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 이벤트를 위한 경제적 파급효과 측정 도구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the power)’라는 말이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주장에 근거하는 격언으로, 어떤 대상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진다면 힘, 지배력, 능력을 얻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힘’이란 단순히 지식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라는 의미가 되겠다. 
이는 비단 개인뿐 아니라 비즈니스 이벤트에 대한 경제적 가치 및 중요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업계 내 다양한 조직 및 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장이다.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시 기술 및 서비스가 활용되는 시장의 미래성 또는 사업화 유망성 등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데스티네이션 마케팅에서 이벤트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정보는 의사 결정자들의 가치평가를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벤트 가치평가 도구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이벤트 파급효과 계산기(Event Impact Calculator, 이하 EIC)’는 데스티네이션 인터내셔널(Destinations International)에서 제공하고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 측정 도구로, 전 세계 주요 데스티네이션에서 개최되는 이벤트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투자 수익 등 관련한 주요 파급효과를 계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EIC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데스티네이션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를 계기로 국내 MICE산업에서도 경제적 파급효과 측정 도구의 발전과 관련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데스티네이션 인터내셔널의 ‘이벤트 파급효과 계산기(EIC)’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Company)의 관광·경제학팀(Tourism Economics)이 개발한 파급효과 측정 도구로, 현재까지 전 세계 300개 이상의 기관에서 약 130,000개 이상의 이벤트를 분석해 왔다. 데스티네이션 인터내셔널이 전 세계 26개국 700개 이상의 회원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참작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회원들이 EIC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EIC의 모듈은 회원자격을 갖춘 일부 회원들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으며, ‘국제회의’, ‘스포츠’, ‘축제 및 문화행사’, ‘지역 및 공공행사’로 구분되고 있다. 따라서 데스티네이션 인터내셔널 회원인 지역관광추진조직(DMO) 또는 국제행사장관리자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Venue Managers, 이하 IAVM) 회원인 컨벤션센터의 경우, EIC로부터 연간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지역 및 공공행사 모듈을 활용할 수 있다. 라이센스 사용료는 컨벤션센터의 임대 가능 면적 및 DMO 예산 등에 기초하여 결정된다.

EIC는 매년 업데이트되는 10가지 데이터 소스를 기반으로 CRM 시스템과 통합 가능한 API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벤트 유형, 개최 지역, 개최 기간 및 규모 등의 사용자 인풋만으로도 최신 설문조사 결과 및 경제 데이터에 기반한 이벤트 영향력을 분석할 수 있으며, 개별 목적지에 맞춰 개발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끔 고유 모델이 지원된다. 
이처럼 EIC는 개별 이벤트가 ROI, 고용 및 세금 등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을 측정함으로써, 지역관광추진조직(DMO) 및 컨벤션뷰로(CVB) 등이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2012년부터 EIC를 활용해 온 제네바컨벤션뷰로(Geneva Convention Bureau)의 디디에 알라즈(Didier Allaz) 이사는 “일관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한 주요 측정 결과를 통해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이벤트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후기를 밝혔다.

참고자료   한국관광공사의 ‘경제적 파급효과 계산기’

