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7, 오피니언, 전략

MICE 산업, 중소도시가 뜬다

▲수원컨벤션센터 홍주석 팀장


중소도시가 뜨고 있다. 관광분야 뿐만 아니라 MICE, 그리고 산업적 발전까지, 인구소멸·지방소멸에 맞서 중소도시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구마모토현은 2011년 큐슈신칸센 전 노선 개통을 앞두고 관광객 이탈을 우려해 쿠마몬 캐릭터를 만들어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널리 알려 관광객 이탈을 막았으며,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따라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 공장을 유치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여러 도시들의 쇠락과 침체에 맞서 중소도시들은 관광과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도시재생과 도시브랜딩에 힘쏟고 있으며 도시 고유의 특색을 살려 큰 성과를 이룬 도시들이 여럿 생겼다.

▲리버풀의 비틀스 동상

영국의 주요도시 중 하나인 리버풀은 마이클오언과 스티븐 제라드 등의 스타를 배출한 프리미어 리그 최고 구단 중 하나인 리버풀 FC를 보유한 도시이자 비틀즈가 탄생한 도시이다. 
이러한 문화·스포츠로의 이미지가 강한 리버풀은 산업혁명 시기에는 도시가 확장되면서 영국의 핵심 외항이자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그리고 철강 산업도시로 유명했다. 19세기 말에는 전 세계 물류의 40퍼센트가 통과하는 무역항이었으며 리버풀맨체스터 운하가 완성되고, 최초의 도시 간 철도인 리버풀맨체스터 철도가 개통되면서 리버풀은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무역량이 감소하면서 공업도시로의 입지가 쇠퇴하게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집중 폭격을 받으면서 리버풀은 쇠락한 항구도시로 전락했다. 

리버풀은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문화관광 전략과 상상력, 스토리텔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핵심 전략으로 전 세계적인 문화아이콘인 4인조 팝·록 밴드인 비틀즈를 활용했다. 리버풀은 비틀즈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장소들을 복원하고, 도시 곳곳에 비틀즈의 스트리를 입혔다. 비틀즈의 숨결을 찾아 돌아다니는 ‘비틀즈 투어’ 관광상품을 개발해 비틀즈 팬들이 비틀즈 스토리 박물관, 존 레논 동상, 폴이 살았다는 벽돌집 등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비틀즈 팬들은 순례지와 같은 관광코스를 통해 비틀즈 멤버들의 삶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었으며, 이 관광상품으로 연간 4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효과를 거뒀다. 마치 우리나라의 BTS 성지순례 여행코스와 유사하다. 더불어 리버풀의 공항 이름은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의 이름을 따 존 레논 공항으로 명명했고 매튜 스트리트, 앨버트독 항구 등 비틀즈 멤버의 이름을 따 장소의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리버풀은 매튜 스트리트 페스티벌을 1993년부터 개최, 해마다 90개가 넘는 밴드가 참여해 6개의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공연하며 30만 명 이상의 관중을 끌어모으고 있다. 리버풀에서 비틀즈는 도시 자체이면서 문화산업이 되었고 음악과 축제를 통해 매년 1,5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영국의 대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리버풀과 유사하게 영국, 프랑스와의 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항구도시였다.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제철업과 조선업으로 번창한 공업도시인 빌바오는 한때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산업과 물류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빌바오는 30퍼센트가 넘는 실업률을 기록하며 쇠락했다. 
빌바오는 쇠락한 공업도시를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문화·예술적 자산이 없다는 것과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랜드마크가 없다는 결론하에 빌바오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미국 구겐하임 재단과 협력하기로 했다. 빌바오는 1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설계를 통해 네르비온 강변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개관했다. 이를 통해 빌바오는 문화·예술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고, 국제사회에서 예술적 지위를 획득함과 동시에 다양한 산업 요소와 연결할 수 있는 통합시설로 미술관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빌바오가 투자한 1억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선 연평균 4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해야 했는데, 실제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빌바오를 찾아왔고 더불어 지역 호텔이 10배 이상 늘어나며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빌바오가 단지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랜드마크만을 통해 문화 중심도시로의 리브랜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빌바오는 공공디자인 도입, 대중교통 개선, 네르비온강 주변의 환경 개선 등 도시 개발도 함께 진행하였고 다양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유럽에서 가장 여행하고 싶은 도시 10위에 선정된 것이다. 

