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클수록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온라인 행사의 새로운 가치 창출 시급
많은 변화를 남긴 코로나19. 지난 2020년은 그야말로 비대면과 디지털로 점철된 한 해였다. 빠르게 휘몰아친 변화는 통계마저 바꾸어 놓았다. 최근 ICCA는 ‘2020년 국제회의(협회 회의) 통계(ICCA Annual Statistics Study 2020)’를 내놓으면서 전에 없던 조사 형태를 선보였다. 예로부터 ICCA의 통 계조사는 글로벌 국제회의 개최건수 및 참가자수 등을 집계하여 협회 회의 시장의 전반적 현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행사가 대거 취소/연기된 탓에 이전과 같은 방식의 조사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ICCA는 단순히 개최건수만 집계하는 결과론적 데이터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에 더 초점을 맞추기로 하였다. 덕분에 글로벌 MICE 업계는 국제회의의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통계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2021년 협회 회의 수요조사 보고서(Association Meeting Needs ICCA Survey 2021)’도 국제회의에 관한 협회의 동향을 다루며 심층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ICCA가 공개한 두 보고서를 토대로 본 고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을 재조명하고, 미래 대비에 참고할만한 인사이트를 분석하였다.
1.1 | 2020년 ICCA 통계 분석
2020년 ICCA 통계,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ICCA 통계의 가장 큰 특징은 순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에 집중하면서 개최국 및 도시별 행사 개최건수 및 순위에 관한 데이터는 사라지고 개최 여부와 형태에 관한 현황 정보가 담겼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는 연기 및 취소 여부, 가상행사 혹은 하이브리드 행사 개최 현황 등이 되겠다. ICCA는 각 항목별 행사 개최건수를 집계하였고, 대륙별 또는 행사 규모별 취소 및 개최 현황과 가상행사 개최 현황 통계를 공개하였다. 달라진 것은 조사방식뿐만이 아니다. 통계 표본집단의 규모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 자체가 동결된 탓에 늘 1만여 건대(2019년 13,252건)를 유지하던 총 조사행사 건수가 지난해에는 8,000여 건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하며 ICCA 회장인 센틸 고피나(Senthil Gopinath)는 “2020년 ICCA 통계는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조사방식을 전적으로 바꾸어 보았다”며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영향을 되짚어보며 회의산업의 더 밝은 미래를 그려보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취소보다 연기(44%)…대안책으로 떠오른 가상행사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감염병 확산이 회의산업을 통째로 무너뜨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조사된 8,409건의 회의 중 취소된 행사(14%)보다 연기를 결정한 행사(44%)가 더 많았다. 행사 개최사업을 통해 얻는 운영수익의 비중이 만만치 않은 협회 입장에서는 연간 주요 사업 중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리스크가 컸을 것이다. 회의 개최로 단체 운영은 물론,네트워킹을 통한 교육 및 산업육성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협회는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다. 연기건수 다음으로 많은 응답률을 기록한 항목이 바로 가상행사(30%)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월별 데이터도 협회의 행사개최에 관한 의사결정 변화를 상세히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였던 상반기까지는 연기건수가 늘어났으나(3월 25%→7월 49%), 하반기부터는 점차 감소(8월 57%→12월 30%)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확산세가 정점을 찍었던 3월에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까닭에 취소건수(29%)가 일시적으로 급증하였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감소세(12월 8%)를 탔다. 그 대신 가상행사의 비중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2020년 3월, 8,000여 건의 행사 중 16%에 불과했던 가상행사 개최건수는 조금씩 연기 및 취소율의 감소분을 차지하면서 12월에는 52%까지 몸집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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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행사 위주로 개최된 가상행사…“경제적 여건 때문”
행사 규모가 클수록 디지털 전환에 더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ICCA 통계에 의하면 2020년 회의 등록자 총합인 400만 명 중 연기행사에 해당하는 참가자의 비율은 38%(1,558,075명)이었다. 연기건수가 대부분을(44%) 차지한 것에 비하면 참가자 비중은 의외로 저조한 수치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가상행사가 있었다. 가상행사의 개최비중이 30%에 그쳤던 반면, 참가자 총합(37%, 1,509,460명)에서는 가상행사 연기행사의 참가자수와 유사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가상행사로 개최된 회의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을 시사한다. 규모별 상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3,000명 이상의 행사에서 가상행사의 개최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150명 이상 999명 이하의 행사에서는 가상행사보다 연기건수의 비중이 더 컸다. 이에 대해 ICCA는 “규모가 큰 행사가 중소규모 행사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급격한 디지털 전환도 과감하게 도전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 가장 적게 받은 중동…가상행사는 북미지역이 우세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시름 하는 가운데 중동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지 않은 행사의 비율이 중동에서 그나마 19%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대륙들(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은 7~10%대에 그쳤다. 