▲ 경제적 파급효과 계산기 (자료: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국내의 MICE 경제적 파급효과 측정도구로는 한국관광공사의 경제적 파급효과 계산기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데이터랩을 통해 무료로 개별 MICE 이벤트에 대한 파급효과를 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기개최된 이벤트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뿐 아니라 개최(유치) 예정인 이벤트에 대한 파급효과 예측도 가능하다.
파급효과의 측정 결과는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MICE 행사별 소비공급 측면에서 평균 지출 금액을 활용한 산업연관분석 모형을 통해 산출되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 계산기 내 필수 입력 사항에 관한 내용을 입력한 후 조회를 실행하여 도출할 수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주도인 롤리(Raleigh)는 매년 1,7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정치·경제·교육의 중심지로 다양한 산업이 발달된 남부의 대도시다. 해당 지역에서 관광 및 MICE 분야를 담당하는 ‘그레이터롤리컨벤션&비지터스뷰로(Greater Raleigh Convention & Visiters Bureau, 이하 GRCVB)’는 EIC의 국제회의 및 스포츠 모듈의 초기 채택자 중 하나다. 2016년에는 GRCVB 직원들을 필두로 EIC의 축제 및 문화행사 모듈 개발에 참여했으며, 2017년에는 외부 컨설팅 회사와 협력하여 데스티네이션 전략 계획(Destination Strategic Plan, 이하 DSP)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EIC를 적극 활용한 바 있다.
DSP의 주요 이니셔티브 중 하나는 지역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방문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관된 보고 체계를 통해 이벤트의 파급효과를 신뢰성 있게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에, GRCVB는 EIC 및 기타 도구를 통한 측정 결과를 종합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였고, 롤리 지역의 MICE 이벤트가 개최 장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정량화하는 등 다양한 분석 결과를 도출함으로서 신규 비즈니스 개발 또는 자본 흐름 개선을 위한 자원의 배분 등을 위한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GRCVB는 EIC, ORDA, 그리고 타사 데이터의 조합을 통해 아래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성공적으로 측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 (EIC) 지역 수준(county level)에서 유통된 신규 달러 추정치, 지방세 수입(예: 점유율, 식음료 및 판매 등), 부분적으로 증가한 환대(hospitality) 분야 직업 수 등
  • (제3자 데이터) 1박 이상 방문객의 평균 체류 기간, 참가자가 해당 지역에 머무는 동안 본 기타 관심 사항에 대한 정보 등
  • (ORDA) 주별 방문객 출신 지역 정보 등

참고자료   GRCVB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프로세스

  1. 수집해야 하는 특정 데이터 목록 식별
  2. EIC 실행을 통해 특정 기간 및 위치의 방문자 이동 데이터 확보
  3. 행사 주최자 또는 행사장으로부터 확보한 대량 데이터(예: 티켓 판매 정보) 수집
  4. 객실 수요 분석기(Overnight Room Demand Analyser, 이하 ORDA)를 활용한 추가 분석
  5. 해당 데이터를 EIC에 연계하여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으로 통합

 MICE+ 시사점  CRM 통합 및 활용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간소화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할 때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파트너와의 의사소통 과정을 추적하고 이에 대한 진행 상황을 주요 관리자와 이해관계자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반면, GRCVB는 EIC의 CRM Outlook 플러그인을 사용하여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동기화함으로써 의사소통 전반을 효과적으로 추적 및 관리했다. 이를 통해 이벤트 개최유형, 1박 이상 방문객, 객실 요금 등 EIC 실행을 위한 입력 필수항목을 자동으로 수집 및 공유하고, 공통된 API를 활용하여 간편한 보고 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EIC에 CRM가 통합되어 있으므로 외부 전문가가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직접효과 및 이벤트 투자 수익에 대한 평가보고서 등을 더욱 빠르게 제공할 수 있었다.

캐나다 앨버타주의 주도인 에드먼턴(Edmonton)은 약 15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캐나다 북부 지역의 거점도시다. 에드먼턴을 지원하는 ‘익스플로어 에드먼턴(Explore Edmonton)’은 DMO로서 에드먼턴 컨벤션센터(Edmonton Convention Center)와 에드먼턴 엑스포센터(Edmonton EXPO Centre)의 관리 및 이벤트 유치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익스플로어 에드먼턴은 해당 데스티네이션의 방문객 경제(visitor economy)를 입증하기 위한 주요 척도로서 EIC에 기반한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결과를 활용했다. 특히 EIC의 도입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표준화된 접근 방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캐나다 전역에서 EIC을 도입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무엇보다 익스플로어 에드먼턴이 EIC를 활용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은 투자 수익을 효율적으로 계산하여 주주 및 자금 조달 파트너에게 선보이고, 데스티네이션으로써 에드먼턴이 가진 가치를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현재 에드먼턴은 도시 전역 및 주요 베뉴에서 개최하는 모든 이벤트에 대해 일관된 측정 표준을 활용하고 있으며, 스포츠, 축제 및 문화행사부터 국제회의 및 컨벤션, 지역 및 공공 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이벤트에 대한 파급효과 측정과 부가가치를 계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벤트 유치 과정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효과적으로 상기시키고 있다.

