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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 참가자들의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과학적 설계 기법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넛지(nudge)’ 마케팅 전략 분석

선택의 시대다. 자원은 여전히 한정되어 있는데 선택 옵션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나고 있다. 기회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졌으니 소비자들은 합리적 선택에 여느 때보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MICE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사한 행사 수도 늘어난 데다가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편리하게 참석할 수 있는 온라인 행사까지 더해졌으니, 참가자 유치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장에서 참가자들의 행사 참여와 몰입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넛지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넛지 마케팅이 화제가 된 때가 있었다. 강압하지 않고 은근슬쩍 행동 변화와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마케팅 전략으로서, 고객의 저항을 최소화하여 제품(또는 브랜드)으로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2010년 국내외 마케터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소비자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은 그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요구되는 생존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MICE 행사에서는 어떠한 넛징(Nudging) 전략이 적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외 연구결과를 살펴보며 벤치마킹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Contents

  • 넛지 마케팅(Nudge marketing)이란?
  • MICE 행사에 적용해볼 만한 넛지 전략
  • 종합 시사점

자유주의적 개입을 지향하는 세련된 마케팅 접근법
‘넛지(Nudge)’의 사전적 정의는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행위’다. 대상(소비자 또는 시민)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직접적 개입이나 자극 없이 이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전략)을 의미한다.
넛지라는 개념은 행동경제학(behaviour economics) 분야의 대가 리처드 탈러(Richard Taler) 교수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의 카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교수가 공저한 서적에서 비롯되었다.
두 석학은 직접적이고 강한 개입보다 자발적이면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상당한 힘을 갖는다고 보았다. 작은 신호만으로 소비자의 의사결정 메커니
즘의 전반을 건드리는 셈이므로 넛지 전략은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라는 명칭으로도 통용된다.
이들이 주장한 ‘은근한 유도’는 다양한 형태로 설계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심리적 반응에 근간을 둔다.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 화장실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본능적 욕구를 자극하면서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자’는 메시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규범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제품 또는 건강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실행 전략을 내포한 넛지 마케팅은 설계 방법에 따라서 행동 변화 그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마케팅 분야에서는 넛지 마케팅이 즉, 제품(또는 서비스)을 구매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환경을 제공하면서 구매 행동에 관한 결정을 소비자가 직접 내리게끔 하여 구매한 상품과 개인 내면의 가치를 동일시하여 만족도는 물론, 브랜드에 관한 충성도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자율성과 존중이 강조되는 오늘날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넛지 마케팅 사례
넛지 전략의 출발점은 공공·정책 분야다. 앞서 언급된 암스테르담 스키폴(Schiphol) 공항 남자화장실 소변기의 파리 그림 사례와 스톡홀름 오덴플랜(Odenplan) 지하철역 계단을 실제 피아노 소리가 나는 피아노 건반과 같은 모형을 설치하여 에스컬레이터의 사용량을 줄인 사례, 국민 92%가 택시 뒷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안전벨트 착용 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던 브라질의 사례 등은 의례 무시하고 넘어가기 쉬운 공공질서를 준수하도록 한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도로 노면에 색깔 유도선을 표기하여 전 세계 교통 부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2002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넛지 전략을 공공정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아주 작은 투자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면서 그 효과를 지지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정책 입안을 담당하는 전담부서가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도시 개발은 물론 마케팅 분야에서도 각양각색의 넛징 사례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앱 부문에서 넛지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식음 배달 부문에서 국내 최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플랫폼 ‘배달의 민족’은 사용자들이 친환경적 소비문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기본선택 값(default)으로 설정하여 일회용품 사용률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FLO)는 이용권 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숨겨놓은 데다가, 해지하지 않을 경우 제공되는 추가 할인 혜택에 대한 정보를 명시하며 이용자가 마음을 돌리게끔 유도하고 있다. 유튜브 사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용자가 이용 중 특정한 행위(광고 건너뛰기, 재생 중 유튜브 창 내리기 등)를 하는 경우, 유튜브를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며 유료 이용 전환을 은근하게 유도하고 있다.

 [참고자료] 넛지 마케팅을 이루는 실행전략

  • 디폴트 : 고민 없이 자동적으로 선택되는 옵션을 설계하여 참여를 유도함.
  • 맵핑 : 선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함.
  • 의사결정 체계화 : 의사결정이 복잡하거나 과도한 정보로 인해 참색이 어려울 때, 이러한 과정을 단순화하여 의사결정을 돕는 방식임.
  • 피드백 제공 : 소비자 개개인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함.
  • 정보 조직화 :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선별하여 제공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함.
  • 사회적 규범 : 사회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과 규범을 상기시켜서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함.

[지속가능성 부문] 행사 참가자의 친환경 행동을 촉발하는 다양한 실행 전략
행사장에서의 넛지 전략 적용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지양하기를 원하는 행동과 연관된 세부사항을 최소화하거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도록 고객 여정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좋은 것은 가까이하고 나쁜 것은 멀리하는 식이다. 이러한 전략들은 지난해 5월 독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경영대학교(University for Media, Communication and Management)의 소렌 베어(Sören Bär) 교수가 내놓은 행사 참가자의 친환경적 행동 유인 전략에 관한 논문에서 확인할수 있다. 이들은 북페어(Book fair), 바흐 축제(Bach Festival)의 사례를 들며 독일에서 개최되는 대형 이벤트가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하면서도 “이로 인한 환경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진은 행사 내 넛지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교통, 식음, 에너지(전력 사용), 쓰레기 처리 등을 꼽았다. 탄소배출 이슈의 중심에 있는 교통 부문에서는 무엇보다도 절대적 교통 유발수준을 줄이는 것이 행동 변화의 목표가 된다. 이에, 베어 교수와 연구진들은 개인 차량 이동 시, 야기될 수 있는 불편함이 사전에 예상될 수 있도록 주차장이 협소함과 비싼 주차요금을 강조하거나, 무료 주차장이 행사장과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안내하는 것이 실제로 자차 이용을 지양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적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단을 풍부하게 제공하거나 관련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행사장과 지역 내 교통 거점을 연결하는 것도 일종의 넛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식음 부문에서의 넛지도 ‘숨은 메시지’라는 약간의 터치만 주어지는 것일 뿐, 매우 간단한 실행 전략으로 이루어진다. 베어 교수는 식음 부분의 친환경 행동을 ‘육류 식단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참가자들에게 육류 메뉴 선택에 따른 탄소 배출량에 관한 정보와 육류 메뉴 신청서를 동시에 발송하면 해당 메뉴에 대한 신청률이 압도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행사장에서도 식음 공간 곳곳에 탄소 측정 시스템을 설치하여, 현재 참가자들이 선택한 메뉴가 향후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도 친환경 소비문화 참여를 촉진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사용 저감을 유도하는 아이디어로는 행사 기간에 창출된 친환경 에너지(예: 태양광 전기 등)의 발생량과 실제 행사장에서 사용된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하여 보여주며 참가자들이 전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참가자의 효과적 쓰레기 배출 행동을 유도하는 방안으로는 재활용 품목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품목별로 쓰레기통의 색상을 달리하는 방법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활용하거나 발자국과 같은 행동 유발원을 적절히 디자인하는 전략도 적용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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