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5, 뉴스, 트렌드

MICE산업, 위기의 여성 인력-1편 여성 리더십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 사람의 의견이나 한 분야의 지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 없어졌다. 이에 글로벌 기업 및 조직에서는 다양성, 평등 및 포용(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ㆍ이하 DEI)을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일하는 조직 내에 성별, 세대, 경험, 전문성 등이 얼마나 다양한가는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들이 고르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리드하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필수 요인이다.
최근 글로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이슈 중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화두가 되고 있는 부문은 여성 인력에 관한 것이다. 이에, 2021년 3월 8일 113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은 더욱 짙은 의미를 남겼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대표적인 사회문제이지만, 변화한 글로벌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속에서 그리고 기술 변화에 팬데믹이 더해지면서 여성 인력의 노동 환경은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UN은 2020년 2030 지속가능목표 중 SDG5(성평등) 달성을 위해 여성역량강화원칙(Women’s Empowerment Principles, WEPs)을 선언하였고, 글로벌 기업 및 기관들을 중심으로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 대화’에 참여한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미국 UCLA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이슈로 “여성이 역량을 발휘할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받은 인력의 절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어떻게 발전을 꾀할 수 있겠는가”하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성의 사회활동 불참을 단순히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사회·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인적자원의 낭비로 보는, 새로운 시선이었다.
그렇다면 여성 전문 인력의 참여도가 높은 MICE 분야에서는 여성 인력을 둘러싼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을까. MICE산업의 DEI 경영 전략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과 관련한 세계적 현황과 활동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에, GMI는 3개 시리즈를 통해 ①여성 지도자의 현황과 중요성, ②글로벌 여성 MICE 전문가들의 연대 활동, ③문화 및 인식개선의 방안에 관한 업계의 이슈를 종합하고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첫 번째 내용으로 여성 인력에 관한 MICE 분야 내외의 전반적인 현황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는 여성 리더십에 착안해 본다.

 

일하는 여성에게 지워지는 ‘보편적인 문제’… #가사 분담, #리더십 부재
여성 인력 이슈의 궁극적인 문제는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사유로 경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는 이러한 무게가 더욱 가중된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는 순간이 찾아온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여성 인력의 속사정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글로벌 리서치그룹 맥킨지(McKinsey)는 ‘일하는 여성에 관한 현황 보고서(Women in the Workplace)’를 통하여 요즘 시국에 여성 인력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외부환경으로 인한 문제(예: 코로나19)와 조직 내부의 문제(인사관리 측면)를 구분하여 세부적으로 분석하였다. 맥킨지는 최근 비즈니스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성 인력에 관한 주요 문제로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일 양립의 고충과 고질병처럼 자리하고 있는 경력단절과 여성리더의 부재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이후 더 무거워진 ‘일하는 엄마의 무게’
물론 개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이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녀의 가사분담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점진적으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사에 있어서 남성의 분담률이 조금씩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할당되는 분담률은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가까스로 버텨오던 가정-일의 양립 구조에 대해, 코로나19는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했다. 더 이상 여성 개인의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집합모임이 어려워진 탓에 근무시간 동안 자녀를 돌봐줄 각종 교육기관들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자, 교육기관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고, 급한 대로 이는 엄마의 몫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일하는 여성들에게 어려움으로 돌아왔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후 여성과 남성의 직장생활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가정-일 양립에 따른 고충을 2배 가량 더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육아활동을 병행함에 따라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2배 높았다. 부모 역할 분담의 고충에서도 남성은 5%, 여성은 13% 가량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육아문제로 인해 퇴사를 하거나 업무를 축소하는 모습도 남성보다는 여성 인력 쪽에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론은 리더십…‘유리천장’보다 ‘부러진 다리’가 문제다
일과 가사 사이에서의 줄타기는 결국 여성 리더의 부재 문제로 이어졌다. 가사와 일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많은 여성 인력들은 경력단절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육아 및 각종 가사를 케어 하면서 동시에 직장생활도 이어가다 보니 성별
에 따른 관리자 직급의 스트레스 정도도 차이를 보였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관리자가 남성 관리자에 비하여 일에 관한 압박감과 피로, 번아웃(Burn out)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과 압박감은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조직 내 직급별 성비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신입직급의 성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관리직급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여성 인력의 비율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고위간부급의 여성 비율은 21%에 그쳤다. 그마저도 2015년에 비하면 여성 인력의 고위간부급 진출이 22% 늘어난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맥킨지는 “여성 인력에 관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러진 성장다리’에 있다”며 “심지어 코로나19는 그간 여성 인력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 왔던 것들을 산산조각 내고 있으니, 이번 기회야말로 여성 인력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과 개선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더 이상 여성 인력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에는 인식 부족으로 인한 ‘유리 천장’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서 뚜렷한 형체를 드러냈다. 이제 조직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인력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인해 떠안게 된 현실적 문제로 인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맥킨지는 관리직급의 여성 인력을 돕고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글로벌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기업 어도비(Adobe)는 직원의 가정-일 균형을 지원하고자, 조직관리 지침을 전폭적으로 개편하고, 유연한 근무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에 관한 관리 시스템 및 디지털 업무지원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면 직원 간 회의는 물론이고, 업무 관련 FAQ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어도비는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가정과 일이 서로 방해를 받지 않고, 업무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어도비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사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효과적인 업무 시스템 도입이 직원 복지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으며, 근무환경이 유연해지면서 직원들의 긍정적 의견이 85% 가량 모였다고 전했다.