 MICE+ 시사점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한 정확도 향상 도모

익스플로어 에드먼턴은 EIC를 활용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으로, 파급효과 측정 프로세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도 교육을 통한 기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꼽았다. 실제로 익스플로어 에드먼턴팀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 및 예약 변경 등 기존 관행이 바뀌면서 룸블락(Room Block) 데이터로 객실 수요 추정치를 측정할 시 해당 기간의 실제 상황을 반영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룸블락이 아닌 전체 객실에 대한 수요 추정치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고,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척도를 기반으로 유효한 평가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익스플로어 에드먼턴팀에서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소프트 클로즈(Soft Close)’ 팀 회의를 통해 계산기에 어떤 입력값이 사용되었는지, 이에 대한 논리는 무엇인지, 경제적 영향 결과가 예상과 일치하는지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회의 방식의 도입은 EIC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한층 더 발전시킴과 동시에 측정된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팀원들 모두가 같은 인식 수준을 갖추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 2022 오리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현장 (자료: 더뉴욕타임즈)

미국 오리건주 서북부에 위치한 유진(Eugene)은 포틀랜드 다음으로 번성한 오리건주의 중심지이며, 약 38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트렉타운 USA(TrackTown USA)이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진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육상 경기장, 헤이워드 필드(Hayward Field)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규모 스포츠 커뮤니티 및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인 2022년 여름 당시, 오리건주 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유진의 캐스케이드 및 코스트(Cascades & Coast) 지역에서 개최될 것임이 발표되었다. 이에, 방문객 경제 창출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 ‘트레블 레인 카운티(Travel Lane County)’에서는 이벤트의 전중후 과정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자 EIC를 활용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숙박, 교통, 식음료, 소매, 레크리에이션, 공간 임대 및 비즈니스 서비스 등을 포함한 경제적 파급효과의 모든 측면에 대해 각각의 측정 결과를 도출했다.
이러한 EIC 스포츠 모듈의 도입은 주로 글로벌 이벤트 유치 및 투자를 위한 파급효과 추정치의 실질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행사 개최 이전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 언론 등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예상되는 파급효과 추정치를 전달함으로써 사전 입찰 및 유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또한, 2022년 여름 헤이워드 필드에서 총 12건의 육상 경기가 개최되었을 당시에는 각각의 경기가 지역에 제공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추가적인 요약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새로운 시설의 건설, 기존 시설의 개선 및 인프라 확장 프로젝트를 옹호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MICE+ 시사점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한 표준화된 측정도구의 필요성

‘경제적 파급효과 측정도구’의 중요성은 지역 주민, 이해관계자, 정책 입안자 등에게 이벤트가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파급효과에 대한 신뢰성을 제공함으로써 나타난다. 특히 초기 단계의 EIC 결과 보고서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측정값을 바탕으로 이벤트가 이해관계자로부터 후원 또는 인센티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해당 이벤트를 데스티네이션의 우선순위로 설정해도 괜찮은지 등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벤트가 목적지에 가져올 수 있는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이제는 단지 참가자 수만으로 이벤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전 세계 각국과 주요 도시의 데스티네이션은 EIC와 같이 이벤트가 가져오는 경제적 영향의 모든 측면을 포함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하는 표준화된 측정 도구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대면 서비스 산업의 대표적인 예시인 MICE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이 업계에 미친 유례없는 위기로 인해 산업 현황 파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데이터의 확보 및 활용은 기업은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벤트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벤트 유치를 지원하는 핵심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를 넘어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즉, 이벤트 데이터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겠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파트너 및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양질의 방문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자신만의 데이터 소스로 백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데스티네이션 인터내셔널이 제공하는 EIC와 같은 다양한 측정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결국, 지식을 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벤트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데이터의 가시성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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