취소 및 연기 비중도 중동(49%)이 가장 낮았다. 가상행사로 개최된 회의 비율로 보면 북미지역(39%)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개최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 뒤를 유럽(30%)이 이었다. 가상행사가 가장 저조한 지역은 아시아 국가들(25%)이다. 이는 단편적인 해석으로, 아시아 지역의 하이브리드 행사 비중(5%)이 다른 대륙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의 주요 MICE 개최지에서 하이브리드 행사 체계를 빠르게구축했다는 점, 아시아권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다른 대륙에 비하여 방역 조치 하에 이루어지는 대면 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는 점이 이번 결과의 바탕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가상행사 준비해온 기술·교육 분야
역시나 기술 분야는 디지털 전환에 이미 면역이 되어있었다. 분야별 가상행사 개최 비중에 의하면 기술분야에서의 개최 비중(48%)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행사까지 더하면 절반 이상(51%)의 회의가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화와 각종 기술에 친화적인 환경이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술 분야의 약진이 예상했던 결과인 반면, 교육 분야에서의 가상행사 비중(32%)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사뭇 의외인 결과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ICCA는 “기술 분야와 교육 분야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행사를 개발하는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었다”며 “가상행사에 장기간 노출된 덕분에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비대면 행사 개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된 행사의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과학(55%), 사회과학(48%), 의학(47%) 분야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1.2 | 2021년 협회 회의 수요조사 분석
협회 회의는 어떻게 개최될까?…“급증한 가상행사 수요, 대면 행사는 아직”
대면 행사의 정상화는 올해까지는 요원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대면 행사에도 녹색등이 켜지는가 했으나, 변이바이러스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참가자의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협단체로서는 보수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가상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한 개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ICCA의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한 해 예정된 행사 중 가상행사로 진행되는 사례가 전체 응답 중 56%에 달했다. 하이브리드 행사 비율도 21% 수준을 기록하였다. 반면, 대면 행사는 14%에 그쳤으며, 올해 행사를 연기하는 대신 2022년에 최대규모로 개최하겠다는 사례는 6%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50인 이상의 대면 행사 계획을 묻는 질문에 37%는 “올 하반기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응답자 중 28%는 내년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머지 20%가량은 “아직 근시일 내로 예정된 대면 행사 계획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순회하던 회의들, “이동 최소화하고 국내행사 위주로 개최될 것”
여러 도시를 방문하던 회의들의 발길도 당분간은 뜸해질 예정이다. ICCA 설문조사에 의하면 올해 예정된 120개 행사 중 51%가 소재지 기반의 국내행사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내행사를 선언한 이들의 결정이 코로나19 종식 여부에 따라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몇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기존과 같이 국제 행사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사례가 고작 12%에 그치고 있으나, 36%가량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할 것으로 보이므로 희망이 사라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순회 패턴 또한 기존 형태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응답률이 48%에 달하는 것을 미루어볼 때, 코로나19 상황이 통제 가능한 시기가 오면 다시금 회의 시장으로부터 지역 이동에 관한 수요가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대면 행사와 미팅테크놀로지 수요 증가
대면 행사에 관한 내재된 수요와 전문성 있는 미팅테크놀로지에 관한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ICCA 수요조사에 응한 행사 참가자들 중 ‘코로나19가 완벽하게 종식된 후에 이동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중복응답분(27%)을 제외한 나머지 60%는 위드코로나(With COVID19) 상황일지라도 확실한 방역 대책이 마련되어 있거나, 백신 접종 또는 국경 재개 등이 이루어지면 흔쾌히 여행을 감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부분의 행사가 기술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존 행사에 하이브리드 요소를 포함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49%에 달한 반면, ‘미팅테크놀로지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응답률(4%)은 지극히 적었다. 미팅테크놀로지 적용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행사(46%)가 저렴한 솔루션(예: 줌, 웨벡스, 고투미팅 등의 화상회의 서비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규모의 비용 투입이 예상되는 전문적 기술 또는 전문인력에 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2020년 5월 8.4%→2021년 3월 38%)하고 있다. 컨벤션 지원서비스 섹터에서도 가상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덕션(40%)과 온라인 회의 플랫폼(40%)에 관한 수요가 전통적 서비스 섹터(전시회 관리, 코어 PCO, 프로그램 기획 등 -13~38%) 보다 더 높게 조사되었다.
