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은 글로벌 MICE산업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대면 활동이 빛을 잃게 되자, 이에 근간을 두던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감히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큼 힘겨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MICE산업 곳곳에 얼룩져있던 매너리즘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일까. 혼돈의 1년을 견뎌낸 지금,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곳곳에서 변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제안한 영국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프리먼(Christopher Freeman)에 의하면, 혁신은 경기가 침체될 때 가속된다. 그의 말을 대변하듯,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글로벌 MICE산업은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하며 비즈니스 피보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컨벤션뷰로도 마찬가지다. 행사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방문객 경제에 집중하던 코로나19 이전의 관점은 지속성을 보장받기가 어려워졌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행사의 하이브리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기존 MICE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행사의 본질적 가치를 재탐색하고, 이를 극대화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국가별 컨벤션뷰로들은 이러한 변화와 시장의 흐름을 관찰하며 대대적 비즈니스 재편에 도전하고 있다. 업계 회복을 도울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MICE산업의 신뢰도 고취에 기여하는가 하면, 이번 기회에 관광MICE산업 전담기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기관들도 있다. 각양각색의 변화들이 감지되는 가운데, ‘관광과 MICE’라는 수식에 국한되어 있던 시선들이 새로운 가치를 좇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컨벤션뷰로의 핵심가치…#지역 큐레이팅, #관계 마케팅, #도시 브랜딩
컨벤션뷰로는 MICE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국제행사 유치 또는 개최 과정을 지원하거나, 개최지를 널리 홍보하며 지역 인지도 향상에 기여한다. MICE 행사가 보다 활발히 개최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컨벤션뷰로의 대표적 기능이다. 그렇다보니 주최자 입장에서는 컨벤션뷰로가 개최지에서의 첫 접점이 된다. 즉, 지역의 얼굴이자 첫인상이 되는 셈이다. 행사 기획자에게도 컨벤션뷰로는 훌륭한 소통창구가 된다. 지역 MICE 서비스나 인프라 관련 정보를 원스톱으로 얻을 수 있으면서, 해당 지역에서 개최되었던 행사 사례도 귀띔받을 수 있으니 행사 기획자 입장에서는 필히 협력해야 할 동반자가 되겠다. 이처럼 컨벤션뷰로가 MICE산업에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이들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ibtm wired 행사팀은 ‘도시 컨벤션뷰로와 협업하는 법(How to harness the power of a City Convention Bureau)’을 주제로 컨벤션뷰로의 핵심 기능과 역할변화 트렌드를 분석하며 뉴 노멀로 향하는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역할변화와 함께 저변 확대도 고민해야…“아직도 CVB 모르는 사람 많아”
MICE산업을 연구하는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MICE놀리지(MICE Knowledge)의 대표 롭 데이비슨(Rob Davidson)은 “아직도 많은 수의 기업행사 담당자 또는 행사 기획자들이 컨벤션뷰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기관의 존재마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컨벤션뷰로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행사 계획서에 이들과의 협업이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일갈했다. 그는 “컨벤션뷰로의 역할이 도시 이미지를 관리하거나, 홍보물, 기념품 또는 지원금을 제공하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행사 성공개최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역할 변화도 중요하지만, 컨벤션뷰로 자체를 홍보하면서 이들의 활동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 컨벤션뷰로의 기능과 역할을 살핀 ibtm wired 행사팀은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컨벤션뷰로의 문을 두드리는 주최자 또는 기획자가 늘어나길 바란다”
팬데믹 시국의 컨벤션뷰로, 무엇을 고민하고 있나?
코펜하겐 CVB 부회장 베티나 레벤트로우-모리에(Bettina Reventlow-Mourier)
코펜하겐 CVB 부회장 베티나 레벤트로우-모리에(Bettina Reventlow-Mourier) “기획자의 요구와 그들이 기획하는 행사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기초해 CVB는 전담하는 개최지에 관한 사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로서 활약할 수 있어야 한다. MICE 행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의 많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며 행사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업무 처리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행사 주최자 혹은 기획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컨벤션뷰로는 행사 주최자 혹은 기획자가 개최지의 법 제도에 관하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나 오늘날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활동을 종합해보면, 컨벤션뷰로는 MICE 행사에 관한 분야에서 인플루언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로테르담 CVB 사무국장 캐서린 칼라미다스(Catherine Kalamidas)
“행사 기획자 혹은 주최자에게 컨벤션뷰로는 그들의 첫 번째 정거장이 되어야 한다. 컨벤션뷰로는 행사의 아젠다와 운영 전략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에서 전문적 조언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컨벤션뷰로는 행사 기획자에게 지역의 MICE 행사 관련 기술 및 물류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파트너로서도 활약해야 한다. 컨벤션뷰로의 핵심 기능인 RFP프로세스 지원, 행사 베뉴 및 파트너 매칭, 지역 공공 및 민간 조직과의 연결 구축, 국제회의 개최를 위한 각종 지원금에 관한 정보 제공 등을 수행하면서 행사 참가자를 위한 새로운 경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고민을 놓아서는 안된다. 최근에는 행사를 통한 개최지 효과에 관한 부분도 더욱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비즈니스 행사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며 행사와 개최지 양측에 긍정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런던 CVB 이사 바바라 자미슨(Barbara Jamison)
“컨벤션뷰로는 조력자이자 혁신자로 활약해야 한다. 런던컨벤션뷰로(London’s Official Convention Bureau)는 런던 비즈니스 이벤트 업계의 선두에 서서, 미래지향적 발전상을 그려내 보이며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기술과 역량의 R&D를 촉진하고자 한다. 특히 비즈니스 이벤트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되는 시점인 오늘날, MICE산업 전담기구로서 업계가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제공하고자 다채로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컨벤션뷰로의 전통적 기능인 비즈니스 이벤트 활성화 및 도시 브랜딩 활동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업범위 중 일부에 그친다. 컨벤션뷰로로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런던컨벤션뷰로는 우리와 만나는 모든 고객들의 발전과 혁신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