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Vol. 53, 커버스토리

[Vol.53 인터뷰] 한국MICE협회 신현대 회장

한국MICE협회 
신현대 회장 


회복탄력성, 지속가능성, 확장성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근시안적 변화와 회복보다 완전한 융합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보입니다. 최근 2~3년은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기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변화의 시간과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업계는 매우 유연해야 하고,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회복탄력성은 요즘 MICE 업계에서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입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때에 비하면 대면 행사 개최 상황이 어느정도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으로 회복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돌아온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MICE 행사 개최건수는 어느 정도 상승한 반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참가자 또는 바이어의 유입은 아직 저조한 실정입니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 경제적 요인은 물론이고, 아직 비자 이슈도 완전히 해결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 MICE산업은 여러 가지 방면에서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비즈니스 생태계를 자동화하고 선진화해야 함은 물론,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수급될 수 있게끔 환경적 변화도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인력에 있어서는 경영진의 기업가정신을 필두로 한 노력과 공감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영인들도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 CEO를 위한 아카데미 개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진흥기금을 활용하는 등 MICE산업의 R&D를 지원하면서 산업 자체가 자생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 관광업계 소통 간담회(자료: 한국MICE협회) 


비즈니스의 확장성과 그 가능성을 뜻합니다. 팬데믹 이전에 MICE산업이 영위해왔던 비즈니스 범위가 100이었다고 한다면, 최근 테크 업종의 유입이 시작되면서 110 정도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에는 200까지도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요. 그러나, 아직 우리 업계와 타 업종 간의 융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변화가 미처 진행되기도 전에 도중에 멈춰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에, ‘관광업계 소통 간담회’에서 한 가지 제안한 것이 있습니다. 장미란 차관에게 현재 우리나라에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 행사가 부재한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 많은 스포츠 관련 학회와 모임들이 있으니, 체육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국제적 행사를 한국으로 유치해 오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단,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MICE산업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은 타 산업과의 융복합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우리 시장을 키워갈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모색해야겠습니다.

▲ 산업계주도 청년맞춤형 훈련 수요조사 간담회(자료: 한국MICE협회) 


MICE산업은 인적자원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기는 하나, 인력 이슈가 MICE산업만의 당면과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국가, 타 업종들도 공통적으로 인력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정상궤도로 가는 과도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력에 관한 문제는 두 가지 전략으로 나눠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일부 과업에 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와서 업계가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등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는 부분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단순 과업에 필요한 인력의 경우 물 흐르듯 유출입이 거듭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숙련된 기술자들의 유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는 일정분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급여 수준 및 근로 환경 등 여러 부분을 바꿔주어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언제까지고 인력공급 부족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환경이 바뀌었으니 경영도 달라져야 합니다. 경영진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하지요. 인력에 대한 대우와 복지에 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MICE산업 인력에 관하여 한국관광공사 관계자와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당시 공유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력이 유입되지 않는 가장 대표적 이유는 ‘적은 급여 수준’이었습니다. MICE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하여 급여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좋은 인력의 유입을 원한다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신규 인력에 대한 대한 적정한 처우는 무엇인지, 어떻게 변화해 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인적자원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엑스포럼은 주 4.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앞둔 시점에는 업무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금요일 오후에 퇴근하는 유연한 스케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토록 한 것도 바로 디지털 전환입니다. 우리 회사는 노션, 아마란스, 팀스 등 오픈소스를 적극 이용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마련하여,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 관리 프로그램만 해도 연간 상당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기업이 고용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유연한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근무 시간을 줄여주고 대신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야 좋은 인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정말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직은 과도기 단계입니다. 대대적 변혁을 앞에 두고 첫술에 배부를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MICE산업에서 투자에 대한 성과가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사업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디지털 전환 차원에서는 한 번에 완성된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내부 운영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먼저 잘 정착시키고, 축적된 이용 데이터를 토대로 해당 시스템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가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MICE산업에 특화된, 그러면서도 범용화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개념도 다시 한번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디지털 전환을 하면 수익 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고 있는 듯한데, 사실상 디지털 전환은 그간의 업무를 다시금 돌아보고 프로세스를 재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효과보다는 중장기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합니다. 단, 향후에는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이어온 기업과 그렇지 않은 업체와의 차이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은 자명합니다. 인력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현재 4.5일 단축 근무를 하고 있지만, 누구든 이런 체제가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은 생산성을 떠나, 문화 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과 인력에 대한 기업 차원의 배려로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경험과 시도를 통한 데이터가 더 축적되어야겠습니다.