시사점 ① 내재되어 있는 대면 행사 수요 발견…“연기된 만큼 폭발할 것”
이번 2020년 통계 및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ICCA는 “숨겨진 대면 행사의 수요를 보았다”고 강조했다. 가상행사로 전환된 사례도 제법 많았지만, 다음 오프라인 행사를 기약한 행사도 못지않게 상당했기 때문이다. 취소가 아닌 잠정적 연기분의 경우 행사개최에 관한 의향은 확인이 된 것이니 코로나19만 통제된다면 시장 정상화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시각을 토대로 2020년 ICCA 통계를 종합해보면 향후 오프라인 현장으로 돌아올 행사는 대형 행사보다는 중소형 행사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국제행사보다는 국내행사의 형태, 혹은 해외 참가자 모집을 위한 하이브리드 방식에 많은 수요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점 ② 재조명되는 대면 행사의 영향력…새로운 가치 발굴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MICE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대면 행사의 동결로 인한 피해도 막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2020년 협회 회의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의 경우 대면 행사가 활발했던 2019년에 1,081만 달러(한화 약 122억 원)를 기록한 반면, 2020년에는 그의 10%가량 웃도는 수준(166만 달러-한화 약 18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ICCA는 “대면 행사의 영향력과 중요성이 엿보인 대목”이라며 “이동 제한으로 인하여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도 경제효과 감소에 크게 기여했지만, 가상행사로 전환됨에 따라 관광 또는 쇼핑 등의 활동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도 경제적 파급효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여 MICE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ICCA 통계에 따르면 가상행사로 전환됨에 따라 참가자수는 늘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까닭에 오히려 참가 수익은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과 같이 관광을 통한 부가가치만 앞세우면 또 다시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을 모두 고려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사점 ③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 트렌드’ 앞장서야
이번 ICCA 통계에 의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하이브리드 행사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른다는 것이 자명해 보인다. 현장으로의 복귀는 물론, 온라인 프로그램까지 더해져 한 발 더 진보한 형태의 행사가 뉴 노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지역이 다른 대륙에 비하여 하이브리드 행사의 비중이 높은 것은 시장 선점 측면에 있어서 꽤 유의미한 수치가 될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비록 행사를 개최하지는 못했으나) 다보스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을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하이브리드 행사 체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 개척에는 선점이 관건이 된다. 그리고 경험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비록 올해는 5%에 그쳤으나 앞으로 더 많은 하이브리드 행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하이브리드 트렌드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할 것이다.
시사점 ④ 달라진 수요, 지원 프로그램과 서비스도 바뀌어야 한다
ICCA는 이번 통계와 수요조사를 빌어 디지털 전환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수요조사 보고서에 부록처럼 붙은 ICCA 교육 콘텐츠에 관한 수요도 앞으로 협회가 어떤 서비스에 집중하게 될 것인가를 시사하고 있다. 상위 5개 교육 콘텐츠는 모두 가상행사 또는 미팅테크놀로지에 관한 내용으로 나열되었다. 단순히 코로나19를 위한 대응책이 아닌, 중장기적 행사 발전을 위한 전략을 협회들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용이 저렴한 화상회의 플랫폼에 안주하지 않고 협회만의 고유한, 전문적 행사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 또한 이에 부합하는 현상이다. 포스트 코로나에도 협회들은 가상행사 개최에 관한 지원은 물론 위험관리(보안, 보건, 안전, 유연한 계약 조항 등 행사 운영을 둘러싼 각종 리스트 관리)에 관한 부분도 외부와의 유기적 협업과 도움이 절실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관한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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