제약을 가져오며, 대안적인 장소를 모색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도시는 대도시만큼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행사장, 호텔, 관공서 등으로부터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Hotel Business Review, 2024). 따라서 행사 기획자들은 소도시에서 MICE를 기획할 때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유연한 대처를 기대할 수 있다.
소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핵심

켄터키주의 소도시 퍼듀카(Paducah)는 2023년 기준, 인구가 3만 명이 안되는 미국의 소도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퀼트시티(Quilt City)로 알려진 소도시에서의 국제회의 개최되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퍼듀카는 퀼팅과 섬유 예술 분야에서 풍부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서 자리매김하며, 유네스코(UNESCO)의 2017년 공예 및 민속 예술 창의도시 연례 회의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었다. 해당 회의를 통해 퍼듀카는 4개 대륙을 대표하는 8개 유네스코 지정 공예 및 민속 예술 창의 도시의 시장, 위원 및 문화 지도자 60명이 방문하여 3일간 루터 F. 카슨 포 리버스 센터 (Luther F. Carson Four Rivers Center)라는 공연예술센터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현지 음식과 다양한 체험 활동 경험에 참여하였다. 퍼듀카 관광청의 마케팅 디렉터 로라 오스월드(Laura Oswald)는 “참석자들이 고향에서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을 우리 도시에 와서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경험이었으며, 바로 이것이 행사의 정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례는 소도시가 더 이상 대도시의 보완재에 그치지 않고, 고유한 도시 정체성과 진정성 있는 체험 요소를 바탕으로 MICE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는 미래의 MICE 시장에서 ‘규모 중심의 선택’보다 ‘도시의 특색과 체험 가치’가 핵심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종합해보자면, 대도시 중심의 MICE 개최는 인프라와 접근성 면에서 강점을 지녔지만, 비용 상승, 시설 예약 경쟁, 경험의 획일화 등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소도시는 합리적인 비용, 유연한 운영, 고유한 지역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도시는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MICE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의 MICE 시장이 규모 중심에서 벗어나, 특색과 진정성, 지역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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