올해로 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20주년 기념식은 팬데믹 이후 우리 업계가 다시 모여 재도약을 기약하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입니다. 또한, MICE산업에 대한 전통적 개념에서 탈피하고 팬데믹 이후 촉발된 융복합적 MICE산업으로서의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도 논의할 방침입니다.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더 큰 그림들이 많은 것 같아서 여러 전문가들을 모시고 새로운 가치 창출 발굴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융복합과 산업 확장을 핵심 키(Key)로 가지고 가는 만큼, MICE산업 분야가 아닌 외부 전문가들을 연사로 초청하여 앞으로의 변화 양상과 사례들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큰 그림에 대한 로드맵을 완성하자는 것이 이번 기념식의 주된 골자입니다. 오늘날 업종 간 경계가 많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점에 공감은 하나, 아직 우리 산업은 이를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그만큼 담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18일 20주년 기념식에서는 한국MICE협회, 한국PCO협회,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전시주최자협회 등 여러 유관 협단체가 함께하는 ‘MICE산업총연합회’ 설립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해당 연합회는 임의단체로서, 업계 간의 소통협의체로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MICE산업에는 관련 여러 협단체들이 있습니다. 전시, 컨벤션, 이벤트, 서비스 및 장치 등 MICE산업이라는 하나의 큰 틀 아래 각 부문별로 산재되어있습니다. 이러한 개별 부문들이 하나로 모여서 목소리를 내면 영향력도 배가 될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향후 추진 예정인 법제화도 계획된 활동 중 한 예시로 볼 수 있겠군요. 협회장 공약사업으로 내걸었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MICE산업 관련 법률 제정입니다. 지금은 국제회의, 전시회, 관광 법안도 각기 구분되어 있는데다, 심지어 이벤트는 관광진흥법상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MICE산업이야말로 근본적으로 융복합 산업인데,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법이 없다 보니 업계가 목소리를 낼 창구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법이 있어야 지원의 기준도 생기고, 산업도 힘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 법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도 세((勢)를 만들어야 합니다.

협회 이사진을 구성할 때, 각 산업 분과별 대표자들을 부회장단으로 구성했습니다. 하여, 이사사도 업종별로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나누었습니다.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협회이기에 6~7개의 개별 분과가 모여서 하나의 MICE산업 생태계를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MICE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법안 설립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두 번째는 확장된 MICE산업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되겠습니다. 이 부분은 연합회를 설립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는 협회 먹거리 사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최근 여러 협단체들이 예산 감축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생적으로 살아남아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협회의 지속가능한 경영 차원에서, ‘코리아MICE엑스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시아의 MICE 플랫폼으로 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러한 행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협회 조직을 탄탄하게 정비하고 장기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추가로, 국내 MICE산업의 글로벌화를 통한 확장성 도모에 관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보고 싶은 과제입니다. 인바운드 국제행사 단위의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국제회의 산업의 경쟁력과 자립성 강화를 위한, 산업 차원의 R&D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장설 방침입니다.

일정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게 된 기업은 미래 비전과 그간의 리더십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기업가정신입니다. 노력하고 기여하는 인력들을 위한 보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이 분야에서 인력들이 버틸 이유가 없어집니다. 10년, 15년, 20년 뒤에 우리 인재들이 맞이하게 될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공감해야합니다.
최근 직원들과 기업 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분야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원들에게 5~10년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해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걸 준비하려고 보니 인력 구조, 재무제표 등 여러 측면에서 회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조직문화와 인식 측면에서의 변화는 필연적일 것입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력과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면서, 변화를 겸허히 수용하여 적절한 대응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 리더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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