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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3 인터뷰] 한국PCO협회 오성환 회장

한국PCO협회 
오성환 회장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인력 수급의 문제입니다. 요즘의 인력문제는 디지털 전환과 서로 맞물립니다. 2020년도 이전에는 비대면과 대면을 나누는 개념 자체가 없었지요. 대면 행사가 너무나 당연했으니까요. 시간을 거슬러 인력문제가 대두된 이유를 찾아볼까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정부에서는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이라는 카드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지원이있었음에도 관광‧MICE산업 분야는 고난의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관광 및 행사 자체가 불가한 바람에 비즈니스를 거의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나마도 정부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책이 있긴 했으나, 사업이 멈춰버린 기업으로서는 마냥 정부 지원에만 기대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시점에 화두 된 것이 비대면 화상회의였습니다. G20 정상회의를 비대면으로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즉시 회의 주최기관에 비대면 회의로 진행하자는 제안하여 비즈니스에 조금은 숨통을 틔울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다시 대면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이번엔 ‘하이브리드 행사’라는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행사를 하면서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대면행사 하나만 준비하면 되었다면, 하이브리드 행사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개의 행사를 한꺼번에 기획해야 하다 보니 사실상 업무가 이 중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해외 연사의 리허설도 진행해야 하니 연사가 소재한 지역의 현지 시각에 맞추어 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해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직원들의 피로감은 누적될 수밖에 없지요.
물론, 비대면 회의가 등장하면서 경제적 이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비대면 회의의 영업이익(13%)이 대면 회의의 영업이익(3~5%)보다 월등히 나았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지난 2021년도에는 영업이익의 절반(6억5,000만 원)을 직원들 인센티브로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행사가 등장할 시점, 인력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보상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탈 인력들은 공통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퇴사 사유로 꼽았습니다. 한 번 이탈한 인력은 결국 MICE 업계를 떠돌면서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유출입을 반복하게 됩니다. 인력도, 회사도 힘들어지게 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인력 유출입이 빈번한 업계 시스템에 대해서 노무사와 논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용 형태로는 정규직과 계약직, 자유직 등이 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4대 보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도 사실상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비정규직에도 4대 보험을 보장하는 ‘조건부 정규직’ 유형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보았습니다. 이런 제도를 업계 차원에서 다함께 논의하고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고자 합니다.

▲ 스마트폰으로 참가자 등록을 하는 모습(자료: QRTiger) 


한 가지 예측을 하자면, 앞으로 컨벤션 분야의 큰 변화로 등록데스크가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신용카드도 스마트폰 안에 등록하여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 자체가 ID 카드가 되는 셈입니다. 아직 컨벤션 분야는 이름표를 제작하여 참가자들이 목에 걸고 다니게끔 하고 있지요. 사전등록을 받고 미리 등록한 사람들의 이름표를 제작하여 현장에서 제공하는 형태지요. 그러나, 사전등록을 한 참가자들이 모두 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만, 100개를 만든다면 30개 정도는 노쇼(No show)가 발생합니다. 그런 이름표들은 결국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되지요.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고 목소리 높이고 있는 오늘날의 행보와 역행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이름표의 기능이 참가자들이 서로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면,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싱가포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가상의 관광홍보 공간을 마련한 일본(자료: 일본관광청) 


최근 대면 행사로 회귀하면서 비대면 행사를 지양하려는 움직임들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면 행사만의 가치가 분명하기는 하나, 무조건적으로 비대면 행사를 멀리하려는 생각은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비대면 행사의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이에 대한 선택권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정 공간과 시간에 국한되어 있던 세션들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정보 수집을 원하는 참가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연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지요. 대면 회의를 하게 될 경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오는 연사들은 단 2시간의 발표를 위하여 10시간이 넘는 비행과 일주일 이상의 출장 기간을 잡아야 합니다. 바쁜 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일 것이고, 이는 연사들이 우리나라 행사 참가를 거절하는 대표적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을 병행하여 컨벤션을 진행하면 참가자와 연사 모두의 만족도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회의는 개최지에 대한 방문객 경제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분명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온라인 세션 진행에 의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온라인이라는 좋은 소통 도구를 활용하여 해외 참가자 또는 연사에게 우리나라 관광지 또는 개최지에 관한 홍보물과 방문 혜택을 제공하여 실제 현장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해외 방문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점에, 또는 성수기를 피해 우리나라를 여행할 수 있으니, 행사 방문 기간보다 더 길게 머물다 갈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곧 방문객 경제를 배가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 컨벤션기획서 2급(자료: Q-net) 


우선, 컨벤션기획사 자격증의 기능을 강화하고 싶습니다. 컨벤션기획사 자격증도 공인중개사 자격증과 같이 국가자격증입니다. 똑같이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고 있지요. 그러나, 두 자격증의 차이점은, 공인중개사로서 활동을 하려면 자격증 취득이 필수인 반면, PCO에게 컨벤션기획사 자격증은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컨벤션기획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회의기획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컨벤션기획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혜택도 분명 고민되어야 합니다.
2003년부터 컨벤션기획사를 취득한 사람이 5,000명에 이르는데, 자격증 취득자 중 현직에 있는 사람의 비율이 고작 7%에 그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협회는 컨벤션기획사를 취득한 사람들이 다시금 업계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 사업만큼은 필수사업으로서 역점을 두고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 사업이 실질적 성과를 맺으려면, 정부 차원에서도 교육에 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주어야 합니다. MICE산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인력들을 교육시키고, 업계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본적 발판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말 그대로 ‘PCO가 없으면 컨벤션도 없다’는 뜻입니다. 요즘 제가 강력히 주장하는 의견입니다. PCO는 사실상 MICE산업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회의 주최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숙박, 식음료, 회의장 조성, 장비 및 각종 서비스 등 컨벤션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관리하는 것이 PCO의 역할입니다. PCO의 입지와 역할을 제빵에 비교해보겠습니다. 컨벤션뷰로와 지방정부가 지역에 행사를 유치해옵니다. 이렇게 유치해 온 행사는 밀가루와 물과 같습니다. 그리고 컨벤션센터는 최종적으로 빵을 굽는 오븐의 역할을 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PCO는 효모의 역할을 합니다. 빵이 제 모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효모가 없으면 빵을 만들 수 없습니다. ‘노 PCO, 노 컨벤션’도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역의 MICE산업을 키워보고 싶다는 여러 지자체 관계자분들과 만날 때면 항상이 문장을 슬로건처럼 말씀드리고는 합니다.

▲ MICE 행사 개최에 관한 3대 분야의 역할과 기능(자료: 편집부 재구성) 

거버넌스의 통일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컨벤션과 전시를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특히, 타 산업분야와의 융합이 요구되는 시대에, 서로 비슷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전시회와 컨벤션을 하나로 보는 업계의 시각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당장 오늘날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예전부터 해외에서는 전시컨벤션을 동일하게 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업계 전체가 통일된 개념 정립에 공감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지원도 이에 발맞출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MICE산업을 둘러싼 통합된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원의 방향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행사’가 아닌 ‘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원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그동안은 ‘행사’를 키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당초 지원책이 탄생한 역사에 전시컨벤션 행사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산업의 회복탄력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에 중지가 모이고 있습니다. MICE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취하려면 ‘행사’라는 나무 이파리가 아닌, 행사를 꽃피우는 나무의 뿌리인 ‘MICE산업’에 양분이 투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이파리에서 흘러내린 양분을 간접적으로 섭취하며 MICE산업도 클 수 있기는 하였으나, 우리나라 MICE산업의 실질적 역량과 R&D 기회를 확장하여 패러다임 전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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