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5 인터뷰] 비로컬 김혁주 대표

▲ 비로컬(BELOCAL) 김혁주 대표


로컬을 다루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비로컬(BELOCAL)’이라는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면서 매주 금요일날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서 구독자들을 만나고 있기도 합니다. 요즘 IT 스타트업들을 보면 벤처스퀘어 같은 플랫폼 스타트업 매체를 운영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저희는 ‘로컬 비즈니스’라고 정의한 영역 내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로컬 비즈니스는 사람 사이의 관계성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인 분야입니다. 저희는 이런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컬 비즈니스를 하려는 예비사업자분들과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지원하는가 하면, 로컬 콘텐츠를 조금 더 다듬어서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의 범주가 넓으니, 자연스럽게 행사도 만들게 되고 미디어 회사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로컬의 내년도 계획은 저희가 발굴한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투자자들을 연결하여 육성을 지원하는 쪽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더 확대해보려고 합니다. 이른바,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로컬크리에이터 정의(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요즘 ‘로컬(local)’하면 자주 언급되는 몇가지 용어가 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 또는 로컬 브랜드, 로컬 크리에이터등이 그 예시가 되겠네요. 이런 개념들이 화두가 된 지는 5~6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로컬’하면 어딘가 고향을 의미하거나, 소소한 동네 이야기 정도로 통용되고는 했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이제 로컬은 창의성이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중기부가 이 영역을 새로운 스타트업으로 재정의하기도 했지요.

예전의 로컬이 ‘우리 동네 살리기’ 같은 운동에 가까웠다면, 요즘의 로컬은 변화한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회적 개념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개념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지역의 고유한 환경이 콘텐츠 개발에 중요한 자원이 되면서 또다른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부산의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피로 승부하겠다’가 아닌, ‘내가 커피를 좋아해서 사업을 해보려는데, 마침 내 컨셉에 잘 맞는 도시가 부산이야’라는 구조로 로컬의 담론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업자 개인의 행복 추구를 기점으로 출발하였으나, 그 결과물로 지역도 재생되는 구조입니다. 외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관광유발효과가 창출되기도 하고, 춘천의 감자빵이나 원소주처럼 지역의 농수산물을 다량 소비하며 효자 노릇을 하는 브랜드가 탄생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트렌드는 앞서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북유럽의 문화처럼 자기 내면의 소 리에 귀를 기울인다거나, 나다움을 찾는 것과 같은 문화가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당도할 것이라는 예측에 점차 힘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도에는 마침 이러한 변화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져서 정부 차원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을 사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입니다.

▶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자료: 중소벤처기업부)

기회가 별로 없는 곳에서 이런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일어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자원이 없었기 때문에 창의성을 가지고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는 방식밖에는 남지 않았던 것입니다. 강릉이 커피로 브랜딩 되었지만 사실상 강릉에서 커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양양도 서핑 천국이라고는 불리지만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듯이요. 핵심 자원은 없었지만, 촉발 매체가 된 사람과 문화 그리고 욕구가 있었습니다.즉, 목포나 군산, 순천과 같은 지역에 이런 콘텐츠들이 탄생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구도 적고 일자리도 없고, 지역 기반도 부족한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가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시작점인 것이지요.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것들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동기부여가 오늘날 로컬 크리에이팅 사업을 활성화하게 한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자원들을 기획할 줄 아는 팀들이 로컬 콘텐츠를 만들러 가기도 합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GMEG와 함께 로컬 콘텐츠에 대해서 논의하다가 지난해부터 개발한 IP입니다. 지역에 관한 논의가 관주도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기에, 민간 차원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겠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 로컬 브랜드들도 모으고,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예비 크리에이터들도 모아서 로컬비즈니스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거나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무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세 팀1)이 의기투합해서 만든MICE 행사입니다. 첫 해는 전시보다는 컨퍼런스 위주로 꾸며졌습니다. 이 분야의 유명한 교수님을 초청하여 개념적 뼈대를 잡는 방향으로 풀었습니다. 2회째는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늘려려서 로컬 비즈니스 분야의 변화 양상을 알려주는 콘텐츠로 기획컨셉을 잡았습니다.

놀랍게도 관에서의 적극적 참여가 이어졌습니다. 정부 기조에 지역 활성화 과제가 포함되어 있는데, 오늘날 로컬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방법이 모호하다보니 우리 행사에서 로컬의 맥락을 잡고자 오시는 듯했습니다. 내년에는 로컬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범위를 더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일반 기업들도 로컬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치킨 업계도 전통주와의 협업을 추진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이런 방식으로 접점을 넓혀가면서 저변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고민을 해보면서 내년도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로컬 콘텐츠 개발 활성화 차원에서 먼저 말씀드리면, 저희는 매년 한 두 차례 이상 행사를 개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개인적 동기라던지 이런 것들은 서로 대화를 해야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내가 어떤 콘셉트에 뭘 하고 싶다’, ‘어떤 걸 추구한다’하는 개념을 잡기에 온라인상으로 교류하는 것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실제로 사람이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교감을 해야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저는 계속 행사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타운 MICE‘ 개념도 소개시켜드리고 싶네요. 지역 골목에 로컬 콘텐츠들이 자리잡으면서 특정 거리가 형성되고 브랜딩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외부 사람들이 지역 골목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해당 지역의 로컬 콘텐츠들이 모여서 더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을 위해 소규모의 MICE 행사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것을 일종의 ‘타운 MICE’라고 보고 있습니다.
MICE 업계와 로컬 콘텐츠와의 연결성 측면에서 설명드리자면, 두 이종 분야를 연결할 중간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지금은 그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콘텐츠들을 찾아가고 연결하는 일들을 수행했었습니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할론이 바뀌게 되었지요. 필요성이 살아있으니 자연스럽게 이런 역할은 민간으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최근 설립된 로컬 비즈니스 분야의 협회가 외부와의 연결다리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송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단에서도 MICE산업과 로컬 콘텐츠와의 연결성을 고민하고 있더군요. 단순하게 보면 MICE 참가자에게 로컬 콘텐츠는 행사 전후로 지역에서 즐길 수 있을만한 인프라가 되는 셈이니까요. 저희가 경주에서 행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지역의 창의적 골목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인센티브 투어를 돌리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하는데, 예산이나 가용재원 마련 등의 이슈가 마냥 쉬운 일은 아닌 면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MICE산업과 로컬 콘텐츠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습니다. 로컬 비즈니스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히 지역 사업자가 아니라 기획자입니다. 창의적 경험을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지역의 자원이자, 원하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이기에 새로 만들어낸다는 점에 자부심이 강합니다. 새로운 로컬 영역에 대한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서 타 분야와의 협업과 소통을 지원하는 중간자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습니다.
로컬 비즈니스도 아직 스타트업처럼 성장기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저변이 확대되려면 그만큼 스킨십도 잦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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