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1, 리서치, 오피니언, 전략, 트렌드

“MICE 행사 생존의 판도를 다시 짜다”… 떠오르는 경험 디자인 트렌드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가 끝없이 관찰되고 있다. 비단 코로나19로 인해 확산된 변화뿐 아니라 기술의 진보, 세대교체와 맞물린 범세계적 패러다임 전환은 사회의 방향성 전체를 뒤흔드는 장기적 추세를 형성하는 중이다. 국제 정세에 따른 시장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MICE 행사 수요는 코로나19 회복세에 따라 점진적인 반등을 보이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를 붙잡을 수 있는 공급자들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각종 기회비용을 참작하더라도 참가자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행사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이처럼 소수의 공급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경험 디자인’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브리검영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는 경험 디자인 관련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자 2017년, ‘레크레이션경영학부(Recreation Management)’를 ‘경험디자인경영학부(Experience Design& Management)’로 변경한 바 있다. 어느 때보다도 경쟁력 제고가 요구되는 현재, 발 빠르게 혁신적인 경험 디자인 전략을 모색한다면 부족한 국내 인프라와 제약적인 요건들 속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고취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근 경험 디자인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트렌드로는 무엇이 등장하고 있는지 짚어보면서, 근본부터 뒤바뀌고 있는 MICE산업 지형도에 발맞춰 토끼처럼 재빠르게 뛰어올라야 할 시점이다.

평균의 의미를 상실하는 시대, ‘대체 불가능함으로 승부하라

기업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모두의 공통적 모범답안이었던 ‘평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SNS의 성장을 기반으로 기존의 준거집단이 다원화되고, 초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짐과 동시에 디지털 전환이 지속되면서 승자독식 체계가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양극화, 단극화 또는 N극화가 나타났고, 통상적이고 대표적인 가치인 ‘전형성’을 상실하고 만 것이다. 문제는 평균을 상실한 시대에서 말 그대로 ‘평범함’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혼란스러운 대중(mass) 시장 속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기존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탁월함·차별화·다양성 등의 대체 불가능함을 구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전략이 되었다.

이에, 업계에서도 대체 불가능함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이벤트 및 체험 마케팅 에이전시인 조지피존슨(George P. Johnson, 이하 GPJ)은 지난 4월, 독일의 디자인 및 체험 디자인 스튜디오인 세인컴퍼니(The Sane Company)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GPJ의 규모를 두 배로 확장함으로써 획기적인 경험 디자인 도입에 더욱 중점을 두기 위한 전략으로 나타났다. GPJ 독일 지사의 전무이사인 올리버 엠케(Oliver Ehmke)는 “세인컴퍼니를 GPJ 크리에이티브 팀에 통합함으로써 경험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존 및 신규 고객의 증가하는 요구에 부응하고,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GPJ의 비전을 확고히 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인수는 GPJ가 오랜 파트너인 크리에이티브 방송 및 비디오 제작 에이전시 노모보(NOMOBO)의 지분 투자를 발표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릿고개 헤쳐나가는 알뜰 소비자, ‘체리슈머

두 번째로 괄목할 만한 현상은 경제 불황기 속 두드러지는 극한의 합리적 소비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넘고자 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체리피커(cherry-picker)’가 실질적 구매 없이 혜택만 취하는 소비자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였다면, 가성비를 추구하는 행동이 일반화되면서 ‘체리슈머(cherry-sumer)’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기존보다 한 단계 진화한 전략적 소비자임을 강조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비단 경제 악화만이 아니라 성장하는 MZ세대의 세력도 한몫하고 있다. 작고 유연한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는 비용 대비 뛰어난 효용만 소비함으로써, 얼마나 최대치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이제는 동일한 기회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자보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2021년, 프로덕션리소스그룹(Production Resource Group, 이하 PRG)은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메리츠글로벌이벤트(Maritz Global Events)가 주최하는 넥스트앤(다음&) 행사의 디자인 파트너로서 행사장을 설계하며, 친밀하고 상호작용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미니 라운지 공간을 제시한 것이다. 각 라운지 내에서 참가자들은 개별 혹은 소그룹으로 모여 주제에 대한 유기적이고 다면적인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미니 스튜디오, 아트 스튜디오, 커피 바(bar) 등 자신만의 경험을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맞춤형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공간에서는 녹음부터 방송, 콘텐츠 업로드 등을 진행할 수 있었고, 가상공간을 통해 행사장 내 다른 모든 영역과도 연결될 수 있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2년간 대면 행사에 목말랐던 청중들이 이제는 관찰자 역할이 아닌 진정한 행사 경험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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