 

전시 분야 여성 임원은 고작 9%…신입 인력은 70%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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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UFI는 ‘전시산업의 여성 리더십’에 관한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에서 여성 리더가 부족한 글로벌 전시산업의 현황을 꼬집었다. UFI의 COO인 소니아 토마스(Sonia Thomas)는 “글로벌 전시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인력의 70%가 신입 직군에 분포해 있는데 반해, 임원 및 관리자급의 여성 인력의 비중은 9%에 그쳤다”며 “여성 리더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10~30년 전에 비해 여성 인력의 업무 투입률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과 과거에 비해 남성의 가사일 부담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부과되는 의무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 리더 부족현상으로 이어진 까닭을 ‘성별에 따른 역할 인식’에 있다고 보았다. 소니아는 “단순히 일 그 자체를 두고 객관적으로 업무를 배분하거나 평가하기보다는 성별에 따른 일반화(여성은 감성적이고 헌신적인 반면, 남성은 공격적이고 주도적이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역할과 업무를 배분하는 경향으로 인해 여성 인력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실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여성 인력은 남성이 갖는 보편적 행동 양식을 따르지 않을 때 리더로서의 성공 역량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되는 시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의 분야 일과 가정의 기로에 놓인 30-40대 여성 인력

MICE산업 중 여성 인력의 비중이 크다고 알려진 회의 분야도 특정 연령대에서는 성비의 편차가 나타났다. 미국 통계청 자료(2019년 기준)에 의하면 미국 회의·컨벤션·행사기획 업계 종사자의 76.3%는 여성이다. 남성 종사자 수는 약 45,000명인데 반해, 여성은 146,073명으로 압도적 차이를 보인다. 연령별 현황에 의하면 회의 분야의 여성 인력은 30대에서 40대 사이에 급격한 인력 감소 현상을 보였다. 남성도 40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하였으나, 대체로 완만한 수준이었다. 온·오프라인 회의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필리(Happily)의 사라 슈이(Sarah Shewey) 대표는 이러한 현황에 대해 “30-40대의 일하는 여성들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며 “특히 행사에 따라 주말 근무나 야근이 자주 수반되는 행사 기획 분야에서는 기혼 또는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거의 모두가 겪게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데스티네이션 마케팅 분야 조직 내 평등에 관한 만족도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아

관광·MICE 전담 조직 및 DMO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스티네이션스 인터내셔널(Destinations International, 이하 DI)이 내놓은 ‘2020년 공정성, 다양성, 포용성 연구(2020 Equity, Diversity, Inclusion, Study)’에 의하면, 북미지역 컨벤션뷰로 및 DMO에서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성비가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신입에서 일반 관리자(Manager) 직급까지는 남자보다 비교적 성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반면, 중견 관리자(Director)에서 임원급(C-Suite)으로 넘어갈수록 남성의 비율이 확연히 높아졌다. 특히 임원급의 경우 남성 인력의 성비가 무려 60%를 넘는 수준으로 여성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조직 내 포용성과 다양성에 관한 인식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드러났다. 조직 내 인적자원 관리 방식의 다양성과 포용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남성은 60% 이상이 다양성과 포용성이 인정된다고 느낀데 반해 여성은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답하며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조직 및 업무에 관한 부정적 의견 개진에 관해서도 남성 응답자 79%, 여성 응답자 67%가 ‘두려움 없이 개진할 수 있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호텔 분야 지도층 직급별 남녀 성비 평균 7배 차이