▲양양 서퍼비치

양양은 인구가 3만 명이 채 되지 않는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하위권에 있는 도시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가 넘으며 주로 여름철 한 철 장사로 생활하는 도시였다. 이러한 양양이 지금은 2030 청춘들의 집결지로 급부상하며 낮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맛을 음미하는 카페들과, 밤에는 클럽 DJ와 함께하는 댄스파티의 향연 등 강원도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양양이 MZ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서핑이다. 양양 해변은 수심이 얕고 파도가 높아 초급자들이 타기 좋은 50cm부터 선수들이 타기 좋은 높은 파도가 치기 때문에 다양한 서퍼들이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서퍼들이 양양으로 몰리면서 양양에는 카페, 음식점, 게스트하우스가 늘어났고 서퍼들이 직접 서핑 보드를 제작하고 서핑 강습을 제공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하루 1,000여 명의 서퍼가 몰리기도 하며 말 그대로 서핑족의 성지가 된 것이다. 
양양의 해안은 다른 해안지역에서 카피하기 어려운 특색이 있고, 겨울에도 서핑을 즐기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별성이 뚜렷해 장기적으로도 인도네시아 발리, 스페인 이비자섬과 같은 아이콘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방정부의 지원 없이도 젊은 층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그들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면서 아예 거주하는 모습은 도시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사례이며 인구 소멸 시대에 강조되고 있는 생활인구(주소를 정해 거주하는 정주 인구가 아닌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 증가의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도시의 특색을 살린 관광적 요소와 문화콘텐츠 외에도 MICE를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고 도시 브랜딩에 성공한 국내외 도시들도 다수 있다.
MICE 산업은 융복합 비즈니스 트래블로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개최지역과 국가에 경제적·사회문화적·정치적·관광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방문객 경제를 넘어 MICE는 해당 도시의 브랜드 제고, 지식 전이를 통한 전문성 제고, 수출입 촉진을 통한 무역 활성화, 연구개발 촉진, 우수 인재 확보, 사회적·관계적 자산 확보 및 일자리 창출 등의 다양한 파급 효과들을 창출하고 있어, 여러 도시가 MICE 산업에 올인하고 있다. 
그동안 대도시 위주의 MICE 산업발전이 점차 새로운 것을 찾고 경험하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수요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중소도시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장점과 강점을 활용해 여러 중소도시들은 대도시 못지않은 MICE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1) 중소도시는 종종 문화적 다양성을 제공하며 독특한 현지의 문화, 전통, 예술 및 역사를 탐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때로는 중소도시의 랜드마크적인 관광 명소가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하며 자연적인 경관이 참가자들에게 휴식과 자연과의 접촉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발리, 미국의 하와이, 중국의 해남성은 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변과 휴양지로 유명하여 MICE 참가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장점을 백분 활용해 MICE를 유치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 기반의 MICE를 기획하기도 한다. 중국의 ‘보아오포럼’이 대표적인 예이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앙코르와트를 보유한 캄보디아 씨엠립과 UNESCO 세계문화유산 4개를 보유한 경주, 그리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인 에딘버러에서 많은 MICE 행사들이 개최되는 것을 보면 이러한 문화적 경험이 참가자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중소도시는 상대적으로 지속가능성과 ESG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많다. 지역 사회와 경제 발전, 환경 보호 측면에서 MICE는 중소도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며 최근 여러 MICE 주최자들은 환경과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소도시를 선호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는 주최자들과 참가자들이 대도시와는 달리 혼잡도가 낮은 중소도시를 선호했다. 특히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활동과 그중에서도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에 참가자들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3) 중소도시들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적 효율성이 높다. Venue, 숙박 및 서비스 관련 비용 등 품질을 유지하면서 주최자들에게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으며 특히 MICE 산업에 관심이 많은 도시일수록 다양한 지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예산지원 측면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체험, 현지인들의 환대 서비스까지 대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을 제공한다. 

4) 마지막으로 많은 중소도시가 인프라 개발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최첨단 시설의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및 교통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도시로의 MICE 행사 분산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개선사항으로 대규모 MICE 유치에 적합한 중소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MICE를 활용해 큰 성과를 이룬 도시들을 알아보자. 

MICE로 성공한 중소도시 중 대표적인 사례로 다포스포럼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구 1만 명을 조금 넘는 다보스(Davos)는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작은 휴양지이지만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을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가 되었다. 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리더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한 의견과 전망을 내놓으며 세계 각국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도시의 이름을 따 ‘다보스포럼’이라고 흔히들 불리며 다보스포럼의 인지도가 다보스라는 도시의 인지도와 품격까지 올린 상징적인 중소도시 MICE 성공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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