예전부터 호텔업계는 성비 불균형 문제가 심했던 분야다. 고객을 맞이하는 프론트 오피스(front office) 직무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고, 경영관리와 관련된 백 오피스(Back office) 직무 중에서도 관리(HR, 투자관리를 제외한 일반회계) 부문에서만 남녀 성비가 균형적이다. 전문 경영 직무와 관련한 개발 및 운영전략, 투자 및 재무관리, 법률, 마케팅 분야에서는 여성의 비중이 낮다. 물론 이는 남녀의 성향이나 개인별 적성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성비격차가 점점 커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글로벌 호텔산업 전문 리서치 기관인 STR과 호텔업계 인력 현황을 조사한 카스텔 프로젝트(Castel Project)는 “예전보다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관리자 직급 이상에서는 여성 인력의 실적이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며, “호텔업계에 만연한 ‘부러진 성장 다리’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일반관리자(Manager)에서 관리책임자(Director) 직급까지는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분포해 있지만, 최고관리자(Chief), 이사(Principal),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대표급에서는 10~20배 가량 성비격차가 나타났다. 카스텔 프로젝트는 “호텔의 사업 방향과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호텔 투자 컨퍼런스(Hotel Investment Conferences)의 참가자 현황만 보더라도 남녀 지도자 성비가 무려 7배나 차이가 난다”며 “지도층에 진출한 여성 리더들의 성과부터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하며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시사점 ① 리더로 성장하기 힘든 여성 인력의 구조적 문제
글로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종합해보면 여성 인력이 리더로 성장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여성의 리더십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여성의 경력 관리에 발목을 잡는 성차별적 역할 분담 때문이다. 전시업계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노력과 교육을 통해 과거보다는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과도기에 탄생한 선행 모델인 만큼 여성 리더들 개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고충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전시업계에서 여성이 지도자로 성장하려면 남성 중심적 업계 문화에 동조하거나 승산이 적을지라도 홀로 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회의 분야 전문가들도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의 경우 경력단절의 기로에 놓이는 현실을 두고 “여성에게도 튼튼한 경력 성장 다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점 ② 관심 부족에서 비롯된 현황 데이터 부재
현황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여성 인력에 관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ICE산업의 경우 여성 인력의 현황에 대한 조사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전시산업의 경우 UFI에서 전시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인력의 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최신자료는 2018년도에 그쳤다. 여성의 성비가 더 높다고 알려진 회의 및 이벤트 산업의 사정도 유사하다. 그나마 MPI와 PCMA 등에서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분석한 결과가 공개되곤 했지만, 이 또한 2018년도 이후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달라진 상황에서 그간 등한시해왔던 여성 인력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현실적, 구조적 현안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글로벌 MICE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벤트 산업의 여성 인력을 위한 협회(Association for Women in Events, 이하 AWE)의 대표를 맡고 있는 캐리 애버내시(Carrie Abernathy) 회장은 글로벌 행사기획 분야에서 15년간 활동한 전문 행사기획자인 동시에, MICE 업계의 여성 인력이다. 최근 그가 가장 열정을 쏟고 있는 부문은 바로 여성 리더십이다. 여성 행사기획자로서 활동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회의기획 분야의 여성 인력을 위한 교육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협회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 인력을 둘러싼 현안과 해결법을 묻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애버내시 회장은 한결같이 여성 리더의 중요성을 꼽았다.

Q1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AWE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 협회는 이벤트 산업 내 여성 인력의 권익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행사기획 분야에서 직급에 따른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벤트 산업의 경우 75%의 인력이 여성인데 반해 정작 최고임원급(C-Suite)에 위치한 여성은 고작 3-5%에 그친다. 우선 우리 협회의 활동목표는 여성 인력들이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고, 이들이 리더로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성별에 따른 직급 불평등을 실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도록 통계상으로 이러한 현황 및 변화가 관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 인력 지원을 위한 선결 과제를 발굴하는 것 또한 협회의 역할이다. 우리는 주로 여성 인력의 발전을 위한정보를 제공하거나, 서로를 밀고 이끌어주는 플랫폼이 될 커뮤니티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상 가상 협회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1월에는 글로벌 회원이 무려 1,000명에 도달했다. 현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정의 가입비를 받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회원들에게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벤트 산업의 여성 인력 개발에 관심이 있는 분은 우리 협회의 커뮤니티 플랫폼인 ‘엘리베이트허 라운지(ElevateHER Lounge)’를 검색하여 언제든 활동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Q2 최근 MICE산업의 여성 인력에 관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최근 몇 년간 성평등에 관한 이슈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우리 협회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와 직장 내 성평등, 여성 인력의 개발 및 교육, 일과 가정 간의 균형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왔다. 최근에는 미투(Me too) 운동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우리 협회는 불미스러운 일로부터 여성 인력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벤트 업계 내의 관련 협력체 ‘성범죄 대책 본부(Sexual Harassment Task Force, 이하 EISHTF)’에 동참하여 어려움에 처해 있는 회원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ISHTF 사업은 전 세계 행사기획 분야에서 성범죄가 근절되는 날까지 이어갈 예정이며, 성범죄 근절 및 성인지 개선을 위한 교육 자료도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Q3 미국 회의 산업의 여성 인력에 관한 현황은 어떠한가?
우리 협회가 설립된 이후 업계 여성 인력에 관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업계 최고경영진에 점점 여성의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발전의 결과다. PCMA나 MPI 등에서 여성 인력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등한시되었던 ‘이벤트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 인력이 갖는 보편적인 어려움(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직장 내 성범죄 등)’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서 이슈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를 ‘문제’라고 말할 수 없게 터부시 되는 문화가 여성 인력들의 입을 닫아 왔었다. 문제를 제대로 지적할 수 있는 조직은 소수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우리 협회는 이벤트 산업의 여성 인력을 위하여 다양성이 수용되는 건강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한 많은 이들의 활동이 모인다면 곧 산업 전반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Q4 여성 인력의 고충을 덜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더십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은 여성들이 지도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조직적, 정부지원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사회적 측면에서는 다양성 및 성 평등에 관한 교육과 여성 지도자에 관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될 수 있겠다. 지도층에 오른 여성 인력이 발휘하는 영향력과 다른 여성 인력들에게 동기부여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알리는 교육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여성 인력이 갖는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경영관리 역량이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해 사회적 측면에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선행 모델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변화된 인식이 실질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일·가사 간의 균형, 직장 내 성범죄, 성 평등에 관한 논의들도 여성 지도자들이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직 차원에서의 지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도자로서의 성장 조건에 남녀 차별이 없어진다는 것은 평등한 조직 체계의 한 축을 세운 것과 같다. 조직은 여성 인력이 안정적으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일·가사 간의 균형을 지킬 수 있도록 더 나은 업무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그들이 일에 투입한 시간과 전문성에 따른 합당한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이러한 세 가지 지원사항은 조직 내에서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다. 여성 인력 또한 조직 내 불평등이나 성범죄 등 불합리함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벤트 산업의 여성 인력을 지원하는 정부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 모델이탄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여성 인력이 가지는 강점, 역량 등을 파악하고, 이들의 능력으로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여성’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여성 인력의 발전과 성장은 곧 업계는 물론, 크게는 경제시장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의 협력과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Q5 여성 인력에 대한 인식개선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성 인력 관련 운동을 연계하여 답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던 ‘이벤트 산업의 성범죄 관리전담조직(EISHTF)’은 여성 인력에 관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외부에 알리지 못했던 불합리함이라거나, 차마 언급하기 난처한 사건 등 암암리에 곪고 있던 여성 인력에 관한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건강한 발전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성범죄 관리전담조직의 지원 대상은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다. 지원 대상의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고 남성, 여성 모두 고충을 털어놓은 이들을 위해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대상은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조직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활동들이 모여 곧 산업 전반의 인식 개선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 인력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도움과 교육에 성별로 차이를 둔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남성과 여성 모두가 어우러져 더 나은 사회와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공감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여성의 적이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여성 인력의 든든한 지원군이며, 최고의 아군이다. 공감과 협력에 기반한 활동의 결실이 곧 업계 전반으로 스며들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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